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 9 Master Inspection Technique RAW novel - chapter 49
해결해주는 엘라임의 말에 그들의 귀가 번뜩 뜨이는것 같았다.
“그렇지.타이레스가 말하길 자신의 제자가 이제 스물이라는 어린 나이로
9클래스 마스터가 되었다고 했었어.게다가 검술에도 엄청난 두각을
보인다고 했으니 일반적인 인간들의 정신과는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있겠지.그를 한번 믿어보는 것도 좋겠어.”
희망적인 노아스의 말에 실피드와 샐리온의 표정도 밝아졌다.
“그럼 저 인간을 여기에 놔두지 말고 우리의 성 중에 한 곳으로 옮기자.”
“그래.그게 좋겠다.”
주먹을 쥔 오른손으로 쫙 펴진 왼손 손바닥을 도장을 찍듯 내려치며 샐리온은 실피드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럼 내 성으로 데리고 가는게 좋겠어.흙으로 만들어진 내 성이
인간들에겐 친숙하게 느껴질테니까.”
노아스의 몸에서 뻗어나온 황갈색의 부드러운 기운이 로니엘의 몸을 허공에 붕 뜨게 했다.
가만히 정령왕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네명의 하급 정령들은 갑자기
로니엘이 성으로 옮겨진다는 소리에 당황했다.서로 눈치를 보던
세 정령들의 눈이 데미안에게로 꽂혔다.
흙의 정령왕인 노아스의 성으로 가는 것이니 데미안이 노아스에게
말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데미안은 세 친구들의 눈빛을 받고 하는수 없이 그의 자애로운 정령왕
노아스의 앞으로 나갔다. “노아스님.”
노아스는 그의 기운에서 태어난 하급 정령 데미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를 보았다.자식을 낳을 수 없는 정령인 노아스였지만 자신의
기운을 받고 태어난 모든 흙의 정령들은 그녀에겐 자식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데미안을 보는 노아스는 다른 세명의 하급 정령을 볼때보다 더 많은 애정이 담겨있었다.
“왜 불렀느냐?”
흙의 정령들은 상급 이상이 되어야만 다른 정령들처럼 날수가 있었기에
하급인 데미안은 높은 노아스의 얼굴을 올려다 보느라 뒷목이 아파왔다.
그런 데미안의 사정을 눈치 챈 노아스는 살짝 허리를 숙여 데미안을
그녀의 손바닥 위에 올려 놓았다.
“이제 편해졌느냐?”
노아스의 얼굴 바로 앞에 마주 앉은 데미안은 그런 그녀의 자상함에 마음이 편해졌다.
“감사합니다.노아스님.”
늘 장난기 가득했던 데미안이었지만 노아스의 앞에서는 순하디 순한 정령이 되었다.
“그런데 노아스님.지금 노아스님의 성으로 데려가는 저분이 저희의 주인님이십니다.
정령왕님의 성에 저희와 같은 하급 정령들이 쉽게 출입할 순 없지만 주인님이
걱정이 되어서 그분의 옆에서 계속 지켜보고 싶습니다.저희가 노아스님의 성에 갈수 있게 허락해주십시오.”
부드러운 노아스의 미소를 보았지만 하급 정령인 데미안이 정령왕인
노아스에게 부탁을 한다는게 어찌보면 건방지게 느껴질 수 있었기에
그의 목소리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히 나타났다.
“정령의 가장 큰 의무가 바로 주인을 위해서 일하는 것인데 허락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그리 걱정하지 말고 네 친구들과 함께 내
성에 오거라.저기 너의 주인의 몸위에 올라가서 같이 오는것도 좋겠구나.”
데미안을 들고 있지 않은 손의 검지로 작은 데미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노아스가 자상하게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노아스님.”
“노아스님 저희도 감사드려요.”
데미안의 말에 이어서 밑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렐과 켈리 그리고
맨디가 기쁨으로 빛나는 눈동자로 노아스를 보면서 동시에 외쳤다.
귀여운 그들을 보면서 노아스를 비롯한 나머지 정령왕들도 지긋이 미소를 지었다.
본래 냉랭한 분위기가 감도는데다 인간인 로니엘에 대한 반감으로 본의
아니게 네 정령들에게 무서움을 주었던 엘라임의 입가에도 보일듯 말듯한 미소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된거에요.”
가끔씩 옆에서 데미안과 켈리도 거들으면서 한시간 전에 벌어진 상황에 대한 렐의 이야기가 끝났다.
“그리고 정령왕님들은 조금전 주인님의 몸에서 환한 빛이 나오자 이젠
안심해도 된다면 다른 곳으로 가버리셨어요.”
많은 이야기를 해서 목이 컬컬해진 렐을 대신해 켈리가 마지막 보충 설명까지 완벽하게 해 주었다.
“그래.설명하느라 수고들 했다.”
로니엘의 칭찬에 렐의 표정은 기뻐서 볼이 발그레해졌고 켈리는 좋아서 방방뛰어 다녔다.
데미안은 혀 끝을 살짝 내밀고 헤실헤실 웃음을 터뜨렸다.
“우으으.잘 잤다.”
여지껏 혼자서 잠자고 있던 맨디가 팔과 다리를 위아래로 쭉 피며 잠에서 깨어났다.
“맨디 잘 잤어?주인님도 이미 깨어나셨어.”
