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141
140화. 고구마와 사이다 (2)
강소의 말에 김명희가 눈을 깜박였다.
“네? 인재요?”
“그렇습니다.”
“설마 재각성 한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꼭 각성 등급이 높다고 해서 인재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1층에 내려와서 딱 3초 만에 저를 찾더군요.”
“네?”
김명희는 강소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어려운 일인가?’
하지만 안유성이 3초 만에 강소를 찾은 건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강소가 자신의 기척을 지우는 것은 살수로 일할 때 생긴 일종의 습관이었다.
요즘은 그 습관을 많이 고쳤지만,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에는 강소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한 상태로 그를 찾겠다고 마음을 먹지 않는 한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보통은 자신이 배달시킨 이를 그가 찾아서 건네주는 편이다.
그런데 안유성은 딱 3초 동안 1층을 살핀 후, 강소를 찾아낸 것.
“가만히 있는 저를 찾는 건 제법 어렵거든요.”
그 말에 김명희는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강소라는 인물은 여러모로 미스터리한 인물이었으니까.
“김 과장님처럼 기운을 느끼는 데 특화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저를 찾았다는 건, 그에 관련하여 뛰어난 능력이 있다는 뜻입니다.”
강소는 말을 이었다.
“꼭 각성한 능력만이 능력이 아니죠.”
“아…….”
김명희의 눈이 커졌다.
안 그래도 만성적인 인재부족에 시달리는 각성자 협회였다.
“알려 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조용한 곳 가서 해야 해요. 워낙 듣는 귀들이 많으니까요.”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못 듣습니다.”
“네?”
“소리를 막아 놨으니까요.”
“…….”
잠시 말문이 막힌 김명희는 헛기침을 했다.
“험험, 그렇군요.”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지금 배달 중이라서.”
“아, 네. 다음에 뵐게요.”
김명희의 인사에 강소는 살짝 고개를 숙여 마주 인사한 후 다시 양춘각으로 돌아갔다.
‘음…….’
김명희는 강소의 등을 보았다.
‘안유성 씨를 한번 만나 봐야겠네.’
* * *
그날 밤.
강소는 자신의 방에 앉아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아주 중요한 일이 있었다.
바로, 호미 자루를 쫑이 캐릭터를 조각한 자루로 바꾸는 일이었다.
강소가 손에 기운을 불어넣자, 조각칼 모양의 검기가 만들어졌다.
이번에 사용할 나무는, 목공소 백승완 사장에게 특별히 얻어 온 오동나무였다.
그리고 모델은, 유하영이 강소의 방 안에 붙여 놓은 쫑이 스티커였다.
그걸 보자 유하영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이거 내가 특별히 붙여 주는 거야! 알았지?”
그리고 아주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어른들에게 별것 아닌 스티커였지만, 아끼고 아끼는 자신의 최애 캐릭터 스티커를 붙여 준다는 건 그에 담긴 마음 역시 특별하다는 뜻이었다.
그렇기에 강소는 그 스티커를 떼어 버릴 수 없었다.
피식 웃으며 강소는 전체적인 형태를 가늠했고, 곧 손을 움직였다.
서걱서걱.
강소의 손의 움직임에 따라 나무의 형태가 변했고, 곧 쫑이 캐릭터 호미 자루가 완성되었다.
“이제 이걸 호미 자루에 연결하면 끝이군.”
강소는 원래 있던 호미 자루를 제거하고, 새로 만든 쫑이 캐릭터 호미 자루를 호미에 연결했다.
사실 호미 자루에 호미를 연결하는 건 도구가 있어야 했지만, 강소에게는 필요 없었다.
슥-!
그냥 연결하면 끝이었다.
“꼬뀨?”
그때 강소의 방문 틈을 비집고 꼬롱이가 들어왔다.
“꼬뀨! 뀨!”
꼬롱이는 강소가 호미 자루를 깎느라 수북하게 쌓인 나무 부스러기에 관심을 가졌다.
소복하게 쌓인 나무 부스러기가 무척 폭신하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다다다다.
꼬롱이는 나무 부스러기로 향했고, 그 위로 폴짝 뛰어 올라갔다.
그런데…….
“꼬뀨우우우!”
갑자기 나무 부스러기들이 위로 둥실 떠올랐고, 그 바람에 놀란 꼬롱이는 뒤로 나동그라졌다.
“쯧쯧.”
강소는 꼬롱이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러다 다친다. 이건 톱밥이 아니라 나무 부스러기다. 가시도 있는데 찔리면 아프다.”
“뀨…… 꼬뀨…….”
풀이 죽은 꼬롱이의 모습에 강소는 뭔가 마음이 짠해졌다.
“그래, 뭐,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지 않겠지.”
