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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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혹시….”
프레드릭 황제가 어떠한 인간인지를 간파한 지크가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병력을 이곳 크레인 시까지 물리실 때….”
“버렸네.”
프레드릭 황제가 대답했다.
“딱히 지켜야 할 이유도 없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가 아니다 보니 버린 것이지.”
“아하?”
“반면에 이곳 크레인 시는 지형적으로 본국이 유리하고, 또 물자가 풍부한 곳이지. 그리고 짐이 생각하기에, 가짜 교황은 완전히 미친놈이거든. 본보기를 보이겠답시고 점령한 도시에서 학살을 벌일 거라고 예상했다네.”
“예상을… 하셨습니까?”
“당연하지. 그 정도도 몰랐겠는가?”
“……!”
“후후. 어리석은 교황 놈. 꼴에 본보기를 보이겠답시고 학살을 벌였겠지만, 그럴수록 민심은 짐에게 돌아올 테지.”
프레드릭 황제가 회심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덕분에 짐이 장악한 영토에서는 교황청에 대한 백성들의 민심이 극도로 흉흉해졌다네. 분노한 청년들이 자진해서 입대할 정도야.”
“그렇…군요.”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랄까? 그 사이비 교주 놈이 아무리 돈이 많아도, 결국엔 민심에 의해 심판을 받게 될 것일세.”
“아, 예.”
지크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퍽이나 민심을 잘 이용하시는군요.”
“으음? 그게 무슨 말인가. 설마 짐을 비꼬는 건….”
“황제 폐하의 심계에 감탄했습니다. 이 지크프리트, 한 수 배워가는 바입니다.”
자기도 모르게 본심을 말해버린 지크가 황급히 프레드릭 황제에게 변명을 늘어놓았다.
“역시 노련한 군주다우십니다.”
“그런가? 껄껄껄!”
“앞으로도 많은 지도와 편달 부탁드리겠습니다, 프레드릭 황제 폐하.”
“신예 군주로서 배우려는 자세가 멋지군. 좋네. 내 앞으로 자네의 질문이라면 뭐든 대답해 주도록 하지. 껄껄껄껄!”
지크가 마음에도 없는 아부를 하자 프레드릭 황제는 매우 기분이 좋아져 호탕하게 웃어댔다.
후배에게 인정받고 존경받는 선배의 마음이랄까?
‘좋냐? 이 쓰레기 새끼야?’
지크가 속으로는 쌍욕을 퍼붓고 있는 줄도 모른 채.
“그럼, 이만 물러가 봐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하게나. 피곤했을 터인데, 푹 쉬게. 앞으로도 큰 활약 부탁함세. 자네가 우리 군을 박살 낼 때 보여주었던 무력은 정말이지 인상적이었다고 하더군.”
“하하….”
“가 보게나.”
“예, 폐하.”
지크는 프레드릭 황제의 어전을 나서 동료들과 합류했다.
“어떠셨습니까?”
그랭구아르가 지크에게 물었다.
“프레드릭 황제는 어떤 인물이었습니까?”
“쓰레기 새끼요.”
지크가 딱 잘라 말했다.
***
“뀨? 그게 정말이냐?”
“그랬던 겁니까?”
“맙소사.”
프레드릭 황제에 대한 지크의 설명에 동료들은 경악했다.
“그러니까….”
그랭구아르가 지크의 말을 정리했다.
“프레드릭 황제는 후퇴하는 데 짐도 덜고, 교황에게 학살을 저지르게끔 판을 깔아준 겁니까? 민심을 결집시키기 위해서?”
“그거야.”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이비 교주나 황제나 똑같은 놈들인 거지. 학살극을 벌이는 놈이나, 자국민을 학살에 노출시켜 놓고 그걸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놈이나. 둘 다 쓰레기 오브 쓰레기인 거지.”
“맙소사.”
그랭구아르가 안면을 감쌌다.
“신성 콘스탄틴 제국의 지도자들이 이렇게 타락했을 줄이야….”
“신성은 개뿔. 이쯤 되면 이름 없는 신이 왜 이름이 없는지 알겠다.”
지크가 빈정거렸다.
“내 생각에, 자길 모시는 놈들이 하도 쓰레기라서 욕먹을까 봐 이름이 없는 게 아닌가 싶다.”
