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174
주변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수십 개나 날아온 연막탄이 사방 곳곳에서 터졌고,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만큼 주위는 뿌옇기 그지없었다.
호위들이 손을 휘둘러 연기를 없애 보려 하지만, 계속 터지는 연막탄들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제길!”
호위대장은 욕설을 내뱉으며 내공을 끌어올렸다.
검풍을 일으켜 주변의 연기를 조금이라도 없애기 위해서였다.
한데, 눈앞에 시꺼먼 인영이 느닷없이 나타났다.
“뭐?! 컥!”
퍽!
짧은 소리와 함께 호위대장의 몸이 축 늘어졌다. 말 위에서 떨어진 그는, 신음만 흘린 채 제대로 일어서지 못했다.
삐이이익-!
그리고 호각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곳곳에서 둔탁한 타격음이 들렸다.
도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호위들이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고 짐수레를 지키려 했다.
하나, 가장 앞선 짐수레가 느닷없이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그 뒤를 따라 수레들이 우르르 빠져나갔다. 깜짝 놀라 붙잡아 보려 해도, 이미 연막 너머로 사라져 버린 그것을 되찾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십여 대나 되는 상단의 짐수레가 그야말로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대장! 괜찮으십니까?”
콜록콜록 기침하며 호위 중 한 명이 쓰러진 호위대장을 부축했다. 다행히 숨은 제대로 붙어 있었으며, 슬그머니 눈을 뜨는 것이 심각한 상처를 입은 것 같지는 않았다.
“크윽…… 이게 어찌 된 노릇이냐?”
“모르겠습니다. 사방에 연막이 깔리더니 누군가 저희를 습격했습니다. 놈들이 짐수레를 모조리 가지고 도망갔습니다.”
“흔적은?”
“연기 때문에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만…… 수레의 무게가 있으니, 땅에 흔적이 남아 있을 것입니다.”
수하의 설명에 호위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흔적이 남아 있다면 얼마든지 뒤를 쫓을 수 있다. 또한 상당히 많은 짐이 실려 있는 만큼 쉽사리 수레를 없애지도 못할 것이다.
호위대장은 호흡을 고르며 몸을 움직였다.
이윽고 가장 뒤에 있는 마차를 향해 다가갔다.
마차 옆으로 가서 꾸벅 고개를 숙인 그가 입을 열었다.
“괜찮으십니까?”
“나는 괜찮다네.”
다행히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다친 곳은 없는 것인지 그 목소리에는 여유가 있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부족하여 물품을 모두 도둑맞았습니다.”
“괜찮다네.”
“예?”
순간 피식하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러곤 마차의 창문이 열리더니 호남상단의 총관 공죽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는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누가 봐도 물품을 빼앗긴 사람의 표정은 아니었다.
“괜찮다 하였네. 전부…… 예상했던 범위 내라네.”
“……?”
호위대장은 도무지 그 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 * *
일련의 무리가 재빠르게 짐수레를 끌고 있는 말을 몰아 산길을 올랐다.
땅이 고르지 않아 크게 덜컹거리는 것조차 신경 쓰지 않고, 그들은 다급하게 자리를 벗어나는 것만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뚝뚝-
게다가 오늘은 운이 좋았다.
흔적을 없애기 위해 물길까지 구해 놓았는데, 때마침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먹구름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적잖은 양이 쏟아질 것 같으니, 수레가 지나간 흔적은 빗물이 지워 줄 것이다.
“조금만 더 달리면 됩니다!”
“안다!”
그 무리들은 씩 웃음을 지었다.
이제 곧 동정호가 나올 것이다.
그곳에 미리 준비해 두었던 배에 짐을 싣기만 하면, 엄청난 부를 얻을 수 있다.
그런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뛰어 왔다.
이들은 아주 오랫동안 호남상단을 지켜보았다.
몰려다니며 도둑질을 일삼던 자들답게 치밀하게 계획을 준비했고,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여 몇 개의 차선책까지 만들어 놓았다.
지금까지 그들은 도둑질을 하면서 실패한 적이 없었다.
어쩌면 중원에서 제일 유명한 도둑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그 무리를 이끄는 두목 양철상은 물건이 가득 실린 짐수레를 바라보며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역시 호남상단을 지켜봐 오길 잘했다.
여지 것 한 번도 상행을 실패해 본 적이 없는 자들인 만큼 방심할 것이라 믿었다.
하여 대규모 상행이 꾸려진다는 소식을 듣기 무섭게 몇 가지 계획을 준비했고, 그 결과는 아주 좋았다.
이제 동정호에 도착하기만 하면 모든 계획은 마무리가 된다.
“다 왔습니다!”
앞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양철상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 몇몇 사람들이 커다란 배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하나같이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적은 아니었다.
돈을 주고 고용한 낭인들로 수레의 짐을 옮겨 줄 인원들이었다.
그다음엔 호남상단의 추격을 뿌리칠 용도로도 쓰일 것이고.
그곳에 짐수레를 세운 양철상이 크게 소리쳤다.
“시간이 없으니 어서 옮기시오!”
그 소리에 사람들이 재깍 반응했다.
부랴부랴 낭인들이 움직였다.
재빠른 몸놀림이야말로 일을 빠르게 마무리하는 첫 번째 요소.
그들은 발 빠르게 이리저리 움직이며 십여 대나 되는 짐수레 앞에 섰다.
이윽고 새까만 천을 걷어 내는 순간.
“멈춰라!”
우렁찬 고함과 함께 짐수레에서 사람들이 튀어나왔다.
포졸들은 물론이고, 무공을 익힌 이들까지 있었다.
