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61
“죄…… 죄송합니다.”
“하아…….”
당문혜는 널브러져 있는 이들을 바라보며 말을 잃었다. 하나같이 중상이 아닌 이들이 없고, 멀쩡히 일어설 수 있는 자 역시 없다.
이름 없는 무사들도 아닌, 사천당가의 정예들이다.
어느 누가 있어 이들을 이리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사천황이라는 자가 그리 강했나요?”
“아, 아닙니다. 진태공이 아니라…… 호, 호랑이가.”
“호랑이? 고작 호랑이한테 당했다고?”
당문혜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이들을 바라봤다.
짐승이기에 강하기는 하다.
하지만 당가의 정예들이 모여 있는 이 상황에서, 호랑이 한 마리에게 당했다고 하기에는 너무 강자들만 모여 있지 않은가.
심지어 주변에는 호랑이의 사체도 없다.
그것은 곧, 짐승은 온전히 살아 있다는 말이다.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이란 말인가?
“그, 그냥 호랑이가 아니라…… 배, 백호와…….”
“백호?”
“예……. 그리고 삭월묘 한 마리가…….”
“하!”
당문혜는 지끈거리는 미간을 부여잡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호랑이도 모자라 백호라니? 그마저도 어이가 없는 일인데, 삭월묘라니?
그 만월에만 모습을 드러낸다는 고양이 말인가?
실제로 존재하기나 하나.
“응? 백호랑 삭월묘라고요?”
“에, 예……. 정말…… 무, 무시무시하게 강했습니다.”
“두…… 마리가 같이 있었다고……?”
“예.”
“그리고…… 신녀와 진태공이 있던 곳에……. 웬 이상한 사람들도 있었고?”
“어찌…… 아십니까?”
당문혜의 입에서 기나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은 느낌이다.
금지란과 진태공이, 마차를 강탈하여 도주를 하려 하다가, 뭔지도 모르고 달려들어, 지옥 불길 속으로 뛰어든 것이 분명해 보였다.
이렇게 된다면…….
“더 이상 추적은 무리네요.”
“괘, 괜찮습니다. 저희는 아직…… 할 수 있습니다.”
“…….”
어렵사리 일어서려는 이를 바라보며 당문혜는 말을 잃었다.
할 수는 있다.
하지만 해 봐야 별다른 소득을 낼 수 없으니 허튼 곳에 시간을 쓰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여겨졌다.
“……돌아가죠.”
“하, 하지만…….”
“돌아갑니다. 사천에서 남은 잔당을 처리하는 게 더 이득일 테니까요.”
이런 식에 결말은 당문혜 역시 원치 않았다.
신녀와 사천황 진태공이라면 놈들의 세력을 확실하게 꺾어 버릴 수 있는 중요한 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저승사자 손에 넘어가 버렸고, 그것을 되찾으려 시도를 했다간 사천당가의 뿌리가 뽑혀 나갈 것이다.
저쪽은 작은 피해조차 없을 테지.
그런 생각을 하니 허탈함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천하의 사천당가가 이리도 작아 보일 수 있단 말인가.
애써 쓴웃음을 입에 머물고 등을 돌렸다.
“아…… 아가씨……. 저희 좀…… 데려가 주십쇼.”
“…….”
이내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녀가 쌍심지를 치켜뜨며 시선을 돌렸다.
* * *
“…….”
“…….”
장삼태는 말없이 식은땀을 흘렸다.
뒤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시선이 어찌나 매섭던지 뒤통수를 송곳으로 찔러 대는 그러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속이 느글거리는 것이, 토악질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왜 서장인 것이냐?”
그때 단우현의 무덤덤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다소 어이가 없는 것인지 주변을 힐끗 둘러보며 말을 건넸는데, 틀림없이 청해가 나와야 할 것인데 이상하게 서장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아니…… 그, 생각 없이 달리다 보니…… 길을 잘못 든 것 같습니다만……?”
“만?”
“……잘못했습니다.”
기실 이것은 장삼태의 잘못이 아니다.
이동하던 도중, 몇 차례 갈림길이 나왔다.
지난번 왔던 길하고 다른 것이, 길을 조금 잘못 든 것 같았기에 단우현에게 물어보았는데, ‘어느 쪽이든 상관없으니 가거라.’라는 말에 그저 생각 없이 마차를 몬 것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단우현의 목적지는 어디까지나 청해다.
