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174
1173
“코랄 종족의… 전투순양함이요?!”
“그렇습니다.”
“이걸 왜… 저에게 주시죠?”
지크가 테오도시우스에게 물었다.
“이걸 참고해 전투순양함을 제작하십시오. 저 사악한 침략자들을 처단할 때 사용할 강력한 전략병기가 되어줄 것입니다.”
“헉?”
“저희 종족의 모든 기술력이 이 문서 안에 있습니다.”
“하지만….”
지크가 대답했다.
“아무리 설계도와 기술에 대한 설명서가 있다고는 해도, 이걸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요? 기술자도 없고요.”
“기술자는 있습니다.”
“음?”
“이번에 저와 함께 끌려온 시종들 모두가 저희 종족 최고의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입니다. 각 분야별로 엄격하게 선별해서 데려온 인원들이라, 그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전투순양함 제작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겁니다.”
“네?!”
“기술력을 가져오기 위해서 시종으로 위장한 겁니다.”
“와우.”
지크는 테오도시우스의 계략에 감탄했다.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을 자신을 수행하는 시종들로 위장시켜 데려올 줄이야….
“저희 종족의 전투순양함 다섯 척이면, 침략자들의 함대를 모조리 쳐부수고 제공권을 장악하는 게 가능합니다.”
테오도시우스가 지크에게 말했다.
“그러니 비밀리에 저희 종족의 전투순양함을 제작해 미래를 대비하십시오. 그러지 않으면 희망이 없습니다.”
테오도시우스의 말은 옳았다.
물론 겉으로는 아직 아니지만 이미 프로아 제국과 마우레키온 제국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상황이었다.
마우레키온 제국이 프로아 제국을 잠재적 위험 요소이자 적으로 여긴 이상, 언젠가는 싸워야 할 사이인 것이다.
‘잠깐, 우리 무적전투순양함 설계도도 가지고 있잖아?’
프로아 제국은 안 그래도 마우레키온 제국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의 설계도를 통해 새로운 강철함대를 꾸리는 중이었다.
거기에 더해 코랄 종족의 기술력을 이용한 전투순양함 다섯 척을 더 제작한다면?
‘마우레키온 제국을 쳐부수는 것도 꿈은 아니야.’
지크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 프로젝트를 한번 진행해보기로 했다.
이대로 계속 이용만 당하다가 토사구팽을 당할 순 없었으니, 나름대로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좋습니다.”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해보죠.”
“예, 구원자이시여.”
“고대 코랄인들은요?”
“현재 저희 종족 최강의 기사들이 행성 곳곳을 탐사하며 비밀리에 유적지를 알아내는 중입니다.”
“음.”
“그 일은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니, 일단은 전투순양함을 제작하는 데 힘써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진행할 테니, 일단 쉬고 계세요. 마음도 편치 않으실 텐데.”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별말씀을.”
지크는 쓴웃음을 짓고는 시종을 불러 테오도시우스를 모시게 했다.
“예, 폐하. 부르셨습니까.”
그러자 난데없이 메타트론이 나타나 지크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어? 너 왜 여기 있어?”
“요즘 마계도 안정기를 찾아서 폐하 모시려고 왔습니다. 헤헤헤.”
메타트론이 뒤통수를 벅벅 긁으며 웃었다.
“자식.”
지크는 그런 메타트론이 반가워서 씩 웃으며, 그에게 테오도시우스를 맡겼다.
“귀하신 분이니까 잘 모시고. 잘 가르쳐 드려.”
“예, 폐하.”
그렇게 메타트론이 테오도시우스를 데리고 나간 후.
‘그나저나 큰일이네.’
지크는 실종된 치천존과 도제를 떠올리며 골머리를 앓았다.
현재 게오르그의 레어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치천존과 도제의 행방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차라리 게오르그처럼 시체로 발견된 것도 아니고, 감쪽같이 사라졌으니 지크로서는 환장할 노릇이었다.
‘진짜 이 어르신들을 어떡하냐. 어디서 찾아야 되지? 살아계시긴 하는 걸까?’
밤이 깊었지만 지크의 고민은 멈출 줄을 몰랐다.
***
지크는 다음 날 슈트카르트 황제를 만나기 위해 마우레키온 제국으로 향했다.
