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RAW novel - Chapter (680)
용용용(龍龍俑)
분명 방금까지 주변에서 온갖 잡담이 들려오고 있었건만.
일순 사방이 조용해졌다.
아니, 소리는 죽었으나 시선은 더 많아졌다고 할까.
이쪽을 향하는 눈빛이 수두룩이 쌓이는 느낌이었다.
‘이런 시팔.’
가장 겪기 싫었던 빌어먹을 상황에 직면했다.
이 꼴은 안 당하고자 첫날에 온 것인데. 아주 말아 먹었다는 뜻이다.
‘저 새끼가 진짜.’
나는 이 상황을 만들어낸 망할 놈을 쳐다보며 인상을 찌푸려야 했다.
흑발 흑안을 지닌 잘생긴 청년이 보인다.
거한이 수두룩하다는 ‘그쪽’ 집안치고 멀쩡한 체형과 수려한 인상이 인상적이다.
누군가 그랬지 저 인간은 돌연변이라고.
맞는 말이다.
거칠고 괴팍한 무인이 가득하다는 ‘팽가’에서 저런 외형이 태어났음은 분명 돌연변이가 맞다.
‘팽우진.’
청년은 팽가의 소가주.
전대 신룡(神龍) 팽우진이었다.
‘아니지. 이제는 비성도(丕聖刀)라고 불러야 하나?’
뭐라 그러더라? 팽우진이 무슨 사건을 하나 해결하면서 별호가 바뀌었다고 하던데.
자세히는 모르겠다.
크게 관심 있던 부분은 아니었다.
문제는 지금 그 비성도가 내게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겠지.
“오랜만이오!”
“…”
“얼마 만에 만나는지 모르겠군. 한 삼사 년 된 것 같소만. 그렇지 않소. 구 공자?”
옘병할.
주변에서 들리던 소음을 압살할 만큼 큰 목소리였다.
덕분에 잡소린 사라졌으나 은근한 소근거림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비성도라니…. 현 팽가의 소가주가 아닌가.”
“명가의 후계자를 첫 날부터 보게 될 줄이야. 이거 운이 좋구만.”
“한데, 지금 비성도가 누구에게 아는 척을 한 거지? 아는 사람 있소?”
“비성도가 방금 한 말로는 분명 산서구가라 했던 거 같은데….”
그렇게 의문을 띠던 소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바뀌게 된다.
“산서구가라면 호협의 세가가 아니오. 거기에…. 아!”
사내중 한 명이 뭔가 눈치챘는지 날 보며 소리쳤다.
“소염라(小閻羅)!”
씨발.
“구가의 젊은 사내라 하면! 소염라가 아니겠소!”
“소염라? 소염라라면…!”
“신룡관 참살을 막아냈던 어린 협객을 말하는 게요?”
“저 청년이 소염라라고?”
간신히 조용해졌던 얘기를 떠올렸는지 팽우진에게 향했던 온갖 시선이 내게 꽂혀온다.
일반인뿐이 아니라 비무제 접수를 하고 있던 무인들까지 이쪽을 쳐다봤다.
내 별호가 그렇게 유명했나?
소문도 안 들리기에 그냥저냥 사그라든 줄 알았는데.
‘섬광뭐시기니 풍림뭐시기도 유명하니 그럴 수도 있겠네.’
별 듣도 보도 못한 별호들도 알아보는 판국이니 말이다.
“저 자가…. 소염라?”
“보기에 그리 강해보이진 않소…아니군. 얼굴이 강해 보이는군.”
“강한 정도가 아니오. 무서운데? 그것도 좀 많이?”
“눈이 왜 저렇게 생겼대?”
“야! 마지막 누구야.”
내가 으르렁거리며 외치니 구경하던 이들이 흠칫하며 산개한다.
사람 얼굴 보고 왜 저렇게 생겼냐니…어디 잡히기만 해봐라.
‘얼굴 기억했다.’
빠드득 이를 갈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이 상황을 만든 놈을 쳐다봤다.
“하하하.”
뭐가 그리 신났는지 특유의 웃음을 흘린다.
저 새끼는 하여튼 첫 만남부터 마음에 안 들더니만 이렇게 큰 엿을 맥일 줄이야.
잘 안 올라가는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겨우 웃음을 머금었다.
“히익!”
“저리 무서운 미소라니…!”
‘옘병.’
웃으려 하니 오히려 역효과다. 하여 그냥 평소처럼 하기로 했다.
