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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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작전이었다.
연구소는 적진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어서, 침투하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빠져나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연구소로부터 탈출지점까지의 거리가 거의 100킬로미터였기에, 혹독한 강행군이 예상되었다.
하지만 지크는 할아버지 같은 치천존과 도제를 구하기 위해서, 망설임 없이 그 어려운 구출 작전에 나섰다.
그렇게 적진 한복판으로 침투해서 연구소까지 도착한 지크.
“뀨. 주인 놈아. 연구소가 저기냐.”
햄찌가 저 멀리 돔 형태의 하얀색 건물을 가리키며 지크에게 물었다.
“그런 모양인데?”
지크가 어깨를 으쓱했다.
“딱 봐도 연구소 같잖아.”
“뀨! 그건 그렇다!”
“어떻게 침투하지…?”
지크는 고민했다.
연구소 건물은 성벽 같은 게 없이 돔 형태라서, 침투 경로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뀨! 주인 놈아! 주인 놈이 잘하는 거 하면 되지 않냐! 뀨우!”
“으응?”
“주인 놈 하수도 마니아다! 뀨우! 하수도 이용하면 되지 않냐! 뀨!”
“흠. 그건 그렇지.”
지크는 굳이 자신이 하수도 마니아라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지크가 침투 시에 하수도를 애용했다는 건 스스로도 인정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하수도도 좋긴 한데….”
지크가 을 끌어올리며 대답했다.
우웅!
지크는 을 이용해 연구소 주변에 설치되어 있는 경보 시스템에 방해 전파를 흘려보냈다.
“햄찌야.”
“뀨?”
“셋, 둘, 하나.”
“뀨?”
햄찌가 고개를 갸웃거리던 순간.
팟!
지크와 햄찌가 빛에 휩싸이더니, 연구소 지붕 위로 이동되었다.
짧은 거리의 텔레포트.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 생긴 이 기본 스킬은, 쿨타임이 길긴 했지만 50미터 정도의 텔레포트도 가능했다.
마법사 계열 클래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뀨우?! 주인 놈 텔레포트 썼냐! 뀨우!”
“응.”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압제자의 파동으로 경보 시스템 마비시키니까 되네? 그냥 텔레포트 시도해봤을 땐 주파수가 안 맞아서 안 됐었는데.”
“뀨! 주인 놈 똑똑하다! 뀨우!”
“그걸 이제 알았냐? 이 자식아?”
지크는 햄찌에게 괜히 눈을 한 번 부라리고는 연구소 지붕을 타고 가까운 환풍구로 향했다.
연구소에는 시설의 특성상 창문이 없었기에, 환풍구를 통해서 침투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햄찌와 함께 환풍구로 기어들어 간 지크는 곧장 을 활용해 연구소 내부를 스캔하고, 치천존과 도제가 있는지 한번 탐색해보았다.
그 결과.
[알림: 탐색 중….] [알림: 탐색 완료!] [알림: 과 를 찾았습니다!]다행히도, 두 어르신은 연구소 내부에 있었다.
‘찾았어. 근데 너무 멀어. 경보장치도 너무 많고. 경비병도 많아. 저기까지 가는 것도 쉽지 않겠는데?’
게다가 지금 이 환풍구는 치천존과 도제가 붙잡혀 있는 곳까지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지크가 맵을 자세히 분석해본 결과, 다른 환풍구로 다섯 번이나 갈아타야 도제와 치천존이 있는 곳까지 갈 수가 있었다.
“뀨? 주인 놈아! 무슨 일이냐!”
“이게 환풍구를 다섯 번이나 갈아타야 하는데, 문 따기도 쉽지가 않아. 다 박살을 내버릴 수도 없잖아.”
“뀨! 그건 그렇다! 나 여기 있소! 하는 꼴밖에 더 되냐! 뀨우!”
“그래서 고민이야. 환풍구를 나가서 문을 따야 되는데.”
“뀨! 그거 햄찌가 해주겠다! 뀨우!”
“으응?”
“햄찌 몸 작게 만들 수 있지 않냐! 뀨! 그러니까 햄찌가 문 따주겠다!”
“정말?”
“뀨! 햄찌 못 믿냐!”
“그럼 땡큐지.”
“비켜봐라! 햄찌가 먼저 내려가 보겠다! 뀨우!”
햄찌는 그렇게 말하고는, 몸을 작은 생쥐 정도로 작게 만들어서 환풍구를 빠져나갔다.
그리고는 청진기를 문에 가져다 대고, 구린 옷핀으로 문고리의 열쇠 구멍을 몇 번 들쑤셨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덜컥.
