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958
957
법회를 이용해 을 연다.
이건 정말이지 신박한 생각이었다.
세네카 왕국의 국민은 눈 뜨고 코 베이는 격으로, 중간계를 파괴할 천족을 자신들의 손으로 불러들이는 꼴이었다.
“햄찌 니 말이 맞는다면….”
지크가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대재앙이 벌어질 거야.”
“뀨우?”
“천계의 문이 열리는 순간… 아무것도 못 막아.”
천족들은 강하다.
대천사들이 이끄는 천계의 군대가 본래의 힘을 100퍼센트 지닌 채 중간계에 강림한다면, 이 세상은 사실상 끝이었다.
세네카 왕국의 수도가 순식간에 천족들에게 점령당하는 것은 물론이요, 대륙 전체가 파괴되는 데에 불과 몇 달도 걸리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뀨우! 주인 놈아! 그럼 어떡하냐!”
“일단 대책을 세워 봐야지.”
“뀨우?”
“어떻게든 막아야 해. 무력으로라도 밀어`버리지 않으면 안 돼.”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곧장 통신실로 가서 에 연락을 넣었다.
– 네, 전하. 말씀하세요.
의 의장인 성녀 자네트가 곧바로 지크의 통신을 받았다.
“막아야 합니다.”
지크는 세네카 왕국에서 치유교 교단이 진행하는 법회가 열릴 예정인데, 그게 천족들을 강림시킬 수 있단 내용을 자네트에게 전달했다.
– 큰일이네요.
“치유교 교단에서 대륙종교진흥위원회에 파견한 고위급 성직자가 없습니까?”
– 저도 그게 의문이었습니다. 대륙종교진흥위원회에 가입하지 않은 교단은 치유교가 유일하거든요.
“이제 감이 좀 잡히네요.”
지크가 알 만하다는 듯 말했다.
“치유교… 일루미나티 조직원들이 완벽하게 장악한 게 분명합니다.”
–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해요.
“일단은 법회부터 어떻게든 막아야겠습니다.”
– 대륙종교진흥위원회의 이름으로 압박을 넣어 볼게요.
자네트가 말했다.
– 모든 교단이 법회를 반대한다고 하면, 그쪽에서도 압박감을 느낄 테니까요.
“그럼 저는 세계평화회의를 통해 압박을 넣어 보죠. 슈트카르트 황제께도 말을 좀 해보고요.”
– 네, 알겠어요.
지금으로서는 세네카 왕국과 로맨손 국왕을 압박해 법회를 취소시키고, 치유교 교단을 압수 수색해 쥐새끼들을 처리하는 게 급선무였다.
***
그 후.
에 속해 있는 각 교단은 각자 성명문을 발표하고, 치유교의 법회를 규탄하기 시작했다.
지크 역시 에 세네카 왕국의 법회를 막아 줄 것을 정식으로 건의했다.
국제 사회와 종교계를 통해 압박을 넣었던 것이다.
하지만 두 가지 방법 모두 통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였다.
나 세네카 왕국의 국왕 로맨손 반 제이에스티나는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
(중략)
치유교는 본국의 국교로써, 전 대륙의 병자들을 아우르는 성스러운 종교이다.
그리고 이번 법회는 본국이 치유교를 국교로 선포한 지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일 뿐, 그 어떠한 의도가 없음을 명백히 밝히는 바이다.
(중략)
치유교는 본국뿐 아니라 전 대륙의 병자들을 치유하는 데 힘을 써 왔으며, 그간의 공로는 그 어떤 교단에 비할 아니다.
이런 치유교의 법회를 방해하는 것은 명백한 종교 탄압이며, 본국에 대한 내정 간섭이다.
이에 나 로맨손 반 제이에스티나는 그 어떤 외압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치유교의 법회를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다.
또한, 이 법회를 반대하거나 훼방을 놓는다면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후략)
와 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로맨손 국왕은 법회를 강행하겠단 의지를 내비쳤다.
문제는 딱히 그걸 막을 방법이 없었다는 것.
현재 마우레키온 제국은 코랄 종족의 제2차 원정대의 침공에 맞서 싸우는 중이라 에 영향력을 행사할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틈을 타서, 평소 반(反)마우레키온 제국 진영이었던 국가들이 나서서 로맨손 국왕을 지지하기까지 했다.
어디 그뿐인가?
“치유교에 대한 탄압을 반대한다!”
“박해를 멈춰라!”
“치유교가 세계의 멸망을 꾀한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
“치유교의 법회를 지지한다!”
