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294
293화. 거래 (5)
다음 날 새벽.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 안.
이신은 눈을 감고 조금 전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는 이곳에 오기 전 미리내 공원에서 강소를 만났다.
“게이트가 닫히기 전, 1시간 동안 아무 공격도 하지 말라는 그 조건을 쿠로다 국장이 받아들인 겁니까?”
“그래.”
“그런데…… 초코빵이 되라는 조건을 거셨다고요?”
“이미 초코빵이었다. 지은 씨에게 먼저 제안을 받고 초코빵이 되었다고 하더구나. 현충일 때 애국가를 부른 하영이를 보고 심쿵했다더군.”
강소는 씩 웃었다.
“하영이의 귀여움이 한국을 벗어나기 시작했어.”
“하하하.”
이신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런데, 만약 쿠로다 국장이 초코빵이 되라는 제안을 거절했으면 일본으로 가지 않으실 생각이셨습니까?”
그 물음에 강소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어리석은 질문이구나. 내가 그 조건 때문에 가고 안 가고를 결정한다면, 그런 나를 보고 하영이가 뭐라고 하겠느냐?”
“……그렇겠네요. 그럼 왜 그런 조건을 말씀하신 겁니까?”
“그냥, 긴장을 좀 풀어 주려고 그랬다.”
“정말 사심이 하나도 없이 말입니까?”
“험. 험험. 사심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지만, 하영이가 사탕까지 줬는데 근심이 가득한 표정이더구나. 조국이 위험에 빠졌으니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심각하게 걱정하고 또 긴장하고 있으면 하지 않아도 될 실수를 하게 되니까.”
강소는 말을 이었다.
“사실 내가 말한 진짜 두 번째 조건은, 나에 대한 것을 비밀로 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셨군요.”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일본까지는 어떻게 가실 생각이십니까? 저는 다른 헌터들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가는데, 함께 비행기를 타실 거면 제가 조치하겠습니다.”
그의 말에 강소가 말했다.
“난, 걸어서 가마.”
“네? 걸어서요? 일본은 섬입니다.”
“바다 위를 걷는 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형님. 바다에는 마수가 엄청 많아서 배로는 가지 못하고 비행기로 가는 겁니다만?”
“상관없다.”
“그러지 마시고 편하게 비행기를 타고 가시죠.”
“내가 비행기에 타면, 함께 가는 헌터들의 이목이 내게 집중되겠지. 나는 그게 싫다.”
즉, 강소는 철저하게 평범함을 추구하겠다는 것.
이신은 강소의 일반인 코스프레를 인정하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제가 만날 장소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일본에서도 여기서 쓰던 핸드폰을 쓸 수 있으니까요.”
“그건 참 다행이구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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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하라 미노루는 하늘 위에 불길한 붉은빛을 띠고 있는 거대한 구멍을 보았다.
“저게 S급 게이트라…….”
10년 전 은퇴한 그는 초창기에 각성한 헌터였다.
그의 나이는 올해 여든 살.
각성자라는 신체조건 때문에 여든이라는 나이에도 정정한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노인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가 지금까지 살면서 수많은 게이트를 봐 왔지만 저런 게이트는 처음이었다.
S급인 그조차 그 게이트에서 느껴지는 섬뜩한 기운에 소름이 끼쳤으니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본을 돕기 위해 상호조약을 맺은 나라에서 헌터들을 보내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그 나라들 중 한국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우라하라 미노루에게는 뜻밖의 사실이었다.
그가 젊었을 때만 해도 일본과 한국은 서로 으르렁거리는 사이였으니까.
그 이유는 모두가 아는 그 이유였다.
‘세상 참 많이 변했군.’
그때 우라하라 미노루는 당당하게 걸어 자신에게 다가오는 한 여자를 보았다.
그는 그녀가 누군지 한눈에 알아보았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선배님.”
“쿠로다 부국장.”
“이제 국장입니다.”
쿠로다 사유리의 말에 우라하라 미노루가 고개를 갸웃했다.