미켈레는 마우레키온 제국으로 향하는 지크에게 신신당부를 거듭했다.
“폐하, 결코 실언을 하셔서는 안 됩니다. 지금까지 그래 오셨던 것처럼, 계속 바보인 척하십시오.”
“야 이.”
지크가 눈을 부라렸다.
“뭐 인마? 계속 바보인 척하라고? 지금까지 내가 바보였단 거냐!”
“그럼 아닙니까?”
“뭐?”
“폐하.”
미켈레가 눈을 질끈 감고 지크에게 타이르듯이 말했다.
“여태 마우레키온 제국에게 속아서 이용당하셨던 거, 잊으셨습니까?”
“그, 그건….”
“물론 코랄 행성 원정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건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거래였습니다. 하지만 코랄 행성 원정부터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그건 그렇지.”
“뭔가를 눈치챘단 뉘앙스를 풍기면 안 됩니다.”
“알겠어, 인마.”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걱정 마. 금방 다녀올게.”
“예, 폐하.”
그렇게 마우레키온 제국으로 간 지크.
“왔나, 아우.”
슈트카르트 황제는 언제나처럼 지크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아우는 개뿔. 누가 니 동생이야?’
슈트카르트 황제를 바라보는 지크의 속내는 차갑기만 했다.
한때는 지크가 아는 형님(?)들 가운데 꽤 믿음직스럽고 권력 있는 사람이었던 슈트카르트 황제였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크게 성장해버린 지크를 견제하고, 제거할 틈을 노리고 있는 무서운 권력자에 불과했다.
‘티 내면 안 돼. 집중하자.’
지크는 혹여 슈트카르트 황제가 눈치를 챌세라, 늘 그렇듯 약간 헤픈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예, 형님 폐하.”
“고생이 많았다고 들었다.”
“아닙니다.”
지크가 고개를 저었다.
“그저 세계평화를 위해서 이리 뛰고 저리 뛰다 보니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하하하.”
“운이라.”
슈트카르트 황제가 미소를 지었다.
“물론 운이 따라주어야 그러한 전공을 이룩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운이 따라준다고 한들, 실력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도 없는 것이다.”
“별말씀을….”
“역시 믿고 있었다, 아우. 아우는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다.”
“다 형님 폐하 덕분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지크는 뒤통수를 벅벅 긁으며 괜히 쑥스러운 척 평소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
“항상 겸손하군, 아우는.”
“하하하.”
“아우.”
“예, 형님 폐하.”
“내 아우에게 큰 상을 내릴까 하는데.”
“상이라고 하심은….”
지크의 눈에 기대감이 떠올랐다.
지금의 슈트카르트 황제는 비록 적이기는 했지만, 뭔가를 했을 때 항상 후한 보상을 주고는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아직 그 시커먼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으니, 지크에게 뭔가 큰 보상을 내릴 만했다.
“아우.”
“예, 폐하.”
“비록 피를 나눈 형제는 아니지만, 아우와 나는 형제의 연을 맺었다. 그러니 우린 가족이라고 할 수 있겠지. 같은 황가의 일원 말이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슈트카르트 황제가 말끝을 흐렸다.
‘뭐야. 이 양반 왜 이래.’
지크는 그런 슈트카르트 황제의 모습이 평소와는 꽤 달라 보여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부끄러워하는 건가? 지금?’
그때였다.
“폐하.”
나이델베르크가 불쑥 나타났다.
“소신이 대신 말씀 올려도 되겠사옵니까?”
“그래 주겠나?”
슈트카르트 황제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럼, 난 좀 빠져 있도록 하지.”
슈트카르트 황제는 뭔가 급한 사람처럼 그 말을 남기고는 사라져버렸다.
‘뭐야? 보상은 안 주고? 나한테 뭐 못 할 이야기라도 하려는 건가?’
지크가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폐하.”
나이델베르크가 지크에게 말했다.
“예?”
“아까 슈트카르트 폐하께서 말씀하셨다시피, 두 분은 비록 피를 나누지는 않았으나 의형제를 맺은 가족 아니겠습니까?”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죠?”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나이델베르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본국에서는 코랄 행성에서 위대한 전공을 이룩한 지크프리트 폰 프로아 폐하께 큰 보상을 내리고자 합니다.”