전 대륙에서 치유교를 믿는 신도들이 시위를 벌이기 시작하면서, 불리해진 건 오히려 지크 쪽이었다.
그만큼 치유교 교단의 규모는 거대했다.
중간계에서 신앙심을 가진 이들 중 무려 30퍼센트가 치유교를 믿고 있었기에, 신도들의 숫자가 수억 명은 거뜬히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그래서일까?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국왕은 치유교 탄압을 중단하라!”
“선동과 날조로 치유교를 박해하지 마라!”
“차라리 날 죽여라! 순교쯤은 아무것도 아니니!”
치유교 교단의 신자들이 프로아 왕국의 국경 근처로 모여들어 시위를 벌이기까지 했다.
“…으.”
덕분에 지크는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치유교의 법회가 무슨 의도로 열리는지를 뻔히 아는데, 그걸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머리를 잘 썼어.’
지크는 크게 한 방 먹은 것 같은 기분에 책상 앞에서 끙끙거려야만 했다.
그렇다고 세네카 왕국으로 쳐들어가자니 전쟁을 일으켜야 했고, 소수 병력으로 침투를 하자니 그건 자살행위였다.
강대국의 수도 전체가 성난 군중들과 적들로 가득할 텐데, 제아무리 지크라고 해도 법회에 난입해서 깽판을 친다는 건 불가능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이걸 어떡하지….’
그래서 지크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치유교의 법회를 막을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드래곤들을 동원해? 아니야. 일루미나티의 행사에 드래곤 슬레이어들이 빠질 리 없어. 심지어 장소가 세네카 왕국의 수도야. 인구가 많은 만큼 드래곤 슬레이어가 몇 명이나 튀어나올지 몰라.’
지크는 어떻게든 법회를 막아 보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다.
그러던 중.
“야.”
지크는 자신의 바로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가 화들짝 놀랐다.
“악! 깜짝이야!!! X발!!!”
얼마나 놀랐냐 하면, 평소 비속어를 잘 사용하지 않은 지크의 입에서 쌍욕이 튀어나왔을 정도였다.
“뭘 그렇게 놀라냐?”
천우진이 히죽 웃으며 지크를 향해 말을 건넸다.
“야 이 미친놈아! 왔으면 왔다고 말이라도 하던가!”
“말했잖아.”
“뭐?”
“아까부터 뭐 하냐고 말 걸었는데 듣는 척도 안 하던데?”
“아.”
지크는 그제야 자신이 너무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괘씸한 건 괘씸한 거였다.
“너.”
지크가 천우진을 노려보았다.
“저번에 던전에서 내가 놀래준 거 복수하는 거지?”
“뭐?”
“죽음의 카니발에서 내가 놀랬던 거 복수하는 거 아냐?”
“내가 너냐?”
천우진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런 치졸한 짓이나 하게?”
“아냐?”
“아니거든?”
천우진이 딱 잘라 말했다.
하지만 천우진의 겉과 속은 딴판이었다.
‘하여간 이 자식 이거, 눈치 하나는 끝내주게 빠르다니까?’
사실 천우진은 그때 심장이 덜컥 내려앉을 뻔했던 걸 마음속에 담아 두고 있었다.
겉으로는 아닌 척 잡아뗐지만 말이다.
“그래? 흠. 뭐, 그렇다고 해두자.”
“진짜라니까.”
“알겠다고.”
지크는 대충 그렇게 대답하고는 천우진에게 물었다.
“왜 왔냐?”
“북쪽 차원의 대 균열이 다시 폭주하기 시작했어.”
“뭐?!”
“곧 폭주할 거 같아. 한 시간 내로.”
“아.”
지크는 그 말을 듣자마자 과자가 들어 있던 접시를 비우고는, 그 안에 물을 콸콸콸! 채웠다.
“너 뭐하냐?”
“접시 물에 코 박고 죽으려고.”
“뭐 인마?”
“놔.”
“갑자기 뭐 하는 짓인데?”
천우진은 지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하자 매우 당황했다.
“너 뭐 스트레스 받는 거 있냐?”
“안 받게 생겼냐?”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세네카 왕국의 수도에서 벌어질 치유교 법회에 대한 사항을 천우진에게 알려주었다.
“아.”
천우진은 그제야 지크의 말뜻을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몸은 하난데 처리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아주 죽겠다 이거지?”
“정답.”
지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필 이 시국에 북쪽 차원의 대균열이 다시 폭주한다고? 이건 양동 작전이야. 한쪽에서는 천계의 문을 열려고 하는 거고, 다른 한쪽에서는 죽음으로 이 세계를 뒤덮으려는 거라고.”