강소는 빈 상자 하나를 가져왔고, 자신의 기운으로 나무 부스러기를 싹 갈아 톱밥으로 만들어 담아 주었다.
“여기서 놀아라.”
“뀨우?”
“정말이냐고? 정말이다. 대신 톱밥이 다른 곳에 떨어지지 않도록 해라. 다른 곳에 떨어지면 네가 스스로 청소해야 한다.”
“꼬뀨! 꼬뀨!”
꼬롱이는 신이 나서 톱밥이 쌓인 상자 안으로 다이빙 했고, 신나게 상자 안을 헤집고 다녔다.
“오빠!”
그때 유하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호미 다 된 거야?”
그 물음에 강소는 방문을 열었다.
유하영이 기대감이 가득 담긴 초롱초롱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 있다.”
강소는 유하영에게 호미를 건넸고, 그걸 본 유하영은 좋아서 소리쳤다.
“쫑이 호미야! 대단해! 완벽해! 예술적이야!”
그런 단어는 언제 익힌 건지 알 수 없지만, 지금 유하영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단어로 감상을 표현하고 있었다.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군.”
“이걸로 내일 고구마를 많이 찾을 거야!”
“기대하마.”
그때 유하영은 상자 안 톱밥에서 놀고 있는 꼬롱이를 봤다.
“어? 꼬롱아? 뭐 해?”
“꼬뀨?”
유하영은 꼬롱이를 들어서 자신 앞에 앉혀 놓고 말했다.
“이거 봐봐! 오빠가 만들어 줬어! 내일 고구마를 찾으러 가는데, 고구마가 뭔지 알아?”
“꼬뀨!”
유하영의 말에 꼬롱이의 눈빛이 변했다.
꼬롱이는 고구마가 뭔지 잘 알고 있었다. 예전 주인이 겨울만 되면 군고구마를 자주 사 먹었기 때문이었다.
부드럽고 달콤한 그건, 꼬롱이의 입맛도 사로잡은 마성의 음식이었다.
“고구마는 뿌리 식물이라서 땅에 있대. 그래서 호미가 있어야…….”
꼬롱이의 귀에는 유하영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눈앞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구마 수십 개가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꿀꺽.
입에 군침이 돌았다.
그렇게 꼬롱이의 위대한 여정이 시작될…….
“꼬롱아. 너 지금 무슨 생각 하고 있는 거냐?”
“……!”
순간 꼬롱이는 움찔했다.
강소는 꼬롱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알고 있다는 표정이었다.
“뀨…… 꼬뀨…….”
꼬롱이는 강소의 손을 콩알만 한 앞발로 톡톡 쳤다.
꼬롱이 나름대로의 애교였다.
양쪽 앞발을 쩍 벌리고, 먹는 시늉을 하며 배를 통통 쳤다. 그리고 유하영을 가리킨 후 고개를 끄덕였다.
“음, 고구마를 먹고 싶어서 유하영을 따라가겠다고?”
도통 알아먹지 못할 설명이었지만, 강소는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그 말에 유하영이 눈을 반짝였다.
“나 꼬롱이 데리고 갈래!”
* * *
다음 날 아침.
유하영은 유치원에 갈 준비를 했다.
준비물인 호미도 가방 안에 잘 챙겼다.
오늘은 보호자도 함께 가야 했기 때문에 임소영이 함께 따라가야 했다.
“그런데 태복 청년이 늦네요.”
암소영의 말에 강소는 시계를 보았다. 평소라면 지금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올 시간이었다.
따르르릉.
그때 전화벨이 울렸고, 유순태가 전화를 받았다.
“네, 양춘각입니…… 어? 태복 청년?”
하태복이었다.
“어? 그래? 저런…… 어쩌다가…… 그럼 할 수 없지. 알았어. 괜찮아. 강소가 수고 해야지 뭐.”
전화를 끊은 유순태가 말했다.
“태복 청년인데, 어젯밤에 뭘 잘못 먹었는지 탈이 나 버렸대.”
“많이 심하대요?”
“병원에 갔는데, 한 이틀 집에서 쉬라고 했다네.”
각성자의 시대가 되어 심한 외상도 힐러가 능력을 사용하면 단번에 나을 수 있었지만, 배탈 같은 건 힐러의 힘으로도 단번에 나을 수 없었다.
힐러의 존재 덕분에 수술 같은 것이 더 쉬워지기는 했지만 이런 예외적인 병들도 제법 있었다.
그리고 A급 각성자라 해도 배탈이 나는 건 일반인과 똑같았다.
그때 이미 출근해 있던 김지은이 말했다.
“새싹 유치원에서 진행하는 체험학습 프로그램도 헌터총회에서 경호를 서 주니까 따로 경호원이 따라가지 않아도 괜찮을 거예요.”
