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278
277
[마녀의 탈리스만]설치형 마법의 달인이었던 전설의 마녀 가 사용하던 장신구.
•타입 : 액세서리(목걸이)
•등급 : 전설
•효과 : 설치형 스킬 개수 +1
지크는 옵션을 보고 입이 떡 벌어져 무어라 말할 수가 없었다.
설치형 스킬 개수의 증가.
이는 곧 디버프 필드를 더 설치할 수 있단 소리였다.
그렇다면?
“이, 이거면… 블레이즈 필드를 두 개까지 깔 수 있단 거잖아???”
지크의 주력 밥줄 스킬인 를 더 깔 수 있다는 건, 엄청나게 큰 메리트였다.
거기에 더해 스킬까지 조합한다면?
‘이거면….’
지크는 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았다.
‘접전이 벌어지는 범위는 모두 커버가 가능해. 작은 요새도 마찬가지야. 채형석만큼 넓지는 않겠지만, 이만하면 전투의 판도를 바꿀 수 있어.’
지크의 디버프는 범위가 좁다는 게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단점이었는데, 은 그걸 어느 정도 상쇄시켜 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진짜 대박이다. 이거 어떻게 쓰는 거지? 마나 소모는? 으으! 실험해보고 싶어!’
지크는 을 이용해 디버프 필드들을 빨리 사용해 보고만 싶었다.
하지만 내전이 아주 잠시 소강상태에 들었기에, 지금은 그 위력을 시험해보는 게 불가능했다.
후끈후끈!
지크는 몸이 달아올라 죽을 것만 같았다.
“아. 어디 전투 없나.”
새로운 아이템을 얻거나 스킬을 얻었으면 빨리 사용해보고 싶은 게 게이머의 마음 아니겠는가?
“부대로 복귀해서 참가할 만한 작전 없는지 봐야지.”
지크는 동부 콘스탄틴군의 군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루나 씨도 만나 봐야겠어.’
지크는 자신에게 이렇듯 큰 보상을 안겨준 루나부터 만날 생각이었다.
***
동부 콘스탄틴군의 군영 구석에 자리한 임시 막사에는 의 난민들이 머무르고 있었다.
“아! 전하!”
“전하!”
“찾아와 주셨군요! 전하! 여기 앉으셔요!”
그러자 막사 안에 있던 수십 명의 여성 NPC들이 지크를 반겨주었다.
[잠깐만요! 모험가님! 저분은 누구신가요!] [아, 제 형님이요? 프로아 왕국의 국왕 전하십니다. 하하.]승구로부터 자신들을 구해준 영웅이 사실은 프로아 왕국이란 작은 나라의 왕이란 걸 전해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프레드릭 황제 이 새끼가 진짜.’
지크는 그 와중에 분노했다.
를 가까스로 탈출한 여성 NPC들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허름한 의무병 군복.
다 떨어져 나간 군화.
심지어, 때마침 막사 안에서 밥을 먹고 있던 여성 NPC들의 나무 그릇 안에는 허여멀건 한 밀가루죽 같은 게 들어 있을 뿐이었다.
‘지금 사지를 탈출해온 사람들한테 이따위 밥을 지급했다고? 이런 쓰레기 새끼!’
지크는 속으로 프레드릭 황제에게 쌍욕을 퍼부었다.
아무리 자금 사정이 나쁘기로서니, 이건 아니었다.
최소한 하루 이틀쯤은 푹 쉬게 해주고 좋은 음식을 줘도 모자랄 판국에, 벌써부터 허름한 군복을 입혀놓고 형편없는 음식을 제공할 줄이야….
“그랭구아르 사관님? 거기 계신 거 아니까 좀 나오시죠.”
“예, 전하.”
지크의 말에 존재감 없던 그랭구아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멋!”
“까, 깜짝이야!”
“헉!”
그러자 여성 NPC들이 화들짝 놀랐다.
평소 같았으면 그랭구아르의 미모에 다들 감탄하며 한눈에 반했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그러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랭구아르 사관님.”
“예, 전하.”
“이거 가지고 이것저것 좀 사오세요.”
지크가 금화가 가득 든 주머니를 그랭구아르에게 넘겨주었다.
“특히 먹을 것 위주로요.”
“알겠습니다.”
그랭구아르는 지크가 시킨 심부름에 군말 없이 막사를 나섰다.
여성 NPC들의 몰골이 참혹했기에, 지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걸 잠시 미뤄둘 수 있었던 것이다.