처음부터 수레에는 짐을 싣지 않고, 사람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뭐…… 야……?”
양철상은 그것을 바라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천을 걷어 냄과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 포졸들과 무림인들이, 단숨에 창칼을 뽑아 낭인들과 양철상 무리를 향해 겨누었다.
“움직이는 이가 있다면 모조리 죽여라!”
쩌렁쩌렁-!
주변으로 울려 퍼지는 그 한마디가 양철상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
그는 지금 눈앞에 있는 이가 누구인지, 얼굴을 알고 있었다.
양철상은 마른침을 꼴깍 넘겼다.
장사의 현령 구황중이었다.
심지어 그 옆에 있는 것은, 호남에서 제법 이름을 날리고 있는 무림인들로 호남상단에서 고용한 게 분명했다.
그들의 살기가 짙게 흐르니 섣불리 움직였다간 목이 날아갈 것이다.
“마, 말도 안 돼……!”
양철상은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들이 습격할 것이라고 예상했단 말인가?
그래서 이 많은 이들을 일부러 수레에 숨겨 놓고 상행으로 위장했단 말인가?
파르르-
입꼬리가 떨렸다.
이윽고 들려온 구황중의 목소리가 그의 마음을 더욱 흔들었다.
“이것들을 모조리 포박하라! 저항하는 자는 죽여도 좋다!”
“예!”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포졸들이 오늘만큼 두려워 본 적이 없었다.
* * *
“음…….”
“…….”
“끄응…….”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는 무리가 있었다.
복면을 쓰고 있는 세 사람은, 처음 저들이 호남상단의 상행을 습격하는 순간부터 하나도 빠짐없이 지켜봤다.
당황했다.
자신들이 하려던 짓을 먼저 실행에 옮긴 자들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결과적으로 저들이 물건을 가지고 도망친다면, 일이 더 수월할 것이란 생각에 가만 지켜보고만 있었다.
이윽고 동정호 물줄기 앞에 멈춰 서 배로 짐을 옮기려는 낌새가 보이자, 단우현은 앞으로 나서려 했다.
한데,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안에 물건은 없고 사람만 타고 있었다니?
심지어 포졸과 현령으로 보이는 자까지 나타났다.
“굉장하군.”
“예, 멋지네요.”
“아무 생각 없이 다가갔다면 우리가 당했을 겁니다.”
남궁소혜가 어색하게 웃음을 지으며 권무진의 말에 동의했다. 어느 누가 저 짐수레 사람이 타고 있을 것이라 생각을 했겠는가?
단우현조차 깜빡 속아 넘어갔다.
만전을 기하기 위해 내가고수가 아닌 이상 보이지 않을 만큼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 수레에 탄 이들의 기척을 느끼지 못한 탓도 있었다.
“우리를 잡으려고 미리 파 놓은 함정이겠죠?”
“그럴 테지.”
한숨을 내쉰 단우현은 턱을 쓰다듬었다.
저 도둑들이 아니라 그가 먼저 나섰더라면, 자칫 곤란한 상황이 펼쳐졌을 것이다.
무림인도 아닌 관리들이 상대라면 여러모로 귀찮아질 게 뻔했다.
“우리의 움직임을 읽고 있었다는 건가?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제법이로군.”
“아까 그 마차에 타고 있던 자의 계획이 아닌가 싶습니다.”
권무진의 말에 단우현은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습격 직후부터 무언가 이상하기는 했다. 당장 뒤를 쫓아야 하는 상황임에도 호남상단은 무척이나 평온했으니까.
“설사 함정에 걸렸다고 해도 빠져나올 방법이야 수두룩합니다만…….”
또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자신할 수는 없었다.
“후우- 이래서 나쁜 짓은 할 게 못 된다는 거예요.”
남궁소혜의 입에서 나온 것은 틀림없이 안도의 한숨이다. 권무진의 말대로 빠져나오는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었을 테지만, 자칫 호남땅에 복면을 뒤집어쓴 삼인조를 잡기 위한 용모파기가 걸렸을지도 몰랐다.
차라리 이게 잘된 일이었다.
단우현은 모든 광경을 지켜봤다.
포졸들이 재빠르게 움직이며 도둑들을 포박하기 시작했다.
그중 복면을 쓴 몇 놈이 도망을 치기 위해 몸을 날렸으나, 호남상단에서 고용한 것으로 보이는 무림인들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벌써 수 명이 죽어 고혼(孤魂)이 되었다.
단우현이 그 모습을 지켜보며 중얼거렸다.
“처음부터 계획된 일이라……. 내가 놈들을 너무 만만하게 봤나 보군.”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단우현은 인상을 썼다.
이 모든 것들이 누군가의 의도대로 벌어진 일들이라 생각하니, 마치 부처님 손바닥 위에서 놀고 있는 손오공이 된 기분이었다.
기분이 더러웠다.
허탈하기 짝이 없는 웃음을 지은 단우현이 등을 돌렸다.
어쨌거나 여기에 도둑맞은 물건이 없다면 더 이상 볼 것도 없었다.
“가십니까?”
“그래.”
앞서 걷는 단우현의 발걸음이 제법 빨랐다.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는 것으로 보아, 그의 기분이 상당히 나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손오공이 부처를 죽이려고 한 이유가 뭔지 아느냐?”
“글쎄요……?”
“더 이상 그 손바닥 위에서 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 말은 남긴 단우현의 눈매가 좁혀졌다.
싸늘한 그의 표정은 보는 것만으로도 겁을 집어먹게 했다.
권무진과 남궁소혜가 꾹 입을 다문 채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