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570
569
지크는 도의 형태를 한 를 움켜쥐고 카오신을 향해 덤벼들었다.
“……!”
지크의 빠르기에 놀란 카오신은 재빨리 스스로 이동 속도 버프를 걸고 거리를 벌리려 했다.
‘이속 버프? 응, 소용없어.’
지크는 카오신이 이동 속도 증가 버프를 걸고 도망치는 걸 보며 곧바로 을 펼쳤다.
스륵!
그러자 강력한 슬로우 필드가 형성되어 카오신의 이동 속도를 대폭 낮추었다.
“이, 이게 뭐야!”
카오신은 자신이 마치 거북이처럼 느껴지자 엄청나게 당황했다.
이란 버프를 걸고 도망쳤건만, 몸이 움직이는 게 오히려 버프를 걸기 전보다 더 느린 느낌이었다.
“이건 또 뭐야!”
카오신은 이동 속도가 느려진 것에 놀라다가 시커먼 그림자들이 자신을 덮쳐오는 걸 보고 다시 한번 놀랐다.
휘익!
에서 빠져나온 들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카오신에게 따라붙었고, 뒤이어 날카로운 그림자의 칼날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다 죽여 버린다.”
카오신은 쌍검을 휘둘러 자신을 향해 덤벼드는 들을 차곡차곡 베어버렸다.
하지만 그건 매우 의미 없는 행동에 불과했다.
들은 카오신에게 죽을 때마다 더 강해져서 부활했기 때문이다.
“뭐 이런 개 같은 스킬이 다….”
카오신이 의 괴랄한 효과에 이를 부득부득 갈 무렵.
“하이?”
지크가 카오신의 코앞으로 파고들어 인사를 해 보였다.
“……!”
카오신이 놀라던 순간.
촤라락!
지크가 휘두른 가 카오신의 가슴팍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갈랐다.
푸화아아악!
그러자 카오신의 가슴팍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이 X발!”
놀랍게도, 카오신은 지크에게 일격을 당한 와중에도 쌍검을 휘둘러 반격을 시도했다.
명불허전.
타고난 동물적인 감각만큼은 가히 천부적이었다.
하지만 지크는 그런 카오신보다 더 빨랐다.
휘리릭!
지크는 무왕 레오니드로부터 배운 근접전 스텝을 밟으며 카오신의 반격을 여유롭게 피하고, 다시 를 휘둘렀다.
푸화아악!
카오신의 등짝이 사선으로 갈라지며 또다시 피를 뿜어내었다.
“이 새끼가….”
카오신은 그 와중에도 으르렁거리며 자신의 야수성을 드러냈지만, 지크는 반격의 틈조차 주지 않았다.
서걱!
가 카오신의 오른팔을 가르고.
툭!
잘린 오른팔이 바닥에 떨어졌다.
“아아아악!”
카오신은 악에 받친 비명을 지르면서 남은 왼팔로나마 지크를 베어버리려 했지만, 역시 헛수고였다.
서걱!
지크는 카오신보다 한발 빠르게 를 휘둘러 남은 왼팔마저도 잘라버렸다.
그렇게 카오신은 양팔을 모조리 잃어버린 신세가 되었다.
털썩!
또한, 양팔을 잃고 몸의 중심이 무너져 지크의 앞에 무릎을 꿇기까지 했다.
“이 X발놈이….”
카오신이 지크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봐줬더니….”
“풉.”
“……!”
“니가? 나를?”
지크가 카오신을 향해 썩은 미소를 지었다.
“고작 그 실력으로?”
“이… 이이….”
카오신은 지크의 조롱에 분노를 참을 수 없다는 듯 몸을 떨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1초 후.
“야 이… 개새ㄲ….”
카오신의 목구멍 저 깊숙한 곳으로부터 쌍욕이 터져 나오려던 순간.
쒜에엑!
지크가 를 휘둘렀다.
***
서걱!
지크가 휘두른 는 카오신의 정수리를 가르고, 나아가서는 목과 몸통을 넘어 사타구니까지 일자를 그리며 뚝 떨어졌다.
지크는 카오신이 쌍욕을 퍼붓도록 놔두지 않고, 몸통을 아예 분리시켜 버린 것이다.
털썩, 털썩!
그렇게 카오신의 몸통이 분리되어 좌우로 쓰러진 순간.