“팽 공자.”
“정말 반갑소.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팽 공자도 비무제에 참가하십니까…?”
“그렇소. 마침 또 이런 큰 축제가 열린다기에. 참을 수가 없어서 말이오.”
설마 팽우진이 비무제에 참가할 줄이야.
‘이런 건 관심 없을 줄 알았는데.’
축제라 참을 수 없었다고?
‘하기야, 첫 만남을 생각하면 저놈이 이상한 짓을 하는 건 별로 특이한 게 아니긴 해.’
명가의 소가주라는 놈이 대뜸 구룡회에 참가해서 검대가 되겠다고 했었지.
그걸 볼 때 저놈도 정상적인 놈은 아님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하물며 팽우진도 무인인 만큼 비무제를 참가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문제는 저놈이 소가주라는 거지.’
세가의 소가주란 말 그대로 다음 세대의 가주가 될 인물이라는 뜻이다.
‘그렇기에 소가주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그 자체로 세가에 타격이 온다.’
가주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소가주도 다를 게 없었다.
훗날 가문의 얼굴이 될 인물인 만큼 소가주의 무능과 강함 여부는 세가의 큰 영향이 될 터인데.
‘저렇게 막 나올 정도면 자신 있다는 뜻인가.’
아니면, 전생의 나처럼 그런 체면은 개나 줘버린 것일지 모르겠다.
저 인간이면 충분히 그럴 것 같기도 했다.
“혹시 구 공자를 보게될까 설렘을 안고 있었는데. 이렇게 보니 너무 반갑구려.”
“뭘 설렘까지.”
“어찌 설레지 않겠소. 공자를 보니 세상이 이토록 환할 지경이거늘!”
팽우진이 내뱉은 찬양에 가까운 말에 주변이 웅성거린다.
“…설렘이라니? 사내들끼리 꺼낼 말이라기엔 미묘하군.”
“듣기로는 비성도는 약혼을 안 했다고 하던데. 설마…?”
“이 미친놈들이!? 아니야!”
개떡 같은 오해가 생기는 것 같아 소리를 내질렀다.
소름 끼치게 누구랑 누굴 엮는 거야!
내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앞에 있던 팽우진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왜 그러시오?”
“아닙니다. 좀 개소리가 들려와서.”
팽우진과 대화하며 뒤로 손을 휘적인다.
접수원에게 빨리 줄 거 달라는 뜻이었다.
그러자 접수원도 눈치챘는지 다급히 내 손에 무언가 들려주었다.
자그마한 보석이 박힌 목패다.
접수를 완료했다는 표식이었다.
“그…패에 관한 설명을….”
“알고 있으니 됐습니다.”
“예?”
목패에 대한 설명을 안 듣고 품속에 넣었다.
“목패는 맹 측에서 만든 지 얼마 안 된 것이라 설명을 들으심이…!”
“알고 있어요. 신분 확인용이잖아요.”
보란 듯이 목패에 박힌 보석에 내기를 불어넣었다.
그러자 보석에 작게 빛이 들어온다.
동시에 탁상 위에 놓인 보석에도 빛이 들어왔다.
“됐죠?”
“아, 예…예.”
목패에 있는 보석과 저 보석을 연동시켰다.
이는 맹에서 만들어낸 물건으로 상대의 신분을 더 확실히 확인하게끔 만드는 물건이었다.
‘원래라면 한 일 이년 뒤에 나올 물건이 지금 나왔다는 건.’
아마 무당검선이 맹주가 되며 생긴 변화일 것이다.
대부분 이런 물건은 무당에서 제작되니 말이다.
‘빨리하고 튀든가 해야지. 쯧.’
이렇게 된 거 그냥 더 얘기가 오가기 전에 도망치자.
그런 마음으로 끝내고 움직이려고 했다.
“그럼, 팽 공자.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다음에 뵙지요.”
팽우진에게 대충 인사를 한 뒤 빠른 걸음으로 이곳을 벗어나려던 찰나.
꽉-!
지나가던 나를 팽우진이 붙잡았다.
“구 공자. 어디 가시오. 이렇게 다시 만난 것도 인연이거늘!”
“아니…. 제가 일이 좀 있어서-.”
귀찮게 붙잡은 손을 뿌리치고 벗어나려던 순간.
‘음?’
소매를 잡은 손길이 제대로 풀리지가 않는다.
힘이 상당했다.
