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244
243
‘이 자식… 버프 없이도 이기기 힘든 상대다.’
지크는 학살갓의 실력을 순순히 인정했다.
적의 실력을 부정해봐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일이었다.
학살갓은 네임드급 게이머답게 피지컬, 센스, 임기응변 등이 여태껏 상대해왔던 녀석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당장 레벨만 해도 지크보다 훨씬 높았고.
그런 상대가 버퍼들의 버프까지 듬뿍 받은 상태라면?
필패.
이길 수가 없었다.
게다가 디버프 필드 또한 아군-뚝배기단-을 위해 깔아준 터라, 지크는 자신이 가진 가장 큰 무기를 활용할 수도 없는 상황.
애초에 이런 구도에서 네임드 게이머인 학살갓과 일대일 대결을 펼친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그래서 지크는 학살갓을 포함한 제네시스 딜러들의 힘의 원천인 버퍼들과 힐러들을 먼저 공략하기로 하고, 행동에 나섰다.
제일 첫 번째 타깃은 다른 또 하나의 힐러였다.
힐러가 학살갓에게 걸린 을 푸는 걸 원천봉쇄하려는 것이다.
“ชชยวพมทภ สสนก มมภทพบ ใม บหย… 헉!!!”
그 힐러는 지크가 덤벼들자 곧바로 캐스팅을 끊고, 회피 기동에 나섰다.
하지만 지크는 힐러의 회피 기동보다 더욱 더 빠르게 움직였고, 은 그의 머리통을 인정사정없이 두들겨 대었다.
쾅, 쾅, 쾅, 쾅, 쾅, 쾅… 콰앙!!!
디버프 마스터의 액티브 스킬인 가 힐러의 머리통을 수십 차례에 걸쳐 강타했고.
털썩!
그 힐러는 순식간에 머리통이 으깨진 채, 강제로 로그아웃을 당해야만 했다.
“저 새끼가!”
학살갓이 다급히 지크의 뒤를 쫓았다.
탕탕! 탕탕탕!
시뻘겋게 달아오른 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이번에는 그냥 안 맞아주지.’
지크는 학살갓의 총구가 불을 뿜기 직전, 로 자신을 감쌌다.
팅, 티잉, 팅, 팅, 티잉!
그러자 그 강력한 위력을 품은 총알들이 피나비의 날개에 튕겨져 나갔다.
물론 지크가 전혀 데미지를 입지 않은 건 아니었다.
‘이 정도면 맞을 만해.’
그러나 직접 몸으로 맞는 것과 로 방어한 것은 들어오는 데미지부터가 달랐다.
과연 천잠사.
신비한 누에로부터 뽑아낸 실, 천잠사로 만든 망토는 그 방어력이 가히 신뢰할 만했다.
‘버텼으니까, 다시 사냥.’
학살갓의 공격을 한 차례 버텨내는 데 성공한 지크는, 다시금 제네시스의 버퍼들을 상대하기 위해 뛰었다.
그렇다고 해서 제네시스 길드의 버퍼들이 지크에게 쉽사리 당해준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나름 고레벨 게이머인 데다가, 실력 또한 출중한 이들이었다.
죽이고 싶다고 해서 언제든 죽일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아닌 것이다.
휙, 휘익!
제네시스 길드의 버퍼들이 지크를 피해 회피 기동을 시도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크에게는 굳이 유효타를 먹이지 못하더라도, 그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스킬이 존재했다.
이레디에이트 스킬.
스으으…!!!
끊임없이 뿜어지는 방사능 에너지가 도망치는 제네시스 길드 소속 버퍼들을 하나둘씩 중독시키기 시작했다.
제네시스의 버퍼들은 지크를 피할 수 있었지만, 뿜어지는 방사능 에너지를 완벽하게 견뎌내지는 못했던 것이다.
“크, 크윽…!!!”
“다리가… 안 움직여….”
덕분에 방사능 에너지에 중독된 제네시스 길드의 버퍼들은 움직임이 크게 둔해져야만 했고, 어김없이 머리통이 깨져 나가야만 했다.
“끄악!”
“악!”
“커허억!”
지크는 약해진 적들을 절대로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
“야 이 새끼야! 거기 서!!!”
학살갓은 아군 버퍼들을 사냥하는 지크를 잡기 위해 뛰어야 했다.
탕탕, 탕탕탕!
양손에 쥔 리볼버의 방아쇠를 연신 당기면서 말이다.
그러나….
“X까! 너 같으면 서겠냐?”
지크는 그렇게 소리치고는, 학살갓은 철저히 외면하고 오직 버퍼들만을 사냥하는 데 집중했다.