청해에서 서쪽으로 가는 것이, 신강으로 들어가는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길이 서장으로 들어서는 길인지 어찌 알았겠는가?
또, 아무 데나 가라며?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애써서 달래며 어색하게 웃었다.
“하, 하하! 서, 서장도 엄청 좋습니다요. 한 번도 안 가 보셨죠? 저도 처음입니다요.”
“…….”
아무런 대답조차 하지 않는 이를 돌아보며 애써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리 조용하면 괜히 더 위축되는 것이 사람이다.
하지만 장삼태는 허리를 곧게 폈다.
이럴 때일수록 당당해야 하는 법이다.
“서장은 지금 꽤 혼란스럽다던데……. 또 무슨 일이 엮이는 거 아닌가 몰라…….”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라, 진짜!”
남궁소혜의 한마디에 장삼태가 버럭 화를 내며 돌아봤다. 그렇지 않아도 이런저런 일이 엮이는 탓에 일정이 많이 지체되었는데, 더는 그런 일에 엮이고 싶지 않은 그였다.
더군다나 서장에서 일이 엮인다면 그 상대는 누구일까? 굳이 깊게 생각을 하지 않아도 바로 느낌이 오지 않는가?
바로, 포달랍궁이다.
과거, 금천수왕의 얼굴을 떠올리자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 늙은이에게 강제로 머리가 밀리고, 궁의 무공을 익히던 그때는, 지금 생각해도 지옥이 따로 없었다.
물론 그보다 더 지옥은, 사도학에게 무공을 배울 때이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때는 적어도 머리를 밀진 않지 않았던가.
“그 노친네들과 엮이지는 않겠죠?”
“노친네들이라면…… 라마승을 이야기하는 거냐?”
“예! 그 망할 노친네들!”
단우현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한 번 보기는 했으나, 딱히 담아 두지 않았던 자들이다. 굳이 엮일 필요도 없으며 또 그러고 싶은 생각조차 없었다.
“걱정하지 마라. 그럴 일은 없을 테니.”
“……장주님이 그런 말 하면 더 엮이던데 말입니다.”
“…….”
단우현이 아무런 표정 없이 장삼태를 바라봤다.
그 순간, 무언가 기이한 느낌을 눈치챈 그가 가볍게 고개를 돌리며 옆을 바라봤다. 일부러 단우현의 시선을 피하려는 듯한 행동이었다.
이내, 장삼태가 호통을 쳤다.
“아따! 마차 좀 잘 몰라니까. 엄청나게 덜컹거리네.”
“…….”
“사람이 말을 하면 대답을 해야지!”
“아…… 알겠습니다.”
장삼태의 옆에서 말을 몰고 있는 진태공은 부들부들 입가를 떨었다. 영문 모를 노친네들에게 붙잡혀 두들겨 맞은 것도 억울한데, 이제는 하인 노릇까지 하고 있으니 그 딴에도 울분이 치솟는 것이다.
그러나, 함부로 주먹을 휘두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이 일행들, 강해도 너무 강하다.
두 노친네는 말할 것도 없고, 가주라 불린 이는 아예 다른 세상에 사는 이 같았다. 눈만 마주쳤다 하면 숨이 턱턱 넘어가려 할 정도이니 말해 무엇할까.
그리고 이 장삼태라는 자.
겉으로 보기엔 말 많고 얍삽하기 짝이 없는 이다.
주둥이를 나불거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데, 보이는 것과 다르게 주먹이 무척 매운 데다 다리가 엄청 빠르고 강력하여 걷어차이는 순간, 뼈가 가루가 될 것만 같았다.
이런 이들에게 어찌 도망을 치겠는가?
이런 이들에게 어찌 반항을 하겠는가?
진태공은 자신이 마치 지옥 불길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을 겪고 있었다.
“어휴…… 저 못된 심보 진짜. 괜찮아요. 마차가 당연히 덜컹거리는 거지.”
“가, 감사합니다!”
그러나 이런 무시무시한 저승사자들 속에서도 선녀가 한 명이 있으니 그분이 바로, 천하의 남궁소혜가 아니던가.
중원 제일의 미녀라 불리는 만큼 마음씨도 곱다.