“쿠사나기 국장은 경질된 건가?”
“사표를 내고 비행기를 탔다고 합니다.”
“그런가?”
우라하라 미노루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자네 뒤에 있는 자들은?”
“전 세계에서 지원 온 헌터들입니다.”
그녀의 뒤에는 각국에서 온 헌터들이 장비를 갖춘 채 서 있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제로급 각성자를 지원해 주었습니다.”
그녀의 말에 이신이 앞으로 나왔고, 우라하라 미노루에게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온 헌터, 이신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일본을 위해서 와 주다니! 정말 감사하네.”
“일본은 대한민국의 이웃 국가가 아닙니까?”
“그래도 감사한 건 감사한 거네.”
쿠로다 사유리가 말했다.
“이쪽에서의 지휘는 제가, 그리고 레이드 팀의 지휘는 이신 헌터가 맡기로 했습니다.”
헌터계는 강함으로 지위가 결정되는 곳.
이신은 제로급이었고, 그 말은 지원을 온 이들 중 가장 강하다는 뜻이었다.
하여 그가 리더를 맡기로 한 것.
그건 강소가 의도한 일이기도 했는데, 강소가 쿠로다 사유리에게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그게 레이드 팀에 전달되지 않으면 곤란했기 때문이다.
“그럼 30분 뒤, 레이드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그렇게 빨리 말인가?”
“우선 저 먼저 들어갈 겁니다.”
이신이 말했다.
“다른 분들은 오랜 비행으로 여독이 풀리지 않았고, 또 제 곁에 있다가 다칠 듯합니다.”
그 말에 우라하라 미노루와 쿠로다 사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신의 말대로 S급 이상만 되어도 자신의 공격이 아군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가 대충 정리해 놓고 나중에 투입할 생각입니다.”
* * *
강소는 고개를 들어 하늘의 게이트를 보았다.
그 게이트는 전에 죽음의 땅에서 봤던 것보다 작았지만, 기운은 훨씬 강했다.
‘그나저나…… 포털이라…….’
저번 더블 S급 게이트 사건 당시 강소는 어둠의 족속인 니스로크를 생포하여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그때 알게 된 사실 중 하나가 바로 포털에 대한 것이었다.
어둠의 족속이 사는 곳과 이곳은 다른 차원의 공간이었고, 서로 다른 차원에 간섭할 수 있는 건 그에 대한 권능이 있어야만 가능했다.
니스로크가 왕이라 부르는 자는 그 권능이 있었고, 그 권능으로 니스로크가 이 세상에 온 것이라 했다.
여기까지 강소의 예상대로였다.
그리고, 그 권능으로 만든 것이 포털이라는 것으로 차원 이동이 가능하게 하는 문이었다.
니스로크 역시 포털을 통해 이 세상에 왔지만, 게이트가 닫히는 바람에 돌아가지 못했다고 했다.
그 말은 즉, 포털은 오직 게이트 안에서만 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래서 강소가 그 포털이라는 것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었다.
“왠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포털은 게이트 안에만 만들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S급이나 A급에만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아! 그리고 S급 게이트에는 포털이 있을 확률이 100퍼센트입니다. 그 외에는 진짜 몰라요!”
강소는 니스로크의 말을 떠올렸다.
그가 말한 것이 거짓이 아니라면, 이번에 열리는 S급 게이트 안에 포털이 있을 터였다.
그 포털을 타고 어둠의 족속이 사는 세상으로 갈 수 있다면, 그리고 그곳의 왕을 처리한다면 강소가 사는 세상이 평화로워질 수 있을 테니까.
‘그 권능으로 내가 살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유순태 가족이 사는 세상의 평화였다.
그리고 게이트가 닫히면, 자신이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으니 게이트가 닫히지 않도록 헌터들은 1시간 동안 모든 공격을 멈추어야 했다.
그것이 강소가 말한 첫 번째 조건의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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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게이트의 가장 큰 특징은, 헌터가 추가로 투입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만, 게이트가 닫히거나 역류하기 전에는 나갈 수가 없을 뿐.