“다들 고생이 많으십니다. 조금만 참으세요. 좋은 날이 올 겁니다.”
지크가 여성 NPC들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덕담을 해주었다.
“아, 그리고 루나 씨.”
“네, 전하.”
“잠시 뵐 수 있을까요?”
“무슨 일이신지….”
“따로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아, 네! 전하의 말씀이시라면 뭐든 따르겠어요.”
지크는 루나를 따로 불러낸 뒤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루나 씨. 이건 너무 큽니다. 아무래도 제가 보상을 해드려야 할 것 같네요.”
“괜찮습니다.”
“예?”
“전하께서는 저와 제 여동생을 구해 주셨어요. 이 세상에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 어디 있을까요? 저는 괜찮습니다.”
“그래도….”
“정 보상을 해주시려거든 부디 제 여동생만이라도 이런 전쟁터가 아닌 곳에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괜찮지만….”
“으음.”
지크는 잠시간 고민을 하더니 대답했다.
“곧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지크는 곧바로 프레드릭 황제를 다시 찾았다.
“무슨 일인가? 휴식을 취하러 간 것 같더니?”
“아, 예. 제가 긴히 드릴 부탁이 있어서….”
“그 부탁이라는 게 뭔가?”
“이번에 제가 구출해낸 난민들, 제가 데려가도 되겠습니까?”
“안 되네.”
프레드릭 황제가 딱 잘라 거절했다.
“안 그래도 의무병과 취사병이 부족한 상황이라네. 만약 인력 부족이 아니었다면 흔쾌히 보내주었을 테지. 그들에게 줄 지원금을 아낄 수 있으니 말일세.”
“…….”
“하지만 지금은 의무병과 취사병으로 굴리는 게 훨씬 이득인 상황이라 줄 수가 없다네. 아, 물론….”
프레드릭 황제가 은근슬쩍 덧붙였다.
“자네가 그에 합당한 몸값을 지불한다면야 팔지 못할… 아니, 망명을 시켜주지 못할 것도 없겠지. 흠흠!”
그 순간.
‘니가 노예 상인이냐, 이 새끼야?’
지크는 프레드릭 황제의 말에 분노했다.
자신의 백성을 무슨 물건 취급하듯 흥정을 하려 하다니….
천하의 개쌍놈이 분명했다.
‘그래. 니가 주기 싫다는데 내가 살 수도 없는 노릇이겠지. 모두를 구할 수 없는데, 괜한 오지랖 부리지 말자.’
지크는 여성 NPC들을 프로아로 데려가는 걸 포기했다.
“폐하.”
“말하게.”
“그럼 다른 난민들은 몰라도, 루나와 루시 자매만이라도 몸값을 지불하겠습니다.”
“음?”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하하….”
“그러게나. 재무대신에게 말해서 몸값을 치르고 데려가게.”
“폐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뭘 이런 걸 가지고. 껄껄! 일괄 구매가 아니라서 좀 아쉽긴 하구먼! 하긴! 그대도 주머니 사정이 변변치 않을 테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일 테지!”
프레드릭 황제는 지크가 세계 최대의 빈곤 국가의 왕이라 몸소 아르바이트(?)를 나왔다고 생각했다.
“내 그대를 배려해서 특별히 1퍼센트 정도는 할인을 해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라고 말했지만 지크는 프레드릭 황제에게 쌍욕을 퍼부을 수밖에 없었다.
‘아오. 이 쓰레기 새끼. 지가 처마시는 술값만 아껴도 난민들 밥 진수성찬으로 차려주겠다.’
지금 프레드릭 황제가 홀짝이고 있는 술은 이른바 이라는 최고급 와인으로서, 한 병에 무려 250골드-한화 1,100만 원 상당-나 하는 사치품이었다.
저런 값비싼 와인을 마시는 주제에 난민들에게 그따위 대접을 해주다니….
지크는 프레드릭 황제가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단지 백성들을 가축 취급할 뿐이라는 걸 완전히 깨달았다.
‘패고 싶다. 패고 싶어. 참자, 참아. 이번 한 번만 참자.’
지크는 프레드릭 황제의 면상에 주먹을 꽂아 넣고 싶은 걸 애써 참아내며 어전에서 물러났다.
***
몸값을 치른 지크는 곧바로 루나를 만났다.
“루나 씨와 루시의 몸값은 제가 지불했습니다.”
“그, 그게 정말이신가요?”
“허드슨 강 나루터에 아쿠아 러너 편대가 아직 대기 중입니다. 그걸 타고 가세요. 제 신하들이 집과 일자리를 마련해줄 겁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대신….”
