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Fantasy Genius Demon Hunter RAW novel - Chapter 332
336화
전후처리
4군단장인 비비안나가 소멸하고 뱀파이어족의 대전사였던 블러드 체페쉬도 소멸을 피하지 못했다.
로아 대평야를 점령하기 위해 동원되었던 마왕군은 단 하나도 그곳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마왕군까지 모두 처리하자, 사람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와아아아!!”
“승리다! 놈들을 물리쳤다!!!”
사람들은 기쁨에 겨워 즐거워했다.
도시군이 세계수의 능력을 따라 포털을 타고 넘어오기 전까지는 패색이 짙었던 전투였기 때문이다.
거기다 이번에야말로 질긴 악연을 끝내기 위함이었는지 비비안나 또한 파견 나간 일부 뱀파이어를 제외한 대부분의 뱀파이어를 총동원한 상황이었다.
초월자도 두 명이었고, 전체적인 전력도 많이 모자라는 상황에 그렇다고 이미 도시로 떠난 붉은 오크들과 연락이 닿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 기적처럼 포털이 열렸다.
가온이 초월자가 되어 돌아왔고, 그 뒤를 따라 지원군도 속속히 도착했다.
명백히 열세이던 전력이 해볼만한 수준까지 올라온 것이다.
대중의 생각이 그랬다는 것이다.
초월자 간의 격차에 대해서 알리지 않은 덕분이었다.
애써 되찾은 사기를 다시 가라앉힐 이유가 없었으니까.
덕분에 초월자 간의 전투가 어떻게 진행되었건 간에 전쟁은 무탈하게 흘러갔다.
치열하게 주고받으면서 말이다.
“많이들 떠났군…….”
토즈스는 가온과 더불어 자신의 이름을 외치며 승리를 만끽하는 붉은 오크들을 보면서, 씁쓰레한 표정을 감춰야만 했다.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눈에 보이는 피해가 꽤 컸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링크로 생명력을 공유하고 사제의 회복주문을 받아 이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곤 하지만, 말 그대로 ‘최소화’일 뿐 ‘무효화’가 아니었다.
링크와 회복주문으로 감당할 수 있는 피해량이 늘어났다곤 하지만, 그 또한 한계가 있었다.
특히, 링크는 장점만큼이나 단점 또한 확실한 주술이었다.
생명력을 공유한다는 장점에 가려 돋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누적된 피해량이 임계점을 뛰어넘게 되면 링크로 연결된 모두가 그로기 상태에 빠져버린다는 건 꽤 치명적인 단점일 수 있었다.
생각해보라.
눈먼 창검과 마법이 날아다니는 전장에서 동료가 갑자기 픽! 하고 쓰러진다면 어떨 것 같은지.
이는 믿고 맡겼던 옆과 뒤가 갑자기 열린다는 뜻이었고, 이는 단순히 피해량의 증가를 뜻한다고 정의내릴 수 없는 문제였다.
링크로 묶인 이들이 일제히 쓰러지는 건 전열이 일시에 무너진다는 뜻이었고, 전열이 무너지는 건 곧 진형의 와해를 의미했다.
진형의 와해는 전쟁의 패배와 직결되는 일이었고.
링크 덕분에 초반 피해를 압도적으로 줄일 수 있었고, 링크 때문에 중후반의 피해가 더 커지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번 전쟁은 그런 중후반의 문제가 더 크게 와닿는 전쟁이었고 말이다.
“승리한 날 아닙니까.”
“그렇긴……하지요.”
“그러니 이 순간은 승리를 만끽할 수 있도록 두시지요.”
토즈스는 가온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미소와 함께 손을 들어 사람들의 환호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바로 옆에서 토즈스를 볼 수 있었던 가온은 알았다.
토즈스가 슬픔을 감추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미소를 짓곤 있지만, 연신 떨리는 입꼬리와.
웃고 있는 눈매와 그러지 못하고 슬픔이 가득한 눈동자.
전쟁은 그렇게 끝이 났다.
* * *
대승.
