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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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크의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은 다음과 같았다.
[알림 : 당신의 동반자인 가 에 감염되었습니다!] [알림 : 당신이 가진 치료제로 를 치료하십시오!]그 알림창은 지크에게 있어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처럼 보였다.
“치, 치료제?! 나한테 치료제가 있다고?!”
정신이 번쩍 든 지크는 곧바로 아공간 인벤토리를 열어 자신이 무엇을 갖고 있는지 찾아보았다.
[아공간 인벤토리]– 무기 (31)
– 방어구 (171)
– 액세서리 (210)
– 소모품 (1,443)
– 재료 (32,123)
– 기타 (1,221)
– 골드 (315,431G)
문제는 지크가 가진 게 워낙 많아 장비류를 뺀 소모품, 재료, 기타 세 가지 항목의 합이 무려 34,787개나 된다는 점이었다.
평소 아무리 쓰레기처럼 보이는 아이템이라도 닥치는 대로 주워 먹다 보니 생긴 일이었다.
‘뭐지? 해독제가? 어디 있는 거야! 어디!’
아공간 인벤토리를 들여다보는 지크의 눈은 거의 번개에 버금갈 정도로 빨랐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1분 1초가 아쉬운 상황이었다.
“주, 주인 놈아… 크륵… 크르륵!”
햄찌의 변이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빠르게 해독제를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잠깐! 잠깐만 기다려! 해독제 있대! 조금만 버텨!”
“뀨우! 크륵, 크르륵!”
“너 구울 되면 진짜 죽여 버릴 줄 알아! 버텨!”
그렇게 소리친 지크가 미친 듯이 스크롤을 내렸다.
그러나 아무리 스크롤을 내려도 가진 잡동사니가 너무 많아 스크롤바가 좀처럼 내려갈 기미가 없었고, 도대체 어떤 아이템이 해독제인지도 알 길이 없었다.
‘찾아야 돼. 빨리. 어떻게든 찾아야….’
그때였다.
‘어?!’
지크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반짝반짝!
그 아이템들은 마치 내가 해독제야! 라고 외치는 듯 분홍색 글씨로 빛나고 있었다.
지금 내가 활약할 때라는 듯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두 개의 이름은 다음과 같았다.
– Ⅰ형 엘릭서 × 10
– Ⅱ형 엘릭서 × 3
폐지 줍기 당시 지하 연구실에서 주웠던 바로 그 포션들이었다.
[혹시 모르잖아. 개당 1골드라도 받을 수 있을지.]쓰레기처럼 보였던 포션들.
금화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주웠던 그 포션들이 의 치료제였다니!
“오오! 역시 다 쓸 때가 있다니까!”
지크는 치료제의 발견에 환호하며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또 한 번 확인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뭐가 치료제지? 포션은 두 개인데?’
지크는 아주 잠깐 고민하다가 10개짜리 를 한 병 까서 변이 중인 햄찌에게 먹여보았다.
[알림 : 에게 을 먹였습니다!] [알림 : 부작용으로 의 변이 속도가 빨라집니다!] [알림 : 은 면역력을 부여하는 예방책이지 치료제가 아닙니다! 주의해 주세요!]그랬다.
현실에서도 그렇지만, 은 결코 치료제가 아니었다.
백신은 바이러스에 대한 내성을 부여할 뿐, 이미 바이러스가 퍼진 상태에서 투여해봤자 효과를 보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오히려 증세를 악화시킬 수도 있었다.
그래서일까?
“크르륵! 크르르르르르륵!”
햄찌는 거의 구울화가 완료되어 폭주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미, 미안! 이거 먹어! 이게 치료제야!”
지크는 재빨리 몸부림치는 햄찌를 붙들고, 입을 억지로 벌려 를 먹여보았다.
그 알림창이 떠오르기가 무섭게.
“뀨우우….”
구울이 되기 직전이던 햄찌의 썩은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됐어! X발! 살렸어! 살렸다고!”
햄찌가 회복되는 것을 본 지크가 사자처럼 포효했다.
“뀨우. 주인 놈아아. 햄찌 이제 구울 안 되는 거냐?”
“구울이 되긴 개뿔! 내가 너 구울 되게 내버려 둘 것 같냐? 어?”
“뀨우. 고맙다 주인 놈아아….”
“거 봐! 내가 뭐랬어! 다 쓸 데가 있을 거라고 했지? 혹시 돈 될 만한 물건일 수도 있다고 했어, 안 했어?”
“뀨우?”
“다 쓸모가 있는 거라고! 헤헤헤!”
