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215
214화. 밸런타인데이 (2)
강소의 시선을 알아차린 양진혁은 움찔했지만, 그가 먼저 무슨 용건이냐고 묻고 싶지는 않았다.
강소는 시선을 돌렸고, 유순태에게 말했다.
“배달은?”
“아, 오늘 배달은 여기서 마감하려고.”
“알겠다.”
강소는 헬멧을 벗었고, 그 순간 통유리 밖에 서 있던 양진혁의 두 눈이 커졌다.
유순태는 밖에 서 있던 양진혁을 발견하고는 밖으로 나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하하하. 여기까지 어쩐 일입니까? 양 사장님?”
그의 인사에 양진혁은 당황했지만, 멋쩍게 웃으며 답했다.
“그,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후다닥 도망가 버렸고, 유순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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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알바생의 잘생겼다는 말에 양춘각으로 염탐을 하러 갔던 양진혁은 카페로 돌아왔다.
“어, 사장님. 오셨어요?”
“그래.”
양진혁은 두 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진짜 잘생겼더라.”
“네?”
“양춘각 배달부 말이야.”
“아.”
양진혁의 심정을 이해하는 듯 알바생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저도 처음 봤을 때 충격이었어요. 진짜 천상계의 비주얼이었으니까요. 저도 어디 가서 못난 얼굴이라는 말은 안 들었는데, 그 형 앞에 서니까 오징어가 되는 느낌이랄까요.”
양진혁도 알바생의 말에 공감할 수 있었다.
헬멧을 벗은 강소의 얼굴과, 통유리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나란히 보이는 순간 느꼈던 자신의 기분 역시 그랬으니까.
양진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였다.
따르르릉.
전화가 울렸다. 핸드폰을 보니, 여동생의 전화였다.
* * *
“엄마!”
강소는 임소영과 함께 새싹 유치원에 왔다.
임소영을 기다리고 있던 유하영은 임소영이 보이자마자 도도도 달려와 그녀의 다리에 찰싹 붙었다.
“우리 딸, 오늘은 뭐 하고 놀았어?”
“오늘은…… 음. 비밀!”
“비밀?”
“네! 비밀이에요!”
장난스레 웃는 유하영에게서, 강소는 진한 초콜릿의 냄새를 맡았다.
‘음, 설마?’
오늘 유하영이 무슨 활동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순태가 엄청 좋아하겠군.’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오늘도 김정태는 헌터 협회 앞쪽에 있는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아직 바람이 시렸지만, 볕은 따뜻했다.
그리고 각성자인 그에게 이 정도 추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음?”
그때 유하영이 임소영과 강소와 함께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집에 돌아갈 시간이구먼.”
그는 익숙하게 주머니에서 막대 사탕을 꺼냈다.
“하부지!”
그런데, 유하영이 그에게 도도도 달려왔다.
“안녕하세요.”
“그래, 집에 가니?”
“네!”
유하영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하부지! 이거요!”
“응? 이게 뭐냐?”
“초코요! 오늘 초콜릿 주는 날이래요!”
김정태는 손을 내밀어 유하영이 주는 초콜릿을 받았다. 엄지손가락 정도 되는 크기의 작은 초콜릿이었다.
뭔가 모양이 엉성한데…….
“제가 만들었어요!”
“오? 그래?”
역시 직접 만들어서 그런 모양이었다.
“네! 맛나게 드세요! 그럼 저 갈게요!”
“그래. 고맙다.”
임소영과 강소도 김정태에게 살짝 인사를 했고, 유하영은 그들과 양춘각으로 향했다.
그 뒷모습을 보던 김정태는 자신의 손바닥 위에 놓인 작은 초콜릿을 보았다.
‘오늘이 밸런타인데이였던가?’
정말 오랜만에 받아 보는 초콜릿이었다.
그는 초콜릿의 포장지를 까서 입에 넣었다.
“허! 달구나!”
김정태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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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영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유순태를 부르며 달려가 안겼다.
“아빠아아!”
“어이쿠! 딸 왔어?”
“네!”
그리고 유하영은 유치원 가방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건 조그마한 상자였다.
“오늘 이거 만들었어요! 초콜릿이에요!”
“뭐?”
유순태는 깜짝 놀랐다.
“하영이가 직접 초콜릿을 만들었다고?”
“네! 이거 아빠 주는 거예요.”
그 말에 유순태는 퍽 감동 받은 얼굴이었다.
“얼른 드셔 보세요.”
“그래, 우리 딸이 만든 초콜릿이니까 얼른 먹어 봐야지.”
유순태는 상자를 열었고, 그 안에는 네 개의 초콜릿이 들어 있었다.
그는 초콜릿을 꺼내 유산지로 포장된 것을 벗겼다.