대승이었다.
무려 하나의 군단을 궤멸시키고, 군단장을 소멸시키는 업적을 세웠으니까.
대침공 이후의 역사를 모두 따져보아도 인류가 마왕군을 상대로 이토록 거대한 성과를 낸 적은 없었다.
유일무이.
그렇기에 사람들이 더 열광하는 것도 있었다.
가온! 가온! 가온!
포털을 넘어 알려진 소식에 도시는 열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도통 흥분에 휩싸여 있었다.
“5대 거대세력? 웃기고 있네. 그들이 한 게 뭔데?”
“맞아! 도시에 자리 잡고 콧방귀나 낄 줄 알았지, 정작 마왕군을 상대론 아무것도 한 게 없잖아?”
“거대세력이 못한 일을 가온이 한 거야!”
오죽했으면 평소라면 언급하는 걸 부담스럽게 여겼을 거대세력을 서슴없이 까내리면서까지 가온을 찬양하는 지경이었다.
하지만, 가온은 도시에서 자신의 인기가 얼마나 어떻게 급상승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로아 대평야에 머물고 있었다.
전후 처리를 하기 위함이었다.
아드레날린에 한껏 취해 승리를 노래하던 직후에 비하면 로아 대평야의 분위기는 한껏 가라앉아 있었다.
전쟁에서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한 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함이었다.
마왕군과의 전쟁은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상황.
전쟁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죽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많은 사람이 죽은 전투는 잘 없었다.
거기다 확실하게 승리하면서 그들의 희생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는 것도 분명 추모의 분위기가 형성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사람들은 곁을 떠난 동료들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런 이들의 죽음을 가장 짙게 애도하는 사람 중 하나는 아마도 토즈스였을 것이다.
토즈스는 힌드산 정상에 올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가온은 모르지 않았다.
대주술진의 힘을 빌려 산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을 것이라는 걸 말이다.
사제들이 피운 성황에 휩싸여 안식에 드는 전사들을 위해 짧게 묵념한 가온이 힌드산을 올랐다.
토즈스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토즈스 님.”
“가온 님.”
토즈스는 슬픔에 찬 행색으로 가온을 맞았다.
가온은 그가 단단한 모습을 보여야 할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입니다.”
“……예.”
한참 대답이 없던 토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붉은 오크를 이끌 이유가 있는 엄지손가락이니까요.”
토즈스는 자신이 흔들리면,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붉은 오크들이 같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힘없이 흔들리던 고개를 들었을 때, 더 이상 비탄에 잠긴 토즈스는 없었다.
감정을 수습하고 종족의 지도자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 변화는 마치 스위치라도 누른 듯했지만, 가온은 그런 토즈스의 모습을 오해하지 않았다.
그가 더 이상 슬픔을 느끼지 않는 게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가슴 한 쪽 어딘가에 슬픔을 고스란히 묻어둔 것일 뿐.’
“이제 이주를 준비하라고 말씀하셔야 할 때입니다.”
“이주라…….”
감회에 젖은 듯 토즈스가 말 끝을 흐렸다.
그리곤 힌드산 정상을 둘러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하긴, 이젠 더 이상 미룰 이유도 없겠군요.”
그 어떤 곳보다 붉었던 힌드산 정상은 이제 푸른 초목으로 가득했다.
토즈스의 시선이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느낀 가온이 조심스레 물었다.
“헌데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무얼 말입니까?”
“쥰……말입니다.”
“괜찮습니다. 선조들께서 살아계셨더라도 생명력이 가온 님에게 가는 걸 흔쾌히 허락하셨을 테니까요.”
토즈스는 어렵지 않은 문제라는 듯 곧바로 대답했다.
“가온 님은 그 어떤 붉은 오크보다 더 붉은 오크다운 투쟁의 의미를 잘 지켜온 전사입니다. 종족의 개념은 무의미하지요.”
“그렇습니까.”
“예.”
토즈스가 망설임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주 문제는 장례가 끝나는 대로 일족의 촌장들을 모두 불러모아 일러두도록 하겠습니다.”