“이, 인정한다. 뀨우!”
“알았으면 업혀.”
지크가 쪼그려 앉은 채 햄찌에게 등을 보였다.
“뀨우? 주인 놈아 햄찌 업어주는 거냐?”
“다 나을 때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린대. 그러니까 업혀. 어디 가서 숨어 있게.”
“고, 고맙다 주인 놈아아.”
지크는 햄찌를 업고 재빨리 안전한 곳으로 뛰었다.
***
레이드 던전인 북쪽 끝자락에 자리한 의 중심부에서는 게이머들과 의 전투가 한창이었다.
보스 몬스터에 해당하는 은 엄청나게 강력한 괴물이었다.
[부패왕 발두이누스]나병을 치료하고자 수없이 많은 백성들을 생체 실험의 재료로 삼았으며, 어둠의 마법에까지 손을 대었던 폭군 중의 폭군.
말년에 반 언데드 몬스터인 구울의 육체가 부패와 재생을 거듭하는 걸 보고 구울로부터 치료법을 찾으려 했지만, 결국에는 실패하였다.
그 과정에서 부패의 저주에 감염되어 구울이 되었으며, 자신이 다스리던 나라에 를 퍼뜨려 멸망시켰다.
부패왕 발두이누스가 가진 바이러스는 평범한 구울들의 것보다 더욱 강력하다.
•존재 구분 : 몬스터(크리처)
•등급 : 보스(Boss)
•종족 : 구울
•레벨 : 330
•클래스 : 로드 오브 더 구울
•칭호 : 부패한 자 / 영겁의 허기에 빠진 자 / 식인 미식가 / 죽지도 않고 살지도 않은 자 / 식인귀
의 레벨은 330으로, 레이드 던전에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들의 평균 레벨인 400보다 현저히 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이드 던전 는 역대급으로 어려운 난이도라고 평가할 수 있었다.
왜?
가 인간형 몬스터였으니까.
괴수 타입의 몬스터는 아무리 레벨이 높아도 적절한 공략법을 찾기 쉽거나, 수백 명의 공대원들이 각개 격파를 진행하며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인간형 몬스터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300레벨 이상이 의미하는 건 마스터의 경지.
즉, 발두이누스는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흑마법사에 해당했다.
그것도 불가사의한 육체 능력과 무한의 스태미나를 가진 인 것이다.
어느 던전에서건 인간형 몬스터가 상대하기 어렵다는 건 불변의 진리이기도 했고.
그래서일까?
제1 공대, 제3 공대, 그리고 그 밖의 전멸한 공대에서 살아남은 게이머들로 이루어진 공격대는 를 상대로 고전하고 있었다.
그것도 다섯 시간 동안이나.
“으윽!”
“패, 패턴이 너무 괴랄해!”
“으아아악!”
악다구니의 향연.
[산 자들이여! 내 너희의 육체뿐 아니라 정신마저 영원히 썩어 들어가게 만들어줄 것이다!]는 각종 흑마법을 쏟아내며 덤벼드는 게이머들을 닥치는 대로 쓸어버렸다.
마치 자신이 어째서 마스터 등급의 몬스터인지를 증명하려는 듯 엄청난 전투력이었다.
그런 발두이누스를 막아선 주역들은 천명 길드의 마스터이자 전설의 프로게이머인 용태풍, 타이칸, 그리고 채형석이었다.
화륵, 화르르르!
용태풍의 가 내뿜는 화룡의 숨결.
파직, 파지지직!
그리고 뇌신 바즈라의 후예인 타이칸이 뿜어내는 강력한 전류.
암속성 몬스터인 구울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화속성과 명속성 덕분이었다.
물론 속성의 우위 정도로 마스터 등급인 발두이누스와 맞상대한다는 건 어불성설!
하지만 신(神)이 함께한다면?
충분히 가능했다.
채형석이란 이름의 신은 앉은뱅이를 일어나게 하고, 맹인을 눈뜨게 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용태풍과 타이칸을 발두이누스와 맞상대할 수 있도록 강해지게 만들어주는 건 가능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채형석은 단순히 버프를 주는 것보다 더 많은 일들을 하고 있었다.
버슬아치?
물론 채형석은 버퍼로서 받는 귀족 대우와 갑질을 당연하게 여기는 버슬아치였다.
하지만 그저 버프만 줄줄 아는 쓰레기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철컥!
채형석은 동료들에게 각종 버프를 주는 한편, 왼손에 찬 소형 한 손 쇠뇌인 를 발사했다.