어거지로 풀자면 풀 수는 있겠는데, 이쪽도 힘을 크게 주지 않았음을 보자면.
‘어쭈.’
묘한 기색이 느껴진다.
‘구희비도 그렇고 이 인간도….’
팽우진도 경지가 좀 오른 모양이었다.
원래도 완숙한 절정이긴 했다만, 느낌을 보면 그 정도가 아니었다.
화경이라도 닿은 걸까?
이를 떠올리니 속에서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아주 개나 소나 다 오르는구만.’
맞다면 참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다.
화경이 쉽게 닿을 수 있는 곳도 아니고 재능 있는 무인이 한 평생 수련해서 닿을까 말까 한 경지거늘.
어째 만나는 인간마다 이 수준일까.
내가 이번 생에 빨리 강해질수록 다른 인간들도 수준이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졸라 억울하네.’
누군 뼈 빠지게 수련하고 기연이란 기연은 다 처먹고 오르고 있는 건데.
하여튼 천재라는 새끼들이란.
“하아….”
한숨을 내쉬며 살짝 힘을 줬다.
툭-!
이질감이 느껴지긴 하지만, 손쉽게 악력을 풀어낼 수 있었다.
“오…?”
그러자 팽우진이 짧게 감탄사를 뱉어낸다.
이렇게 풀릴 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
“오랜만이라 반갑긴 합니다만. 제가 일이 있어서 말입니다.”
“그래도 마침 딱 점심때인데 같이 식사라도 하면 어떻겠소.”
듣자마자 질색해야 했다.
‘식사라니 이 인간아.’
딱히 친한 사이도 아닌데 남정네랑 단둘이 밥을 먹는다고?
‘먹다 체하겠네. 그럴 바에 안 먹고 말지.’
어림도 없는 소린지라 그대로 지나가려는데.
“아니 됐습-.”
“요 근처에 만두로 유명한 맛집이 있는데, 같이 좀 먹으면 좋지 않겠소.”
“…만두요?”
뱉으려던 말을 멈추고 팽우진을 쳐다봤다.
…만두라고?
‘아니…. 정신 차려.’
순간 들던 욕망을 지워내며 고개를 내저었다.
내가 아무리 만두를 좋아한들 이건 아니었다.
“미안하지만. 식사는 다음에….”
“만두 나왔습니다!”
“…응?”
애써 거절하고자 말을 뱉으려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몸은 이미 웬 객잔 안에 들어와 있었다.
“…”
설마 몸뚱이가 말을 안 듣고 따라와 버린 것인가.
만두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나.
심지어는.
“마음에 드는 모양이오. 다행이구만.”
“제기랄.”
내 손은 이미 만두를 집어 먹고 있었다.
맛있네. 아주 더럽게 맛있어.
‘하필이면 이 집이라니.’
만두 맛을 보며 깨달았다. 어딘지 아는 곳이었다.
어찌 모를까. 여긴 안 그래도 내가 하남에서 좋아하는 맛집이거늘.
입맛이 없다 싶으면 모용희아가 종종 사다주는 집이기도 했고.
일이 없으면 혼자 와서 먹기도 하는 곳이었는데, 이곳을 팽우진이 데려온 것이다.
“몇 번 와본 곳인데. 이곳이 맛이 참 좋더이다.”
새끼…. 마음에 안 드는 것과 별개로 만두 먹을 줄은 아는 모양이다. 조금 마음에 드네.
“예, 맛은 있네요.”
“마음에 든다면 갈 때 포장을 부탁하리다. 내 구 공자를 위해선 그 정도는 사드릴 수 있지.”
“그럼 열 개만 좀 부탁드립니다.”
“…예상보다 좀 많구려.”
개수를 들은 팽우진이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돈도 많을 양반이 뭐 이런 걸로.
‘사준다길래 반절이나 줄여서 말 한 건데 말이야.’
혼자였으면 열 개가 뭐야? 아마 스무 개는 싸서 갔을 텐데.
열 개라 부른 건 순전한 배려였다.
“술도 좀 드시겠소?”
“아니요. 제가 술은 좀 싫어합니다.”
“오, 그거 좀 의외구려.”
그런가?
“술 좋아하게 생겼습니까?”
“아니, 꼭 그런 건 아니오만. 딱 잘라 안 마신다는 이는 신선해서 말이오.”
“별맛도 없는 거로 입맛 버리고 싶진 않아서요.”
