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86
86화. 대책 (2)
마교.
십만대산(十萬大山)을 거점으로 중원에 존재하는 단일 세력 중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는 집단이었다.
마교는 크게 세 개의 파벌로 나뉘어 있는데, 첫 번째는 무력으로 무림을 통일하겠다는 천마교. 두 번째는 사이한 술법과 주술로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여 마신의 힘을 갈구하는 암흑밀교. 세 번째는 절대적인 율법 아래 종교적 색채를 강하게 띠며 중원에 자신들의 사상을 전파하려는 창천명교가 그것이었다.
이 중 창천명교는 주원장이 명나라를 건국할 때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 대명제국의 국교로 자리 잡고자 하였으나, 주원장이 황제로 즉위하자 황권강화의 명목으로 축출당해 그 힘과 입지를 많이 잃어버린 파벌이었다.
“뭔가 큰 착각을 하고 있군.”
광마 단운천. 중원에 존재하는 몇 없는 초절정고수 중의 한 명으로, 창천명교의 수장이다. 그의 강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말 그대로 절정을 초월한 인간 같지도 않은 괴물들 중 한 명이었으니까.
“본왕이 말입니까?”
“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창천명교의 교인이라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네놈들 주씨 일가의 뼈를 씹어먹는 것이 소원이니까 말이야.”
“그 마음은 본왕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버님의 잘못된 판단에 대해서는 참으로 유감입니다.”
“유감? 유감이라고? 크크크……. 크하하하하!”
단운천이 광소를 터뜨렸다. 그의 눈에 사나움이 가득 담겼다. 마치 먹이의 목을 뜯기 전의 이리의 눈을 보는 것만 같았다.
“네놈의 말을 유언이라 생각하고 꽤 길게 들어준 거 같은데, 아직도 할 말이 남았느냐? 네놈을 시작으로 하나하나 주씨 일가의 목을 따주겠다.”
단운천의 살벌한 기세에도 영왕은 특유의 유들유들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하하, 이것 참. 예상을 벗어나지를 않는군요. 허나 본왕이 목을 걸고 당신을 청하였는데, 두어 마디만 더 들어주시지요.”
“염라대왕 앞에 가서 하려무나.”
“창천명교의 복권과 함께 창천을 국교로 지정할 것을 약조합니다. 이 문서는 그에 관한 내용입니다.”
영왕이 품에서 꺼낸 문서를 탁자 위에 올려놓자, 당장이라도 출수할 것 같던 단운천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게 무슨 소리지?”
“태조의 잘못을 사과하는 의미에서 당신을 명왕의 위에 봉하며 신강을 봉지로 하사할 것입니다. 물론 앞서 말한 것처럼 창천명교의 복권과 더불어 창천명교를 대명제국의 국교로 삼겠습니다.”
창천명교의 복권과 국교 지정.
아무리 고강한 무공과 세력을 가지고 있어도, 설령 주씨 일가의 씨를 말린다 하여도 이제는 이룰 수 없는 꿈이었다.
자신이 속한 집단의 숙원을 이루어 주겠다는 영왕의 제안에 그 어떤 고수와 마주해도 흔들림이 없던 단운천의 마음이 흔들렸다.
“벌써 황제라도 된 듯 공수표를 남발하는구나. 아무리 주원장이 죽었다지만, 네놈이 황위를 이을 수 있겠더냐?”
“당신이 나를 돕는다면, 못할 것도 없지요.”
단운천이 실로 흥미가 동한다는 표정으로 영왕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래, 야망이 가득한 눈이로구나. 마치 네놈의 아비같이 말이다.”
“칭찬으로 받아들이겠소.”
“좋다. 본좌가 할 일이 무엇이냐. 연왕이 보유한 최고수들의 목을 따주면 되는 것이냐? 그게 아니면 금의제존위군을 상대해달라는 말이냐?”
