Cheonma Wants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239)
온몸을 헤집고 돌아다니는 영력 때문에 혈관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영력을 다루지 못하는 자라면 느낄 수 없는 고통이었다.
몸속에 흐르는 영력의 길을 확인한 벽태산이 말했다.
“좀 변형되어서 어설퍼지긴 했지만 분명히 증혼마공인데? 자, 이제 다음 변명을 해보아라.”
혁련비광이 발악하듯 외쳤다.
“이건 증혼마공이 아니라 혈령마공이란 말이다!”
“혈령마공?”
벽태산의 눈에 살짝 흥미가 맴돌았다.
“이름을 들어보니 피에서 영력을 뽑아내는 식의 마공인 모양이군.”
“맞다. 피에서 영력을 뽑아내는 마공이다. 이것이 증혼마공의 결점을 없앤 결과다.”
벽태산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결점을 없앴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방금 혁련비광의 몸속을 영력으로 헤집으면서 혈령마공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원리를 약간 파악했다.
피에 녹아든 영력을 뽑아내는데 부작용이 없다는 건 말도 안 된다.
“미친놈이 되는 게 목적이라면 부작용이 없다고 해도 되겠지.”
혈령마공의 수준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피의 광기에 취하게 된다.
끝없이 피를 탐하고, 걷잡을 수 없는 성욕에 빠진다.
“차라리 증혼마공의 결점이 낫다.”
물론 이제 그런 결점도 없지만.
벽태산은 담담히 혁련비광을 쳐다봤다.
“어차피 순순히 묻는 말에 대답할 생각 따위는 없겠지?”
혁련비광은 대답하지 않고 어금니를 꽉 물었다. 그리고 벽태산을 노려봤다.
“내가 끝이라 여기지 마라. 내 뒤에는 나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대단한 분들이 계시니까. 그분들이 널 끝까지 쫓아가 너와 네 주변을 모조리 부수고 불태워 버릴 것이다.”
혁련비광이 내뱉는 저주의 말에 벽태산이 씨익 웃었다.
“그래주면 나야 고맙지. 굳이 찾아다니는 수고를 덜 테니까. 너 같은 쥐새끼가 제일 귀찮거든.”
벽태산은 그 말을 끝으로 혁련비광의 목을 손에서 놓았다.
털썩.
혁련비광은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풀려났는데도 여전히 온몸에 힘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벽태산은 혁련비광의 정수리에 손을 얹었다.
“자, 영약이 어디쯤 있는지 확인해 볼까?”
그렇게 중얼거리며 혁련비광의 혼백을 쑥 뽑았다.
* * *
끄으아아아아아······.
멀리서 누군가의 비명 비슷한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어우, 오늘따라 분위기가 좀 으스스하지 않아? 저거 비명 맞지?”
“글쎄, 비명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꼭 귀신이 우는 것 같네.”
“대낮에 귀신은 무슨······ 그런 얘기 좀 그만 해. 그나저나 오늘은 거기 안 가 봐도 되나?”
“가야지. 아우, 오늘따라 진짜 가기 싫다.”
두 하오문도가 대화를 하다가 진저리를 쳤다.
하오문은 하루에 두 번씩 불타버린 장원을 확인했다.
시간을 정하지 않고 무작위로 두 번을 선정해 장원을 둘러봤다.
오늘은 지금 대화를 나누는 두 하오문도가 갈 차례였다.
아마 이따가 밤에 다른 하오문도들이 한 번 더 갈 것이다.
아무튼 슬슬 가지 않으면 시간이 너무 늦어져서 두 번째로 확인할 하오문도들이 곤란해진다.
“슬슬 가자.”
두 하오문도가 느릿느릿 움직였다.
어쨌든 할 일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불타버린 장원으로 가는데, 가까이 가면 갈수록 왠지 비명이 선명하게 들리는 듯했다.
끄아아아아······!
처음에는 바람소리라고 여겼다. 한데 가까이 가면 갈수록 비명이라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걸음이 더 느려졌다.
“이거······ 우리끼리 가면 안 되는 거 아냐?”
“그래도 일단 확인은 해야지.”
두 하오문도는 계속 걸어갔다. 그리고 이내 불타버린 장원이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부터 차근차근 신중하게 주변을 돌아보고 확인하면서 가야 한다.
특히 오늘은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끄아아아······!
바람에 실려 오는 비명 소리가 더욱 선명해지고 있으니까.
“일단 이 근처에는 아무것도 없어.”
“좀 더 안으로 들어가자.”
두 사람은 장원에 더 가까이 갔다. 그런 식으로 조금씩, 조금씩 확인하며 이동하다보니 어느새 장원에 들어섰다.
