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11)
돈지랄 네크로맨서 (111)
듀라한
듀라한.
머리가 없는 대신 얼굴 부근에 푸른 불꽃 같은 것이 이글거리는 언데드였다. 그 불꽃의 움직임으로 감정을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
듀라한 무리가 고개를 갸웃한 채 김민우를 바라보았다.
저자가 자신들을 소환한 주인이라는 건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대단한 네크로맨서다.’
소환되자마자 육체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힘.
그것도 모자라 이만한 숫자의 듀라한을 소환해 냈다면 필시 대단한 네크로맨서일 터.
근데 그건 그거고.
왜 칼을 들고 도발하듯 손가락을 까딱거린단 말인가?
그것도 모자라 죄다 덤비라고?
듀라한은 한때 기사였던 자들이었다. 콧대 하나는 그 누구보다 높은 비대한 자아 덩어리들.
‘오만하군.’
‘감히 검으로 우릴 도발하는 건가?’
듀라한 무리의 눈이 흉흉해졌다.
곧이어.
―내가 나서지.
가장 먼저 소환된 1번 듀라한.
그가 검을 뽑은 채 김민우에게 다가가 말했다.
―밀튼 드 레이놀드다.
“길다. 앞으로 듀일이 해라 그냥.”
―……듀일이?
“너, 1번 듀라한이잖아.”
설마 듀라한 1번이라 듀일이라 이름 붙인 건가?
여태 제법 많은 주인을 만났다지만, 세상 그런 성의 없는 이름은 처음 들었다.
―……밀튼 드 레이놀드다. 부르기 어렵다면 밀튼으로 호칭해도 좋다.
“듀일이.”
―……밀튼.
“듀일.”
―이노옴!
그래도 나름 대단한 네크로맨서처럼 보이기에 이렇게까지 양보를 거듭했는데, 그것조차 거부해?
검을 뽑은 채 광분하며 달려드는 듀라한.
곧이어.
서걱!
무언가 베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듀라한들이 뚱한 눈으로 밀튼을 바라보았다.
‘끝났나?’
‘벌써?’
‘시시하군.’
‘그래도 죽이진 않았겠지?’
저 네크로맨서가 자신의 본분 대로 다른 스킬을 활용한다면 모를까.
생뚱맞게 검을 활용하는 자였다.
뭐 스킬 쓴 흔적도 없으니 단숨에 제압당했을 터.
그 정도야 상관없지만 죽이는 건 곤란했다.
자신들 같은 상위 언데드를 소환할 만한 네크로맨서는 많지 않다.
심지어 이렇게 많이 소환할 수 있는 네크로맨서는 더더욱 드물다.
죽이면 또다시 자신들을 소환할 네크로맨서가 나타나기 전까지, 영면에 가까운 수면을 취해야 했다.
저 밀튼이란 자도 그건 싫을 테니 아마 적당히 손을 봐 줬…….
―……응?
그 생각이 채 이어지기도 전.
밀튼의 몸이 양쪽으로 쪼개진 채 스러졌다.
―……!
고작 일 합에 제압당했다고?
놀란 건 179마리의 듀라한뿐만이 아니었다.
가장 먼저 나섰던 1번 듀라한.
몸이 반쪽으로 쪼개진 채 되살아난 밀튼 또한 경악하고 있었다.
‘뭐지?’
되살아나는 건 둘째 치고.
대체 어떻게 제압당했던 거지?
검 들고 달려들었더니 세상이 깜깜해졌다.
“정신이 들어?”
―……어떻게 한 건가.
“이렇게.”
이번엔 김민우가 먼저 달려들었다. 황급히 검을 드는 밀튼.
그게 무색하게도 부드럽게 파고든 검이 또다시 몸을 절단 냈다.
‘고수……!’
생각이 채 이어지기도 전 밀튼이 역소환됐다. 경악한 건 밀튼뿐만이 아니었다.
이번엔 다들 집중해서 보았기에, 김민우의 검이 어떻게 밀튼을 두 동강 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고작 한 수 나눈 것이지만.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고수다!’
그것도 제대로 된 검의 고수.
“덤벼.”
이번엔 셋이 나섰다.
사이좋게 역소환.
다섯, 일곱, 열, 스물…….
점점 더 달려드는 듀라한 무리가 많아졌다. 그럼에도 김민우의 얼굴은 태연했다.
애초에 능력치 차이부터가 감당이 안 될 수준이다. 듀라한들이 상위 언데드라고는 하나 이제 갓 1레벨이다. 능력치가 높아 봐야 평균 100 언저리였다.