“미, 미쳤다!”
“특종… 특조오오옹!”
“지크프리트 대 카오신… 지크프리트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나….”
기자들은 대결의 결과에 경악하면서, 빠르게 기사를 작성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지크프리트 대 카오신.
카오신의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되던 희대의 매치업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지크가 오히려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니 엄청난 이슈몰이가 되리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와.”
“어뷰징… 이건 절대 어뷰징일 수가 없다.”
“이건 클래스도 클래스인데, 실력 자체도 지크 님이 훨씬 뛰어난데?”
“이제부터 지크 님한테 어뷰징이라고 하는 놈들은 죄다 열등감에 찌든 패배자들이 하는 개소리인 거네.”
지켜보던 게이머들은 지크가 결코 어뷰져가 아니며, 카오신 이상의 실력을 갖춘 고수라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로부터 그 어떠한 승부 조작도 없었음을 증명하는 을 두른 채 카오신을 박살낸 이상, 더 이상의 어뷰징 논란은 있을 수가 없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지크를 인정하지 않는 게이머들은 몇몇이 있었다.
“어뷰징은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카오신의 피가 반이나 빠져 있던 상황인데.”
“풀피로 제대로 붙었어야지.”
“살짝 애매한데….”
대결이 시작되기 전 카오신이 포션을 먹지 않은 것 때문에, 몇몇 게이머들은 지크의 실력에 대해 살짝 의문을 표시했다.
그리고 그건 매우 합리적인 생각이기도 했다.
어쨌건, 처음부터 공정하지 않았던 승부였기 때문이었다.
“난 다시 붙으면 카오신이 이길 것 같은데….”
“난 잘 모르겠음. 근데 다시 붙어도 지크 님이 이기시지 않을까?”
그렇게 지켜보던 이들의 의견이 갈릴 무렵에, 이 작은 논란의 종지부를 찍어줄 사건이 벌어졌다.
스르륵!
쓰러져 있던 카오신의 시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번쩍!
저 멀리 결투장 끝자락에 자리한 원형의 마법진에서 카오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곳은 결투장.
죽으면 49시간 동안 사망 페널티를 받는 게 아니라 30초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부활하게 되어 있었다.
“너 이 X새끼야. 레디 딱 박아.”
카오신은 부활하자마자 지크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또?”
“레디 박으라고, 이 새끼야.”
“또 질 텐데….”
“박아, X발. 아까는 내가 피가 반밖에 없어서 진 거니까, 제대로 붙어.”
“포션 줄 때는 안 마시더니?”
“닥치고 레디 박아!!!”
카오신이 지크에게 버럭 소리쳤다.
“X털어줄 테니까 레디 박으라고!!!”
“그래.”
지크는 카오신의 대결 요청을 냉큼 받아들였다.
‘그래, 주제 파악은 확실히 시켜줘야지.’
지크 역시 카오신의 생명력이 반밖에 안 남은 상태로 싸웠던 게 못내 찝찝했던 참이라, 재대결을 원했던 것이다.
“까짓것 한 번 더 하지 뭐.”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버튼을 눌렀고.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지켜보던 모든 이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지크 대 카오신의 재대결.
이번에는 그 어떠한 페널티 없이 똑같은 조건에서 진행되기에, 누구의 실력이 더 뛰어날지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재대결.
[3, 2, 1….] [Fight!]결투의 시작을 알리는 아나운서의 멘트가 울려 퍼지고.
“아주 회를 떠줄게.”
카오신이 살기등등한 눈빛을 뿜어내며 지크를 향해 빠르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
카오신은 초장부터 지크를 끝내버리려는 듯 전력을 다했다.
카오신은 의 미친 슬로우를 의식한 듯 을 켠 채로 지크에게 접근했다.
그러고는 두 자루 쌍검 중 왼쪽 허리춤에 찬 칼자루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딱 1초 만에 끝내준다.’
카오신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필살기 중 하나인 를 시전했다.
그것은 적을 소리 없이 죽여버리는 칼날이란 뜻으로, 적에게 빠르게 접근한 뒤 발도술로 눈 깜짝할 사이에 죽음을 안겨주는 스킬이었다.
촤라락!
의 칼날이 잘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지크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던 순간.
촤라락!
지크의 발도술이 한발 빠르게 뻗어 나오며 카오신의 목 언저리를 그었다.
