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69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69화
‘드디어 오늘이 왔다.’
박문대의 첫 번째 홈마는 손가락을 두둑두둑 꺾으며 모니터를 응시했다.
오늘이 바로 리얼리티 첫 화가 방영되는 날이었다.
며칠 전에 공개된 예고편에 나온 장면 때문에 친구와 흥분했던 기록이 아직도 톡에 남아 있었다.
-문대 요리한다!
-문대 게임한다!
-갸아아아악!!
…만성적인 컨텐츠 부족에 시달리던 중에 던져진 영상 떡밥은 마약이나 다름없었다.
귀엽게 편집된 짧은 예고편을 하도 돌려본 탓에 내용을 다 외울 지경이었다.
그리고 지금, 드디어 본편을 보기 직전이었다!
‘시작한다…!’
‘12세 관람가’ 표시가 나오자 그녀는 두 손을 비볐다. 조회수 기록을 위해 돌리던 티저 스트리밍은 잠시 멈추고, 군기 든 자세로 화면을 응시했다.
[영광의 데뷔!]프로그램은 최종화의 발표 순간들과 각종 미디어 반응을 짧게 보여주는 것으로 테스타의 위치를 알려주면서 시작했다.
[마침내 결성된 테스타(TeSTAR)] [그들의 행방은?]의미심장한 자막.
그리고 직후에 뜬 것은….
[으아아악!!] [한번만 더 하자!] [어, 어어어….]보드게임에 과몰입한 테스타 멤버들의 모습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
-잘 지내고 있었구나 누나는 안심이야!
-극도로 즐거워 보임
SNS에서 사람들이 떠드는 대로, 테스타는 몹시 즐거워 보였다.
오디션에서 벗어나 편안해 보이는 모습에 팬들이 흐뭇해하는 것도 잠시.
[테스타는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나…?]유머러스한 자막과 함께, 화면이 바뀌었다.
[] [와아아!!] [집 좋아요!]와글와글 숙소로 입장하는 테스타의 모습이 잡혔다.
해맑고 신나 보이려는 멤버들의 노력과 편집이 빛을 발하며 강아지 떼처럼 보였다.
‘문대는?’
박문대는 뛰어다니고 있지는 않았지만, 눈을 둥그렇게 뜨고 집안을 둘러보고 있었다. 입고 있는 것은 테스타의 SNS 첫 사진에서도 봤던 노란 후드티였다.
‘움직이는 영상으로 보니 더 귀여워…!’
그녀가 감격에 차 있을 때, 다른 시청자들도 한창 사복 이야기로 달리고 있었다.
-애들이 이렇게 자기들 마음대로 입은 걸 드디어 움직이는 고화질로 보는구나ㅜㅜ 이게 바로 데뷔의 맛인가!
-선호 스타일 확 드러나네
-ㅋㅋ아 다들 예상 쌉가능이었는데 문대만 튀어ㅋㅋㅋ
└그러게 목격담에서 맨날 티쪼가리만 입고 있던데 웬일로 저런 귀여운 옷을ㅋㅋㅋ
└웰시코기 인형 탈도 썼잖아 본인 캐릭터에 진심인 거야 문대는…
└이게 맞다
└역시 의문의 노력캐
그리고 화면에서는 테스타 멤버들이 로봇 청소기에게 미션 카드를 받는 장면이 송출되기 시작했다.
[여러분이 진정한 그룹이 될 수 있도록, 미션을 클리어하세요!] [앗.] [아… 미션.]그 후로도 합격자들이 가 연상되는 요소들마다 과민 반응하며 살짝 침울해하는 모습은 좋은 개그 요소로 활용되었다.
-ㅠㅠㅠ아앗
-어쩜 좋아ㅋㅋㅠㅠ
-얘들아 사실 우리도 다 아주사 PTSD에 고통받고 있단다…
-정말 죄 많은 프로야 테스타가 나왔으니 이제 폐지해버리렴!
-다음 시즌 할 시간에 테스타 리얼리티나 매년 잡아주길ㅋㅋ
시청자들은 폭소하면서도 공감했다.
그리고 룸메이트 미션에서 게임에 과몰입하느라 태세를 전환해버린 멤버들을 보고는 다시 한번 폭소하게 되었다.