그에 비해 자신은?
평균 700라인이다.
일곱 배 차이.
그뿐만 아니라 검술 실력 또한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었다.
고작해야 평범한 기사 수준인 듀라한 정도론 감당이 안 될 정도로.
그래서였다.
한꺼번에 죄다 부른 건.
베고 또 베고.
듀라한 무리가 마구 역소환되기 시작한 것도 순식간이었다.
* * *
“이름이 뭐라고?”
―……듀일입니다.
“넌?”
―……듀백팔십이 입니다.
김민우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이놈들은 세드릭처럼 끈질기지 않았다.
단 하루.
듀라한 무리를 계도하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맹세는?”
―…….
침묵한 채 이쪽을 빤히 바라보던 듀라한 무리가 말했다.
―……나 듀일이는, 그대에게 충성을 바칠 것을 맹세하겠소.
―……나 듀백팔십이도 마찬가지입니다.
흐뭇하구만.
“그래. 앞으로 후배들 들어오면, 너희가 알아서 정신 교육하고. 못 하면 바로 집합이야. 알겠어?”
―……예.
듀라한 무리의 정신 교육이 끝난 뒤, 세드릭을 불러냈다.
―으음…….
갑작스레 등장한 스켈레톤.
보통 듀라한급 정도 되면 스켈레톤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마련이었다.
언데드 군세에서 고기 방패를 맡는 게 국룰이었으니까.
근데…….
‘뭐지? 저 스켈레톤은…….’
‘기세가 엄청나다.’
본능적으로 몸이 움츠러드는 느낌!
세드릭을 본 듀라한 무리의 얼굴이 딱딱히 굳었다.
주변을 둘러보던 세드릭이 듀라한 무리를 빤히 바라보았다.
―죄다 복속시킨 건가?
“어. 앞으로 쟤들도 니가 지휘해. 총사령관이니까. 알아서 수련도 시키고.”
귀찮은 건 짬 때리는 게 최고다.
세드릭 정도면 저런 애들 수련시키는 것 정도야 어려울 것도 없을 테고.
―……그러지.
고개를 끄덕인 세드릭이 듀라한 무리를 향해 다가갔다.
―반갑다. 세드릭이다. 앞으로 너희의 지휘는 내가 맡을 것이다.
듀라한 무리가 수긍하듯 고개를 숙였다.
이미 몸에서 느껴지는 기세부터가 급이 다른 언데드였다.
저만한 존재라면 자신들의 위에 설 자격이 있다는 걸 인정한 셈이다. 그렇게 듀라한과 세드릭이 안면을 트는 사이.
“아 참.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뭔가?
“듀라한 쟤들은 대충 지휘관급 개체잖아.”
―보통은 그렇지.
“그럼 해일이 하고는 관계가 어떻게 되는 거야? 해일이 걔도 지휘관이잖아.”
스켈레톤 부대의 총지휘관은 세드릭이다.
그 밑에 지휘관급 개체가 둘 있었으니, 그게 바로 해일이와 마일이였다.
마일이야 어차피 마법 부대 지휘관이니 둘째 치더라도.
해일이와 듀라한은 어떤 관계인지 호기심이 생겼다.
스펙터는 혼자 날아다니는 녀석들이라 그냥 독립 부대 느낌으로 움직였었다.
반면 스켈레톤과 듀라한은?
직접적인 관련성이 큰 소환수들이다.
―서열이 어떻게 정해질지 궁금한 건가?
“어.”
―보통 이런 특수한 경우엔…… 싸워서 정한다.
“오, 그래?”
―그렇다. 언데드 군세도 결국 약육강식이니까.
“붙이면 결과 나온다 이거지.”
―그럴 거다.
전사 모드의 해일이를 불러냈다.
이쪽을 보자마자 힘차게 경례를 날리는 해일이.
“듀일이 일로 와 봐.”
―…….
듀일이가 천천히 다가왔다.
180마리 듀라한 중에서 실력이 가장 쓸 만한 축에 속하는 녀석.
번호도 그렇고 실력도 그렇고, 일종의 듀라한 대표인 셈이다.
“얘가 스켈레톤 지휘관이거든? 중간 지휘관 정할 건데, 붙어 봐.”
―……저 스켈레톤이랑 말입니까?
“어. 이긴 놈이 지휘권 갖는 거야.”
