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116
116화. 금미산으로
빅토리노의 음성에 함교에서 루시아와 함께 천마교의 교주에 대한 구출 작전을 수립 중이던 신혁이 고개를 들었다.
“응? 그 둘이?”
[예, 현재 금미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속도가 빠르지 않습니다.]“그래? 일단 좀 볼까.”
유신의 경공이나 주소천의 술법을 감안하면 금미산 정상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텐데, 큰 부상이라도 입었나 싶은 생각이 드는 신혁이었다.
[스크린에 출력하겠습니다.]스크린에 나타난 유신은 주소천을 업고서 산을 오르고 있었다.
“쟤들 PEF 측정 좀 해봐. 혹시 어디 다쳤을 수도 있으니까.”
[코드네임 : 주소천. 최신자료와 비교, 아스트랄 에너지 변동 없음. PEF 570,000. 대상의 PEF가 상승하며 카테고리 등급 : 절정고수에 접어들었습니다. 몸속에 잠재된 크리스탈 님의 아스트랄 에너지의 영향으로 사이오닉 에너지의 성장 속도가 급격하게 상승한 것으로 추정됩니다.]루시아의 분석에 신혁의 표정이 꽤 흥미진진하게 변했다.
“이대로 계속 발전하면 주소천의 PEF 수치가 초절정고수의 카테고리까지 도달할 수도 있는 건가?”
[아니요, 그렇지는 않으리라 추측되어요. 현대의 실험 결과나 연구자료를 보아도 아스트랄 에너지가 사이오닉 에너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지만 그것도 일정 수치까지예요. 아마도 특별히 사이오닉 에너지의 향상을 위한 수련 과정 같은 것을 거치지 않는 이상, 더 이상 PEF 수치가 상승하진 않을 거예요.]주소천에 대한 루시아의 보고가 끝났다. 주소천이 어느 정도 발전이 있었다면 유신은 어떨까? 신혁이 기대에 찬 목소리로 루시아에게 물었다.
“좋아, 유신은?”
치지지직…… 치직…….
“연산이 길어지는데? 특이사항이라도 발견된 건가?”
신혁의 질문에도 대답 없이 5초 정도를 더 연산에 집중하던 루시아가 계산을 마치고 결과를 보고했다.
[코드네임 : 유신의 카테고리가 변경되었습니다.]“응?”
[유신의 카테고리 등급이 ‘초절정고수’로 상승하였습니다.]“갑자기?”
이건 신혁도 무척 의외라 생각되는 사실이었다. 어느 정도 발전이 있으리라 예상은 했었다. 그리고 혹시나 유신이 ‘벽’을 넘지 않았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도 있었지만, 막상 루시아의 보고를 들으니 많이 놀라웠다.
“이건 좀 놀라운데. 측정되는 PEF 수치는?”
[3,720,000이에요. 다만, 코드네임 : 유신의 특성상 전투 시 측정기에 측정되지 않았던 사이오닉 에너지가 표면적으로 드러나며 급격한 PEF 수치의 상승이 예상되어요.]“3,000,000을 넘기지 못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말이야.”
신혁이 한 손에 턱을 괴고서 흥미로운 눈으로 스크린을 주시했다.
“광마 단운천의 기초 PEF 수치가 3,000,000을 초과했었지?”
[조금 더 표본을 모으면 정확한 분석이 가능할 테지만, 현재까지의 자료를 토대로 판단해 보자면 3,000,000의 PEF 수치는 절정고수라는 카테고리에서 초절정고수로 넘어가는 최소한의 조건인 것 같아요. 또한, PEF가 3,000,000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곳 현지의 무림인들이 이야기하는 ‘깨달음’이라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수적이리라 추측되어요.]루시아의 보고에 신혁이 씨익 미소 지었다.
“그거 재미있구나. 카테고리 등급 초절정고수의 기준을 단운천으로 설정하고, 현재 유신의 데이터를 수집하면, 상당한 소득이 있을 거 같은데. 그렇지 루시아?”
[네, 오라버니. 사이오닉 에너지의 연구 레벨이 최소 두 단계 이상 상승할 것이라 예상되어요.]“유신에게 비무라도 청해야 하나?”
고민하는 척하는 신혁이었지만 그의 얼굴은 장난감을 앞에 두고 사고 싶어 안달이 난 아이처럼 열망에 차 있었다.
