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458
457
“……!”
“……!”
원정대는 새하얀 안개의 습격에 당황했다.
안개의 농도는 정말이지 진해서, 차라리 안개가 아닌 일종의 가스라고 봐도 좋을 정도였다.
‘설마 독가스인가?’
지크는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안개가 자신이 사용하는 스킬과 같은 맹독성의 가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었다.
안개가 밀려드는 속도가 너무나도 빨라서, 벌써 코앞까지 밀려들어 온 상태였다.
“다 입 막아! 숨 참아!”
하지만 그런 지크의 외침은 아무런 소용없는 일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이 짙은 안개는 그 어떤 독성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야를 차단하는 효과만은 확실했다.
“뭐 이렇게 짙은 안개가….”
지크는 천공 요새 전체를 삼켜버린 안개에 혀를 내둘렀다.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가시거리가 고작 2미터 정도나 될까?
말 그대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수준이었다.
“뀨! 주인 놈아! 하나도 안 보인다!”
“그러게.”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래서 걷기나 제대로 걷겠어? 방향도 제대로 못 찾겠다.”
“그렇다! 뀨우!”
“잠깐만.”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를 켜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아주 전체에 깔렸네.”
하늘 위에서 본 천공 요새는 온통 안개로 뒤덮여 있었다.
저 멀리 섬 정중앙에 자리한 거대한 성만이 희미하게 그 존재를 드러내고 있을 뿐….
– 지크 님!
그때, 지크는 누군가 저 멀리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아보았다.
“어? 베오울프 님이네.”
지크는 약 3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지점-목소리에 마나를 실었기에 의사 전달이 가능했다-에서 자신을 부르는 베오울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슈우웅!
지크와 베오울프는 각자 가진 비행 능력을 이용해 거리를 좁힌 뒤 이야기를 나눴다.
“안개가 짙네요.”
“그러게요.”
지크가 베오울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공중에서 정찰을 해가면서 병력을 안내하는 쪽으로 진행하면 어떨까요?”
“글쎄요.”
지크는 베오울프의 의견이 그리 좋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 다 죽을 텐데요?”
“음.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는요?”
“일단은….”
지크가 베오울프의 물음에 답했다.
“안개가 이렇게 짙은데, 다 같이 움직이는 게 가능할까요? 지형지물도 제대로 식별이 안 되는데?”
“불가능하죠. 소규모 그룹으로 나눠서 움직여야겠죠.”
“적들의 기습이 들어오면요?”
“……!”
“저 같으면….”
지크가 자신의 생각을 얘기했다.
“만약 제가 적이라면, 이 짙은 안개 속에 숨어서 은근슬쩍 우리 틈에 끼어들 겁니다. 그리고 동료인 척 같이 걷다가 적당한 틈이 보이면… 슥삭! 하는 거죠. 이거 너무 쉽지 않아요? 제가 보기엔 자살행위 같은데?”
베오울프는 순간 지크의 지적에 말문이 막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지크의 말은 사실이었다.
이렇게 짙은 안개 속이라면 적들이 기습해오는지, 아군 틈에 은근슬쩍 끼어드는지 전혀 분간할 수 없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런 기습은 적이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했다.
왜?
사람이 많으면 그만큼 끼어든 적을 분간하기 힘을 테니까.
“지크 님 말씀이 맞네요.”
베오울프는 아차 싶었는지 가슴을 쓸어내리며 순순히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걸 인정했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네?”
지크는 순간 당황했다.
‘이거 실화인가?’
지크는 무려 랭킹 1위의 게이머인 베오울프가 자신에게 뭔가를 질문한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저한테 질문하신 거예요?”
“예.”
“으음….”
지크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대답했다.
“솔직히 제 생각엔… 그냥 소수 인원으로 진행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소수 인원이라….”
“어쩔 수 없잖아요. 다 같이 가면 피해는 더 커질 거고, 결국 다 개죽음일 테니까.”
“지크 님 말씀이 옳습니다.”
베오울프는 지크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결정을 내렸다.
“원정대 병력 대부분은 탈출을 위해 비행선에 대기시키겠습니다. 대신 저랑 지크 님, 로엔그린 님을 포함해서 정예 중의 정예들만 투입하기로 하겠습니다.”
“의견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15분마다 하늘에서 서로 무사한지 확인할까요?”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원정대는 지크의 의견을 따라 전체 병력이 아닌 소수 인원만이 성을 공략하는 형태로 전략을 바꾸게 되었다.
***
지크는 햄찌, 승구, 그리고 웨펀 마에스트로들과 함께 그룹을 이루어 안개 속으로 진입했다.