솔직히 포장도 그렇고, 초콜릿 모양도 엉성했지만 유순태에게 그런 건 상관없었다.
단지, 딸이 직접 만들어서 자신에게 줬다는 것 하나만이 중요했다.
유순태는 초콜릿을 입에 넣었다.
“아! 진짜 맛있네! 어쩜 이렇게 맛있게 만들었을까?”
“정말요?”
“그래! 정말 맛있어.”
“헤헤!”
유순태의 극찬에 유하영은 쑥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가방 안에서 리본이 달린 봉투를 꺼냈다.
“이거는 오빠 꺼.”
“뭐?”
유하영의 말에 강소는 깜짝 놀랐다.
“내 것도 있는 거냐?”
“응!”
강소는 유하영이 주는 초콜릿을 얼른 받았다. 유순태의 것과 포장이 달랐고, 들어 있는 개수도 달랐다.
하지만 강소는 유하영이 자신에게 초콜릿을 줬다는 사실에 무척 기뻤다.
“고맙다.”
“맛있게 먹어!”
그리고 유하영은 임소영과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고, 헤벌쭉한 표정의 두 남자를 보며 임소영은 미소를 지었다.
오늘 아침, 그들은 임소영에게도 초콜릿을 받았고 김지은에게도 초콜릿을 받았다.
그래서 고마웠고, 기뻤지만 지금 받은 유하영의 초콜릿을 뛰어넘는 밸런타인 초콜릿은 없을 거라 확신할 수 있었다.
* * *
양진혁의 카페로 한 여자가 들어섰다.
깜짝 놀랄 정도로 뛰어난 미모의 그녀를 보자 알바생은 얼른 양진혁을 불렀다.
“사장님! 동생분 오셨습니다.”
창고에 있던 양진혁이 나오며 그녀를 불렀다.
“왔냐?”
알바생은 그녀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양지연.
저번에 한 번 본 적이 있었고, 그때 알바생은 깜짝 놀랐었다.
그녀는 걸그룹 미스 파이브 출신으로 영화나 드라마에도 출연할 정도의 유명인이었다.
그런데 그녀를 보고도 초연함을 넘어 태연한 양진혁의 태도에 이상함을 느꼈고, 그때 알게 되었다.
그녀가 양진혁의 여동생이라는 것을!
양진혁의 말에 양지연은 카페 안으로 들어와 앉았다.
“어. 나 커피, 연하게.”
그 말에 양진혁은 자신이 직접 커피를 내렸고, 내린 커피를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
“그래서, 어쩐 일이냐?”
“어쩐 일은, 그래도 명색이 여동생인데 초콜릿은 줘야겠다 싶어서 왔지.”
그녀는 가방 안에서 초콜릿을 꺼내 그에게 주었다.
“고맙다.”
“웬일이야? 평소에는 내가 초콜릿을 줘도 시큰둥하게 반응하더니?”
그 말에 양진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잘생긴 게 아니었어.”
“어? 갑자기 왜 그래? 뭐 잘못 먹었어?”
양지연의 물음에 양진혁은 다시 한숨을 내쉬며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양지연은 피식 웃었다.
“아, 드디어 그 자뻑에서 벗어난 건가?”
“뭐?”
“그럼 고상하게 나르시시즘이라고 해 줄까?”
양지연은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솔직히 오빠한테 얼굴 빼면 뭐가 남는데? 성격도 인성도 더러운데 말이지.”
그 말에 옆에서 설거지를 하던 알바생이 풉 하고 웃었고, 양진혁이 그를 째려보았다.
“음, 죄송합니다.”
양지연이 말을 이었다.
“거봐? 더러운 거 맞잖아. 알바생도 인정할 만큼.”
“……너 내 동생 맞냐?”
“동생이니까 이런 말 하지.”
“하아…….”
“그런데 양춘각의 배달부가 얼마나 잘 생겼기에 오빠를 자뻑에서 벗어나게 한 거야?”
“내가…….”
“……?”
“……이 내가…… 오징어로 보이더라.”
“뭐?”
그녀는 까르르 웃었고, 양진혁은 슬픈 표정을 지었다.
“진짜야.”
“까하하하하!”
“진짜라고…….”
그제야 양지연은 웃음을 멈추었다.
“……진짜?”
“응.”
그런 양진혁의 반응에 양지연은 호기심이 생겼다.
“그럼 오빠.”
“어?”
“이따 저녁에 짜장면 시켜 줘.”
“너 다이어트는?”
“지금 활동기 아니라서 괜찮아.”
“그래, 뭐, 알았어.”
* * *
평소와 다른 미묘한 긴장감이 각성자 협회를 감싸고 있었다.