이신은 탑승용 드론에 올라탔고, 게이트를 향해 날아갔다.
멀리까지 갈 수는 없었지만, 게이트까지는 충분히 날아갈 수 있었다.
탓-!
이신은 게이트에 입장했다.
그가 가장 먼저 본 것은 돌로 만들어진 문이었다.
“뭐랄까? 책에서 봤던 것 같은 모습이구나.”
낯익은 목소리에 이신은 옆을 돌아보았다.
강소가 서 있었다.
“형님이 말씀하신 대로, 저 혼자 들어왔습니다.”
“잘 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이번 지형에 대해 들으니 미궁 지형이라고 하더군요.”
“미궁?”
“네. 같은 등급 내에서도 난이도가 최악이라는 ‘미궁’입니다.”
“미궁에 관해서 책에서 본 적이 있다. 다이달로스라는 장인이 미노타우로스라는 괴물을 가두기 위해 만든 미로라고 하던데…….”
“맞습니다. 그리고 저 미궁 안에는 많은 마수가 있겠지요.”
이신은 자신의 애검인 풍백검을 힘주어 잡고, 말했다.
“그럼, 갈까요?”
그들은 미궁 입구를 향해 나아갔다.
약 2분 뒤.
“음…… 여기는 갈림길이군요.”
이신의 말에 강소는 피식 웃었다.
“미로는 말이다. 사람을 헤매도록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
“그건, 그렇지요.”
“하지만, 이렇게.”
강소는 자신 앞의 벽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쾅-!
“일직선으로 나가는 길이 생긴다면, 의미가 없지.”
“…….”
그 말에 이신은 눈을 깜박였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신박하고도 참신한 길 찾는 방법이었다.
“그럼 계속 갈까?”
“아! 네!”
그들이 나아가는 도중 마주친 마수들은 S급 게이트답게 대부분이 A급 마수들이었다.
강소와 이신에게는 별것 아닌 마수들이었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확실히 버거운 마수들이었다.
‘왜 이 마수들이 게이트 밖으로 나가면 일본이 멸망할지도 모른다고 했는지 알 것 같군.’
그렇기에 A급이나 B급 중에서도 까다로운 마수들을 처리하며 빠른 속도로 중앙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들이 마주한 보스는, 미노타우로스였다.
하지만 일반적인 미노타우로스가 아니었다.
아파트 15층 높이의 크기에 머리가 두 개 달린 그런 기형적인 모습이었다.
“형님! 저건 트윈헤드 미노타우로스입니다.”
“……머리가 두 개구나.”
“두 번 죽여야 죽일 수 있습니다.”
“그럼, 두 번 죽이면 되겠지.”
강소는 땅을 박차고 위로 솟아올랐다. 그리고, 미노타우로스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콰앙-!
굉음과 함께 미노타우로스가 비틀거렸다.
강소는 다시 한번 주먹을 휘둘렀다.
쾅-!
그리고, 미노타우로스는 그대로 쓰러졌다.
“와! 대단합니다! 형님!”
이신은 감탄했다. S급 마수를 단 두 번의 주먹질로 끝내 버렸으니까.
그때!
강소의 신형은 곧바로 이신을 향해 날아왔고, 그 살기 띤 눈빛에 놀란 이신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생각보다. 제법 하는군.”
그는 귓가에 들린 낯선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이신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고, 상황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낯선 남자가 단검을 내질렀고, 그 칼날을 강소가 잡고 있었다.
조금만 늦었다면 그 칼날은 이신의 목을 꿰뚫었을 터!
그 사실을 깨달은 이신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가 긴장을 늦추고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전혀 기척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은, 그 낯선 이가 엄청난 강자라는 뜻이었다.
“감히 내가 아끼는 아우에게 손대려고 하다니! 아주 확실한 자살 방법이야.”
강소는 씩 웃었다.
그리고, 그 둘의 신형이 충돌했다.
이쪽에서 번쩍, 저쪽에서 번쩍하는 그 모습에 이신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크윽!”