“뭡니까? 그 보상이라는 게?”
“폐하께 따님이 한 분 계시는 것으로 압니다.”
“있죠?”
“본국은 폐하의 따님과 우리 황제 폐하와의 혼인을 원하는 바입니다.”
그 순간.
툭!
지크를 붙들고 있던 이성의 끝이 끊어져 버렸다.
***
한편, 이건은 계속해서 지크로 변장한 채 하루에도 수십 군데를 돌아다니며 끊임없이 살인·강간·방화 등의 중범죄를 저지르고 다녔다.
그런 이건의 주요 활동 지역은 마우레키온 제국의 영토를 제외한 곳들이었다.
마우레키온 제국은 자국이 아닌, 타국에서의 지크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지길 원했다.
만약 마우레키온 제국과 프로아 제국 간에 전쟁이 벌어진다면, 그 구도는 마우레키온 제국 대 프로아 제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의 싸움이 될 터.
그래서 마우레키온 제국은 연합군에 속할 국가들에서 지크의 악명이 퍼지기를 원했던 것이다.
“반은 죽이고, 나머지 반은 살려 둬.”
이건은 어느 작은 시골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의 추종자들에게 그렇게 명령을 내렸다.
“반만 죽이라신다!”
“파뤼 타임~!”
“NPC새끼들! 큭큭!”
이건의 추종자들은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마을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기 시작했다.
“아, 좋다.”
이건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사, 살려주세요… 살려주세… 꺄악!”
“이, 이놈들! 네놈들이 이러고도… 컥!”
“크아아아아악!”
이건은 NPC들이 내지르는 비명과 절규를 클래식 음악 듣듯이 감상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지크로 위장한 채 온갖 사악한 짓거리들을 벌이기 시작했다.
“지, 지크프리트 황제! 영웅이라던 당신이 왜 이러는 거요!”
“이 개 같은 악마 놈아! 네놈이 그러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NPC들은 그런 이건이 지크인 줄 오해하고는, 온갖 욕설과 저주를 퍼부어대었다.
“좋아, 아주 좋아.”
이건은 그런 NPC들의 반응을 즐겼다.
또한, NPC들이 도망가게 그냥 내버려 두었다.
다 죽여서는 안 되었다.
적당히 살아남아서 도망쳐줘야 이 사건에 대한 소문을 널리 널리 퍼뜨려줄 테니까.
“폐하! 이 계집 좀 보십시오! 아주 야들야들합니다!”
“크흐흐! 냄새가 아주 좋구나? 크크크크!”
이건의 추종자들은 마치 지크가 이런 학살극을 벌인 것처럼 연기하면서 NPC들의 오해를 더욱 키웠다.
한편, 이 끔찍한 아수라장 속에서도 희망의 씨앗을 키워나가는 존재가 있었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소녀는 마을 뒷산에 자리한 앞에 무릎 꿇고 앉아 간절히 기도했다.
“위대한 영웅이시여. 만백성을 보살피시는 어버이시여. 부디 제 청을 들어주셔요. 제발, 제발 저희 마을을 구해주세요.”
소녀의 신앙심은 지크로 위장한 이건이 추종자들을 이끌고 학살을 저지르고 있었음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지크프리트 폰 프로아 황제 폐하께서 저런 사악한 짓을 저지르실 리 없어! 절대 아니야! 폐하께서 오실 거야! 우리 마을을 지켜주실 거야!’
소녀는 지크의 결백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서 도망치지 않고 를 향해 기도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어쭈.”
이건은 마을 한복판에서 학살을 저지르던 중 뒷산 어귀에서 강력한 신성력이 뿜어져 나오는 걸 감지하고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돌하르방이 저기 있었던 모양이네? 큭!”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이건은 지크를 형상화한 를 이라고 부르곤 했다.
“아직 남아서 기도하는 머저리가 있는 모양인데. 친구를 부르게 놔둘 순 없지. 큭큭큭.”
이건은 그렇게 키득거리고는, 텔레포트를 이용해 마을 뒷산으로 이동했다.
누군가가 기도로 지크를 강림시키기 전에 를 파괴하려는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