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243
242
“니 실력 좀 보자.”
…라고 말했지만 학살갓이 노린 사람은 지크가 아니었다.
털썩!
쓰러진 사람은 지크가 아니라 승구였다.
“승구야!”
지크가 승구를 불러보았지만, 승구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승구]•생명력 : □□□□□□□□□□
승구는 이미 죽어버려서, 강제로 로그아웃을 당한 뒤였다.
그것은 학살갓의 스킬 가운데 하나였다.
헤드샷.
총알을 이마 한가운데에 명중시켰을 때, 일정 레벨 이하의 적을 즉사시키는 스킬.
지크가 도제 베텔규스로부터 배운 과 거의 비슷한 메커니즘을 가진 스킬인 것이다.
홱!
그 광경을 본 지크가 학살갓을 돌아보았다.
“움직임 좋네?”
학살갓이 지크를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그냥 쐈으면 총알 낭비할 뻔했어?”
학살갓이 그렇게 말한 이유는, 그가 리볼버를 들어 올리던 순간 지크가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즉, 총구의 방향을 보고 순간적으로 반응한 지크의 그 피지컬이 학살갓으로 하여금 승구를 노리게끔 했던 것이다.
그리고 승구는 헤드샷에 즉사해 버리고 말았고, 주인 잃은 아이언 골렘들은 아공간으로 사라져 버렸다.
데구르르….
승구가 떨군 랜덤 드랍 아이템, 하필이면 주무기인 가 포도밭을 나뒹굴었다.
‘쟤는 맨날 죽으면 주무기만 떨구더라.’
지크는 가 땅에 떨어진 것을 보고 내심 혀를 내둘렀다.
승구는 언제나 운이 나빴다.
하지만 지금은 승구의 운 같은 걸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이거 진짜 조졌는데?’
지크는 어금니를 꽉 깨물어야만 했다.
하필이면 탈출로에 학살갓을 포함한 제네시스 길드의 딜러들과 상위급 버퍼들이 포진해 있을 줄이야….
어쩐지 운수가 계속 좋더라니, 궁지에 몰리고 만 셈이었다.
“온몸에 구멍을 뚫어줄게.”
학살갓이 지크를 향해 웃으며, 두 자루 리볼버를 움켜쥐던 순간.
콰앙!
지크의 이 포도밭 바닥을 찍었다.
우르릉, 콰앙!!!
그리고 이 일어났다.
***
지크는 기습적으로 스킬을 통해 자신의 전방을 모조리 쓸어버리는 한편, 재빨리 디버프 필드들을 전개했다.
지크가 그렇게 빨리 반응한 이유는, 상대가 상대이기 때문이었다.
‘속전속결.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야 돼.’
10대 길드 중 하나인 제네시스의 공격력을 담당하는 딜러진을 만난 이상, 손쉬운 승리는 기대할 수가 없었다.
아니?
승리는커녕 단지 몇 명이라도 살아 돌아가면 다행이었다.
머릿수만 채운 어중이떠중이들이 아니라, 진짜배기 게임 고수들을 만난 이상 전력의 100퍼센트 이상을 발휘해야 할 때인 것이다.
스륵, 스르륵!
그림자들이 떠오르고.
화륵, 화르륵!
블레이즈 필드 역시 함께 전개되었다.
‘천지개벽으로 너덜너덜해졌을 테니까….’
지크가 그런 생각을 하며 을 움켜쥐었을 때.
탕, 탕탕!
먼지 자욱한 곳으로부터 총알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학살갓처럼 네임드는 아니지만, 역시 제네시스의 공격력을 담당하는 딜러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뚝배기단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지크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다들 멀쩡해? 이런 망할!’
기습적으로 전개한 천지개벽 스킬… 그러나 적들은 이상하리만큼 멀쩡했다.
‘피지컬이… 여태껏 상대했던 놈들과는 달라!’
제네시스의 핵심 딜러진들은 쉽사리 당해주지 않았다.
심지어, 뒤에서 버프를 주던 10여 명의 버퍼 중에서도 크게 데미지를 입은 이는 없었다.
그게 고수들이었다.
클래스와 역할군과는 상관없이, 제네시스 길드와 같이 10대 길드의 핵심 인원쯤 되면 모두가 평균 이상의 피지컬과 센스 정도는 갖추고 있다.
그리고 그 선봉장격인 학살갓의 경우, 지크가 여태껏 상대했던 이들과는 차원이 다른 ‘클라쓰’를 자랑했다.
탕탕, 탕탕탕!
마나가 깃든 총알이 자욱한 먼지를 뚫고 지크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웅!