그렇게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우습게도, 근접 딜러인 지크가 도망치고 원거리 딜러인 학살갓이 근접전을 펼치기 위해 쫓아다니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
지크의 판단은 옳았다.
버퍼들부터 제거한다는 계획은, 뚝배기단과 제네시스 간의 전투 판도를 180도 뒤집어 놓았다.
버퍼가 한 명 쓰러질 때마다, 제네시스 길드의 딜러들은 눈에 띄게 약해져만 갔고.
“죽여!”
“이 새끼 버프 없으니까 X밥이네!”
“딜 약해진 거 보소?”
뚝배기단은 점점 기세가 등등해져만 갔다.
그도 그럴 것이, 적의 버프는 사라지고 지크의 디버프 필드만 유지되는 상황이 벌어진 덕분에 뚝배기단의 화력이 제네시스 길드를 압도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뚝배기단은 머릿수부터가 제네시스 길드원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으므로, 전투를 더욱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가 있었다.
‘이런 X발!’
덕분에 학살갓의 마음은 더더욱 급해졌다.
“야 이 쥐새끼 같은 새끼야!!!”
학살갓은 지크를 잡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그러나….
[알림 : 상태 이상!] [알림 : 당신의 캐릭터가 에 걸렸습니다!] [알림 : 현 시간부로 당신의 스태미나가 급격히 저하하고, 캐릭터의 통제가 어려워집니다!]이미 방사능 에너지에 중독되어 버린 학살갓의 움직임은 지크의 뒤를 쫓을 수 있을 정도로 빠르지가 않았다.
게다가 기존에 걸려 있던 각종 버프들 역시 버퍼들의 죽음으로 인해 사라지면서, 학살갓은 더더욱 느려졌다.
그리고 학살갓이 지크를 잡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칭호 때문이었다.
적들을 약 올리며 잘 도망친 사람에게 주어지는 칭호.
•타입 : 칭호
•등급 : 유니크
•효과 :
– 신속 : 이동 속도 +7%
– 약 오르지? 데헷! : 도주 시 이동 속도 +50% (액티브)
– 넌 이제 뒈졌다 : 사용 중 피격 시 받는 데미지 +25%
스킬을 켠 지크는 어마어마하게 빨라서, 학살갓이 제아무리 방아쇠를 당겨도 좀처럼 맞출 수가 없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털썩, 털썩, 털썩, 털썩!
지크에게 사냥당한 버퍼들에 이어, 학살갓을 뺀 제네시스 길드의 딜러들이 하나둘씩 쓰러져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이 되자, 학살갓은 자신이 홀로 남았단 사실을 깨달았다.
‘다 죽었어…?’
그때.
“야.”
도망치던 지크가 학살갓을 향해 몸을 돌렸다.
“실력 좀 보자.”
“내, 내 실력…? 니 따위가?”
“버프 없이 얼마나 잘하는지 좀 보려고.”
“이 새끼….”
“시간 얼마 없으니까, 빨리 끝내자.”
그 말과 동시에, 지크가 학살갓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지크와 학살갓의 제 2차전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싸움이었다.
‘해볼 만해!’
지크의 눈에 자신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버프가 없는 학살갓은 이전만큼 강하지 않았다.
쩌엉!
과 X자로 교차한 가 충돌했을 때.
“악!”
버프가 없는 학살갓은 의 파괴력을 제대로 받아낼 수가 없었다.
결국 학살갓은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자세가 크게 흐트러지고 말았다.
그렇다고 해서 지크에게 넙죽 일격을 허용한 건 아니었다.
학살갓은 고수였고, 자세가 흐트러졌다고 해서 바로 기회를 내어줄 정도로 허술하지 않았다.
탕탕!
오히려 자세가 무너지는 와중에도 정확한 조준을 함과 동시에 방아쇠를 당겨 지크를 공격하기까지 했다.
‘강해. 확실히 강해.’
지크는 이 아니었더라면, 절대로 학살갓과 제대로 된 대결을 펼치는 게 불가능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왜?
버프가 없이도 학살갓은 지크를 압도할 수 있을 만큼 레벨이 높았고, 실력 또한 출중한 게이머였으니까.
그렇지만 지크에게도 할 말은 있었다.
학살갓과의 1차전 당시 지크는 아군을 도와주느라 자신의 최대 무기인 디버프 필드들을 활용할 수가 없었다.
뚝배기단 단원들을 위해 디버프 필드를 깔아주고, 자신은 맨몸으로 학살갓과 싸웠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우웅!
지크가 마나를 끌어올려 과 를 동시에 전개했다.
‘위험!’
학살갓이 디버프 필드로부터 벗어나려고 했지만, 때는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
“어디 가냐?”
“……!”
“나랑 놀아야지. 시간도 없는데.”