그녀의 말에 유순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헌터총회에서 경호를 선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군.”
그리고 강소를 보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오늘 하영이 등원 좀 부탁할게.”
“알았다.”
유하영은 유순태에게 배꼽인사를 했다.
“다녀오겠습니다. 맛있는 고구마 많이 찾아올게요.”
“그래. 잘 다녀와. 우리 딸.”
유하영과 임소영 그리고 강소는 양춘각을 나와 새싹유치원으로 향했다.
강소는 유하영의 가방을 보았다.
그 안에서 꼬롱이가 고개를 빠끔 내밀었다가 강소를 보자 얼른 쏙 들어갔다.
‘풋-!’
그걸 본 강소는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유하영이 임소영 몰래 꼬롱이를 가방 안에 넣은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강소는 모른 척해 주기로 했다.
대신 꼬롱이에게 몇 가지 사항에 대해 단단히 주의를 줬다.
어느덧 그들은 새싹유치원에 도착했다.
“그럼 다녀올게요.”
“네. 잘 다녀오십시오.”
“오빠! 나 고구마 많이 가져올게!”
“그래. 기다리마.”
강소는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나무로 조각한 아주 작은 패였다.
“이걸 가져가십시오.”
임소영은 그걸 받으며 물었다.
“이건 뭐예요?”
“제가 만든 기물입니다. 이쪽 세상에서는 아티펙트라고 부르더군요.”
“네? 아티펙트도 만들 수 있어요?”
“원리를 알면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
그 말에 임소영은 말을 잃었다.
“아무튼 그 아티펙트는 신호를 보내는 용도입니다. 제 도움이 필요한 위급한 일이 생기면 그걸 반으로 쪼개면 됩니다.”
“이걸 어떻게 반으로 쪼개요?”
“위급한 상황이 오면 쪼갤 수 있게 됩니다.”
라고 말했지만, 사실 그 패는 주변의 마나에 반응하는 것이었다. 주변에 블랙맨이나 어둠의 족속이라 추정되는 자들의 마나가 감지되면 저절로 쪼개지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그걸 임소영에게 일일이 설명하기 곤란했기에 그리 에둘러 설명한 것.
“……고마워요.”
임소영은 그걸 주머니에 넣었다. 자신과 유하영을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임소영과 유하영이 유치원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강소는 그제야 뒤돌아 양춘각으로 향했다.
‘부디 저 호신패를 사용할 일이 없었으면 좋겠군.’
* * *
그 시각.
지원 6과의 2팀에 소속된 직원 안유성은 긴장해서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그에게 있어 까마득한 인물들이었다.
전략실장 강은혜.
지원 1과장 성진호.
감찰 2과장 김명희.
그리고 자신의 상사인 지원 6과장.
안유성이 출근하자마자 감찰과 직원이 자신을 찾아왔고, 그는 덜덜 떨면서 그 직원을 따라왔다. 그랬더니 그 자리에는 엄청난 인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앉으세요.”
“아, 네!”
안유성이 각 잡고 앉자 김명희가 웃으며 말했다.
“편하게 있어도 괜찮아요.”
“전 이게 편합니다!”
“우리는 안유성 씨, 안 잡아먹습니다.”
성진호의 말에 안유성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걸 본 김명희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 좀 가만히 있어! 네 말 때문에 더 겁에 질렸잖아!”
“내가 틀린 말 했냐?”
“험, 험험.”
그들이 티격태격하자 지원 6과장이 헛기침을 했고 그제야 성진호와 김명희는 점잖은 척을 했다.
강은혜는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김명희가 설명했다.
“저희가 안유성 씨를 호출한 이유는 능력 평가를 위해서예요.”
“네? 능력 평가요?”
“가끔 이런 능력 평가가 비밀리에 이루어진답니다.”
김명희는 들고 있던 종이와 펜을 내밀며 말했다.
“제한시간 10분입니다. 시작하세요.”
안유성은 눈앞의 종이의 글자를 보자마자 떨림이 멈추었다. 그의 눈은 반짝였다.
‘어? 이건…….’
그건 안유성이 그동안 심심풀이로 해 왔던 것이었다.
[다음의 자료들을 바탕으로 현재의 상황과 앞으로의 상황을 도출하십시오.]C급 기록의 마법을 각성한 안유성이었다.
그는 순식간에 자료를 읽고 분석한 후 일필휘지로 펜을 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5분이 막 지났을 때.
“다 했습니다.”
“수고했어요.”
김명희가 안유성이 작성한 답안을 본 순간 그녀의 눈동자가 커졌다.
“이, 이건!”
무림에서 온 배달부 14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