굳게 잠겨 있던 문이 열린 것이다.
“너 어떻게 열었냐? 이거?”
“뀨! 햄찌 왕년에 도둑질 좀 했다! 뀨우! 이 정도 문 따는 건 식은 죽 먹기다!”
“도, 도둑질까지 했었냐?”
“뀨! 그냥 재미로 몇 번 해봤다! 뀨우!”
“하여간.”
지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환풍구에서 기어 나와 햄찌가 따준 문을 통과했다.
그런 뒤 연구소 내부의 코랄인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살금살금 움직여 다른 환풍구로 갈아탔다.
“계속 이렇게만 하면 되겠는데?”
“뀨! 그렇다! 주인 놈아! 뀨우! 햄찌만 믿어라!”
“오케이. 계속해보자.”
그렇게 지크는 햄찌의 도움을 받아 치천존과 도제가 감금되어 있는 장소까지 쭉 나아갈 수 있었다.
***
그로부터 약 2시간 후.
‘여기다.’
지크는 치천존과 도제가 감금되어 있는 연구실 바로 위 환풍구에 도착했다.
‘보자….’
환풍구를 통해 본 연구실의 모습은, 전형적인 생체실험장이었다.
“바이탈 정상적이군.”
“산소 용액에 문제는 없겠지?”
“좋아. 얼마 안 남았어.”
코랄인 연구원들은 원통형 수조 안에 든 치천존과 도제를 바라보며 업무적인 이야기를 나누었다.
치천존과 도제는 산소 용액이 가든 든 수조에 갇혀 있었고, 온몸 곳곳에 금속으로 이루어진 호스가 꼽힌 상태였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지크는 치천존과 도제를 안타깝다는 듯 바라보다가, 어떻게 이 연구실을 장악할지를 생각했다.
이제부터는 구출에 집중해야 했으니, 소란을 피워서는 안 되었다.
기껏 침투했는데 구출에 실패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지크는 고민했다.
연구실 내부에는 코랄인 연구원들이 무려 20명이나 있었다.
그 많은 인원들을 소리·소문 없이 제압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조금의 소란이라도 벌어진다면, 문밖에 버티고 선 코랄인 경비병 둘이 즉시 눈치채고 연구실로 들이닥칠 게 분명했다.
‘어떻게 하지?’
고민하던 중.
‘역시 조용히 죽이려면 그 방법밖에 없으려나?’
지크는 스킬을 한번 이용해보기로 했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소리 없는 죽음은 독살 아니겠는가?
스으으!
지크는 스킬을 켜고, 환풍구를 통해 방사능 에너지를 천천히 흘려보내 보았다.
‘되나?’
사실 그건 도박이었다.
코랄 종족은 원체 스펙이 높아서, 독 저항력도 엄청났다.
어지간한 독사의 독 따위는 탄산수 마시듯이 벌컥벌컥 들이킬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먹혀라, 먹혀.’
지크는 방사능 에너지를 흘려보내면서, 제발 먹히기를 기도했다.
그 결과.
“음? 뭔가 퀴퀴한데?”
한 코랄 연구원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게.”
“목이 따끔거리는데.”
다른 코랄 연구원들 역시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불쾌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거기까지.
털썩, 털썩, 털썩, 털썩, 털썩… 털썩!
연구실 내부에 있던 코랄 연구원들이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오?’
지크는 스킬이 효과를 보이자 매우 좋아했다.
연구실 내부에 있던 연구원들이 단 한 명도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기 때문이다.
‘코랄 방어구 때문인가?’
지크는 스킬이 효과를 보인 이유를 코랄 방어구에서 찾았다.
의 스킬 레벨이 비약적으로 상승하지 않았더라면, 독성이 씨알도 먹히지 않았을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가자.”
“뀨.”
지크는 즉시 환풍구를 나서 치천존과 도제 구출에 나섰다.
***
지크는 즉시 치천존과 도제를 수조에서 꺼냈다.
그리고는 도제를 흔들어 깨웠다.
지크 혼자서는 치천존과 도제를 동시에 업고 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육체 능력이 조금 더 뛰어난 도제—힘캐였으니까—부터 깨우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어르신, 어르신!”
“으음… 밀린 외상값은….”
“어르신!”
“엥?”
도제가 눈을 번쩍 뜨더니, 지크를 빤히 바라보았다.
“도련님이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정신이 좀 드세요?”
“여긴 어디….”
도제가 주변을 슥 둘러보았다.
“분명 전투 중 정신을 잃었거늘….”
“코랄 종족의 연구소예요.”
지크가 도제에게 설명해주었다.
“어르신은 포로로 붙잡혀 재사회화를 당하고 계셨던 거고요.”