왜 이런 곳에서, 이런 이상한 놈들과 엮이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녀의 목소리와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치유되는 것 같았다.
그때 장삼태가 볼멘소리를 내며 인상을 찌푸렸다.
“내참! 이쪽 일은 신경 쓰지 말고 저년이나 좀 어떻게 해 보라고. 내 살다 살다 저런 미친년은 또 처음이니까.”
“저건…… 저도 어쩔 수가…….”
남궁소혜가 힐끗 마차 구석에 박혀 있는 금지란을 바라봤다.
그녀의 앞에는 단소미가 다소곳이 앉아있었는데, 언제 마차에 올라탄 것인지 그 주변을 서성이며 놀고 있는 백묘가 보였다.
“아아-! 어찌 이처럼 고귀하실까……. 저는 그대에게 제 영혼까지 바칠 수 있나이다.”
냐옹!
두 눈을 반짝거리며 어떻게 해서든 백묘의 환심을 사보려 애를 쓰지만 백묘는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고, 단소미의 어깨를 타고 머리 위로 올라갔다 내려오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광경에 단소미가 쓴웃음을 머금고는…….
“어, 언니, 백묘는요…… 그냥 고양이에요. 고귀하지 않거든요.”
“무슨 그런 불경한 소리를! 백묘님의 이 아름다운 자태가 보이지 않는 겁니까? 어서 그대도 백묘님께 머리를 조아리세요!”
한껏 인상을 찌푸린 금지란이 언성을 높이며 단소미를 향해 다가갔다. 양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붙잡으려 손을 뻗는 그 순간.
콰직!
“끄으으윽?!”
위협을 느낀 백묘가 가볍게 금지란의 손가락을 깨물었다. 강하지는 않으나 명백히 적의가 담긴 힘인지라, 상당한 고통이 느껴졌을 것이다.
그 광경에 당황한 단소미가 휘둥그레 눈을 치켜떴다.
“괜찮아요?”
“무…… 물론이죠. 아아- 오늘은 축복을 받아 버렸습니다. 이것은 백묘님이 저에게 내리는 신뢰의 의미 아니겠습니까?”
캬아아악!
순간, 백묘가 소름이 끼쳤는지 온몸에 털을 곧추세우며 이빨을 드러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무서운지 더 다가오면 죽여 버리겠다는 협박을 하는 듯했다.
단소미가 급하게 백묘를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정신이 좋지 않은 분이니까…… 너무 화내지 마.”
냐옹.
순간, 백묘가 기가 죽은 목소리를 내며 폴짝 품에서 뛰쳐나왔다. 이내 달리는 마차에서 재빠르게 밖으로 몸을 날려 밖으로 뛰쳐나갔다.
“배…… 백묘님?! 저, 저를 두고 어디를 가시는 겁니까! 저와…… 저와 함께 가시기로 하지 않으셨습니까?”
금지란은 제멋대로 말을 뱉으며 울상을 지었다.
기껏 삭월묘를 만났는데, 제대로 된 대화는커녕 손조차 대 보지 못했다.
어찌나 화가 나는지 저도 모르게 단소미를 쏘아봤다.
“백묘님은 곧 백호님과 함께 저와 함께 가실 겁니다!”
“아……. 하하, 머, 멋진 일이네요.”
“그러니 더는 백호님과 백묘님에게 접근하지 마세요!”
“그…… 그런데 언니, 그 손가락……. 안 아프신가요?”
단소미가 슬그머니 금지란의 손가락을 가리키며 물었다. 피가 철철 흐르는 것이, 누가 봐도 멀쩡하다고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이미 혼절을 했을 것이다.
“아…….”
그제야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본 금지란의 안색이 사색이 되었다. 이빨이 얼마나 깊게 들어간 것인지 뿜어져 나오는 피의 양이 장난이 아니다.
이내, 그녀가 크게 휘청이며 넘어갔다.
“어…… 언니!?”
단소미가 휘둥그레 눈을 치켜뜨며 쓰러진 금지란을 향해 다가가자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단우현이 말없이 한숨을 쉬었다.
이내, 마부석에 있던 장삼태가 마치 단우현의 말을 대신하듯 입을 열었다.
“저 미친년의 정신 상태는 당최 이해할 수가 없어, 쯧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