그 순간 그 어느 때보다 더 큰 비명이 들려왔다.
“끄아아아아악!”
두 사람이 흠칫 놀라 그 자리에 멈췄다. 그리고 비명이 들려온 쪽을 바라봤다.
지금까지는 바람결을 타고 오는 듯 희미했기에 소리가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 없었다.
한데 이번에는 워낙 명확했는지라 방향을 알 수 있었다.
두 하오문도가 조심스럽게 소리가 난 쪽으로 걸어갔다.
“끄아아악!”
마침 비명이 또 들려왔다.
두 하오문도가 의미심장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위치를 파악한 것이다.
두 사람은 빠르고 은밀하게 목적지를 향해 다가갔다.
불타버린 장원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건물이었다.
인기척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버려진 건물은 아니었다. 건물의 관리 상태가 좋았다.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니 바닥에 누워 있는 자들이 보였다.
“이게 뭐지?”
“누군가가 여길 습격한 건가?”
쓰러진 자들을 슬쩍 살펴보니 외상은 없었다. 겉보기로 판단하기에는 내상을 입은 것 같지도 않았다.
물론 정확한 건 의원을 데리고 와서 진맥을 해봐야 알겠지만 그들의 경험으로는 그랬다.
“그런데 여기 뭔가 좀 이상하지 않아?”
“이상해. 여기······ 그냥 평범한 곳은 아니야.”
두 사람은 안으로 더 들어갔다.
가는 내내 쓰러진 자들이 보였다.
한데 그 쓰러진 자들 주변에 싸운 흔적이라거나 기습을 한 흔적이 전혀 없었다.
하오문도들이 보기에 이들은 그냥 쓰러졌다.
그렇게 건물 깊이 들어가니 바닥에 만들어진 문이 보였다.
이 문을 열면 지하로 내려갈 수 있는 모양이었다.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그때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원에 하오문이 몇이나 있느냐.”
두 사람은 기절할 듯 놀라 뒤로 후다닥 물러났다.
이 안에서 말을 한 그 사람이 이 건물에 있던 자들을 쓰러뜨린 바로 그 사람이 분명했다.
“내가 두 번 물어야 하느냐.”
“마흔세 명이 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대답한 하오문도가 머쓱한 표정으로 동료를 바라봤다.
하지만 동료 역시 대답을 하려고 입을 벌린 상태였다. 자신이 한 발 먼저 대답한 것뿐이었다.
“가서 전부 데려와라.”
하오문도가 머뭇머뭇 하며 물었다.
“혹시······ 누구신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벽태산이다.”
하오문도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서로를 바라봤다.
벽태산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하오문도는 한 명도 없었다.
하오문의 실질적인 주인이나 다름없는데 어찌 그 이름을 모르겠는가.
“어······ 제가 듣기로 그분은 서안에 있다고······.”
“거기서 오는 길이다.”
“아! 알겠습니다. 바로 지시를 전달하겠습니다!”
두 하오문도가 서로 눈짓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한 사람이 후다닥 달려갔다.
나머지 한 사람은 그 자리에 서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솔직히 저 사람이 진짜 벽태산인지 아닌지도 모른다.
‘진짜 벽태산 같기는 하지만······.’
왜 그런 확신이 들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아까 벽태산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게 진실이었다.
하오문도가 긴장하며 밖을 지키고 있는 동안 벽태산은 손에 든 혁련비광의 혼백을 태우고 있었다.
새까만 진액이 주르륵 흘렀다.
이놈들의 혼백을 태우면 항상 이렇게 지저분한 것들이 남는다.
검은 진액이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벽태산은 내공을 일으켜 그 진액을 말끔히 태워버렸다.
얻을 정보는 다 얻었다.
혁련비광의 사념이 너무 많고 복잡해서 완벽하고 체계적인 정보를 얻지는 못했지만, 그걸 다 머릿속에 욱여넣긴 했다.
나중에 화옥에게 그걸 쭉 풀어서 넘기면 알아서 정리해줄 것이다.
“자, 그럼 이제 저 호리병들을 처리할 차례로군.”
저것은 평범한 호리병이 아니었다.
마두의 혼백이 담긴 호리병이었다. 더구나 혼백에 남은 악의를 이용해 혼백을 가두고 있는 역할까지 한다.
혁련비광의 사념에서 저 호리병에 대한 지식을 얻었으면 좋겠지만, 사념이 다 뭉개져서 그 부분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그저 단편적인 것들 몇 가지만 알아냈을 뿐이었다.
“그냥 버리긴 아까운 혼백들인데······.”
이렇게 호리병에 오랫동안 가둬두고 써먹을 수 있다는 것은 혼백의 힘이 대단하다는 뜻이었다.
