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 9 Master Inspection Technique RAW novel - chapter 53
우선 북쪽에 위치한 실피드의 성은 유백색의 돌들로 이루어졌는데 그곳에
서 강한 바람이 흘러나오는것이 눈으로도 보일 정도였다.그 바람은 지금
로니엘의 머리를 흔드는 산들바람이 되어 전달되고 있었다.그리고 놀기
좋아하는 실피드의 성향에 따라 성 주위를 날아다니는 다양한 모습의 실
레스틴들이 많이 보였다.실레스틴들 모두가 노는것을 무척 좋아하는지
아니면 한곳에 앉아있는 것을 싫어하는 것인진 모르겠지만 로니엘의 눈
에 가만히 앉아있는 이는 하나도 보이질 않았다.
서쪽에 있는 것은 투명한 얼음으로 만들어진 엘라임의 성이었다.성의 벽에는
시원해 보이는 물줄기가 마치 폭포수를 이루듯 길게 떨어지고 있어서 보는 이
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었다.성 전체의 벽이 투명한 얼음이다 보니 빛을 받을
때마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것이 주위에 흐르는 물줄기와 함게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동쪽에는 건물 전체가 활활 불타오르는 화염으로 둘러싸인 샐리온의 성이 있었다.
엘라임의 성에 물이 흘렀다면 샐리온의 성 주위에는 마그마가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성은 물론 그 주변의 땅도 전혀 녹지 않았다.
하지만 불타오르는 불꽃의 빛때문에 그 주변은 다른 성 주위에 몇배는
더 환했다.밤이고 낮이고 샐리온의 성만큼은 언제나 대낮보다 더 환했다.
마지막으로 남쪽에 있는 것은 어제 로니엘이 잠깐 있었던 노아스의 성이었다.
안에서 그가 봤던 것과 마찬가지로 성 전체는 황토빛 흙으로 되어있었
는데 그 전체를 타고 자라난 담쟁이 덩쿨과 그 사이사이에 핀 꽃들로
가장 친근감이 들고 따뜻해보이는 곳이었다.
성 주위는 커다란 나무들이 담벽처럼 둘러싸고 있었다.하지만 그 앞에
는 확 트여 있어서 성을 보는데 아무런 지장을 주지 못했다.
그 앞에는 각종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 있었는데 그곳에서 나는 향긋한
꽃향기가 북쪽에서 내려오는 실피드의 바람을 타고 정령계 전체에 퍼지고 있었다.
성은 쉽게 찾았지만 로니엘은 선뜻 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상당히 먼거리인 그곳까지 걸어가다보면 그가 이곳 정령계에 머물수
있는 시간을 초과하게 될것이뻔했고 그렇다고 마법을 쓰면 지금도 계
속 닳고 있는 마나를 더 빨리 소모하게 될것이기 때문이다.
가만히 엘라임의 성을 바라보며 고민하는 로니엘의 귀로 반가운 음성이 들렸다.
“주인님.일찍 오셨네요.”
맨디를 제외한 세명의 하급 정령들이 그의 기운을 느끼고 아침부터
날아오면서 렐이 큰소리로 말했다.
“온지 몇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내가 온것을 느끼고 온 것이냐?”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을 잘 따르는 정령들을 보며
로니엘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그는 맨디가 보이지
않았지만 이미 어제 그녀가 잠이 많다는것을 알아챘기에 그 일에
대해서 물어보지는 않았다.
“저희가 괜히 주인님의 정령들이겠어요?호호호호.”
장난스런 말투로 말한 켈리가 경쾌한 웃음소리를 냈다.
“켈리 말이 틀리진 않지만 저희가 이렇게 금방 찾아온 것은 주인님이
오시는 곳이 저희들의 집에서 가까운 곳이어서 가능했던 거예요.”
제대로 된 데미안의 설명에 로니엘의 작은 궁금증이 깨끗하게 사라졌다.
그런데 정령들의 말투 중에 그의 귀를 거슬리게 하는 것이 있엇다.