“재사회화 말씀이십니까?”
“세뇌요, 세뇌. 정신 지배.”
“허!”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드릴 테니까, 어서 여길 빠져나가죠.”
“예, 도련님. 한데 형님은…?”
“깨워봐야죠.”
지크는 그렇게 말한 후 치천존을 흔들어 깨웠다.
“…….”
하지만 치천존은 지크가 아무리 부르고 불러도 좀처럼 눈을 뜨지 못했다.
‘이러면 곤란한데.’
지크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모두가 멀쩡해도 빠져나가기 힘든 판국에, 이렇듯 한 명이 짐짝이 되어버리면 탈출이 어려워진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가 아니겠는가?
그래도 어쩌겠는가. 두고 갈 수는 없으니 챙겨야지.
“어르신, 치천존 어르신 업고 가는 거 가능하십니까?”
탈출 중에 누군가가 공격한다면? 몸이 멀쩡한 내가 상대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에 도제에게 물었다.
“물론입니다.”
도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얼른 가시죠. 일단 빠져나가는 게 우선이니까요.”
“예, 도련님.”
그렇게 지크는 도제와 함께 치천존을 업고 연구실을 빠져나갔다.
도망가기 전에 연구실 문을 안에서 걸어 잠그는 것도 잊지 않았다.
‘길어야 30분. 운이 좋아도 1시간이야. 그 안에 걸려. 어떻게든 연구소부터 빠져나가야 돼.’
지크는 급한 마음에 발걸음을 서둘렀다.
다행스럽게도, 연구소를 빠져나가 숲에 들어갈 때까지 경보음이 울리는 일은 없었다.
“휴.”
지크는 숲에 도착하자 한숨을 내쉬며 아공간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런 뒤 도제에게 각종 포션과 음식물을 내밀었다.
“일단 드세요.”
“감사합니다, 도련님.”
도제는 지크가 준 식량을 허겁지겁 먹어 치웠다.
그런 도제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얼마나 심한 고문을 당했는지, 몸 곳곳이 상처로 가득했다.
게다가 금속제 호스가 꽂혀 있던 부분에는 구멍이 뻥 뚫려 있어서, 더더욱 처참한 몰골이었다.
‘아이고. 다 늙으셔서 이게 무슨 고생이시람.’
지크는 그런 도제가 불쌍했다.
도제나 치천존이나 제아무리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강자라지만, 나이가 너무 많았다.
이제는 슬슬 터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여생을 편안하게 보낼 때도 되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영웅은 코랄 종족의 침공으로부터 세계를 지켜내기 위해 이 전쟁에 참전했다.
대의를 위해 노년의 안식마저 포기해버린 것이다.
‘세상이 좀 잠잠해져야 두 어르신도 편하게 지내실 텐데.’
지크가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삐! 삐! 삐!
저 멀리 연구소로부터 경보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아오.”
지크는 미처 쉴 틈도 없이 경보음이 울리자, 황급히 발걸음을 돌렸다.
“어르신, 시간 없습니다. 가시죠.”
“예, 도련님.”
도제가 치천존을 등에 업고 지크를 뒤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 지크 일행의 이동속도는 엄청나게 빨랐다.
지크나 도제나 둘 다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강자였기에, 달리는 속도가 자동차보다 훨씬 빨랐던 것이다.
그렇게 탈출지점을 향해 미친 듯이 내달리던 중.
“어르신.”
“예, 도련님.”
“근데 어떡하다 포로로 붙잡히셨어요?”
그건 어쩌면 당연한 질문이었다.
코랄 종족이 제아무리 강력해도, 도제나 치천존을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강자들을 도대체 무슨 수로 포획했는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놀라웠다.
“강자들… 강자들이 있습니다.”
도제가 대답했다.
“강자들이요?”
“코랄 종족의 고위급 기사들은 기본이 마스터 이상의 강함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음!”
“그들 중 기사단장에 해당하는 이들은 저조차도 상대하기가 버거울 정도로 강력했습니다.”
“숫자가 많나요?”
“열 명은 넘었던 것 같습니다.”
“히익?!”
지크는 그랜드 마스터와도 견줄 수 있는 강자들이 그렇게 많단 이야기를 듣고 기겁했다.
만약 그들이 한꺼번에 달려든다면, 지크도 도제나 치천존처럼 포획당하지 말라는 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괴물들이 쫓아오기 전에 어서 탈출지점까지….”
바로 그때였다.
“캬아아아아아아아악!”
“캭! 캬아아악!”
검은 표범 수십여 마리가 풀숲을 해치고 나타나 지크 일행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