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enders score goals well RAW novel - Chapter 68
소년들이 마을로 돌아왔다!
“잠깐만. 누가 전화를 했지… 오! 영웅아! 앤드류 에이전트의 전화야! 이거 받아야 해. 일단 끊자.”
“그래요. 후훗.”
나는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제임스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영웅아! 나 지금 웨스트햄 사무실로 가고 있어! 페넌트와 앤드류도 그곳으로 오는 중이야! 오늘 계약서에 사인할 거래!”
“고생했어요. 제임스.”
“저메인 페넌트가 웨스트햄에 입단한다구! 와우!”
알고 보니 나의 예상대로 오늘 아침부터 지금까지 앤드류 에이전트는 아스널 단장실에서 마라톤 협상을 하고 있었다.
아스널의 기본 정책은 [타 런던 구단으로 이적은 절대 불가]였다.
하지만.
페넌트 본인이 웨스트햄 이적에 선수 생명을 걸 정도로 절실하게 매달렸다.
아스널은 언론을 이용해서 리버풀 이적 확정 기사까지 퍼트리며 막판 언론플레이를 했지만 결국 페넌트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런던의 말썽꾼 저메인 페넌트. 같은 런던팀 웨스트햄으로 이적. 이적료 650만 파운드.] [저메인 페넌트. 650만 파운드짜리 재앙이 될 것인가? 축복이 될 것인가?]그날 밤.
웨스트햄 유니폼을 입고 환하게 웃는 저메인 페넌트의 모습이 스포츠신문 1면을 장식했다.
웨스트햄 팬들은 우려하는 쪽과 환영하는 쪽으로 갈라졌는데 우려가 7, 환영이 3이었다.
[그 돈이면 괜찮은 유망주 5명은 살 텐데. 왜 문제 있는 선수를 데려오냐?]L 유망주랑 페넌트가 같냐? 페넌트는 즉시 전력감이라구.
L 웨인 루니가 맨유에서 터진 걸 봐봐. 페넌트가 그러지 말라는 법 없지.
L 그래? 존나 희망적이네? 내가 볼 때는 얼마 후 [더 선] 표지를 장식할 거 같은데? 음주운전, 폭행, 성추행… ㅎㅎ
L 나는 페넌트 믿을 거야. 인터뷰 보니까 애가 아스널 탈출하려고 칼을 간 거 같더라. 무엇보다 나영웅이 그를 불렀다잖아. 나는 믿는다. 페넌트!
저메인 페넌트가 웨스트햄 입단 기자회견에서 “나영웅 선수와 함께 뛰고 싶어서 웨스트햄을 선택했다. 그는 정말 좋은 친구.”라는 말을 해서 화제가 되었다.
심지어 내가 페넌트와 런던 밤 세계를 즐기며 다닌다는 헛소문까지 퍼졌다.
나는 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비난을 들어야 했다.
영국에도 십선비는 있는 모양이다.
페넌트는 엄청난 화제를 모으며 다음 날 웨스트햄 훈련장에 출근했다.
우리는 미리 준비한 따뜻한 환영 인사로 그를 맞이했다.
아스널과 다른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그리고 페넌트 담당 일진으로 마이클 캐릭과 마크 노블을 붙여놓았다.
둘은 자타공인 잉글랜드 모범 청년이었다.
캐릭과 마크는 페넌트가 훈련장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인사하며 챙겼고 훈련이 끝나면 집으로 데려가 가족들을 소개해 주고 함께 밥도 먹었다.
“같은 런던팀인데 분위기가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너무 놀라워.”
“동런던이 마음에 들어?”
“응. 런던에 와서 처음으로 마음이 편안해졌어. 이 팀에서 이 동료들과 오랫동안 함께 뛰고 싶어.”
페넌트는 공식 팀 훈련이 끝나면 내가 주도하는 추가 개인 훈련에도 참여했다.
나는 안톤, 마크와 셋이 유소년 아카데미 시절부터 이 개인 훈련 프로그램을 쭉 소화해 왔다.
가끔은 경기력과 체력에 악영향을 줄 정도로 힘들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량 발전에 큰 효과가 있었다.
“너희들. 진짜 독하게 운동하는구나.”
페넌트는 우리와 첫 번째 개인 훈련을 해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지금까지 그는 타고난 재능만을 믿고 자신을 한계까지 실험해보지 않았으니까.
