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400
399
“고생하셨어요. 오스칼 경.”
지크가 땅에 떨어진 을 주워들며 오스칼을 격려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은 지크에게 그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않았다.
[알림 : 이 당신과 계약하고 싶어 합니다!] [알림 : 과의 계약이 가능합니다!] [알림 : 에 마나를 주입하면 악마 케이오스를 만날 수 있습니다!]마왕 이그나토의 신물인 와는 다르게, 케이오스의 신물인 은 지크를 매우 반기는 듯했다.
‘어벤져는 내가 약하니까 날 잡아먹으려는 거고, 얘는 자기보다 내가 강하니까 계약하고 싶어 하는 건가?’
지크는 이 자신을 반기는 듯한 느낌을 그렇게 해석하며, 오스칼을 다시 부축해 주었다.
“괜찮아요?”
“괜찮사옵니다. 이 정도 부상쯤은….”
“몸 말고요.”
지크가 고개를 저었다.
“맘… 안 아프시냐고 묻는 겁니다.”
“안 아프옵니다.”
오스칼이 미소를 지으며 지크를 바라보았다.
“이제 모든 게 괜찮사옵니다.”
“다행이네요.”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오스칼의 표정은 정말로 미련을 떨쳐버린 듯 홀가분했다.
“일주일 드릴게요.”
“예?”
“딱 일주일만 쉬고 돌아오세요.”
“하오나 밀린 업무가 많을 텐데….”
“명령입니다. 일주일 동안 근신인 거니까, 푹 쉬고 돌아오셔서 일해주세요.”
지크가 씩 웃으며 덧붙였다.
“3개월 동안 무료로요.”
“평생 무료 봉사를 한다고 해도 기꺼이 받아들이겠나이다.”
오스칼은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지크에게 예법을 갖추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햄찌야.”
지크는 햄찌를 돌아보았다.
“뀨!”
“너가 오스칼 경이랑 카렐 좀 챙겨?”
“주인 놈아는 어디 가냐!”
“나?”
지크는 햄찌의 물음에 히죽 웃으며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려 보였다.
“이거 벌러 가야지.”
“뀨우?”
“저 우물이 보물 창고까지 연결돼 있다며. 그럼 가서 털어야지?”
“알겠다! 뀨! 그럼 햄찌가 비행선에 먼저 가 있겠다!”
“그래.”
지크는 오스칼과 카렐을 햄찌에게 맡기고-떠넘기고-는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커다란 자루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는 죽은 살바토르의 몸뚱이와 머리를 자루에 주섬주섬 담았다.
“에라이. 내가 이런 것까지 해야 되나.”
지크는 투덜거리며 살바토르의 시체가 담긴 자루를 등에 짊어지고는 반쯤 썩은 밧줄을 붙잡고 우물 밑으로 향했다.
***
우물은 말이 우물이지, 바닥에 물이라고는 단 한 방울도 없이 바짝 말라붙어 있었다.
바닥에 쥐의 것으로 보이는 작고 하얀 뼈 무더기가 보이고, 박쥐들이 날개를 퍼덕이는 소리나 들려오는 걸 보니 말라붙은 지 족히 수년은 된 것 같았다.
“어우 퀴퀴해.”
지크는 투덜거리며 우물의 바닥이 이어진 곳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비밀 통로는 길었다.
‘카렐한테 얼마나 긴지 물어나 볼걸.’
그렇게 거의 두 시간을 걸었을 무렵.
지크는 웬 자그마한 계단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긴가?’
지크는 허리를 잔뜩 숙인 채 계단을 따라 올라가 보았다.
스윽, 스으윽!
살바토르의 시체가 담긴 자루를 질질 끌면서….
그로부터 10분 후.
‘이거다.’
지크는 반쯤 돌아가 있는 돌로 된 회전문을 있는 힘껏 밀었다.
드르륵!
그러자 회전문이 돌 특유의 마찰음을 일으키며 빙그르르 돌았고.
“윽!”
지크는 눈부심에 본능적으로 눈을 질끈 감아야 했다.
왜냐하면….
번쩍번쩍!
산더미처럼 쌓인 금은보화로부터 뿜어져 나온 광채 덕분에 그만 눈이 부셨기 때문이다.
“미친?”
지크는 가까스로 눈을 떠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황금의 산을 바라보았다.
발렌시아 가문의 보물 창고에 쌓인 금은보화의 높이는… 어림잡아 거의 10미터는 될 것 같았다.