[제발 한 번만!] [이기고 싶어요!]-ㅋㅋㅋㅋㅋ
-애들 승부욕 어쩔 거얔ㅋㅋㅋㅋ
-저것도 일종의… 직업병 아닐까… 아주사에서 잠죽자하던 버릇을 버리지 못한 거임
└이거 맞는 듯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제일 과몰입한 사람과 제일 침착한 사람 둘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 것도 깨알 같은 재미 요소가 되었다.
요란스러운 차유진의 세레머니에 당황한 듯 담담한 박문대의 모습은, 두 사람의 팀전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어서 더 웃긴 대조를 이루었다.
-문댕 또 티벳여우 표정 나옴ㅋㅋㅋㅋㅋ
-둘이 겁나 다른데 같은 팀이라 너무 재밌어 계속 친하게 지내줘 얘들아ㅠㅠ
-ㅋㅋㅋ1, 2위가 자기들끼리만 순위 바꿔서 또 1, 2위 했네
-차유는 운이 엄청 좋고 문댕은 게임을 잘 하는 듯?ㅋㅋㅋ
하지만 막상 룸메이트 결과에는 반응이 살짝 사그라들었다.
그다지 생각해 본 적 없는, 바란 적도 딱히 없던 조합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오
-이렇게 됐구나ㅋㅋ
-잘 지냈으면 좋겠다
-룸메이트 이대로 끝까지 가진 않고 또 바꾸면서 하겠지?
그래도 저녁 식사를 만드는 장면에서는 반응을 대부분 회복했다.
신나서 마트를 질주하며 물건을 쓸어 담는 장보기 팀과, 조곤조곤 화목하게 찜닭을 만드는 요리 팀이 대비되며 둘 다 귀여웠기 때문이다.
특히 박문대와 선아현은 예상외의 요리 솜씨로 분량을 뽑았다.
[일단 재료부터 다듬고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닭을 손질하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박문대는 재료가 도착하자마자 순식간에 일을 배분하고 본인이 제일 까다로운 작업을 잡았다.
순전히 다른 멤버들을 믿을 수 없어서였으나, 화면에서는 제법 믿음직스럽게 보였다.
그리고 선아현은 어쩐지 요리를 잘할 것처럼 생겨서 사정없이 말아먹고, 그런 자신에게 엄청나게 당황하는 모습으로 분량을 챙겼다.
[미, 미미안…….] [미안할 건 없고.]박문대는 처참한 양파와 선아현의 손을 다질 뻔한 식칼을 번갈아 보다가, 우울해하는 선아현에게 새로운 일감을 주었다.
[이거 가지고… 저기 식탁 좀 정리해 줄 수 있을까.] [으, 응!]화면의 선아현은 순식간에 화사한 효과와 함께 밝아졌다. 그리고 당연히 팬들은 즐거워했다.
-문대 요리도 잘 함?;; 당황스럽네
-아이고 아현앜ㅋㅋㅋㅋㅋㅋ
-얘들아 앞으로 아현이에게 식칼은 주지 말자 (본인이) 다칠 것 같다고ㅠㅠㅋㅋ
-문대 엄청 사람 잘 챙기는데?ㅠㅠ 대체 왜 아주사에서 초반에 그렇게 나온 거야……
└고것은 모든 박문대 팬들의 의문일 듯
숙소 첫 끼로 찜닭을 먹으며 화목하게 대화하는 모습도 팬들이 리얼리티에서 기대하는 전형적인 모습으로 호평을 받았다.
-애들 손 크구나 찜닭 엄청 많이 했엌ㅋㅋㅋ
-다들 잘 먹네
-생각보다 애들 되게 친한 것 같음 아주사로 만들어진 전우애인가ㅋㅋ
-오래 가자 얘들아♡
그리고 그 화의 화룡점정이 떴다.
바로 단체 공포영화 관람이었다.
[히히히히히히히히히]화면에 뜨는 귀신 얼굴에 마트PB 팝콘이 허공을 갈랐다.
[으어어어…….] [어우!!]멤버 하나하나의 반응을 돌려가며 잡아주는 제작진들 덕에, 팬들은 즐겁게 멤버들의 캐릭터를 더 쌓아갈 수 있었다.