“우리는 각자 목표가 있거든. 그걸 이루기까지는 개인 훈련을 멈추지 않을 거야.”
“그게 뭔데?”
“우선 안톤은 형 리오를 넘어서는 것. 마크는 웨스트햄을 우승시키는 것. 그리고 나는 세계 최고의 수비수가 되는 것.”
“와아아… 대단한데.”
“웰컴 투 웨스트햄~ 퓨우~~”
안톤이 페넌트에게 총 쏘는 시늉을 했다.
둘은 같은 잉글랜드인에 카리브계 흑인 핏줄이라 잘 맞았다.
춤과 노래를 좋아해서 훈련장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
페넌트가 팀에 들어오고 안톤의 목소리가 커졌다.
같은 잉글랜드 흑인이지만 도도한 성격의 저메인 데포와는 맞지 않았고 나머지 잉글랜드 선수들은 백인에 점잖은 성격이라 영 재미가 없었다.
그러다 페넌트가 왔으니 신이 날 수밖에 없었다.
“이건 예상 못 한 효과인걸?”
안톤이 형 리오보다 모자란 게 정신력이다.
경기 중 금방 위축되고 자신감을 잃는 게 문제였는데 친한 동료가 생기니 점점 훈련장에서 목소리가 커졌고 플레이에도 자신감이 붙었다.
[EPL 04-05시즌 24라운드 에버튼 대 웨스트햄]우리는 겨울 이적시장에서 새로운 선수들을 보강하고 에버튼과 중요한 일전을 치르기 위해 리버풀로 이동했다.
에버튼은 현재 리그 4위로 5위 리버풀과 챔스 진출권을 두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리그 4위를 노리고 있는 웨스트햄은 이번 원정에서 반드시 승리를 챙겨야 하반기 반등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런데 런던에서 북으로 향하는 웨스트햄 원정 버스에서 예상 못 한 소동이 벌어졌다.
두두두두둥~ 둥둥! 좡! 좡! 좡!
“끼야야야~ 비명이 나오는 걸 멈출 수 없어~~ 나는 교수대로 끌려갈 거야~~”
그날도 언제나처럼 원정 버스에는 아이언 메이든의 노래가 시끌벅적하게 나오고 있었다.
전에도 말했지만 아이언 메이든의 리더 스티브 해리스는 웨스트햄 유소년 출신으로 진성 해머스였다.
아이언 메이든은 웨스트햄의 공식 록밴드였다.
그들의 시끌벅적한 음악이 버스를 울리고 있는데 헤드폰을 차고 인상을 잔뜩 쓰고 있던 한 아일랜드 남자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 운전석으로 다가갔다.
“어. 저 녀석 뭐지?”
“이번에 아일랜드 리그에서 데려온 선수잖아. 이름이 뭐더라. 조지 쇼~?”
“아~ 아일랜드~ 리그~~”
웨스트햄 선수들은 대놓고 무시했다.
아일랜드 축구리그의 공식 명칭은 [리그 오브 아일랜드 프리미어 디비전]이다.
사실 웨스트햄 선수들이 무시할 만했다.
아일랜드에서 공 좀 차는 어린 선수들은 대부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유소년팀으로 스카웃 되기 때문이다.
그곳에서부터 2부 챔피언십리그, 스코틀랜드 리그 순으로 선수의 실력에 따라 피라미드 구조로 뛰는 리그가 달라진다.
그중 아일랜드 리그는 피라미드의 바닥이었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리그에서 뛰지 못하는 선수들이 뛰는 곳이 아일랜드 리그라는 게 상식이었다.
“아이슬란드 구두쇠 단장. 우리가 힘들게 팀을 프리미어리그로 올려놨더니 고작 망나니 하나 사주며 생색내고, 어쩌려고 아일랜드 리그 선수를 데려와? 미친 거 아니야.”
“맨유, 첼시, 아스널이 이번에 보강한 선수들 리스트 봤어? 후덜덜하더라. 도대체 뭘 어쩌려고 수준 떨어지는 애들만 데려오고 난리야. 젠장.”
지금 떠들고 있는 선수들은 1군 후보들이었다.
다른 상위권 팀이었으면 절대 1군 후보에도 들지 못했을 선수들이다.
그들이 떠드는 건방진 소리에 내가 한마디 하려는데 갑자기 버스에서 나오던 음악이 바뀌었다.