게다가 벽에 다닥다닥 붙은 선반 위에는 딱 봐도 값비싸 보이는 귀중품들이 유리로 된 보관함에 들어 있기까지 했다.
“도대체 뭘 얼마나 해 처먹은 거지? 이 정도 보물을 쌓을 정도면?”
지크는 발렌시아 가문의 보물 창고를 보고 그만 기가 질려버렸다.
왕가도 아닌 일개 후작 가문의 보물 창고가 이 정도라면, 그간 얼마나 많은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었을지 상상도 가지 않을 지경이었다.
실제로도 그랬다.
살바토르는 발렌시아 가문의 후계자가 된 이후 백성들의 고혈을 짜고, 짜고, 또 쥐어짜면서 재산을 불렸다.
[영주님. 백성들의 생활고가 너무 심합니다. 올해 한 번만이라도 잠시 세율을 낮추시는 게….] [이보게.] [예?] [마른 장작이 잘 탄다는 소리는 들어봤겠지?] [예에? 그건 정력에 관한….] [아니지.] [무슨 말씀이시온지….] [바짝 말린 육포와 어포를 씹어본 적이 있나?] [그야 당연히….] [바짝 마른 육포와 어포에서도 짭짤하고 고소한 육즙이 나오는데, 사람이라고 다르겠나?] [……!] [백성이란 살아남아서 노동력만 제공할 수 있는 정도가 되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세율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아, 알겠사옵니다.]살바토르는 악덕 영주 중에서도 가히 악질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자로서, 힘든 영지민들을 더더욱 쥐어짜 고혈을 빨아들인 인간이었다.
즉, 발렌시아 가문의 보물 창고에 쌓인 금은보화의 상당 부분은 살바토르의 탐욕이 일구어 놓은 일종의 인골탑이었던 것이다.
그러면 뭐 하겠는가?
“잘 먹겠습니다.”
죽 쒀서 개, 아니 지크를 주게 생겼는데.
“어우야. 많기도 많다.”
지크는 발렌시아 가문에 쌓인 금은보화를 아공간 인벤토리로 옮겨 담기 시작했다.
용량 걱정은 없었다.
칭호가 업그레이드되면서 아공간 인벤토리의 용량이 무한정 늘어났기에, 지크는 걱정 없이 그 많은 금은보화들을 모조리 꿀꺽할 수 있었다.
금은보화뿐만이 아니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발렌시아 가문의 보물 창고에는 다양한 아이템 역시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하긴 역시도 발렌시아 가문의 보물 창고에 보관되어 있던 물건이니, 여러 가지 아이템이 있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었다.
“어우. 이걸 언제 다….”
지크가 그렇게 중얼거릴 무렵.
쿠웅!
큰 울림이 보물 창고를 뒤흔들었다.
***
같은 시각.
“물러서라!”
“다들 물러서라!”
“조심!”
맥퀸 영지의 병사들은 발렌시아 가문의 보물 창고를 뚫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러나 발렌시아 가문의 보물 창고는 외부에서 뚫어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래서 맥퀸 영지의 군대는 공성전에서나 활용될 법한 소형 충차-성벽이나 성문을 무너뜨리기 위해 활용하는 공성 병기-까지 동원해 보물 창고의 입구를 두들겨야만 했다.
“하나! 둘! 셋!”
“여엉차!”
맥퀸 영지의 병사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소형 충차를 작동시켜 보물 창고의 입구를 공략했다.
안에 웬 쥐새끼(?)가 보물들을 갉아 먹고 있는 줄도 모른 채….
***
“하나! 둘! 셋!”
“여엉차!”
우렁찬 외침이 들려오고.
쿠웅!
거대한 충격이 느껴졌다.
“헉!”
지크는 두꺼운 벽 뒤에서 느껴지는 소리와 충격에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누가 봐도 맥퀸 영지의 병사들이 보물 창고를 뚫어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게 뻔했다.
“빨리, 빨리!”
지크는 더욱 빠른 속도로 금은보화를 아공간 인벤토리에 쓸어 담았다.
보물 창고의 문이 부서지기 전에 단 한 푼이라도 더 챙기기 위해서였다.
그로부터 정확히 30분 후.
와르르!
보물 창고의 문이 부서졌을 때.
“이, 이게 뭐야!”
“헉!”
“이런 빌어먹을!”
맥퀸 영지의 병사들은 텅 빈 보물 창고를 바라보며 어이를 상실하고 말았다.
소문에 의하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던 발렌시아 가문의 보물 창고가 먼지만 잔뜩 쌓인 빈 창고일 줄이야….