비머리언 공방의 과 자매품인 이 아이템은, 발두이누스의 생명력 재생을 끊임없이 억제했다.
또, 채형석은 틈틈이 전투에 끼어들어 발두이누스의 공격을 대신 맞아주기도 하고 를 이용해 속박을 걸어주기도 했다.
버프뿐 아니라 고기방패 역할에 적의 움직임을 묶는 군중제어 역할까지 도맡아하는 것이다.
압도적인 실력!
그게 채형석이 그 쓰레기 같은 인성과 온갖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공대의 1티어 자리를 차지하게 만들어주는 힘의 원천이었다.
“거! 총각! 조금만 더!”
“갑니다! 가요!”
그런 채형석의 존재가 있었기에 용태풍과 타이칸은 서로 합을 맞춰가서 발두이누스를 맞상대할 수 있었고, 덕분에 레이드는 치열했지만 게이머의 승리 쪽으로 기울어가고 있었다.
[발두이누스]•생명력 : ■■□□□□□□□□
그 무시무시하던 의 생명력이 고작 20퍼센트밖에 남지 않은 상황.
“오오!”
“힘냅시다!”
“파이팅! 더 몰아붙여!”
지난 다섯 시간의 사투가 끝을 보이기 시작하자 공대원들의 얼굴에 다시금 미소가 감돌았다.
그러나 오직 단 한 사람.
‘이대로는 안 되지.’
채형석만은 웃지 않았다.
***
레이드 던전인 를 클리어를 거의 코앞에 둔 시점.
‘마음에 안 들어.’
채형석은 지금 상황이 그리 달갑지 않았다.
‘이거 입이 너무 많잖아. 열다섯 명이라니. 너무 많이 살아남았어. 이러면 보상을 나눴을 때 내 몫이 더 줄어들 거 아냐.’
채형석은 돈이 필요했다.
아주 많은 돈이.
그렇기에 보상을 15분의 1로 나누어 먹기가 싫었다.
‘균형을 좀 유지해볼까? 힘의 균형은 유지되어야겠지. 나는 균형의 수호자니까. 아, 물론 나만 빼고. 큭큭큭!’
채형석은 용태풍과 타이칸에게 주는 버프는 고스란히 유지하는 한편, 나머지 공대원들에게 주는 버프의 양을 줄였다.
[감히!!! 죽어라! 이 하찮은 것들아!]그러자 발두이누스의 광역 마법 스킬이 전개됨과 동시에 생존해 있던 공대원들 중 반 이상이 죽어나갔다.
‘좋고.’
채형석은 그제야 웃었다.
“버, 버프 좀 주세요!”
“형석이 형! 갑자기 버프 양이 줄었는데? 악!”
공대원들이 채형석을 향해 죽는소리를 내었다.
“죄송요! 저 지금 스킬 쿨타임에 마나도 아슬아슬해서! 버티세요!”
채형석은 뻔뻔한 거짓말을 소리쳐 버프의 양이 줄은 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발두이누스]•생명력 : ■□□□□□□□□□
그러는 사이 용태풍과 타이칸의 선전으로 발두이누스의 남은 생명력은 10퍼센트 정도가 되었다.
‘저 둘도 거슬리는데. 저 개 같은 틀딱 새끼랑 건방진 NPC 새끼도 제거해야겠지.’
채형석은 그렇게 생각하며 남 몰래 자세를 낮췄다.
누구도 채형석을 보는 사람은 없었다.
“으악!”
“조금만 더 버텨요!”
“힘내! 파이팅!”
채형석을 뺀 나머지 공대원들은 발두이누스와의 전투에 열중하느라 후방에 있는 버퍼를 볼 시간이 없었으니까.
‘보는 사람 없고.’
자세를 낮춘 채형석은 에 사용하는 은화살 세 개의 촉을 땅바닥에 슬쩍 끌었다.
그러자 은화살의 촉이 땅바닥에 고여 있던 발두이누스의 썩은 핏물에 닿았다.
‘이만하면 감염되기 충분하겠지.’
은화살에 바이러스를 묻힌 채형석은 그 화살들을 에 장전했다.
“자! 힘내자고! 거의 다 왔어! 크핫핫!”
그리고는 용태풍을 조준했다.
‘너부터 보내주마, 이 개 같은 틀딱 새끼야.’
채형석은 용태풍이 지크를 챙기며 자신을 엿 먹였던 걸 떠올리며 의 방아쇠를 당겼다.
피슝!
바이러스가 묻은 은화살이 용태풍의 옆구리를 정확하게 노리고 날아가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