해일이가 마치 도발하듯 방패 위에 검을 퉁퉁 내리쳤다.
―……이런 걸로 싸움까지 해야 한다는 게 어이가 없군요.
그래도 어쩌겠는가.
명령인데.
듀일이가 양손검을 쥐었다.
‘누가 이기려나.’
레벨은 1인데, 노련함과 실력은 더 뛰어난 듀일이.
반면 레벨 101에 나름 전투 경험을 쌓은 지휘관 해일이.
김민우의 입장에선 영락없는 하수들의 대전이긴 했지만.
‘원래 허접 대전이 제일 재밌는 법이지.’
거기에 저 둘은 자신의 소환수들 아닌가. 당연히 흥미가 갈 수밖에 없었다.
두 소환수가 거리를 좁혔다.
텅!
묵직한 소음과 함께 방패와 양손검이 충돌했다.
텅! 텅!
계속해서 방패로 검을 막아서는 해일이.
그 모습에 듀라한이 조금 놀란 듯 목 위 불꽃이 일렁거렸다.
그럼에도 대처는 노련했다.
범위가 긴 양손검.
그 거리의 이점으로 능숙하게 해골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점점 구석으로 몰리는 해일이.
‘이거, 잡아먹히겠는데.’
뭔가 한 방이 없다면 말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해일이가 방패를 든 채 달려들었다.
뒤로 물러나며 검을 휘두르는 듀일이.
터엉!
방패로 막고.
그다음엔 방패를 버리며 마치 논개처럼 뛰어드는 해일이의 모습이 보였다.
―……!
과감한 승부수.
서걱!
뼈로 이루어진 팔 하나가 깔끔하게 잘려 나간 대신, 듀라한의 머리 쪽에 검이 박혔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전략인데.
‘혹시 나 보고 배운 건가?’
설마 스켈레톤이 나 죽고 너 죽자 전략으로 달려들지는 몰랐는지, 듀라한이 생각보다 허무하게 당했다.
“해일이 승!”
해일이 녀석의 남은 한 팔을 번쩍 들어 올린 채 승부를 결정짓자, 녀석이 의기양양하게 입을 딱딱거렸다. 자신감 넘치게 듀라한 무리를 바라보는 해일이.
듀라한들이 놀란 듯 머리 위 불꽃을 일렁이고 있었다.
다시 듀일이를 소환한 뒤 말했다.
“졌지?”
―……졌습니다.
다른 듀라한들 또한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스켈레톤이 특이한 행동을 했든 말든.
어쨌든 진 건 진 거다.
나름 기사였기에 이런 문제에 있어선 깔끔하게 수긍하는 기색이었다.
“앞으로 니들, 쟤 지휘받아라.”
―……알겠습니다. 그럼, 나머지 스켈레톤들에게도 지휘를 받아야 합니까?
“아니. 그럴 건 없고.”
해일이는 총애받는 스켈레톤이라 학습 능력이 다른 녀석들에 비해 우월한 편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다른 스켈레톤은 저런 퍼포먼스를 보여 주기 어렵다는 뜻이다.
“해일이가 중간 지휘관. 너희는 그냥 지휘관. 일반 스켈레톤한텐 그냥 명령 내리면 돼.”
―예.
[근접 부대의 지휘 편성이 완료됩니다!] [부대 수준: 숙련된 언데드 부대] [총사령관: 세드릭] [중간 지휘관: 해일이] [일반 지휘관: 듀일이, 듀이, 듀삼이……. 듀백팔십이] [지휘관급 개체가 대거 추가됩니다!] [부대의 움직임이 훨씬 더 전문적으로 변합니다!]부대는 이것 하나뿐만이 아니었다. 메르헨이 추가되며 아예 마법 및 지원 부대로 따로 편성된 부대가 존재했다. 참고로 거긴 메르헨이 총사령관이다.
‘이걸로 교통정리 끝났고.’
[업적 상점을 개방합니다!] [등급: 실버(총 획득 점수: 1,630)] [보유 업적 점수: 600]업적 상점을 바라보았다.
지난번 백길이 때려잡고 얻은 점수가 600점.
이건 얻은 이후 소비하지 않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급하게 쓸 필요 없으니까.’
업적 점수는 얻기 쉽지 않다.
먼저 주조연급 빌런 때려잡기.
일단 한국의 굵직한 악역인 한백길을 처리한 상태다.
그만한 악역을 더 잡으려면 해외로 출장을 가야 했다.
해외에서 타 국가 각성자 때려잡는 일이 쉬울 리 없었다.