“설마.”
한 기사가 혼잣말을 내뱉었다.
“살바토르와 오스칼이 그 많은 보물들을 가지고 도망친 건가?”
하지만 그런 기사의 혼잣말은 말 그대로 추측에 불과했다.
왜냐하면….
“앗! 살바토르다! 살바토르의 시체가 여기 있다!”
맥퀸 영지의 병사들이 살바토르의 시체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즉, 텅 비어버린 발렌시아 가문의 보물 창고 안에는 살바토르의 시체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을 뿐이었다.
***
그 후 맥퀸 영지는 닭 쫓던 개 신세가 되고 말았다.
영지전에서 승리한 것까지는 좋았다.
왜?
그 비옥하다는 발렌시아 영지의 영토를 꿀꺽 삼켰으니까.
이제 맥퀸 영지가 엠포리오 왕국에서 제일가는 규모로 거듭나는 건 시간문제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겉으로 보기에만 그럴 뿐이었다.
“이런 망할! 그 많은 보물들이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빌어먹을! 살바토르를 다시 되살려 내서라도 보물의 행방을 찾아야 할 것이 아닌가!!!”
맥퀸 영지의 영주인 세라핌 백작은 이른 아침부터 노발대발 분노를 감출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보물들이 사라지면서 맥퀸 영지는 손해만 본 꼴이었다.
영지전은 곧 전쟁.
전쟁을 치르면서 입은 막대한 금전적 손실과 군사력의 손실을 도대체 무슨 수로 메꾼다는 말인가?
전쟁에서 이겼으면 뭔가 먹을 게 있어야 하는데, 보물의 실종으로 맥퀸 영지는 아무런 이득도 얻을 수가 없었다.
발렌시아 영지?
전임 영주였던 살바토르가 영지민들을 워낙 심하게 쥐어짰던 탓에, 발렌시아 영지 자체는 빈 깡통이나 다름없었다.
당장 맥퀸 영지의 손실을 메꾸는 것도 불가능한데,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발렌시아 영지를 재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발렌시아 영지민들의 이탈이 늘어나면서 맥퀸 영지의 손해는 더더욱 늘어만 가고 있었다.
즉, 맥퀸 영지의 입장에서는 발렌시아 가문의 보물들을 반드시 확보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많은 보물들이 어디론가 싹 사라지고 말았으니.
맥퀸 영지의 영주인 세라핌 백작의 입에서 죽은 살바토르를 되살려 내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건 매우 당연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도대체 경들은 뭘 한단 말이오! 당장 튀어 나가서 발렌시아 가문의 보물을 찾아오란 말이오! 지금 우리 영지가 망하게 생겼소! 폭삭 망하게 생겼단 말이오!”
맥퀸 영지는 전쟁을 치르며 입은 손실과 발렌시아 영지를 재건하는 데 드는 비용으로 인해 진퇴양난에 빠져 있었다.
“다른 영지들이 우릴 노리고 있는 걸 모르시오? 심지어 왕실에서도 우리 영지를 대놓고 견제하는 상황이란 말이오! 이대로 가다가는 다른 영지에 잡아먹힐 수도 있다는 걸 어째서 모르시오!!!”
엠포리오 왕국은 전형적인 봉건 국가였으므로, 사실상 사방이 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왕실과 다른 영지들이 맥퀸 영지의 급성장을 크게 경계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자칫 잘못하면 또 다른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맥퀸 영지의 성장을 경계한 왕실과 다른 영지들이 선제공격을 가해오는 것도 결코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었던 것이다.
“망할! 전쟁에서 이겼는데 손해만 보다니! 도대체 이런 개 같은 경우가!”
그때였다.
“영주님! 프로아 왕국의 국왕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가 전하를 뵙기를 청하옵니다!”
“뭣이?! 프로아 왕국의 왕? 프로아 왕국이라면 그 빌어먹을 년이 일하던 곳 아닌가!”
세라핌 백작이 말하는 이란 당연히 살바토르를 데리고 탈출했던 오스칼을 뜻했다.
“그러하옵니다. 영주님. 어떻게 하시겠사옵니까?”
“당장 그 망할 자식을 들이도록! 내 신하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자에게 그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니!”
“예, 영주님.”
세라핌 백작의 허락이 떨어지고 5분이 지났을 때.
“안녕하십니까!”
지크가 쾌활한 미소를 지으며 입장했다.
마치 어디 놀러 오기라도 한 듯한 태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