[사령관님.]신혁이 당장이라도 가드 위성의 무장을 지시하려는 찰나 잠자코 있던 빅토리노가 끼어들었다.
“왜?”
[함선 운영지침에 따라서 불필요한 전투는 지양하실 것을 권고드립니다.]“아니, 불필요한 게 아니라 말했다시피 초절정고수에 대한 새로운 데이터를…….”
[사령관님.]“정말이다. 믿어다오.”
[입이 귀에 걸리셨습니다.]“아니, 그게…….”
신혁이 표정을 가다듬으며 스크린을 주시했다.
[이미 늦었습니다.]“…….”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오라버니.]유신과 다시 한번 붙어볼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가 급격히 의기소침해진 신혁을 보며 루시아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붙였다.
[코드네임 : 유신과 코드네임 : 현아진의 전투자료의 분석이 거의 완료 되었어요.]“그래? 그래도 직접 내가 부딪혀 보는 편이…….”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신혁이었다.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유신과의 전투를 구현할 수 있는데 굳이 위험을 자초할 필요가 있을까요?]“글쎄, 그다지 위험할 것 같진 않은데?”
[오라버니가 정 하고 싶으면 하셔야겠죠. 말린다고 들으실 분도 아니고 말이에요.]루시아의 말에 신혁이 슬쩍 시선을 돌렸다.
[루시아 씨의 말대로 꼭 나쁜 것만은 아닐 수도 있겠군요. 마침, 사령관님의 신체 밸런스 조정을 마쳤고 그와 관련해서 어느 정도 테스트를 할 필요도 있었는데 코드네임 : 유신이라면 최적의 스파링 파트너이긴 하죠.]“진심이냐 빅토리노?”
[예, 대신에 오페라에게 아스트랄 에너지의 컨트롤 권한을 부여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허락한다.”
[알겠습니다. 오페라에게 아스트랄에너지 컨트롤 프로그램을 인스톨 하겠습니다.]신혁과 빅토리노가 서로 만족할 만한 결과를 도출해낸 것을 보며 루시아가 말했다.
“…….”
급격히 의기소침해지는 신혁과 빅토리노였다.
[어머나, 왜 들 그리 의기소침해 있어요?]신혁의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슬슬 유신과 주소천을 만나러 가야겠군. 빅토리노.”
신혁의 부름에 빅토리노가 함교의 출입구를 오픈하며 대답했다.
[예, 사령관님. 함선 운영지침에 따라 가드 위성의 무장을 시작하겠습니다.]* * *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군요. 그런데 저건……?”
“저 건물이 괴룡 시주의 거처입니다.”
주소천의 유신의 등에서 내려오며,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처음 보는 테레사함의 위용에 가뜩이나 커다란 그녀의 눈망울이 더욱 커졌다.
“세상에 저런 거대한 건물이 있다니……. 게다가 재질도 은으로 만든 것 같은데, 엄청 비싸 보이네요.”
“저도 처음 보았을 때 무척 놀랐던 기억이 나는군요.”
“네, 정말 입이 다물어지질 않네요.”
주소천이 연신 감탄하며 다리가 아픈 것도 잊었는지 테레사함의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어라?!”
“왜 그러시죠?”
주소천의 굳어진 얼굴을 보며 유신이 조금 긴장하며 물었다. 주소천이 조금 전처럼 태연하게 이리저리 건물을 둘러보며 유신의 질문에 은밀히 전음으로 답했다.
‘이곳에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도 있어요. 조금 떨어진 곳인데, 저 건물 안에 모여있어요.’
주소천이 슬쩍 곁눈질하며 마교의 일행들이 머물고 있는 임시 건물을 가리켰다.
‘건물 안에요? 전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습니다만…….’
‘아마도 괴룡이 특별한 주술을 걸었거나, 특수한 재질로 만든 건물인 것 같아요. 어떤 종류의 기도 내부에서 외부로 새어 나오지 못하고 있어요.’
‘그렇군요. 주 소저,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아신 겁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금미산에 들어설 때, 리매 한 마리를 불러서 정찰을 부탁했어요. 아! 리매가 말하길 저들 중 한 명의 이름이 위지천이라고 하네요. 매산곡에서 뵈었던 마교의 인물들인 것 같아요.’
‘흐음……. 현아진 교주를 피해 괴룡에게 몸을 의탁한 것일까요?’