지이이이잉~ 띠리리리링~ 디링~ !
“소년들이 마을로 돌아왔다~~ 오늘 누가 돌아왔는지 알아? 바로 사라졌던 야성의 눈을 가진 녀석들이야~ 잘 지냈냐고 그들이 물었어~ 하는 일은 잘 되냐고~”
아이언 메이든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른 흥겨운 록 음악이 터져 나왔다.
멜로디가 더 친근하고 가사도 마음에 들었다.
아일랜드의 국민 록밴드 씬 리지의 [소년들이 마을로 돌아왔다]라는 곡이었다.
“야! 너! 뭐 하는 짓이야! 당장 꺼!”
“부정 타면 어쩌려고 이런 노래를 틀어!?”
“저 건방진 신입 녀석이!”
웨스트햄 고참들이 귀를 막으며 소리쳤다.
아일랜드인 신입 조지 쇼는 운전석 앞에서 오디오를 지키고 섰다.
여전히 씬 리지의 흥겨운 음악이 터져 나왔다.
“금요일 밤 죽이게 차려입고 디노의 바에 가서 즐겨볼 거야~~ 술이 흐르고 피가 쏟아지겠지~ 애들이 싸운다면 그냥 놔둬~ 바 구석 주크박스에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 나오고~ 밤은 점점 따뜻해지고 머지않아 여름이 올 거야~ 소년들이 마을로 돌아왔어! 그들이 돌아왔다구~~”
고참들이 일어나서 음악을 끄려고 하자 조지 쇼는 똘끼 넘치는 파란 눈을 번뜩이며 그들을 막았다.
나머지 다른 선수들은 노래를 흥겹게 따라부르며 박수까지 쳤다.
나도 씬 리지의 노래가 마음에 들었다.
아이언 메이든의 뜬구름 잡는 노래보다 100배는 더 좋았다.
“The boys back in town~~~!”
앞에서는 몸싸움이 벌어지고 뒤에서는 노래를 따라부르며 박수치고.
엉망진창인데 뭔가 신나는 분위기로 우리는 리버풀에 도착했다.
아.
참고로 조지 쇼는 폴이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가장 공을 들여 영입한 선수였다.
폴 고든 스포츠 에이전트님의 공식 영입 1호 선수.
아일랜드의 비밀병기라고 침을 튀기며 극찬을 하던데…
뭐 병기는 병기였다.
그 총구가 어느 쪽으로 향할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
[전 세계 프리미어리그 축구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곳은 세계 최초의 축구 전용구장 에버튼 FC의 구디슨 파크입니다.]3만9천 명이 가득 찬 구디스 파크의 위용은 대단했다.
불편한 이웃 리버풀 FC와 안필드 때문에 세계적인 인지도는 낮지만 에버튼은 이 도시 전통의 원조집다운 품격이 있었다.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은 막장 구단주의 깽판 속에서도 꿋꿋하게 팀을 상위권으로 이끌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두 팀이 외나무다리에서 만났습니다.]삐이이이익- !!
푸른 유니폼을 입은 에버튼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 전반전이 시작되었다.
오늘도 우리는 파이브백 시스템을 썼고 저메인 페넌트가 라이트 윙, 조지 쇼가 레프트백으로 출전했다.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영입한 6명 중 즉시 주전을 꿰찬 건 페넌트와 조지뿐이었다.
[과연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어느 팀이 보강을 잘했나. 오늘 경기로 판가름이 날 겁니다. 아! 에버튼이 처음부터 강하게 압박합니다!]웨스트햄의 선공.
내가 공을 잡자 에버튼 공격수 세 명이 뒤도 보지 않고 강하게 압박했다.
동시에 중원에서도 마이클 캐릭에 대한 압박이 들어갔다.
무리뉴 감독이 알려준 해법 그대로다.
“니들은 응용이란 걸 모르는구나.”
뻐어어어엉- !!
나는 즉각 왼발로 롱패스를 날렸다.
피치를 대각으로 가르며 50미터를 날아간 볼이 페넌트 오른발에 척하고 붙었다.
[페넌트! 오른쪽 측면에서 패스를 받습니다! 깔끔한 퍼스트 터치! 그대로 드리블 돌파합니다!]“오늘은 너희들 생각대로 안 될 거다.”
웨스트햄의 진화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