그건 바로 오늘이 밸런타인데이였기 때문이었다.
아침 일찍 출근한 성진호는 자신의 사무실 앞을 보았다.
‘아, 오늘…… 밸런타인데이었지.’
수북하게 쌓인 초콜릿.
성진호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는 각성자 협회에서 제법 인기가 많았다.
“좋은 아침입니다!”
뒤에서 1팀장 이연곤이 그에게 인사했다.
“팀장님도 일찍 출근하셨군요.”
“하하하, 일이 많으니까요.”
이연곤은 성진호의 문 앞에 쌓인 초콜릿을 보았다.
“역시 인기가 많으시네요.”
“하아…….”
성진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물론이죠.”
“아, 능력은 쓰지 마시고요.”
사이코메트리 능력자인 이연곤이었다. 그의 손에 닿은 초콜릿은 그 주인이 주군지 알 수 있었다.
“당연하죠. 익명으로 보낸 초콜릿도 있는데,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존중해 줘야죠.”
“감사합니다.”
성진호는 이연곤과 함께 사무실 문 앞에 쌓인 초콜릿을 안의 탁자 위로 옮겼다.
“다른 선물은 다 금지했으면서 왜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의 선물은 금지하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성진호의 말에 이연곤이 웃으며 말했다.
“재미가 없잖습니까?”
“상술입니다.”
“그래도, 초콜릿을 받지 못하면 상당히 슬프거든요.”
“……그러니까 금지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 말에 이연곤이 허허 웃었다.
“과장님이 그런 말을 하셔도, 와닿지 않습니다.”
“그런가요? 아무튼, 전에 공표한 대로 이번에도 저 초콜릿들은 기부하는 것으로 할 테니까 연락 좀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성진호는 매년 초콜릿을 보육원에 기부하고 있었다.
그 자신이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여자들의 마음을 받아 줄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러니까 그 초콜릿들을 먹고 싶지 않았다.
혼자서 그 많은 초콜릿을 먹는 것도 무리였고.
그렇다고 다른 직원들에게 주는 건 나름대로 기분 나쁜 일이 될 수 있으니까.
이미 자신은 그에게 들어오는 초콜릿이나 사탕 같은 것들은 보육원에 기부한다고 공표해 놨다.
그런데 그 공표 후, 초콜릿이 더 많아진 느낌이었다.
이연곤은 1팀 사무실로 돌아갔고, 성진호는 초콜릿의 포장지를 뜯어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편지를 꺼냈다.
편지를 꺼내지 않은 채 보육원으로 보낼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초콜릿 개수가 많았기에, 그 일은 시간을 꽤 잡아먹었다.
그 작업을 마치고서야 성진호는 그제야 책상 앞에 앉을 수 있었다.
“후우.”
한숨을 내쉰 성진호는 업무를 시작했지만, 왠지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그 이유를 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가 진짜로 초콜릿을 받고 싶은 여자는 따로 있었기 때문이었다.
말은 상술이라고 했지만, 그래도…….
‘올해는 초콜릿을 주려나?’
작년에는 출장을 갔기 때문에 그녀가 주는 초콜릿을 먹지 못했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점심시간이 지나 저녁 먹을 때가 가까워졌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그가 기다리는 초콜릿은 바로, 김명희가 주는 초콜릿이었다.
그게 의리 때문에 주는 초콜릿이라도 좋았다.
그는 보고를 위해 찾아온 3팀장 서기훈에게 물었다.
“감찰 2과장은 지금 어디에 있지?”
서기훈은 업무상 김명희와 긴밀하게 협력해야 했기 때문에 그녀의 동선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지금 은탑에 안 계십니다.”
“없다고?”
“네. 지금 본연의 업무 중이시거든요.”
김명희의 본연의 업무는, 바로 감찰이었다.
* * *
그 시각.
김명희는 기척을 숨기고 어딘가를 관찰하고 있었다.
미국 월가에서 미국 헌터국 소속 에릭 윌슨 요원이 살해당한 일로 미국의 제로급 각성자 조셉 화이트가 한국에 방문했을 당시, 베에모트를 심문했었다.
그때의 정보를 바탕으로 현재, 멜콤이라 불리는 자가 월가에 없다는 것을 파악했다.
그런데 며칠 전 멜콤과 비슷한 외모의 사람이 발견되었다는 첩보가 들어왔다.
하여 지금 김명희가 직접 온 것.
지금 김명희가 허리에 차고 있는, 우리엘의 단검의 반응을 보니 그 첩보가 맞는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 뭘 하고 있지?’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멜콤이라 짐작되는 자의 행동은, 그녀의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고구마 싹이랑 대화하는 거야?’
무림에서 온 배달부 21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