단운천의 질문에 영왕이 슬그머니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단운천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금의제존위군이 초절정의 경지에 접어들었다곤 하나 본좌에 비해 손색이 있다. 너는 내가 진강전에게 패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냐.”
“그게 아니오.”
“그럼 무엇이냐.”
“그대가 할 일은 괴룡을 잡아주시는 겁니다. 죽여도 좋고, 제압하여 본왕에게 선물로 준다면 더욱 좋소. 혹시나 그것마저 어렵다면 최소한 그를 묶어만 두셔도 좋소.”
“괴룡? 사신혁을 말하는 것이냐?”
“그를 아시오?”
단운천의 말에 오히려 영왕이 놀라서 되물었다. 최근 노왕으로 인하여 사신혁의 존재가 드러났고, 주윤문이 숨겨둔 최강의 패가 괴룡 사신혁이라는 소문이 황궁에 가득 찼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초고수. 확실한 것은 절정의 극에 가까운 남궁무기와 남궁세가의 자랑인 창궁십팔수가 괴룡 사신혁에게 처참하게 부서졌다는 것이었다.
“알다마다. 그를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이 본교의 마안천이대였으니까.”
“마안천이대? 마교의 정보기관을 말하는 것입니까?
“자세한 것은 알 것 없다. 본좌도 그놈에 대한 말을 처음 듣고 나서 반신반의했으니까 말이다.”
“그가 그토록 대단한 고수란 말입니까?”
영왕이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광마 단운천이라면 괴룡을 충분히 잡을 수 있을 줄 알았건만, 지금 단운천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건 본좌가 해결할 일이지.”
암연백의 보고서가 마교에 도달했을 때, 마교 수뇌부에서도 갑론을박 했었다. 다른 것은 다 차치하더라도 오십여 명이 넘는 인원을 격공섭물로 띄워서 이동시켰다는 대목에서 단운천을 비롯한 수뇌부들은 사신혁을 술법사로 단정 지었다.
‘무공으로는 가능할 리가 없다. 설령 초절정의 단계 중 화경을 넘어 현경에 도달했다고 하더라도 불가능한 무공이다. 그놈은 초절정고수가 아니야.’
“좋다. 네 청을 받아들이겠다.”
그의 자신만만한 대답에 영왕의 불안이 사그라드는 것 같았다. 하긴 단운천은 진강전마저 아래로 보는 진짜 초절정고수 중 한 명인 것이다.
“현명한 결정이시오.”
“허나, 네 아비처럼 이번에도 본좌의 뒤통수를 치려 한다면…….”
잠시 말을 끊은 단운천이 영왕의 귓가에 속삭였다.
“태어난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 * *
“벽력궁 뇌진원.”
“예, 연왕 전하.”
“영왕의 제안에 대해 논하라.”
연왕 주체의 말에 뇌진원이 나서서 말했다.
“괴룡과 직접적으로 마주치지 않는다는 조건이라면 저희 쪽에서 크게 손해 볼 것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영왕이 괴룡을 뚫을 수 있으리라 보는가?”
“상당한 피해를 감수하고 전략을 세운다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피해와 전략?”
“예, 영왕 쪽에서는 일대일로 괴룡을 잡아둘 만한 자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다수의 절정고수를 동원하여 괴룡을 묶으려 들 것입니다.”
“아니, 이미 우리가 실패한 전략이 아니더냐. 영왕은 그렇게 허술한 놈이 아니야. 사신혁을 상대할 고수를 준비했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사신혁을 무력화시킬 방법을 찾아낼 놈이지.”
“예, 그렇다고 해도 영왕의 피해는 상당할 것입니다. 영왕이 사신혁을 잡아두는 동안 속전속결로 주윤문을 포획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뭔가 깊은 생각에 빠진 연왕이었다.
* * *
“술을 가져오너라.”