안개 속에서는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았으므로, 지크는 거의 5분마다 한 번씩 하늘로 날아올라 현재 향하고 있는 방향이 성 쪽이 맞는지를 확인해야만 했다.
그건 베오울프와 로엔그린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장인어른! 괜찮으십니까!”
“나는 괜찮네! 사위나 조심하게!”
지크는 하늘 위로 날아오를 때마다 베오울프, 혹은 로엔그린과 마주쳐 서로의 안부를 묻고는 했다.
그러던 중.
“뀨! 주인 놈아! 성까지 얼마나 남은 거 같냐!”
“한 30분쯤?”
지크와 햄찌가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스윽!
지크는 문득 정체불명의 불청객이 그룹 안으로 끼어들었다는 걸 눈치챘다.
소속의 군복을 입은 그 불청객은, 마치 처음부터 그룹 안에 있었다는 듯 뻔뻔스럽게 일행의 꽁무니를 매우 졸졸 따랐다.
‘대사형.’
그때, 웨펀 마에스트로들 중 가장 큰형이자 소드 마에스트로인 하켄이 지크에게 눈빛을 보냈다.
‘알아.’
지크는 알게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시치미를 뚝 떼고 계속해서 걷는 척했다.
그러기를 약 5분여….
휘리릭!
지크가 몸을 홱! 하고 돌려 불청객을 돌아보았다.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
햄찌, 승구, 그리고 웨펀 마에스트로들 역시 일제히 몸을 돌려 불청객을 포위했다.
“너 뭐냐.”
지크가 불청객을 향해 물었다.
“예?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이게 약을 파네?”
“예? 제가 약을 팔았… 커헉!”
불청객은 무어라 변명을 하려다 지크가 기습적으로 휘두른 에 얻어맞고 나가떨어졌다.
“크헉!”
그러자 불청객의 정체가 드러났다.
에 주로 서식하는 인간형 몬스터.
위장 능력이 매우 뛰어나며, 그 능력을 바탕으로 안개 속에 숨어 적을 암살해 잡아먹곤 한다.
•존재 구분 : 몬스터
•레벨 : 250
•클래스 : 사일런트 어쌔신
•특이 사항 : 안개 속이 아니면 그 능력치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공격력은 매우 뛰어나지만 생명력과 방어력은 매우 형편없다.
은 육체가 안개로 이루어진 것 같이 생긴 인간형 몬스터였다.
아무래도 육체가 안개와 비슷한 물질로 구성되어 있어 매우 손쉽게 다른 생명체로 변신할 수 있는 듯했다.
“은근슬쩍 껴들면 우리가 모를 줄 알았냐?”
지크는 그렇게 말하며 쓰러진 을 향해 를 휘둘렀다.
퍽!
그러자 의 육체가 소리 그대로 퍽! 하며 안개가 되어 흩어졌다.
“병력을 나누길 잘했네.”
지크는 을 바라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만약 대규모 병력이 다 함께 이동했다면?
그리고 그사이에 들 다수가 끼어들었다면?
보나 마나 인명 피해가 상상을 초월할 게 분명했다.
즉, 소수의 병력만을 나누어서 투입시킨다는 지크의 생각은 옳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크의 표정은 전혀 밝지 않았다.
“형님, 왜 그러십니까? 표정이 안 좋으십니다.”
승구가 지크에게 물었다.
“뭐 마음에 걸리시는 거라도 있으십니까?”
“있지.”
지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병력이 계속 줄어들고 있잖아.”
“예? 하지만 큰 피해는….”
“피해는 없지. 근데 점점 성에 가까워질수록 병력이 나뉘게 되는 것 같지 않냐?”
“어? 생각해 보니….”
“처음에는 치천존 어르신이랑 베텔규스 어르신, 그리고 데시마토가 빠지게 됐지? 그다음엔? 병력 전체가 나눠지게 됐어.”
“헉….”
“아주 지능적이야. 판을 잘 짰어. 우리를 계속해서 나눠 놓잖아. 아. 나 이런 판은 진짜 질색이야.”
지크의 입에서 볼멘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딱히 방법이 없는 게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철수할 수도 없지 않은가?
“일단 최대한 조심하면서 가 보자.”
“예, 형님.”
“갑시다.”
지크는 지금 상황이 대놓고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기에 일단은 계속 가 보기로 했다.
***
지크 일행은 그 후로도 들의 끊임없는 습격을 받았다.
지크 일행이 성문 앞까지 도착하는 동안 처치한 의 숫자는 무려 50명이 넘었다.
“역시 대사형의 생각이 옳았습니다.”