이게 당장 어렵다면 주연급 캐릭터를 만나 뭔가 변화를 줘야 하는데.
‘숙원을 풀어 주든, 직업을 바꿔서 변화를 주든…….’
뭔가를 해야 점수를 얻는다.
근데 그것 또한 쉽지 않은 구조였다.
두 번째 캐릭터 한시아.
그리고 네 번째 캐릭터 남궁민까지.
이 둘, 애로사항들이 좀 있다.
‘한시아 얜 이미 마법사고.’
박시우와 달리 이미 각성을 거쳤다. 서예림처럼 재능과 직업이 다른 케이스도 아니다.
거기에.
‘접촉하는 순간, 좀 많이 귀찮아지는데.’
한시아는 배경이 상당히 복잡한 캐릭터 중 하나였다.
일단 한국과 독일의 혼혈이다.
그리고 부계 쪽이 위치한 독일의 배경엔.
‘마법 가문이 얽혀 있단 말이지…….’
그리프 가.
대충 요약하면 진짜 마법사들이 제법 모여 있는 가문으로, 독일 마법계를 평정한 가문이다.
당연히 독일 정, 재계와도 손발이 짝짝 잘 맞는다.
그녀와 접촉하는 순간 그리프 가에서 이쪽을 주시하기 시작할 것이다.
‘숙원을 해결하기도 어렵고.’
서예림의 숙원이 검선에게 인정받는 것이었다면.
한시아의 숙원은 바로 복수였다.
‘가주에게 재능을 뺏기고 버림받았지.’
그리프 가문.
뒤가 좀 많이 구린 가문이다.
인체 실험은 기본이고, 뭐 이것저것 다 하는 놈들인데.
한시아는 태어난 순간 그 재능을 알아본 가주에게 자신의 재능을 상당 부분을 빨려 먹혔다.
죄다 뺏기지 않은 건 그녀의 재능이 태생적으로 너무 거대했기 때문이었다.
그 재능이 얼마나 거대하냐면.
‘얼마 남지 않은 재능으로도, 마법 천재라 일컬어질 정도지.’
그렇게 배부르게 빨아 먹은 다음엔, 한시아를 모계 쪽에 보냈다.
그냥 곱게 놔주려는 건 아니고.
일종의 숙성 과정이라 보면 된다.
또 빨아먹으려면 가주도 용량을 늘려야 할 테니까.
거기에 또 한 가지 이유를 덧붙이자면.
‘다시 살찌우려는 것일 테고.’
물고기 한 입 뜯어먹고 배부르니 개울에 휙 던져둔 셈이다.
다시 살이 붙으면 또 뜯어먹을 생각일 테지.
그야말로 창조 경제였다.
어찌 됐든.
한시아와 접촉하면 그리프 가문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보내기 시작할 거다.
근데 그게 좀 까다롭다.
‘잡놈들은 상관없는데…….’
그리프 가문의 가주는 좀 많이 세다. 한백길이 메인급 악역 중에서도 그냥 국내급 악역이라면 저놈은 국제급 악역이다.
거기에 변수는 또 있었다.
그림자가 세계구급 단체란다.
나쁜 놈들끼린 손잡기도 쉬운 법.
혹시나 놈이 그림자와 접촉했다면?
‘경험치 복사 이벤트 받았을 텐데.’
지금 녀석의 관심을 끌었다간 굉장히 귀찮아진다.
그래서였다.
한시아에게 당장 접촉하지 않은 건.
‘남궁민은…….’
말을 말자.
이놈도 복잡하긴 매한가지다.
괜히 서예림과 박시우부터 빠르게 접촉한 게 아니었다.
이 둘은 해결법이 명확한 데 비해, 나머지 둘은 상당히 까다로웠으니까. 업적 점수를 아낀 것도 그래서였다.
‘일단 스킬북, 장비는 됐고.’
레벨이 훌쩍 오른 지금.
스킬북이나 장비는 다른 곳에서도 어찌저찌 수급이 된다.
그럼 수급이 불가능한 물건을 구매하는 게 최우선일 터.
[한계 돌파 영약 3개를 구매합니다!]먼저 돌파 영약 3개를 구매했다.
이제 500레벨까지 도달이 가능하다. 이 정도면 당분간은 안전빵일 것이다.
남은 점수는 300점이었다.
그의 시선이 어디론가 향했다.
‘망자 칵테일이라…….’
김민우가 그 물품을 빤히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