“예.”
“이주는 이미 아흐랍과 라주앙에게 처음으로 전사들을 딸려 보냈을 때도 정리된 문제였습니다. 이주를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토즈스가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이주가 끊겼던 건 로아 대평야를 둘러싼 경계가 더 험해진 까닭이었지 거기에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그간 붉은 오크들은 우수한 전사들부터 선별해 우선적으로 도시에 보내왔다.
그 회차가 거듭될수록 로아 대평야에 남은 전력은 당연히 급감할 수밖에 없었다.
로아 대평야에 남는 인원은 늙거나 어리거나, 혹은 상대적으로 경지가 낮은 이들이었다.
그런 까닭에 비는 전력은 토즈스의 힘으로 메우는 상황이 그려지고 있었고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마지막 이주를 결정한 참이기도 했고요. 뭐 놈들이 급격히 쳐들어오는 바람에 없던 일이되어 버렸지만 말입니다.”
“마지막 이주라면……?”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으니까요.”
“아…….”
“그래도 다행인 건, 쥰을 받아들일 수 있는 가온 님이 때마침 도착했다는 것이겠죠.”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마지막 이주가 결정한 대로 실행되었다면, 쥰을 데리고 갈 수는 없었을 테니까요.”
“……쥰이 선조들의 생명력 위에서 탄생한 영성이기 때문인가요?”
“맞아요. 생명력이 깃든 곳이 힌드산이니까요.”
힌드산엔 선조들의 생명력이 깃들었고, 그 생명력에 깃든 게 쥰이라서.
영물의 형태를 하고 있긴 했지만, 그 상관관계를 따져본다면 토즈스의 말이 틀리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만약…….”
“원래의 계획대로 진행되었다면 쥰은 어쩔 생각이였냐고 묻으려던 거겠죠?”
“그렇습니다.”
“쥰이라면 아마도 힌드산을 점령한 마왕군을 끌어안고 폭사하는 걸 선택했을 겁니다.”
궤멸적인 피해를 입혔을 수도, 아닐 수도 있었다.
“그게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을지는 알 수 없지만……가온 님께서 온전히 취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결과는 아니었을 거예요.”
토즈스는 그거 하나만큼은 확신한다는 듯 미소지었다.
“왜 취하지 않으셨습니까?”
가온이 물었다.
“제가 쥰을요?”
“예.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않았습니까.”
“아니요.”
이에 토즈스가 고개를 저었다.
“저한테는 자격이 없어요.”
“자격……말입니까?”
“쥰은 취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에요. 그건 제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쥰이 결정하는 것이니까요.”
“그 말은……토즈스 님이 아니라 절 선택했다는 겁니까?”
“예.”
토즈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가온은 그 사실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토즈스 또한 가온이 납득할 만한 설명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던지 부연해 설명했다.
“쥰과는 이곳 힌드산 정상에서 오래 공존해온 관계이지만, 그게 쥰의 인정을 받았다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랄까요.”
가온은 점점 빠져들어 토즈스의 말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제가 처음 초월자가 될 무렵, 마왕군의 침공이 시작되었죠. 그리고 나는 마왕군을 막기 위해 대주술진을 펼쳤죠.”
가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들어 알고 있는 이야기였으니까.
“대주술진이 펼쳐진 곳은 로아 대평야 전역. 알고 있겠지만, 로아 대평야는-”
“매우 넓죠.”
가온이 눈치껏 토즈스의 말을 이어 말했다.
“아무리 효율적인 방법으로 대주술진을 만들었다곤 하지만, 그 넓이를 감당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그땐 초월자도 아니었을 테니까요.”
이번엔 토즈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종족을 지키기 위해선 대주술진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서 토즈스가 할 수 있는 선택은 그리 많지 많았다.
“그렇게 저는-”
순간 가온의 눈이 동그래졌다.
토즈스의 말이 정말이지 완전히 예상을 벗어난 말이었기 때문이다.
다크 판타지의 천재 마수사냥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