전생부터 그랬다.
술이 당기는 날은 있을지언정, 즐기기 위해 마신 적은 없다.
천마가 마시라고 주거나 마시지 않고선 못 배길 날에나 마셨지, 홀로 술을 적신 적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럼 즐겁게 식사나 합시다.”
“팽 공자는 마셔도 됩니다만?”
“나도 술을 좋아하지 않소.”
응?
“근데 왜 마시겠다고….”
“난 안 마시고 구 공자가 마신다면 잔 정도는 맞춰주려 했지. 근데 안 마신다니 참 마음에 드오. 우린 입맛까지 닮은 것 아니겠소?”
“진짜 세상 징그러운 말이네요.”
술보다 입맛이 더 떨어질 얘기였다.
표정을 잔뜩 찡그리며 만두를 한 입 더 먹고 있으니, 팽우진이 내게 말을 묻는다.
“잠룡은 주변에 없나보오? 같이 다닌다고 들었는데.”
“그런 소문이 있습니까?”
“소문까진 아닌데. 그렇다고는 들었소.”
소문은 아닌데 들었다니 뭔 개떡 같은 말이람?
“오랜만에 얼굴이나 볼까 싶었소만. 아쉽군.”
팽우진의 표정엔 진짜 아쉬움이 엿 보인다.
그걸 보며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둘이 아는 사이라고 했지.’
어렴풋이 들었던 것 같다.
어느 정도 친한지는 모르겠으나 팽우진과 우혁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말은 들었다.
“하기야, 도인이니 만두도 못 먹을 터. 불러봐야 아쉬움만 보일 뿐이겠소.”
“…”
말을 들으니 그다지 친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놈이 고기 처먹는다는 걸 모르는 걸 보니 말이야.’
우혁이 도인이라고는 하나 온갖 산해진미를 아무렇지 않게 먹어대고는 했다.
괴선이 그러한 걸 보면 아마 스승을 보고 배웠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주변 인간들이 하나같이 정상이 아니야.’
친구라고 둔 인간들을 떠올리니 머리가 아파질 지경이다.
역시 나 같이 정상적인 인간은 제정신으로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었다.
정신 바짝차리자. 이러다 나까지 이상한 놈이 될 것 같았다.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까딱였다.
만두도 한입 베어 물며 말이다.
“불러도 크게 문제없지 않겠습니까? 도인이 만두 좀 먹을 수도 있지.”
“…음?”
이번 말은 팽우진이라도 이상했는지 표정이 미묘하게 변한다.
그래, 저 팽우진조차 도인이 고기를 먹는다는 걸 이상하게 본다는 건데, 그걸 해내고 있는 우혁과 괴선이 미친 인간들이 맞았다.
게다가.
“땡중도 고기를 먹는 판국에…. 도인이 먹는 것이야 뭐 어떻겠습니까.”
이는 저 한편에서 밥을 먹고 있는 인간도 매한가지였다.
덜컥-!
내 말에 구석에서 조용히 먹던 누군가가 흠칫 몸을 떤다.
그 반응에 팽우진의 고개도 돌아갔다.
그의 얼굴엔 머쓱한 감정이 떠 있었다.
“…이것 참…. 모른 척해주려 했는데.”
팽우진은 애써 못 본 척하려고 한 모양이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저걸 봤는데 어떻게 꼽을 안 주겠는가.
“이런 건 오히려 아는 척을 해줘야 상대도 편한 겁니다. 나름의 배려지요.”
“…그런가?”
내 말에 팽우진이 몰랐던 사실이라는 듯 눈을 키운다.
“다음부터는 그래야겠소. 좋은 가르침 감사하오.”
“별말씀을.”
별 것 아니라는 듯 손을 휘젓고선 다시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못 들은 척하지 말고 그냥 이리 오지?”
“…큽…쿨럭!”
그러자 사레라도 걸렸는지 헛기침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린다.
이어 내 말에 한 청년이 끝내 고개를 이쪽으로 돌렸다.
어지간히 열심히 먹었는지 입가엔 기름이 자글자글했고 애써 가린듯한 망토 안으로 황금빛 눈동자가 선명히 보였다.
그걸 보며 내가 피식 웃음을 머금었다.
“우리 또 보네?”
“…”
소림의 기대주이자 현 최연소 화경이라 불리는 최강의 후기지수.
신룡(神龍) 유연이 내 말에 인상을 왈칵 구겼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