어느새 학살갓의 코앞까지 따라붙은 지크가 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로소 지크의 첫 유효타가 터졌을 때, 학살갓은 경악하고 말았다.
빠악!
이 학살갓의 가슴팍을 때리던 순간.
“……!”
학살갓은 너무나도 놀라고, 또 아파서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학살갓]•생명력 : ■■■■■■■□□□
기존에 70퍼센트였던 생명력이.
[학살갓]•생명력 : ■■■□□□□□□□
순식간에 40퍼센트가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뭐, 뭔 딜이?!’
학살갓은 지크의 공격에 담긴 엄청난 데미지에 경악하고, 또 경악했다.
그것은 매우 복합적인 결과였다.
학살갓에게 걸려 있던 버프의 소멸, 지크의 디버프 필드, 거기에 더해 원거리 딜러의 태생적인 한계라고 할 수 있는 취약한 방어력과 상대적으로 작은 피통 등의 요인이 겹쳐졌던 것이다.
“크, 크윽… 무슨 놈의 딜이….”
“근접전도 잘한다면서?”
지크가 피식 웃으며 학살갓에게 당했던 걸 고스란히 돌려주었다.
학살갓이 분명히 실력 있는 게이머라고는 해도, 버프 없이는 원거리 딜러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할 수준까지는 안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퍽, 퍼억, 퍽!
근접전의 달인인 지크에게 피지컬로 압도당하며, 처참하게 구타를 당하는 것이었다.
“커, 커헉! 두, 두고 보자… 이 새끼이… 다음번엔….”
“내가 더 강해져 있겠지.”
지크가 그렇게 말하던 찰나.
“이 새끼가…!!!”
순간 학살갓의 손에 들린 두 자루 권총이 시뻘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학살갓이 가진 비장의 스킬인 가 전개되기 직전에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그러나….
“뒈져… 으응?”
학살갓은 스킬이 제대로 발동되지 않는다는 걸 느끼고 당황했다.
딸깍, 딸깍!
방아쇠를 당겨도 총알이 발사되지 않았다.
“응. 안 통해.”
지크가 그런 학살갓에게 비웃음을 날렸다.
“왜… 내 스킬이….”
“글쎄? 스킬이 왜 갑자기 안 나갈까?”
“어째서….”
“뭔가 이유가 있긴 하겠지? 근데 안 가르쳐줄 거니까 빨리 뒈져. 나 시간 없으니까.”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퍼억!
지크가 학살갓의 머리통을 그대로 부숴버렸다.
‘하마터면 벌집 될 뻔했네.’
지크는 적의 마나 흐름을 방해하고, 스킬 발동을 억제하는 디버프 스킬인 을 미리 걸어두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갑시다! 시간 없어요! 빨리 튑시다!”
그리고는 뚝배기단 단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승리에 취해 있을 시간 따위는 없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제네시스 길드의 본대가 빠르게 접근해오고 있을 터, 1분 1초라도 빨리 튀는 게 상책이었다.
물론 그 전에 챙겨야 할 것들이 있었다.
“이건 제가 주워서 다시 본래 주인들한테 나눠줄게요. 햄찌야. 빨리 줍고 가자.”
“뀨우! 알겠다!”
지크는 죽은 뚝배기단 단원들이 떨어뜨린 랜덤 드랍 아이템을 주워서 본래 주인에게 돌려주는 걸 잊지 않았다.
***
– 혀, 형… 진짜 미안해… 정말 미안해… 흑… 흑흑….
채형석은 수화기 너머로부터 들려오는 민우의 울음 섞인 목소리에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뭔데.”
채형석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민우에게 물었다.
– 혀엉… 그게… 흑흑… 혀엉….
“뭐냐고.”
– 그, 그 새끼가… 그 새끼가아….
“그냥 말해라. 질질 짜지 말고.”
– 우리… 흑흑… 우리 포도밭이… 혀엉… 정말 미안해… 미안해 형….
그 순간.
툭!
채형석은 자신의 머릿속에서 뭔가가 끊어지는 듯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은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소리로써, 분노가 한계치 이상을 돌파했을 때 경험할 수 있는 현상이었다.
“…….”
채형석은 민우로부터 자초지종을 모두 듣기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들었다.
제네시스 길드의 가장 큰 돈줄인 수십만 평의 포도밭이 불바다가 되어버렸단 소식을….
– 흑, 흑흑….
그리고 민우가 흐느끼는 소릴 들으며 말했다.
“X팔 황제고 나발이고….”
채형석이 씹어내듯 내뱉었다.
“그냥 쳐들어간다.”
채형석은 프로아 왕국을 공격하기로 결심했다.
이성의 끈을 놓아 버렸기에, 최강, 최악의 NPC라는 황제의 명령도 씹어 버리려는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