아직 잠이 덜 깬 맨디의 선홍색 눈이 멍하닌 떠 있는데 렐이 그녀에게 다가가며 말을 건넸다.
렐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든 맨디가 자리에서 발딱 일어났다.
“어?정말 주인님 정신을 차리셨군요?정말 다행이에요.저 정말 주인님 걱정 많이 했었어요.”
앉아있는 로니엘의 얼굴 앞으로 날아간 맨디가 멀쩡한 로니엘을 보며 그의 주위를 뱅뱅 돌았다.
“너 주인님 걱정했다면서 너무 오래 잔거 알지?주인님이 깨어난지 생각보다 오래 되었다구.”
아이같이 좋아하던 맨디가 데미안의 말에 기 죽어 있자 옆에서 켈리가 한마디 했다.
“그러는 너도 아까 바닥에 떨어지지 않았으면 계속 잤을거 아니야?
아침에 맨디에게 당한걸로 그러는거 다 알아.속 좁기는.”
“내가 아무렴 그런 걸로 여지껏 꽁하고 있을것 같아?”
자신있게 말하는 데미안.하지만 켈리의 고개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바로 끄덕였다.
“응.너는 충분히 그렇게 보여.”
맨디는 어짜피 좋은 소리 안해줄것 같았던 데미안은 이중에 가장 객관적인 렐의 얼굴을 보았다.
하지만 렐의 대답도 가차없었다.
“사실 평소의 널 보면 켈리가 그렇게 생각하는건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봐.”
돌려서 말했지만 렐 역시 자신도 데미안이 꽁하고 있을거라 생각했다는
말에 데미안의 심적 타격은 상당히 컸다.
침대 한쪽 구석에 가서 조용히 쪼그리고 앉아있는 데미안.
네 정령중 가장 예리하게 상황을 파악하는 멋진 모습도 있었지만 오늘
로니엘에겐 많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였다.오늘만해도 벌써 세번째였다.
하지만 그 중 지금의 모습이 가장 불쌍해보인다는 생각이 로니엘의 머리속에 스쳤다.
귀여운 정령들의 투닥거리는 모습을 재미있게 보던 로니엘은 감추고 있지만
엘라임처럼 거대한 기운을 갖고 있는 네 존재와 인간계에 있을때의 로니엘의
기운과 거의 비슷한 정도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 한 존재가 함께 그가
있는 곳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곧 방문을 열고 다섯명의 존재가 다가왔다.
로니엘은 엘라임과 비슷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나머지 정령왕들의 정체를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그들 특유의 강한 속성이 외모에서부터 풍겨나온 것이다.그리고 그가 바람의
정령왕이라고 생각하는 실피드의 곁엔 그가 중간계에서 몇번 보았던 최상급
정령 실레스틴의 모습을 한 정령이 있었다.
로니엘은 자신의 최상급 정령인 실레스틴이 생각나 반가웠지만 이내 그녀도
이곳에선 이 네명의 정령들처럼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거라는 생각에
그녀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었다.실레스틴의 모습을 한 그녀는
아주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로니엘에게 제일 먼저 다가온 것이다.
“로니엘님.이곳에서 뵙게 될줄은 정말 몰랐어요.다행히 실피드님께서
노아스님께 잘 말씀들려주셔서 저도 로니엘님을 보러 오게되었답니다.정말 반가워요.”
중간계에서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최상급 정령이라도 그 목소리는
모두 제 각각 이었기에 로니엘은 실레스틴의 목소리를 단번에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럼 네가 그 실레스틴인 건가?”
어느새 그의 옆에 앉은 실레스틴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로니엘님.그리고 제 이름은 실리스에요.이제는 절 부르실때는 언제나 실리스라고 불러주세요.”
“실리스.네가 항상 말하던 주인이 바로 타이레스의 제자였구나?”
실피드는 자신이 아끼는 실리스가 항상 즐거운 눈으로 말하던 그 주인이
로니엘이라는 사실에 단순히 타이레스의 제자를 대할때와는 달리 눈에
띌 정도로 그에 대한 호감이 상승했다.
“맞아요.실피드님.로니엘님 인사하세요.제가 모시고 계시는 바람의 정령왕이신 실피드님이세요.”
안 좋은 첫만남이었지만 이미 엘라임때문에 정령왕의 거대한 기운을
감당해봤던 로니엘은 공손한 태도로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
“온 세상에 부는 바람의 근원이신 실피드님을 만나뵈어 영광입니다.
전 로니엘 클레이톤이라 합니다.”
“호호호.나도 실리스에게 네 이야기를 듣고 언제 한번 만나보고 싶었는데
이런 인연이 닿을 줄은 몰랐구나.”
정령왕이었지만 웃음이 묻어나는 실피드의 목소리에선 로니엘에게
위압감을 주는 그 어떤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너라면 내가 누구인지 이미 짐작하고 있겠지?”
다정한 열혈남 샐리온이 로니엘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었다.
새빨간 머리색과 눈동자 그리고 감춰진 거대한 기운.그의 기운만 느낀다면
샐리온의 정체를 알아차리는 일은 누구나 가능한 일이었다.가벼운 말로
로니엘의 부담감을 덜어주는 샐리온의 배려에 감사하며 로니엘은 그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물론입니다.샐리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