“듣고 보니 그럴싸한 말씀이십니다.”
그랭구아르가 지크의 말에 적극 동의했다.
만약 이름 없는 신이 교황과 황제의 행태를 본다면 어떻게 반응할까?
모르긴 몰라도 피가 거꾸로 솟아 뒷목을 잡고 쓰러질 게 뻔했다.
혹은 말 그대로 을 내리거나.
이름 없는 신에게 국가 전체를 바친다는 의미로써 나라 이름을 이라고 지어놓고, 지도자인 교황과 황제가 권력 다툼을 벌일 줄이야.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더니, 콘스탄틴 제국의 백성들로서는 쓰레기들의 싸움에 등 터진 꼴이었다.
“에라이!”
지크가 볼멘소리를 토해 내었다.
“쓰레기를 피해서 쓰레기 뒤통수를 치고 넘어왔더니, 얘도 쓰레기였네? 아오!”
“저, 전하….”
“아. 미치겠네. 이젠 이 전쟁에서 발을 뺄 수도 없는데.”
맘 같아선 당장에 이 더러운 전쟁에서 발을 빼고만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지크는 이미 교황청과 원수를 진 상황이었기에, 어떻게 해서든 프레드릭 황제가 콘스탄틴 제국의 패권을 차지하게끔 도와주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왜?
만약 교황이 콘스탄틴 제국의 패권을 차지하게 되면, 교황의 다음 목표는 프로아 왕국이 될 테니까.
쓰레기인 교황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똑같은 쓰레기인 프레드릭 황제를 도와주어야 한다니….
지크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아이러니한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생각 같아선 프레드릭 황제 이 자식도 뒤통수 거하게 쳐버리고 싶은데….”
“아, 안 됩니다!!!”
지크의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발언에 그랭구아르가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전하! 그것만큼은 안 됩니다! 그나마 덜 쓰레기인 프레드릭 황제를 도와 이 내전을 승리로 이끄셔야 합니다! 더 이상의 배신은 안 됩니다! 전하의 대외적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제가 무슨 여포도 아니고, 누가 또 뒤통수친답니까? 그냥 그러고 싶단 거죠.”
“예? 여포요?”
NPC인 그랭구아르가 삼국지의 여포를 알 리가 없었다.
“그런 사람이 있어요. 무력은 센데 이리저리 배신만 하고 다니다가 결국에 목이 뎅겅 날아간 머저리가.”
“아하? 저쪽 세계의 무장이었던 모양입니다?”
“예. 무력 하나만큼은 끝내줬는데, 처신이 쓰레기라서 결국 뒈졌죠.”
“하하….”
“제가 아무리 뒤통수치는 걸 좋아해도, 이번만큼은 참을 테니까 걱정 마세요. 저도 생각이란 게 있단 말입니다.”
그렇게 말한 지크가 발걸음을 옮겨 막사를 나섰다.
“전하! 어디 가십니까?”
“그냥 답답해서 산책 나갑니다. 이따 봅시다.”
그런 지크의 얼굴에는 심통이 잔뜩 나 있었다.
***
같은 시각.
투욱!
미켈레는 이번 주 들어 깃펜이 두 번이나 부러지는 경험을 했다.
“에이, 설마.”
미켈레는 깃펜이 부러진 게 결코 불길한 징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노력했다.
“에이. 아니겠지. 설마. 또. 사고를. 치시겠어. 교황을. 뒤통수. 쳐놓고. 이번엔. 프레드릭. 황제를. 뒤통수치실. 리가. 없지.”
하지만 왜일까?
꼭 그럴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 건.
어쩌면 미켈레가 프레드릭 황제의 성격을 알고 있어서일지도 몰랐다.
‘프레드릭 황제. 그는 겉으로 보기엔 그저 냉혹한 군주일지 몰라도, 알고 보면 교황만큼이나 사악한 자다. 전하께서 그런 자의 밑에서 용병으로 일을 하신다면….’
그런 생각이 들기가 무섭게.
“아아아아아아아악!!!”
미켈레는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그리고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구석에 있는 커다란 인형을 주워 들었다.
그 인형은 왠지 모르게 지크를 닮아 있었다.
“내가.”
미켈레가 인형의 멱살을 붙잡고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내가, 내가!”
꽈악!
인형의 목이 부러질 듯 짓눌렸다.