언제나 자신을 부를때 주인님이라고 하는 것이 어쩐지 거리감이 들게 했다.
“어제는 워낙 정신없이 지나가서 말하지 못했지만 너희들이 나를
부르는 호칭이 마음에 들지 않는구나.”
“주인님을 주인님이라고 부르는데 그게 이상한건가요?”
켈리가 한 손가락을 입가에 대며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말했다.
조금은 단순한 켈리는 주인님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약간의 거부감을
전혀 느끼지 못한것 같았다.
로니엘은 그런 켈리를 위해 자신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자세하게
설명을 하려 했다.하지만 그보다 먼저 말을 꺼내는 이가 있었다.
“그건 주인님이라는 단어가 조금은 거리감을 느끼게 하기때문에
그러신거야.내가 알기론 인간들 사이에서도 처음엔 형식적으로
성이나 그 사람의 계급에 따른 호칭을 부르지만 일단 한번 친해지면
서로의 이름이나 별명같은것을 불러.주인님이라는 단어도 우리에게나
주인님에게나 계급과 비슷한 형식적인 호칭이기때문에 거부감이 드신거겠지.”
데미안의 일목요연한 설명이 단순한 켈리의 이해를 도왔다.
“하긴 그러고 보면 예전에 소환 되었을때 주인님도 그러셨던것 같아.”
완전히 알아 들은 켈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럼 앞으로 주인님이라고 그러지 말고 로니엘님이라고 그럴게요.”
어느새 로니엘 어깨에 걸터 앉은 켈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입과 함께 웃음을 짓는 켈리의 눈은 그나마 보였던 비취색 눈동자는 하나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녀의 눈이 있던 부분은 짙은 속눈썹 때문에 검은색 펜으로 한줄 찍 그어 놓은 것처럼 보였다.
그런 켈리의 미소는 보는 이의 마음도 같이 미소지을 수 있는 묘한 힘을
지녀 로니엘을 비롯한 나머지 두 정령의 얼굴에도 미소가 만들어지게 했다.
“로니엘님.”
로니엘의 귀로 멀리서부터 메아리치는 소리가 들렸다.로니엘과 정령들은
웃음이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 초록색 고깔 모자에 달린 투명한 천을 휘날리며 날아오는 실리스가 보였다.
처음엔 그저 초록색의 옷들만 보였는데 어느새 그녀의 얼굴 표정
하나하나까지 볼 수 있을정도로 가까이 와 있었다.
“로니엘님.드디어 오셨네요.네정령왕들께서 지금 실피드님의 성에서
로니엘님을 기다리고 계세요.어서 가요.”
순수한 기쁨으로 미소를 짓는 실리스의 눈이 보기 좋게 휘어지면서 반짝이는 빛을 내뿜었다.
실리스는 실피드의 강력한 주장과 로니엘의 정령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매일 그를 성까지 데려 오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그래서 그의 기운을
느끼자마자 이곳으로 날아온 것이다.
엘라임을 만나기 위해 성에 가는 일을 고민하던 로니엘은 실리스의 말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보일듯 말듯 살짝 미소 지은 로니엘을 보며
실리스는 그를 데려가기 위해 그의 손을 살짝 잡았다.그런데 막 성으로
날아가려는 로니엘과 실리스의 뒤통수가 따끔거렸다.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렐과 데미안 그리고 켈리가 그들도 데려가 달라는
강렬한 소망을 담아 바라보고 있었다.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런 세 정령들의
마음을 이해한 로니엘이 물끄러미 실리스를 보았다.
“실리스.이들도 데리고 가면 안될까?”
그 소리에 로니엘과 실리스 둘을 동시에 보던 세쌍의 눈동자들이 오로지
실리스의 얼굴만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그녀의 말이 좋은 방향으로
나오길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그들의 얼굴을 보자 실리스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하지만 쓸데없는 기대는 빨리 깨주는게
그들을 위해서도 좋았기에 실리스는 다물고 있던 입술을 뗐다.