지크는 다급히 버프를 켜 자신의 방어력을 올리고, 슈퍼아머로 자신을 무장했다.
팅, 티잉, 팅!
총알 몇 발이 스킬을 켠 지크를 맞추고 튕겨져 나갔다.
•생명력 : ■■■■■■■■□□
그러자 지크가 가진 생명력의 20퍼센트가 순식간에 날아갔다.
총알은 스킬을 제때 발동하지 않았다면 지크를 순식간에 드러눕게끔 할 정도의 위력을 품고 있었다.
‘딜… 미쳤는데…?’
지크는 학살갓이 쏜 총알의 위력에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학살갓의 주무기는 라는 고강 무기였다.
게다가 버퍼들의 각종 버프까지 받은 상태라 위력이 무시무시할 수밖에 없었다.
‘붙어야 해. 원거리에서는 총알받이만 하다가 죽을 거다.’
지크가 재빨리 땅을 박찼다.
스으으…!!!
그런 지크의 몸으로부터 방사능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드래곤 하트를 섭취해 마나가 크게 상승했기에 스킬을 켠 상태로도 전투를 벌일 수가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거리를 좁힌다… 좋은 선택이긴 한데….”
흙먼지를 뚫고 나온 학살갓이 지크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실력도 좀 볼 겸 한번 붙어보자.”
놀랍게도, 원거리 딜러인 학살갓은 지크가 빠른 속도로 접근해오고 있었음에도 거리를 벌리려 하지 않았다.
대단한 자신감.
제네시스 길드의 메인 화력을 담당하는 딜러 중 하나답게, 학살갓은 마치 지크를 완전히 하수 취급하며 그를 평가하려 했다.
그렇게 지크와 학살갓의 일대일 대결이 시작되었다.
***
화륵, 화르르륵!!!
불타는 포도밭.
뚝배기단과 제네시스의 싸움은 지크 대 학살갓이 일대일 대결을 펼치고, 그 외 나머지 길드원들끼리 맞붙는 형태로 전개되었다.
500여 명의 뚝배기단 게이머들은 제네시스 길드의 중, 상급 딜러진들과의 싸움에서 쉽사리 무너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필드 위에서 싸워야 해!’
‘길마 필드가 있어야 우리가 산다.’
‘필드를 중심으로 싸우자.’
뚝배기단 게이머들은 지크가 깔아준 디버프 필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기에, 버퍼들의 버프를 받은 제네시스 길드의 고위급 딜러진들을 상대로도 선전할 수가 있었다.
버프의 적은 디버프.
제네시스가 가진 가장 큰 무기인 버프를 무력화시킬 수단인 디버프 필드가 함께하는 이상, 뚝배기단은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한편 지크와 학살갓의 대결은 양측 강자들 간의 일대일 대결답게, 어마어마하게 치열하고 또 현란하게 전개되었다.
“주인 놈아!!! 힘내라!!! 뀨우우우우우!!!”
지크는 햄찌의 버프까지 받은 상태로 학살갓과 근접전 대결을 펼쳤다.
그런데.
‘이 자식 진짜 고수야!’
지크가 본 학살갓은 여태껏 만났던 그 어떤 게이머보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괴물이었다.
원거리 딜러는 근접전에 약하다?
맞는 말이었다.
원거리 딜러는 기본적으로 낮은 방어력, 생명력, 스태미나라는 태생적인 한계점을 지닐 수밖에 없었다.
원거리에서 적에게 큰 데미지를 안겨줄 수 있는 만큼, 근접전에서 약해야 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가 아니던가?
하지만 학살갓은 그렇지 않았다.
쒜엑, 쒜에엑!
지크의 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휘둘러졌지만, 학살갓은 단 한 번도 유효타를 허용하지 않았다.
‘지금!’
심지어, 빈틈을 발견한 지크가 회심의 일격을 날렸을 때에도 학살갓은 를 X자로 교차시켜 그 공격을 막기까지 했다.
쩌엉!
지크의 철퇴와 학살갓의 리볼버 두 자루가 충돌하던 때였다.
휘릭, 휘리릭!!!
학살갓이 충돌의 반동을 이용해 몸을 뒤로 튕기며 권총 두 자루를 재빨리 빙그르르 돌리더니 지크를 향해 총구를 겨눴다.
탕탕, 탕탕탕, 탕탕탕탕탕, 탕탕!!!
수십 발의 총알이 지크의 복부를 향해 쏟아졌다.
팅, 팅, 팅, 팅, 팅… 티잉!!!