-차유진 웃는데요?ㅋㅋㅋ
-아닛 천하의 큰세진이 귀신을 무서워하다니! 귀신도 먹금할 기 쎈 방글방글 인싸인 줄 알았다구!
-래빈아 옷 찢어지겠다ㅋㅋㅋㅋ
-류청우씨 그렇게 안 봤는데 치사하게 자기는 안 무서워하면서 공포영화를 골랐구만!ㅋㅋ
그리고 박문대의 컷이 오기 전, 박문대의 팬들은 다들 짐작하고 있었다.
당연히 박문대가 무서워할 리 없다는 것을!
-티벳여우 표정 또 나올 듯ㅋㅋㅋ
-(다들 무서워하는 것 같다. 공포영화는 무서운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벌써 귀엽다 문대ㅠㅠ
-야무지게 팝콘 잘 챙겨먹으며 볼 듯
하지만 화면에 마지막으로 등장한 문대는….
시선을 내리깔고 팝콘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귀신 소리가 들릴 때마다, 간헐적으로 팝콘 통이 움찔 튀어 올랐다.
[그어어어어어어어어어…….] [(팝콘 곡예)]그래도 박문대는 꿋꿋이 공포영화 쪽으로는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댓글이 폭주했다.
-…?
-?!??
-무서워… 무서워한다!
-세상에
-미쳤나 봐 너무 귀여워
일주일간 밤을 새우든 최종 1위를 하든 언제나 덤덤한 모습만 주로 방송에 탔던 박문대의 동요에 팬들은 완전히 흥분했다.
-와 끝까지 화면 못 본다ㅠㅠ으흐흐흑 그러면서 아닌 척 하는 것 봐
-팝콘 다 먹었는데 쟤 계속 빈 통 잡고 있대요! 무서워서 못 놓는대요!
-영화 꺼지니까 일어났엌ㅋㅋㅋㅋ
-다른 애들 눈치 못 챘지? 문대 지금 카메라 앞에서도 자기 되게 자연스러워 보였다고 착각하고 있지?ㅋㅋㅋㅋ
화면을 보고 있던 박문대의 홈마도, 참지 못하고 친구에게 톡을 넣었다.
톡을 넣으면서도 계속 화면에 눈을 고정하고 있던 탓에 오타가 속출했지만, 어쨌든 본인이 하고 싶었던 말은 저것이었다.
[7인 7색] [새롭게 서로를 알아가는 테스타] [과연 내일은 무슨 일이?]각 멤버의 팬들 모두에게 즐거움을 챙겨준 공포영화 파트를 끝으로, 리얼리티 첫 화는 마무리되었다.
“……아.”
그러고 보니, 벌써 시간이 한 시간이나 흘렀다.
아쉬워하는 그녀의 앞에, 중간 광고가 끝나고 예고편이 송출되었다.
[저희 지금 작업실이에요~]방음 부스가 설치된 음악 작업실에서 토의를 주고받는 테스타의 모습. 그리고…….
[지금… 발표하러 가는 중입니다.]단정한 옷을 챙겨입고 회의실로 들어가는 멤버들의 모습이었다.
“헉.”
앨범 작업 관련 분량도 있나 보구나!
벌써 다음 화가 보고 싶었다.
그녀는 서둘러 SNS를 켰다. 이 넘치는 감상을 공유하고 싶었다.
-솔직히 꿀노잼 예상했는데 대존잼이었다
-애들 사이 어색할 거라던 놈들 다 어디로 숨었냐?ㅋㅋ 친하고 편하던데요?
-아 예고편도 그렇고 데뷔 관련 이야기 풀리니까 너무 좋다 마음이 놓이고ㅠㅠ
-와 설마 그 갓컨셉 멤버들이 골랐나? 그것도 아주사 짬밥인가?
타임라인에 들어오는 말마다 공감이 안 가는 게 없었다.
그녀는 흐뭇하게 웃으며 글쓰기 버튼을 누르려다가, 새롭게 갱신된 타임라인에 뜬 글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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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미치겠다 (링크) (캡쳐)]========================
“어?”
링크는 포털 사이트 뉴스 주소였다.
