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485
484
지크는 를 모으는 것에 집중하며 정글을 돌았다.
를 모으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지크는 지난 며칠 동안의 경험을 통해 어떤 몬스터가 얼마만큼의 경험치를 주고, 또 를 어떠한 확률로 몇 개 드랍하는지 알고 있었다.
때문에, 지크는 경험치와 를 동시에 챙길 수 있는 방향으로 사냥을 진행하는 게 가능했다.
그래서 지크는 를 매우 빠른 속도로 모을 수 있었다.
다음 날.
[알림 : 의 현재 진행률은 79.1%입니다! (791/1,000)]지크는 예상보다 더 많은 를 채취했다.
“209개 남았네.”
지크가 퀘스트의 진행률을 알리는 알림창을 바라보며 혼잣말했다.
“벌써 209개밖에 안 남았어요?”
고스란이 물었다.
“네.”
“운 좋으면 오늘 안에 1,000개 채우겠는데요?”
“잘하면? 안 되면 내일 오전 중으로 끝내면 되죠.”
지크는 굳이 서두르려 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긴 게임이었다.
지크는 그 누구도 500개 이상의 를 모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건 매우 합리적인 판단이었고, 또 사실이었다.
전투가 시작되는 순간 방어구에 구멍부터 뚫리는데, 오래 버틸 파티는 아예 없었다.
오직 지크와 그 동료들만이 카우축 나무의 존재를 알고, 또 그 수액을 이용할 줄 알았으므로 이곳 안에서 오래도록 머물며 사냥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더 들어가 보고 싶은데….”
솔직한 심정으로, 지크는 까지 가 보고 싶었다.
그러나 들을 뚫지 못하는 이상 까지 가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지크는 그저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지크가 혼잣말했다.
“이걸로 저 배리어를 뚫을 수 있지 않을까?”
“어?”
고스란이 지크의 혼잣말을 듣고는 아차! 싶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네요?”
“네?”
“지크 님 말씀이요.”
“제가 무슨 말을 했는데요?”
“녹색 이계의 정수로 배리어를 뚫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씀이요.”
“아? 들으셨나 보네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이곳 생명체들이 알 수 없는 에너지에 의해서 변이한 거잖아요?”
“그렇죠.”
“녹색 이계의 정수는 이곳의 생명체들이 드랍하는 아이템이고요? 그러니까 지크 님 말씀은, 녹색 이계의 정수와 몬스터들이 가진 배리어가 같은 성질의 에너지일지도 모른단 말씀이시잖아요?”
“맞아요.”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고유의 특산물을 가지고 그 던전의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건 가끔 있는 패턴이잖아요?”
“차원의 대균열 말씀하시는 건가요?”
고스란의 말대로 에서는 시공의 폭풍에 저항하기 위해 을 갖추어야만 비로소 제대로 된 사냥이 가능했다.
즉, 바뀌어버린 이곳 의 고위급 몬스터들 역시 를 이용하면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괜히 3대 공방이 를 분석해 새로운 아티펙트를 만들어 보려고 하겠는가?
로 향하는 길은 퀘스트에 달려 있을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었다.
“일단 제 생각은 그래요. 그러기 위해서는….”
“얼른 정수 1,000개를 모아야겠죠.”
“빨리 가죠.”
지크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던 중이었다.
“아. 저거 진짜 거슬리네.”
지크가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햄찌 역시 마찬가지.
“뀨! 그렇다! 거슬린다! 캬아악!”
햄찌 역시 지크의 혼잣말에 적극 동의했다.
“형님? 어디 불편하신 데라도 있으십니까?”
“예? 무슨 말씀이세요?”
승구와 고스란이 그런 지크와 햄찌의 말에 의문을 표시했다.
이번만큼은 고스란으로서도 지크와 햄찌가 감지한 무언가를 느끼지 못한 모양이었다.
“아.”
지크가 신경 쓸 것 없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대꾸했다.