지크가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할 때.
“다른 난민들한테는 비밀로 하겠습니다.”
“아?”
“그녀들 역시도 이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어 할 테니까요. 이 사실을 알면 정말 부러워할 거예요.”
루나는 기본적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깊은 사람인 듯했다.
“걱정 마세요, 전하.”
“아, 예.”
“정말 감사합니다. 저의….”
“……?”
“왕이시여.”
그렇게 말한 루나가 지크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감사합니다, 지크프리트 전하.”
그러자 루시 역시도 덩달아 지크에게 무릎을 꿇고 예를 올렸다.
그녀들은 이제 프로아 왕국의 백성으로서, 지크의 통치를 받는 입장이 되었기에 왕에 대한 예를 올린 것이다.
“부디 제가 다스리는 나라에서는 행복하시기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크는 그렇게 말한 뒤 프로아 왕국의 해병대원들에게 루나와 루시를 인도하고는 막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 비상, 비상!
– 전 병력, 출동 대기하라!
– 다시 전파한다!
– 비상, 비상! 전 병력은 출동 대기하라!
군영 내에 설치된 마법 스피커에서 방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 씨. 로그아웃하고 좀 쉬려고 했는데.”
지크의 입에서 볼멘소리가 흘러나왔다.
“에라이. 어쩔 수 없지.”
투덜거린 지크가 땅을 박차고 군영을 향해 뛰었다.
***
교황청의 군대는 보급 창고가 불타올랐음에도 곧바로 병력을 재정비, 크레인 시를 포함한 동부 콘스탄틴 제국의 전략적 요충지 세 곳을 동시에 타격하기 시작했다.
지크는 그중 가장 규모가 작고 험준한 곳에 자리한 에 연대장으로서 임명되어 임무 수행에 나섰다.
지크가 게이머들을 이끌고 에 입성하던 순간.
“적이다!”
“교황청의 군대가 온다!”
“전투, 준비이이이이!!!”
교황청의 군대가 까마득히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건 좀….”
지크는 어이가 없었다.
“저 많은 병력을 고작 이 정도 병력 가지고 막으라는 건가?”
수만 명에 달하는 교황청의 군대에 비해 의 병력은 고작해야 만 명도 채 되지 않았다.
그나마 대공포가 다수 설치되어 있어 교황청의 비행선에 폭격을 당할 일은 없다는 게 다행이었지만, 이건 해도 너무했다.
‘이걸 싸우라고? 그냥 싸우다 뒈지라는 거 아닌가?’
지크의 생각은 옳았다.
사실 프레드릭 황제는 전선의 중심이 되는 와 두 번째 전략적 요충지인 에 주요 병력을 집중시켜 놓은 상태였다.
왜?
주력 병력으로 최우선 순위의 전략적 요충지를 방어하면서, 기회를 틈타 역습을 가하기 위해서.
즉, 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병력을 투입해서 본대에 더욱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다.
살을 내어주고 뼈를 깎는다.
그것이 이번 전투에 임하는 프레드릭 황제의 전략이었다.
그렇다는 말은, 이 에 투입된 모든 병력들과 요새 안에 사는 백성들은 본대를 위해 시간을 끌어주는 용도인 것이다.
‘그래. 딱히 방법이 없으면 이럴 수 있지.’
지크는 이번 한 번만큼은 프레드릭 황제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교황청에 비해 너무나도 불리한 전세를 뒤집기 위해서는 에 투입된 병력이 최대한 오래 버텨주면서, 나아가서는 희생까지 해줄 필요성이 있었다.
전쟁의 목적이 쓰레기 같은 권력다툼에 불과할지라도, 프레드릭 황제의 입장에서는 목숨이 걸린 일이기에 이런 과격한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지크는 프레드릭 황제를 이해해줄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해하려고 굳이 노력한 이유는, 이 전쟁에서 발을 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크는 어떻게든 교황청을 박살 내놓아야만 하는 입장이었기에, 일종의 자기 암시이자 정신 승리를 시전한 것이다.
“더러운 이단자들아!!!”
“마귀 들린 놈들 같으니!!!”
“죽여 주마!!!”
교황청의 군대가 요새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모르겠다. 그냥 와라.”
지크가 고개를 휘적휘적 젓더니 성벽 밑으로 훌쩍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지면에 착지하기 직전 으로 대지를 내리찍었다.
천지, 개벽!
은 지크의 광역 딜링 스킬인 천지개벽을 신호탄으로 시작되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