유신이 거의 사실에 가까운 추리를 하였고, 주소천도 유신의 의견에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크지 않은 금미산에 정사마의 세력이 집결해 있다니, 놀라운 일입니다.’
‘그러게요. 만약 세상이 전쟁에 휩싸여도 금미산 만은 평화로울 것 같아요.’
금미산을 오를 때, 중간지점에서 본 곤륜파와 녹림도들을 떠올리며 주소천과 유신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일단 마교의 인물들에 대해서는 모른척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 도사님.’
대략적으로 현재 상황을 파악한 주소천이 턱을 괴고 무언가를 고민하더니 조심스럽게 유신에게 물었다.
“저…… 도사님. 여기까지 오긴 왔는데, 어떻게 사신혁 대협을 부르죠? 수문장으로 보이는 사람도 없고, 어디가 출입구인지도 도무지 알 수가 없네요.”
“아마, 조금만 기다리시면 신혁 시주가 모습을 드러내실 겁니다.”
“예? 어떻게 아세요?”
지난날 신혁과의 비무를 위해 도현도장과 함께 금미산을 방문했을 때를 떠올리며 유신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때도 그랬으니까요.”
과연, 유신의 예상은 맞았다. 유신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테레사함의 하단 부가 반으로 갈라지며 신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렇게 빨리 다시 만날 줄은 몰랐습니다. 유신 도사님, 그리고 소천 소저.”
“불쑥 찾아뵈어 죄송합니다 신혁 시주.”
신혁을 보며 주소천과 유신이 나란히 포권하였고, 신혁 역시 반가움을 얼굴에 가득 담아 마주 포권하였다.
“무슨 일로 오셨는지는 나중에 묻기로 하고, 일단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으신 모양인데 치료부터 하시지요.”
인사를 나눈 신혁이 주소천과 유신의 대답은 들을 생각도 없는지 말을 마치자마자 손짓했고, 지난번에 유신의 몸을 치료해준 의료머신이 테레사 함으로부터 사출되었다.
“자, 소천 양은 묻고 싶은 것이 많으시겠지만, 이미 한번 경험해보신 유신 도사님이 시범을 보여드릴 겁니다.”
“시범이요?”
신혁이 짓궂은 미소와 함께 유신을 보며 말했다.
“자, 숙련된 조교 앞으로.”
“하하하……. 아직 숙련되진 않았습니다.”
유신이 쓴웃음을 지으며 의료머신으로 들어갔다.
“자, 이제 소천 양 차례입니다. 똑같이 하시면 됩니다.”
“예…….”
주소천의 대답에 의아함이 묻어나왔다. 괴룡이 아무 의미 없는 일을 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유신조차 의심하지 않고 괴룡의 지시에 따르는 걸 확인하지 않았는가.
“편안하게 몸을 맡기십시오. 한숨 푹 잔다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그리고 치료가 끝나시면 저쪽에 다과상이 마련된 곳으로 와주세요.”
신혁의 말을 끝으로 의료머신의 문이 닫혔고, 유신과 주소천의 눈이 감겼다.
“푸우~”
한 시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때, 먼저 치료가 끝난 유신이 입에 물고 있던 호스를 뱉어내며 의료머신에서 몸을 드러냈다.
“또다시 은혜를 입었습니다. 무량수불.”
“아닙니다. 이 정도야 얼마든지 해드릴 수 있으니 부담 갖지 마세요.”
“소천 소저의 치료는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겠습니까?”
“예상 시간은 반 시진 정도가 더 소요될 것 같네요. 다만…….”
신혁의 표정이 살짝 심각해졌다.
“주소천 소저의 아스트랄 에너지, 이곳 말로 하자면 영력을 사용하는데 제약이 있는 상태인 것 같습니다. 그건 의료기기로는 치료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대협께서도 손을 쓸 수 없다는 겁니까?”
“아, 그건 아닙니다. 아스트랄, 아니 영력 증폭기로 교정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빈도가 견식이 짧아 대협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부끄럽습니다.”
“글쎄요, 오히려 전부 알아들으신다면 제가 놀랐을 것 같습니다. 하하.”
신혁이 아메리카노가 담긴 텀블러를 들어 목을 축였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치료는 가능합니다. 다만 시간이 좀 걸릴 뿐이지요.”
“다행입니다. 무량수불.”
“소천 양의 치료가 완료될 때까지 어느 정도 시간의 여유가 있습니다. 어쩌다가 두 분이 다치신 채로 여기까지 찾아오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