모처럼 노왕이 주안상을 앞에 두고 기분 좋게 술잔을 기울였다. 산해진미를 앞에 두고 아리따운 기녀들을 옆에 끼고 있으니 오래간만에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전하, 신첩의 잔을 받으시어요.”
그리고 곧 시작될 번왕들의 혁명에서 승리하여 자신에게 큰 모욕을 준 사신혁과 주윤문의 목이 날아가는 것을 볼 날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하니 더욱더 입맛이 돋았다.
“오냐. 너희들도 모두 한 잔씩 하거라.”
노왕이 흥에 겨워 술잔을 기울였다.
‘크크크, 연왕이든 영왕이든 둘 중 한 놈이 황제가 되겠지. 혹시나 운이 좋아 내가 주윤문을 손에 넣는다면 본왕이 주윤문을 넘겨주는 쪽이 황위에 오를 것이 아닌가. 즉, 본왕이 황제를 만들어주는 것이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비록 황제는 될 수 없더라도 누구도 부럽지 않은 여생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크하하하.’
* * *
“세자전하, 신(臣) 교위태감 건우가 한 가지만 아뢰어도 되겠습니까?”
“말해보시오.”
주윤문의 허락에 그 자리에 같이 있던 형관오의 시선도 건우에게 쏠렸다. 새롭게 주윤문의 세력에 합류한 동창의 최고통수권자인 건우의 표정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세자전하, 당장 사흘 뒤면 영왕 전하께서 예고했던 대로 번왕들의 군세가 황궁을 포위할 것입니다. 어서 빨리 대책을 강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교위태감 건우의 말에 주윤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를 만든게 아니겠소. 아직 오지 않은 사람이 있으니 잠시 기다렸다가 함께 방법을 생각해봅시다.”
사흘 뒤 벌어질 암담한 상황에 가슴을 치고 싶은 건우였다.
“형관오 금의위장.”
“말씀하시오 교위태감.”
“세자전하를 수호하기로 한 금의위의 일원으로서 지금 이 상황을 방관만 할 것이오!”
“방관이 아니외다. 본관은 지금 작전대로 움직이고 있소이다.”
“대체 누구의 작전이란 말이오. 어떤 미치광이가 이 상황이 되도록 내버려 둔 것이오! 설마 그자요?”
“신혁 선생을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공의 말이 맞소이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건우가 세자만 앞에 있지 않았으면 발검이라도 할 듯할 기세로 형관오에게 언성을 높였다. 형관오 역시 발끈하였지만, 그 역시 세자의 앞이었기에 건우의 말에 묵묵부답으로 자신의 뜻을 나타내었다.
“교위태감.”
“예, 세자전하.”
주윤문의 부름에 건우가 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언변을 조심하시오. 미치광이라니요. 본 세자는 괴룡을, 신혁 선생을 믿고 있소.”
“허나, 세자전하 너무도 무모하옵니다. 대체 그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신은 도무지 추측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지금 그는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그 순간 흥분한 건우의 어깨에 누군가가 손을 얹었다.
“그럴 리가요. 이렇게 태감님 곁에 있지 않습니까.”
인기척은커녕 기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애초부터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나타난 신혁의 손길에 건우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럴 수가……? 반박귀진의 경지에 도달한 고수란 말인가?’
“자, 그럼 제 생각을 말씀드려도 될까요?”
신혁의 여유로운 미소를 본 주윤문이 반색했다.
“잠깐. 그 전에 먼저 알려야 할 것이 있소.”
신혁이 작전을 설명하기 전에 주윤문이 나서자 자연스럽게 모두의 시선이 주윤문에게 집중되었다.
“현 시간부로 황궁 수비 작전에 대한 지휘권을 신혁 선생에게 이양하겠소.”
“예, 전하.”
“저, 전하……?!
“또한, 괴룡 사신혁을 황궁수비군의 총사령관으로 봉하겠소. 그대들은 신혁 선생의 지휘를 내 지휘라 생각하고 따르길 바라오.”