“별거 아냐. 별거 아니에요. 뭐 하나가 우릴 자꾸 따라다니는데요? 어제부터?”
“네에?!”
고스란은 지크의 말에 화들짝 놀랐다.
“정말요?”
“네.”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따라붙은 건가요? 설마 다른 게이머인가요?”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 사람은 아니에요. 발자국 소리가 두 개가 아니라 네 개거든요. 움직이는 패턴이 사족보행 동물 같은데….”
“뀨! 그렇다!”
햄찌가 지크의 의견에 적극 동의했다.
“네발 달린 짐승이다! 뀨우! 소리가 묵직한 걸 보니 덩치도 큰 모양이다! 뀨우우우!”
그 순간.
‘도, 도대체 어디까지 듣고 있는 거야?!’
고스란은 지크의 엄청나게 예민한 청력에 경악했다.
햄찌야 축생-햄찌는 부정하지만 축생인 건 사실이었으니까-이니 그렇다 쳐도, 인간인 지크가 거의 레이더 탐지기 수준의 청력을 지니고 있을 줄이야….
“가서 잡아볼까 생각도 했는데, 거리가 꽤 멀어서 잡기도 쉽지 않네요. 변이 대정글 표범쯤 되는 건가?”
“그, 그런가요?”
“웬 네발 달린 짐승이 우릴 먹잇감으로 노리고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죠, 뭐.”
“아….”
“일단 갑시다.”
지크는 귓가를 파고드는 네발 달린 짐승의 소리를 무시하기로 하고,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
같은 시각.
스으으!
데카르트의 눈에 번뜩이던 황금색 빛이 사그라졌다.
“저쪽입니다.”
데카르트는 다시 본래의 눈 색깔을 되찾은 직후 지크 일행이 있는 방향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그것은 이른바 라는 스킬로써, 주인인 데카르트가 펫인 럭키의 오감을 원거리에서 생생하게 공유받는 게 가능했다.
즉, 데카르트는 현재 위치에서 2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는 럭키를 통해 지크 일행을 감시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데카르트는 자신의 펫인 럭키를 정찰병으로서 적극 활용해 정글 속 여러 위험 요소들을 피해 지크 일행을 안전하게 뒤쫓을 수 있기도 했다.
“와. 대박. 볼 때마다 신기하네요. 럭키만 있으면 누구든 감시할 수 있겠는데요?”
“뭐, 그런 셈이죠.”
데카르트가 한 파티원의 칭찬에 으쓱해했다.
“근데 뭐 얻은 정보라도 있어요?”
“아뇨.”
데카르트가 고개를 저었다.
“뭐라고 자기들끼리 중얼거리기는 하는데, 엿듣는 거까지는 불가능하네요. 소리가 너무 작게 들리거든요.”
데카르트는 럭키의 청각이 후각에 비해 뛰어나지 못하다는 걸 굳이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도대체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 이 새끼들?’
실제로, 데카르트는 지크 일행이 나누는 대화를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단지 후각을 통해 얼마나 거리가 떨어져 있고, 어느 방향인지를 알 수 있었을 뿐….
‘일단 따라가 보는 수밖에.’
데카르트는 그렇게 생각을 하고는 파티원들을 이끌었다.
“계속 쫓아가 보죠.”
***
그날 저녁.
“이거 30분 내로 끝내고 철수해야겠는데요?”
지크는 주변이 어두컴컴해지는 걸 보고는 곧 오늘의 사냥을 마감해야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래요. 오늘 많이 했으니까, 내일 해요.”
고스란 역시 그런 지크의 의견에 동의했다.
의 밤은 너무나도 어두웠다.
풀과 나무들이 우거질 대로 우거져서, 달빛조차 받을 수가 없는 그야말로 칠흑 같은 어둠인 것이다.
물론 지크라면 이 어둠 속에서도 사냥을 계속할 수 있긴 했지만, 그건 사서 고생을 하는 격이었다.
밤에 사냥을 하는 건 최소 세 배 이상의 정신적인 피로도를 요구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형님, 몇 개 모으셨습니까?”