“내가 잘못이지!”
그렇게 소리친 미켈레가 인형의 죽빵을 후려갈겼다.
“처음부터! 보내드리는 게! 아니었는데! 말리지! 못한! 내! 잘못이지! 내가! 죽일! 놈이지! 내가!”
그 후로도 미켈레의 인형 구타는 계속되었고, 시녀들과 시종들은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전하께서 또 대형 사고를!’
‘전하께서 또?’
‘사고치신 지 하루밖에 안 되지 않으셨던가?’
시녀들과 시종들은 미켈레가 이렇듯 큰 히스테리를 부릴 때면 그 원인이 십중팔구는 지크에게 있다는 걸 알았다.
***
비슷한 시각.
지크는 크레인 시를 하염없이 걸으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참자. 참아. 내가 약한 게 죄지. 강해져서, 교황이고 황제고 저 쓰레기 같은 놈들 눈치 안 보고 살아야지.’
지크는 이 불합리하고 마음에 안 드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오직 을 손에 넣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절대적 자유.
그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않는 삶이란 사부와 같은 무적의 힘을 손에 넣어야만 한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은 것이다.
‘다시 사고 치지 말자. 적당히 프레드릭 황제가 이기게 만들어 주고, 프로아로 복귀하는 거다. 마음에 안 들어도 그냥 내버려 두자. 이번에도 사고 치면 미켈레가 날 죽일 거라고.’
지크는 또다시 사고를 쳐 미켈레의 분노를 사지 않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거듭했다.
지금은 절대로 사고를 쳐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
지크가 교황청에 큰 피해를 입히긴 했지만, 이 내전은 여전히 교황청이 유리했다.
게다가 교황청과 제네시스 길드의 조합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두 눈으로 직접 본 지크로서는 앞으로 벌어질 전투를 벌써부터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군에게는 감동을.
적에게는 두려움을.
대규모 집단전에서 제네시스 길드가 발휘하는 힘이란, 정말이지 적으로 만나기 싫은 상대였다.
지크에게 번번이 엿을 먹고 있긴 했어도, 제네시스는 전쟁터에서만큼은 대륙 10대 모험가 길드란 명성에 걸맞은 집단이었다.
‘아! 몰라, 몰라! 기분도 꿀꿀한데 뭐가 들었는지 확인이나 해보자.’
지크는 걱정일랑 잠시 접어두고, 퀘스트를 깨고 받은 보상인 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그래도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받은 물건인데, 쓰레기가 들어 있는 건 아니겠지?’
아공간 주머니를 열어본 결과.
안에 든 물건은 두 개였다.
– U등급 마정석 × 1
– 마녀의 탈리스만 × 1
“히, 히익?!!?!?!!!”
모테르토 가문의 가보를 본 지크는 너무나도 놀라 그 자리에서 자빠질 뻔했다.
U등급 마정석이라니!
모테르토 가문의 가보가 그 구하기 어렵다는 S등급 마정석 20개 이상의 가치를 지닌 최고 등급의 마정석일 줄이야!
“대, 대박…!”
심지어, U등급 마정석은 전설의 대장장이 헤르베르트의 미완성 유작인 세계 등급 아이템의 재료이기도 했다.
물론 헤르베르트의 유작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U등급 마정석이 세 개나 필요했으므로, 이제 1/3을 모은 것에 불과했지만.
“이걸 줬다고? 나한테? 미친. 아무래도 찾아가서 내가 보상을 더 해줘야 할 것 같은데?”
예기치 못한 행운에 지크의 입이 쭈욱 찢어졌다.
‘이거 안 되겠어. 루나 씨를 찾아가서 보상을 해줘야지. 루나 씨와 루시를 프로아에 모시고, 평생 잘 먹고 잘살 수 있게 해줘야겠다.’
지크는 양심이 아주 없진 않았으므로, 루나에게 보상을 해주겠다고 마음먹으며 아이템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그런데.
“어?”
사실 지크는 아이템에 딱히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이미 U등급 마정석이라는 어마어마한 아이템을 손에 넣었기에, 뒤따라온 은 그저 사은품 정도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끄, 끄윽?!”
을 통해 사은품의 옵션을 확인해본 지크는, 너무나도 놀라 그만 숨이 넘어갈 뻔했다.
아이템의 옵션은 다음과 같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