낯선 인물의 어깨가 너덜거리고 있었다. 강소가 손에 형성한 강기가 그의 어깨를 벤 것.
“너로구나! 네가 바로 왕이 말한 그 조그마한 땅에 있는 그 무엇이로구나!”
“나에 대해 알고 있다는 건가?”
“몰랐지만 짐작은 하고 있었지. 보내는 자마다 족족 당해 버렸으니까.”
“그렇군.”
강소는 그에게 다가갔고, 순식간에 혈도를 짚어 제압해 버렸다.
“윽!”
바닥에 꿇어 앉혀진 그에게 강소가 물었다.
“그래서, 네가 이곳으로 건너올 때 사용한 포털은 어디에 있지?”
“……!”
강소의 물음에 그자는 움찔했지만, 이내 부인했다.
“그게 뭔지 모르겠군.”
“미안하지만 거짓말하는 거, 다 티 났어. 너 어둠의 족속이고 이쪽으로 넘어올 때 포털을 이용한다면서?”
강소는 그자의 눈동자를 보며 피식 웃었다.
“…….”
상대가 입을 다물었지만, 강소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짐작 가는 곳이 있었으니까.
“여기로군! 이쪽의 기운이 제법 부자연스러웠거든.”
그는 미궁 안에 있던 조각상 중 하나를 옆으로 옮겼고, 제법 큰 거울을 발견했다.
그 거울의 표면은 검은색과 보라색이 섞여 일렁이고 있었다.
“형님! 그건!”
이신의 물음에 강소가 대답했다.
“포털이라고 부른다고 하더군. 그리고 이것 때문에 내가 쿠로다 사유리 국장에게 시간을 달라고 한 것이다.”
포털을 찾아냈으니, 이제 남아 있는 마수들을 처리해야 했다.
강소는 이신에게 말했다.
“헌터들에게 들어와서, 처리하라고 해라.”
“알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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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와 이신이 S급 게이트 안에 있는 강한 마수들을 대부분 처리한 덕분에 지원을 온 헌터들은 그들의 생각보다는 쉽게 게이트를 정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약속대로, 강소는 한 시간이라는 시간을 얻을 수 있었다.
– 게이트가 클리어되었을 때,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신 헌터를 제외한 모든 이들은 철수하세요.
쿠로다 사유리의 무전에 이신을 제외한 모든 헌터들이 게이트에서 나갔다.
이제 강소가 고대하던 포털을 사용해 볼 시간이었다.
강소는 포털을 향해 손을 뻗어 보았다.
톡.
하지만 그 포털은 막혀 있었고, 강소의 얼굴이 굳었다.
제압당한 사내가 입을 열었다.
“그 포털은 내가 있어야 열 수 있다. 허가를 받은 이만 오갈 수 있으니까. 내가 열어 줄 테니, 살려다오.”
그의 애원에 잠시 그를 바라보던 강소는 그의 다리의 혈을 풀어 주었다.
밑져야 본전이었으니까.
그는 포털 앞에 섰고, 씨익 웃었다. 그리고 포털을 향해 몸을 던졌다.
“멍청하기는! 내 이름은 베르들레! 만나서 더러웠고 다시는 보지 말자! 으하하학?”
퍽-!
하지만, 포털은 베르들레마저 거부했다.
베르들레는 거기에 머리를 박고 피를 흘리며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포털을 바라보았다.
포털의 검은색과 보라색의 일렁이던 것은 어느새 사라졌고, 평범한 거울이 되어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아, 안 돼!”
그 모습을 보며 강소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젠장. 꽝이네.”
쿠로다 사유리에게 시간을 달라고 했는데, 필요 없게 되어 버렸다.
허탈했지만, 포털의 존재를 직접 확인했다는 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그는 자신의 발아래에서 넋 놓고 있는 베르들레를 보며 말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랑 대화 좀 하자.”
베르들레는 아까보다 살벌해진 강소의 눈동자에 온몸이 저절로 떨렸다.
그렇게 일본의 S급 게이트 사건은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29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