물론 스킬을 켠 지크는 그 공격에 자세가 무너진다거나 쓰러지지는 않았지만, 엄청난 생명력 손실을 보아야만 했다.
‘나만 당할 것 같아?’
지크는 반격에 큰 데미지를 입었음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딸깍, 딸깍!
학살갓의 총알이 떨어진 것을 보았기에, 그 틈을 이용한 맹공을 펼치려는 것이다.
‘내 차례다.’
지크가 다시금 학살갓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학살갓은 순간적으로 발차기를 이용해서 지크를 몰아내는 한편, 그 자리에서 백덤블링을 시전했다.
휘리릭!
학살갓은 지크가 잠시 주춤한 사이 공중제비를 돌면서 재장전을 시도했다.
번쩍!
학살갓의 마법 인벤토리가 번뜩거리고.
철컥, 철컥!
순식간에 재장전이 완료되었다.
덕분에 지크는….
탕, 탕, 탕, 탕, 탕, 탕, 타앙!!!
그야말로 눈 깜짝 할 사이에 재장전에 성공한 학살갓으로부터 다시금 총격을 받아야만 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발은 승구를 단 한 방에 죽여 버린 바로 그 스킬, 헤드샷이었다.
터엉!
총알 한 발이 지크의 이마를 때렸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우당탕탕!
스킬을 켠 지크가 그대로 부웅! 하고 날더니 포도밭 땅바닥에 거칠게 처박혔다.
‘이, 이게 말이 돼…?’
지크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왜?
슈퍼아머가 깨졌으니까.
헤드샷의 데미지는, 절대로 넉백이나 다운을 당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슈퍼아머조차 깨버릴 정도로 엄청나게 강했던 것이다.
“후우.”
학살갓이 아쉽다는 듯 연기가 뿜어지는 총구를 훅 불며 지크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원거리 딜러라서 근접전이면 이길 수 있을 줄 알았지?”
“…….”
“근데 어쩌냐. 난 근접전도 X나 잘하는데?”
…라고 말했지만 학살갓도 마냥 무사하지만은 않았다.
주르륵….
자신감을 드러내는 학살갓의 코와 귀에서는 시뻘건 피가 철철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 이거 뭐야?”
학살갓이 자신의 코 밑을 스윽 만져보고는 흐르는 코피를 확인하더니 당황했다.
“왜 코피가 나지? 한 대도 안 맞았는데?”
“글쎄?”
지크가 몸을 서서히 일으키며 대꾸했다.
스으으…!!!
그런 지크의 몸으로부터는 여전히 초록색 안개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레디에이트 스킬.
학살갓의 기본 독 저항력이 아무리 높고, 또 버프를 받은 상태라고 한들 긴 시간 동안 방사능 에너지에 노출된 탓에 그만 중독되어 버린 것이다.
[알림 : 상태 이상!] [알림 : 당신의 캐릭터가 에 걸렸습니다!] [알림 : 현 시간부로 당신의 스태미나가 급격히 저하하고, 캐릭터의 통제가 어려워집니다!]학살갓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데미지가 생각보다 약해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가 화를 자초해 버리고 만 학살갓이었다.
“힐러, 힐러!!!”
당황한 학살갓이 황급히 힐러를 찾았다.
“캐스팅 중!”
그러자 제네시스 길드 소속의 힐러 하나가 재빨리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아군이 에서 벗어나게끔 해주는 주문, 그리고 깎여나간 생명력과 스태미나를 채워주는 주문을 외우는 것이다.
“ไยพนดสาม ไสไสสำนแมำไวๆสฝ จยด….”
그러던 순간.
휘리릭!
이 휘리릭 날아들더니.
콰앙!
주문을 외우던 힐러의 머리통을 말 그대로 뽀개버렸다.
디버프 마스터의 원거리 액티브 스킬인 였다.
털썩!
그러자 학살갓에게 치유 마법을 걸어주려던 힐러의 시체가 포도밭을 나뒹굴었다.
“……!”
학살갓이 화들짝 놀라는 사이.
“그걸 놔둘 것 같냐?”
…라고 말한 지크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크가 덤벼든 대상은 학살갓이 있는 방향이 아니었다.
‘약해지게 만들면 되잖아.’
지크의 표적은 제네시스 길드의 버퍼와 힐러들이었다.
강력한 딜러들을 더더욱 강하게 해주는 원천인 버퍼들을 우선적으로 제거하겠단 의도였다.
나보다 강한 적은 약해지게 만든 뒤 팬다.
지크는 디버프 마스터의 핵심 키워드를 충실하게 실천하려는 것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