“얘들아.너희들이 로니엘님과 같이 있고 싶어하는건 알지만 이번엔 나도 어쩔 수가
없어.정령왕님들과 로니엘님은 성에서 중요한 이야기를 하셔야 해.
이제부턴 로니엘님도 매일 이곳에 오실테니 자주 볼 수 있잖니.
오늘은 그만 너희들끼리 놀아.”
실리스의 말에 기대로 부풀어 있던 세 눈동자들이 동시에 실망의 기색을 띄었다.
그런 정령들을 보는 로니엘과 실리스의 마음은 꼭 어린 아이들에게
사탕을 주려는듯 해서 잔뜩 기대를 가지게 했다가 한순간에 무너뜨리게
한것 같아 불편하기 그지 없었다.
“너희들이 그렇게 실망을 하니 내 마음이 다 아프구나.어쩌면 오늘 정령왕들과
만나고 너희를 만나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중간계에 가서라도 너희들을
부를테니 너무 풀죽어 있지 말거라.”
로니엘의 말에 세 정령들은 조금 전보다 기분이 좋아진듯 했지만
그렇게 많이 밝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그곳에 가면 저희의 자아는 이곳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약해져 버릴거예요.그러니 그냥 매일 이곳에 오실때마다 잠깐씩 얼굴만
보는 것으로 만족할게요.”
렐이 조금 아쉬워하는 낯빛으로 말했다.
“맞아요.얼마전까지는 말도 못했는데 지금 이렇게 된것도 어딘데요.
저희때문에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데미안의 한마디가 로니엘의 마음을 좀 더 편하게 해주었다.
켈리도 자신들이 조금 과하게 반응했다 생각하곤 다시 본래의 밝은 표정으로 로니엘을 봤다.
“그러고 보면 저희 반응이 좀 과했네요.그동안 계약을 맺었던 주인들과는
한번도 이렇게 지내보질 못해서 더 그랬던것 같아요.그럼 내일 이시간에 또 봐요.”
“너희들이 그렇게 말해주니 내 마음이 좀 가벼워지는구나.그럼 내일 보도록 하자.”
로니엘이 세 정령들과 마주 인사를 하자 실리스는 바람을 이용해 그의
몸을 허공에 띄웠다.로니엘의 손을 잡고 앞에서 그를 이끌던 실리스는
단숨에 실피드의 성으로 날아갔다.
유백색 높은 천장에 가늘고 긴 은색 줄들이 매달려 있다.줄의 길이는 모
두 제각각 이었는데 그 끝에는 작은 물방울 무늬의 크리스탈들이 매달려
있었다.크리스탈의 색은 연한 분홍색,하늘색,연녹색,레몬색 이렇게 네가
지가 있었는데 이들 모두가 투명한 빛을 띄고 있어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
에 따라 환상적인 빛을 뿜었다.살랑이는 바람들이 그 줄들을 건드리고 크
리스탈들이 부딪히면서 맑고 청아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윗부분이 하트 모양이고 테두리가 분홍빛인 커다란 창문이 활짝 열린 방
안 한가운데에는 네명의 인영이 둥근 탁자 주변에 앉아 있었다.
네명은 정령계를 다스리는 4대 정령왕들이었다.
만약 그들이 인간이었다면 탁자 위에 뜨거운 차와 과자들이 놓여있었겠
지만 그들은 육체를 가지고 있지 않아 음식을 먹지 못하는 정령이었기에
탁자 위에는 예쁜 꽃이 꽂혀있는 화병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그럼 모두들 로니엘이 그 곳에 들어가는 것을 찬성하는 건가?”
엘라임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밤 타레스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엘라임은 모두 모인 자리에서
로니엘의 이야기를 힘들게 꺼냈다.하지만 강력한 반대를 할거라고 예상
했던 세 정령왕들이 덤덤히 찬성을 하는 모습에 허탈해졌다.
“타레스와의 약속이 지켜지게 되어서 좋지만 너희가 너무 간단히 찬성하
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군.무엇때문에 그렇게 쉽게 결정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