그리고 캡쳐는… 그 기사를 떠온 것이었다.
“……!”
그녀는 내용을 읽자마자, 찬물이라도 맞은 것처럼 가슴이 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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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스타 ‘불공정 계약’ 소송으로 드러나]: 로 데뷔한 테스타(TeSTAR)의 멤버 이세진(22)의 전 소속사(드림K)가 Tnet과의 불공정 계약에 대하여 소송을 제기했다.
드림K 측의 주장에 따르면 Tnet은 지난 1월부터 방영된 의 참가자를 모집하기 위해 다수의 소속사에게 강압적으로 소속 아티스트의 참가를 요구하였으며, 참가자가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할 시 해당 아티스트의 소속을 Tnet에게 양도하는 불공정 계약 체결을 강요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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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침을 삼키며 기사를 클릭했다.
* * *
자정이 넘은 한밤중.
일 터진 숙소 분위기는 살얼음판이 따로 없었다.
“…정리해 보자.”
“…….”
“그러니까, 세진이 전 소속사에서… 본인들 아티스트를 돌려달라고 하는 중이네.”
류청우가 담담히 상황을 정리했다.
나는 한숨을 참았다.
‘터질 만한 일이긴 했어.’
애초에, Tnet이 어떤 참가자든 로 데뷔하면 우리 소속이라는 계약을 밀어붙인 것부터가 무리수이긴 했다.
오디션으로 띄운 그룹을 오래 해 먹고 싶은 욕심을 참지 못하고 만든 방식일 것이다.
‘그래도 웬만하면 이중소속으로 정산 두 번 떼는 식으로 하지 않나.’
?아예 뺏어가는 건 이 업계에서도 거의 없던 것 같던데 말이다.
방송국하고 싸울 수는 없으니 어지간하면 소속사가 지고 들어갔겠지만, 이번 시즌이 너무 잘 되는 바람에 결국 한 건 터진 것 같았다.
‘아마도… 방송사 마음대로 소속사 변경 제안을 하는 ‘캐스팅 콜’ 컨텐츠 때부터 이미 불만이 쌓였을 테고.’
게다가 이세진은 그냥 혼자 배우로 써먹을 수 있으니 더 아까워할 만했다.
못해도 최소한 테스타 활동 중에 본인들 몫도 받아가고 싶다는 거겠지.
“…….”
이세진은 꽤 오랫동안 지속된 대치 상황에서도 대답하지 않았다. 소파에 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큰세진이 웃으며 재촉했다.
“형님, 말 좀 해보시죠~”
처음에는 살살 어르고 달래더니, 더는 못 참겠는지 슬슬 말투가 바뀐다.
“큰세진,”
“이거 빨리 정리해야 됩니다. 지금 저희 데뷔 날짜 일주일 남은 거 아시죠? 시간 없어요~”
“…….”
“지금 형님이 입장 정리 안 하면, 다른 소속사들도 똑같이 물타기 해서 소송 이야기 나올 수 있죠?”
큰세진은 여전히 서글서글 웃고 있었지만, 말이 점점 빨라졌다.
“가만 있으면 형 혼자 끝나는 게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피해 보는 거라니까요? 가든 남든 빨리 지금 소속사랑 이야기를 하라고.”
‘저거도 멘탈 터졌군.’
나는 혀를 찼다.
그러고 보니, 큰세진의 소속사도 간 좀 보다가 이세진의 소속사가 하는 소송에 합류해 버릴 수도 있긴 했다.
겨우 오디션 합격해서 데뷔 직전인데, 그 꼴을 당하는 걸 생각만 해도 큰세진은 피가 거꾸로 솟는 모양이었다.
“…….”
그러나 이세진은 입을 여는 대신 벌떡 일어나서 도망쳤다.
“…!”
“야.”
쾅.
그리고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
‘…장난하나.’
본인 일인데 이렇게까지 1차원적으로 회피를 하다니.
이쯤 되니 별생각 없던 나도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
‘…오늘 자려면 어차피 문은 따야겠지.’
나는 방 앞으로 다가가서, 잠긴 문고리를 위에서 내리쳤다.
퍽.
가정집 문고리라 역시 그냥 열리는군. 운동한 보람이 있다.
“…!”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