“헐….”
“근데 걱정 안 해도 돼. 죽음의 청기사는 이제 시간만 끌면 처치할 수 있어.”
“그게 뭔 소리야?”
“다 모았어. 생명의 화신 테라를 소환할 재료.”
지크가 천우진에게 그간 있었던 일들에 관해서도 이야기해 주었다.
“오오! 한태성!”
“대신 시간이 좀 걸려. 불사조 재소환까지 쿨타임이 좀 있어서.”
“그럼 그때까지 시간만 끌면 된다 이거지?”
“어.”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되도록 싸울 생각 말고, 최대한 피해가 덜 생기는 방법으로 시간만 끌면 돼. 물론 죽음의 청기사가 차원의 대균열을 튀어나오지 못하게 하는 게 제일 좋고.”
“오케이.”
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북쪽 차원의 대균열을 맡는다. 그럼 넌….”
“천계의 문이 열리는 걸 막아야지.”
지크가 천우진의 물음에 답했다.
“이런 게 분업 아니겠냐?”
“그렇지.”
“그러니까 꺼져. 나 지금 머리 아프니까.”
“아, 알겠다.”
그렇게 천우진은 지크로부터 쫓겨나게 되었다.
그리고 지크의 고민은 계속되었다.
‘뭔 방법이 없을까….’
지금 지크에게는 치유교의 법회를 저지하는 게 그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법회를 막을 뾰족한 수가 없었다.
법회까지 남은 시간은 단 3일.
그 안에 특별 조처하지 않으면, 천계의 문이 열리고 천족의 군대가 중간계에 강림할 터.
뭔가 특별한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전쟁이라도 일으켜야… 하나….”
지크가 그렇게 중얼거릴 때였다.
“뀨! 주인 놈아! 뭘 고민하냐!”
보다 못한 햄찌가 나섰다.
“간단하게 생각해라! 뀨우! 간단하게!”
“야 이.”
지크가 햄찌를 돌아보며 으르렁거렸다.
“이게 어떻게 간단하게 생각할 문제냐?”
“뀨우?”
“막을 방법이 없는데. 그렇다고 전쟁을 일으켜서 쳐들어가? 지금 당장 쳐들어가도 3일 안에 수도를 점령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뀨! 주인 놈아! 왜 굳이 쳐들어가야 한다는 거냐!”
“뭐…?”
“그냥 폭탄 드랍 하면 되지 않냐! 뀨우!”
“포, 폭탄… 드랍???”
“뀨! 그렇다! 대규모 병력을 수도에 떨구는 거다! 뀨우! 그럼 된다!”
“폭탄 드랍이라… 대규모 병력을 수도에 떨군다… 와!”
지크는 햄찌의 말을 듣고 이거다 싶어서 감탄사를 내뱉었다.
제아무리 강자들이라 할지라도 치유교의 법회에 깽판을 놓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대규모 병력과 함께 수도에 뚝! 하고 떨어진다면?
깽판을 치는 것 따위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이거 로맨손 국왕에 치유교 대사제랑 고위급 성직자들까지, 싹 다 사냥할 수 있겠는데?’
더불어 법회에 참여한 일루미나티의 고위급 조직원들을 한꺼번에 소탕하는 것도 결코 불가능은 아니었다.
“야, 햄찌야.”
“뀨우?”
“너 진짜 똑똑하다?”
“뀨우우?”
“해보자.”
지크는 햄찌의 조언을 받아들여 세네카 왕국의 수도를 직접 침공하기로 했다.
문제는 대규모 폭탄 드랍을 어떻게 하느냐는 것.
세네카 왕국과 같은 강대국들은 자국 영토의 워프 게이트 주파수를 아주 철저하게 통제하는 게 기본이었으므로, 대규모 폭탄 드랍이 쉬울 리 없었다.
그러나….
“햄찌야. 나 잠깐 어디 좀 다녀올게.”
“뀨! 주인 놈아! 어디 가냐!”
“게오르그 어르신 만나러.”
지크는 드래곤 로드 게오르그를 통해 폭탄 드랍할 방법을 아주 간단하게 해결하기로 했다.
들 때문에 드래곤들이 직접 나설 순 없지만, 고도의 마법을 이용해 후방 지원은 충분히 가능했기 때문이다.
‘넌 뒤졌다.’
지크는 게오르그를 만나러 가면서 이를 갈았다.
로맨손 국왕이 통신을 일방적으로 끊어버리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다시 걸었던 통신까지 받지 않은 걸 마음에 담아 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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