그러니 그런 혼백을 어찌 그냥 버리겠는가.
“최대한 살려봐야지.”
벽태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든 호리병들에 쩌저적하고 금이 갔다.
그리고 일제히 터져 버렸다.
쩌어엉!
호리병에 갇혀 있던 혼백들이 모조리 풀려났다.
하지만 그 혼백들은 도망치지 못했다. 어느새 벽태산이 손을 뻗었고, 모든 혼백이 그 손아귀 안으로 빨려 들어왔다.
슈우우우!
벽태산의 손바닥 위에서 수십 개의 혼백이 뭉쳐 맹렬히 회전하고 있었다.
화르륵!
증혼마공이 펼쳐지며 혼백 뭉치를 태우기 시작했다.
강렬한 불길이 주변을 휘감았다.
그냥 불이 아니라, 영력을 태우는 불길이었다.
벽태산은 눈을 지그시 감고 집중했다.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해야 한다.
만일 이 혼백들이 죽은 지 얼마 안 되는 놈들이었다면 이렇게 하지 않고 그냥 싹 태워버렸을 것이다.
한데 오랫동안 호리병 속에서 머무른 덕분인지 쓸 만한 부분이 제법 많이 분리되었다.
벽태산은 혼탁해진 부분을 과감히 도려내 태운 뒤 날려 버리고, 순수한 부분만 남겼다.
그렇게 남은 순수한 부분을 증혼마공을 통해 다시 태우고 영력으로 만들어 받아들였다.
벽태산의 입가가 한껏 올라갔다.
지금까지 먹었던 그 어떤 영약보다 농밀한 영력이 온몸으로 스며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벽태산이 눈을 번쩍 떴다.
“이걸 혁련비광한테 가르쳐준 놈이 분명히 있을 거야.”
일단 반강시부터 먹고 그 다음에 그놈을 찾을 것이다.
벽태산은 일단 그곳에서 나갔다.
위로 훌쩍 뛰어 오르니 하오문도 한 놈이 기다리고 있다가 화들짝 놀라 뒤로 후다닥 물러났다.
“아직 안 왔느냐?”
하오문도가 얼른 대답했다.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금방 올 겁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벽태산이 한 쪽을 쳐다봤다.
잠시 후 그곳에서 하오문도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그 중 가장 앞에 선 자를 본 벽태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이 낯익었다. 아마 자신을 본 적이 있는 하오문도이리라.
아니나 다를까, 그 하오문도가 벽태산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 더욱 빠른 속도로 달려와 인사했다.
“공자님! 이렇게 태원에서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무슨 일이든 맡겨만 주십시오!”
벽태산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여기 있는 거 싹 정리하고 챙겨라.”
이곳에는 혁련비광이 갖고 있던 막대한 재물이 함께 모여 있었다. 또한 그동안 그가 모았던 정보와 연구했던 모든 것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또한 쓰러져 기절한 무명의 무인들도 있었다. 그들도 모두 챙겨야 한다.
“바로 정리하겠습니다!”
하오문도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래로 내려가 이곳에 보관된 재물을 발견한 하오문도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들은 신이 나서 재물을 연신 밖으로 날랐다.
벽태산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잠시 고민했다.
이제 어디로 갈지 정해야 할 때가 되었다.
끝
하오문도들은 무명의 무사들을 모두 모아 꽁꽁 묶었다. 당연히 혈도도 제압했다.
마혈 몇 군데와 아혈까지 제압한 것도 모자라 산공독까지 먹여서 함부로 내공을 일으키지 못하게 했다.
이들은 정말 중요하다. 절대 허투루 관리해선 안 된다.
더불어 혁련비광의 은신처에서 찾아낸 막대한 재물을 잘 정리해 현천상단에 넘겼다.
혁련비광이 보유한 재물의 양은 어마어마했다.
먼저 죽은 혁련휘나 혁련균보다 훨씬 대단했다.
혁련휘나 혁련균의 경우, 그들의 수하들이 근거지에 있던 재물을 상당량 탈취해갔다.
추적해서 잡아낸 자들도 많지만, 놓친 자들이 훨씬 많았다.
그들은 아직도 하오문에서 추적 중이었다.
아무튼 그 둘에 비해 혁련비광은 축적한 재물도 많았고, 보유한 정보나 지식의 질도 확연히 달랐다.
이 모든 것은 현천장의 양분이 될 것이다.
그렇게 하오문도들이 혁련비광의 은신처를 정리하는 동안 벽태산은 태원을 거닐고 있었다.
일단 혁련비광에게 뽑아낸 정보를 풀어내는 것은 끝났다.
근처에 하오문도가 있으니 그들에게 시켜서 그걸 기록하게 하고, 화옥에게 전달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