주윤문의 명을 형관오는 수긍하였지만, 건우는 그렇지 않았다.
“하오나 전하! 어찌 일개 호위무사에게 전권을…….”
“본 세자가 두 번 말해야 하오?”
“망극하옵니다 전하.”
주윤문의 완강한 태도에 건우가 고개를 숙이며 물러섰다. 그리고 신혁을 향해 물었다.
“세자전하의 뜻에 따라 사령관님께 묻고 싶은 게 있소. 어떤 방법으로 황궁을 적들에게서 지키려 하시오?”
“예, 아주 심플…… 아니,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삼문(三門)만 막으면 됩니다.”
“누가 그걸 모르오?!”
참다못한 건우가 빽하고 소리를 질렀다.
“대체 어느 누가 황궁으로 들어오는 삼문을 막으면 된다는 것을 모르겠소이까. 막고 싶다고 그게 막아지겠소? 번왕들의 삼십만 군세가 파죽지세로 밀려올 텐데, 그걸 대체 어떻게 막겠다는 겁니까?”
“세자전하께 최단 거리로 도달할 수 있는 남문은 제가 막겠습니다.”
“그러니까 대체 남문을 어떻게 막겠다는 것이오? 설마 혈혈단신으로 남문을 틀어막겠다는 것이오? 얼마나 많은 군사와 절정고수들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오?”
“예, 말씀하신 대로 저 혼자 남문을 막을 겁니다. 아마도 별일 없을 겁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
항간에 들리는 소문으로는 금위제존위군에 버금가는 초절정고수라고 하니 그 소문이 사실이라면 어찌어찌 혼자서 남문을 수비할 수도 있겠거니 애써 납득해보았다.
“남문은 당신 말대로 해결됐다고 칩시다. 그럼, 나머지 동문과 서문은 어쩔 작정이오?”
“그건 따로 생각해둔 바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생각이 대체 뭐냔 말이오!”
“동문과 서문을 지원할 방법을 마련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신혁이 흥분한 건우를 보며 싱긋 미소 짓더니 고개를 돌려 형관오를 보며 말했다.
“형관오 위장님이 금의위를 주축으로 한 병력을 이끌고 서문을 막아주십시오.”
“예, 그리하겠습니다.”
일말의 의심도 망설임도 없이 형관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신혁에 대한 신뢰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아니, 금의위만으로 서문을 어찌……. 그럼 동문은? 설마……?”
교위태감 건우가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는지 말을 잃은 표정으로 신혁과 형관오를 번갈아 가면서 바라보았다.
“예. 동문은 교위태감 건우 님께서 동창의 고수들을 주축으로 하여 막아주십시오.”
“이보시오, 신혁 선생. 그대가 남문을 철통같이 지킨다고 가정하여도 동문과 서문에서 순식간에 우리를 괴멸시킨 번왕들의 군세가 세자전하께 향할 것이오!”
“동문과 서문은 함락되지 않을 겁니다. 제가 지원해 드린다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아무리 그대가 뛰어난 고수라 하여도 남문 하나만을 막기도 벅찰 터인데 어찌 동문과 서문을 지원하신다는 말이오?”
“대책을 마련해 두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형관오 님과 건우 님 두 분은 최대한 ‘성문’만을 사수해주시면 됩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이는 신혁을 보며 건우가 말을 잃었다.
“세자전하, 설마 지금 저자의 작전을 그대로 용인하시려는 겁니까? 이건 자살행위입니다.”
“교위태감.”
“예, 전하.”
주윤문이 자리에서 일어나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본 세자는 신혁 선생을 믿소. 그러니 그대도 본 세자를, 신혁 선생을 믿어주길 바라오.”
“……알겠습니다 전하.”
결국 건우가 주윤문의 뜻을 꺾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며 물러났다.
“그럼, 신혁 선생의 작전대로 하겠소. 금위위장과 교위태감은 성문 사수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