“어… 901개.”
지크가 아공간 인벤토리를 확인하며 대답했다.
“내일 오전이면 다 모으시겠습니다.”
“그러겠네.”
지크가 승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우끼!] [우끼! 우끼이이! 우끼! 우끼!]멀리서부터 원숭이들이 부르짖는 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캬아아악!] [캭! 캬악!]거의 100여 마리에 달하는 무리가 지크 일행을 닥치는 대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야호!!!”
지크는 그런 들을 보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됐어! 됐다고!!!”
사실 좋아할 일은 아니었다.
무리는 원주민들조차도 두려워하는 의 대표적인 깡패 집단이었다.
는 워낙에 흉악하고 호전적인 데다가, 움직임도 잽싸 나무를 자유자재로 타는 등 상대하기가 무척이나 껄끄러운 생명체였다.
그런 생명체가 100여 마리씩 무리를 지어 다니니 의 깡패 집단인 건 당연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가 딱 99개 필요하던 지크에게 무리는 가뭄에 단비와 같이 느껴지는 게 당연했다.
“자! 와라!”
지크는 신이 나서 들을 닥치는 대로 학살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5분 후.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레벨이 올랐습니다!] [알림 : 272레벨 달성!]지크는 무리를 모조리 처치하며 막대한 양의 경험치를 획득, 262레벨을 달성했다.
그리고….
“와우.”
지크는 들의 시체 더미 사이로 들이 떨어져 있는 걸 보고 미소를 지었다.
“지크 님! 100개 넘겠어요!”
“그러게요?”
는 한 마리당 한 개의 를 드랍했으니, 고스란의 말대로 100개가 넘을 법도 했다.
“얼른 주워서 세어봐야지.”
지크는 그 말을 한 직후 발걸음을 옮겨 땅에 떨어진 를 주우려 했다.
그런데.
“어?”
지크는 순간 자신의 귓가를 파고드는 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뀨우?”
“음.”
햄찌와 고스란 역시 마찬가지.
“뭐, 뭡니까?”
넷 중에서 가장 둔한 승구만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싸우느라 몰랐네.”
“그러게요.”
지크의 말에 고스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가 자꾸 거슬리나 했는데, 저분들이었나?”
그렇게 말한 지크가 저 앞 풀숲을 향해 소리쳤다.
“거 이제 나오시죠! 구경하고들 계셨을 텐데!”
그러자 풀숲을 헤치고 한 무리의 게이머들이 나타나 지크 일행과 대치했다.
그들 중 가장 선두에 선 게이머, 데카르트가 지크를 향해 말을 건넸다.
“눈치 빠르시네요?”
“제가 좀 눈치가 빠르죠. 헤헷.”
지크가 뒤통수를 긁적이며 부끄러워했다.
“…….”
데카르트는 그런 지크의 반응에 할 말을 잃어버렸지만, 애써 평정심을 되찾고는 입을 열었다.
“지크 님.”
“예?”
“너무하시더라.”
“뭐가요?”
“같은 게이머끼리 좋은 정보가 있으면 공유도 좀 해주시지 그러셨어요. 혼자만 꿀 빠시니까 좋으세요?”
“원래 꿀은 혼자 빨아야 제맛이죠. 헤헤.”
그 순간.
빠직!
데카르트의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이 새끼 X나 뺀질거리네.’
데카르트는 실실 웃으면서 뺀질거리는 지크가 너무나도 얄미워서, 당장에라도 죽빵을 후려갈기고 싶었다.
하지만 다짜고짜 팰 수는 없었으므로, 데카르트는 최대한 온화한 어조로 지크에게 다시금 말을 걸었다.
“혼자 빨아야 제맛이라뇨. 너무 인정머리 없… 저기요?”
데카르트는 말을 하다 말고 너무나도 황당하게 지크를 다시 불러야 했다.
왜냐하면….
주섬주섬!
지크가 데카르트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땅에 떨어진 를 열심히 줍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