“뀨! 주인 놈 생각이 맞았다!”
“와… 이거 다 같이 이동했으면 난리 났겠는데요?”
지크 일행은 지크의 의견이 옳았다는 걸 다시 한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껏 지크 일행을 공격한 의 숫자가 어림잡아 50여 마리.
그렇다는 말은, 천공 요새 전체에 숨어 있던 들의 숫자가 적어도 1,000마리가 넘는다는 걸 의미했던 것이다.
“그건 그렇고. 우리가 제일 먼저 온 건가?”
그때, 로엔그린과 비행기사단 일행이 안개를 뚫고 나타났다.
“사위!”
“장인어른 오셨습니까! 어떻게 다들 무사하신지요?”
“중간중간 포그 어쌔신들이 우릴 습격했었네. 하지만 다행히도 사상자는 없었다네. 다 자네 덕분일세.”
“아닙니다.”
로엔그린 일행은 무사했다.
어차피 로엔그린이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강자이기에 딱히 걱정은 되지 않았지만.
“먼저 도착하셨네요.”
뒤이어 베오울프 그룹이 도착하고.
“동생! 나 왔네!”
라이언베르트가 이끄는 노르드족 그룹 역시도 도착했다.
그 후로도 약 일곱 개의 그룹이 더 도착해, 총 열 개의 그룹 모두가 아무런 피해 없이 무사히 성에 도착했다.
“모두 도착하신 것 같으니 일단 들어가겠습니다.”
베오울프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그룹을 이끌고 활짝 열린 성문을 통과했다.
“우리도 가자.”
지크는 그런 베오울프 일행의 뒤를 따라 성문 안으로 향했다.
그런데.
콰앙!
지크 일행이 성문 안으로 진입하자마자 강철로 이루어진 철문이 마치 단두대처럼 뚝! 하고 떨어져 내렸다.
활짝 열려 있던 성문이 지크 일행을 끝으로 닫혀버린 것이다!
“……!”
“……!”
“……!”
모두가 놀라던 순간.
“적이다!”
“모두 피해!!!”
“뛰어! 빨리!”
성문 밖으로부터 고함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장인어른!!!”
지크가 성문 밖 로엔그린을 향해 소리쳤다.
“괜찮으십니까!!! 장인어른!!!”
“사위!!! 나는 괜찮네!!! 몬스터가 나타났을 뿐이야!!!”
“제가 돕겠습니다!!!”
지크는 그렇게 소리치고는 문짝을 향해 를 휘둘렀다.
쩌어어어어어엉!!!
그러자 금속과 금속이 부딪히며 엄청난 울림이 주변 사람들의 귀청을 찢어발겼고.
“악!”
지크는 손아귀에서 전해져 오는 찌릿찌릿한 통증에 그만 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제가 해볼게요.”
베오울프가 지크 대신 나서서 철문을 향해 을 휘둘렀다.
카앙!!!
하지만 결과는 역시 똑같았다.
베오울프의 공격은 철문에 아주 살짝 금만 냈을 뿐, 그 어떠한 피해도 입히지 못했다.
도대체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어떤 마법이 걸려 있는지 철문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내구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사위!!! 그냥 가게!!! 여긴 우리가 정리하고 따라갈 터이니!!!”
“동생!!! 걱정하지 마시게!!! 금방 따라가겠네!!!”
그때, 성문 밖에서 로엔그린과 라이언베르트의 외침이 들려왔다.
“지크 님. 그냥 가시는 게 어떨까요? 강한 분들이신데 금방 정리하고 뒤따라오실….”
“아뇨.”
지크는 베오울프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병력이 더 나뉘면 끝장이에요.”
“으음.”
“적들이 너무 영리해요. 여기서 저분들과 찢어지면, 남은 병력이 얼마나 되죠? 10분의 1도 안 되잖아요? 그럼 적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쉬운….”
바로 그때였다.
“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
날카로운 웃음소리가 지크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적!’
지크가 몸을 홱! 돌려 웃음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한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원정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촤라락!
그중 채찍을 무기로 든 여성이 지크 일행을 향해 혀를 날름거리며 입을 열었다.
“안녕? 귀염둥이들?”
그런데.
“어?”
지크는 채찍을 든 여성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서 많이 본….”
백문이 불여일견.
지크는 으로 채찍을 든 여성을 비추어 보았다.
그 결과.
“고통 여왕… 잉그리ㄷ… 어? 잉그리드???”
알고 보니 지크 일행을 가로막은 일남일녀 중 채찍을 든 여성의 정체는 다름 아닌 라이언베르트의 딸 잉그리드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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