도제 베텔규스의 비기인 스킬이었다.
“마, 말도….”
카오신은 한발 늦은 지크의 반격에 당한 직후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뜬 채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게 한계였다.
주륵….
가 긋고 지나간 카오신의 목 언저리로부터 붉은색 실선이 생겨나더니, 뒤이어 빨간 핏방울이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푸화아아아아아악!!!
피가 분수처럼 뿜어짐과 동시에 카오신의 머리가 결투장 천장 위로 솟구쳤다.
뿜어지는 피의 압력이 잘린 머리통을 튕겨낸 것이다!
‘진짜 비교도 안 되네.’
지크는 죽은 카오신을 지켜보며, 새삼스레 도제 베텔규스의 비기인 의 위력에 놀랐다.
분명히 한 박자 느리게 시작된 반격이었다.
그러나 은 보다 훨씬 더 빨랐고, 또한 강력했다.
즉, 스킬의 클래스 자체가 차원이 달랐던 것이다.
텅, 텅, 터엉, 데구르르르….
그때 천장 위로 튀어 올랐던 카오신의 머리통이 결투장 바닥을 마치 축구공처럼 나뒹굴었다.
“…….”
“…….”
“…….”
그 광경을 지켜보던 모든 이들은 입을 떡 벌리고 무어라 말을 잇질 못했다.
설마하니 그 카오신이 결투 시작 3초도 채 되지 않아 목이 잘려 패배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독한 정적.
그렇게 결투장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로 인해 침묵에 휩싸였다.
***
정적은 짧았다.
“대, 대박!”
“어뷰징도 아니고… 운이 좋은 것도 아냐… 저건… 실력이야.”
“미친. 카오신을 가지고 논다고?”
“미쳤다….”
“저런 고수가 있었나….”
게이머들은 지크의 실력에 감탄하며, 그 실력을 인정했다.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재대결이 펼쳐지기 전까지 카오신의 승리를 예측했던 이들 역시 이번만큼은 지크의 실력을 100퍼센트 인정했다.
하지만 단 한 명.
카오신만은 예외였다.
“다시… 붙어.”
어느새 부활한 카오신은 지크에게 재대결을 요청하며 자신이 먼저 버튼을 눌렀다.
“레디 박아. 다시 붙어.”
“으응?”
“레디 박으라고. 다시 붙게. 방금은 내가 실수한 거다. 제대로 싸운 거 아니잖아. 그러니까 다시 붙어.”
“결과는 똑같을 텐데?”
“레디 박으라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카오신이 피맺힌 고함을 내질렀지만, 지크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응~ 안 해~.”
“박아! 레디 박아!”
“이기지도 못할 거 덤비지 마라.”
지크가 딱 잘라 말했다.
“그리고 엄한 사람 어뷰징으로 몰아서 고발장 넣을 시간에 연습이나 좀 해라. 그게 뭐냐? 실력이?”
“뭐…?”
“지가 못하면 남도 못할 줄 알아. 허접 주제에.”
“이 개새끼가….”
“나 간다, 수고! 가자, 햄찌야.”
지크는 그렇게 말한 뒤 곧장 결투장을 나서 햄찌를 데리고 사라져버렸고.
“저, 저 새끼… 저 새끼 데려와! 저 새끼 데려오라고!”
카오신은 지크가 사라지자 입에 게거품을 물고 온갖 지랄 발광을 떨었다.
그리고 그런 카오신을 지켜보던 게이머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추하다, 추해.”
“담당 일진 제대로 만났네.”
“지가 이겨놓고 남 조롱할 때는 언제고, 개털리니까 염병 떠는 거 보소?”
자업자득.
안 그래도 실력 빼곤 모든 게 비호감이던 카오신이었다.
그런 그가 지크에게 탈탈 털리고 난리까지 치고 있으니, 더더욱 꼴사납고 못나 보이는 건 당연한 일.
“아, 가야지.”
“캬악, 퉤!”
“풉. 제대로 걸렸네. 우승은 글러먹었네, 카오신.”
게이머들은 지크가 사라지자 볼 장 다 봤다는 듯 하나둘 방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기자들 역시 1분 1초라도 속보를 올리기 위해 앞다투어 방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카오신은 홀로 남겨지게 되었고.
“내, 내가… 졌어? 저따위 새끼한테?”
카오신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그저 멍하니 중얼거리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