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397
396화. S.O.S (2)
각성자 협회에서는 모든 게이트의 앞에 오러 탐지 장치를 설치했다.
그걸 통해서 게이트 안의 상황을 추측할 수 있었다.
탐지 장치의 게이지가 내려가기 시작하면 순조롭게 레이드가 진행 중이라는 뜻.
반면에 게이지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그건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다.
게이트 웨이브가 시작되었거나, 역류하기 전이라는 것으로 어느 것이든 다 좋지 않은 뜻인 것.
그리고 지금, 게이지가 올라가고 있었다.
그걸 본 직원이 다급하게 말했다.
“어서 은탑에 연락해!”
“네!”
직원은 은탑에 연락했다.
“비상사태입니다! 여기는 A-0148201 게이트입니다. 게이트의 오러 수치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 알겠다.
연락을 받은 지원 5과의 과장이 말했다.
– 지금 즉시 기동대를 보낼 테니, 대기하면서 상황을 주시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지원 5과는 게이트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를 맡고 있었다.
게이트가 발견되면 즉시 지원 5과 1팀과 2팀이 파견되어 게이트의 등급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주변을 통제한다.
그곳은 선조치 후보고가 일상인 만큼 재빨리 움직여야 했기에 따로 ‘기동대’라는 별도의 팀을 운영하고 있었다.
정식 명칭은 지원 5과 3팀이었지만, 모두 기동대라고 부르고 있었다.
잠시 후.
A-0148201 게이트 앞에 여러 대의 차량이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이들 중 한 명에게 게이트 주변에 있던 직원이 다가갔다.
“어? 허 대장님?”
그의 이름은 허성백. 지원 5과 3팀장이자 기동대장이었다.
“하연 씨군.”
“네. A-0148201 게이트를 담당하고 있는 1팀의 이하연입니다. 그런데 대장님이 직접 오신 겁니까?”
“이 게이트에 들어간 통신담당 직원과 방금 연락이 되었다.”
허성백은 이하연의 질문에 전혀 다른 답을 했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중요한 정보였다.
“지금 상황을 알 수 있을까요?”
“게이트 웨이브는 없다고 한다.”
“그럼 역류는 아닌 것 같네요.”
게이트는 일정한 기간이 지나야 역류했다.
게이트 웨이브가 일어나면 그 기간이 반으로 짧아지는데 그게 아니라면 아직 역류할 때가 아니라는 뜻이다.
블랙 게이트는 생성과 동시에 역류하지만 말이다.
그때 직원이 소리쳤다.
“게이지가 멈추었습니다!”
그 말에 허성백과 이하연은 탐지 장치가 있는 곳으로 향했고, 게이지를 확인했다.
올라가던 게이지의 바늘이 멈추었다.
그걸 본 허성백이 말했다.
“말을 하다 말았는데, 게이트에 들어간 통신 담당 직원의 말에 의하면 A급 수준의 게이트가 아니라고 하더군.”
“그 말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모두들 답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앞의 탐지 장치의 게이트 역시 답을 알려 주고 있었다.
A-0148201 게이트는 이제 S급 게이트였다.
그제야 이하연은 이곳에 기동대장 허성백이 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 * *
그날 새벽 1시.
따르르릉! 따르르릉!
임송규에게 당직을 맡은 직원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 길드장님! 큰일입니다!
“큰일이라니? 무슨 일인가?”
– 그게 말입니다…….
비서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은 임송규는 전화를 끊자마자 서둘러 외출 준비를 했다.
“형님, 무슨 일입니까?”
유순태의 물음에 임송규가 대답했다.
“은평구의 A급 게이트에 일이 생겼다.”
“네?”
“방금 그곳이 S급으로 격상되었다고, 그래서 대책을 논의해야 하니 각성자 협회로 오래.”
“이 시간에 어떻게 가시려고요?”
“택시 불러서 가면 되지.”
하지만 유순태는 그런 임송규가 걱정되었다.
아까 백순대 볶음이랑 함께 소주를 마셨기에 운전할 수 없는 상황.
그래서 그가 운전해서 협회까지 갈 수도 없었다.
그때 강소가 2층에서 내려오며 말했다.
“제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아까 자네는 술을 마시지 않았지.”
그건 유하영 때문이었다.
아까 그녀가 강소의 술잔을 옆으로 치우며 ‘오빠 오늘 이거 안 돼.’라고 말했다.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해서 강소는 탄산음료를 마셨다.
그런데 이런 일이 생긴 것.
강소는 사실 술을 마셨어도 기운을 다스려서 술기운을 완전히 내보낼 수 있었다.
‘하영이의 그 능력이 점점 강해지는 듯하군. 그런데 하영이는 내가 술기운을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은 모르는 건가?’
강소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지금 그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사실 유하영에게 강소는 참 신기한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의 감정과 과거 현재 미래 등등은 보이는 것에 반해 강소에 대해서는 전혀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강소는 차 열쇠를 집으며 말했다.
“서둘러야 한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어서 가시죠.”
“알겠네.”
집에 임소영과 유하영이 있었기 때문에 유순태는 집에 있기로 했다.
곧 강소와 임송규가 탄 차가 각성자 협회로 향했다.
* * *
성진호는 피로회복제를 들이켰다.
“윽!”
맛은 정말 더럽게 없었을 뿐만 아니라 쓰기도 엄청 썼지만, 그가 먹어 본 피로회복제 중에는 그게 가장 효과가 좋았다.
서서히 약빨이 올라오며 피곤함이 좀 가시는 듯했다.
‘집에 가지 않고 야근하고 있어서 다행이지.’
만약 집에 갔다면, 다시 각성자 협회로 오느라 시간을 잡아먹었을 게 분명했다.
그는 방금 올라온 보고서를 읽었다.
A-0148201 게이트, 아니 이제는 S-0148001 게이트라 불리게 된 곳에 들어간 이들의 명단이었다.
게이트는 모두 일련번호가 있었다.
앞의 알파벳은 등급, 뒤의 두 자리는 지역, 그다음 두 자리는 세부지역, 그리고 뒤의 세 자리는 그 등급에서 몇 번째로 생성되었는지를 뜻했다.
S-0148001은 01지역 48구역에서 발생한 001번째 S급 게이트라는 의미.
“적룡길드 알파 팀에 램프 포터 길드의 짐꾼들이라…….”
통신담당 직원의 말에 의하면 상황이 좋지는 않아도 간신히 생존해 있다고 했다.
그들이 들어간 곳의 지형은 설원 지형.
뿔 토끼나 화이트 울프, 빅 화이트 베어 등의 마수들이 나오는 그곳에 보통은 보스인 아이스 골렘이 일반 마수로 나타났다.
‘그 말은 즉, 보스 방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마수가 있다는 뜻이겠군.’
성진호는 한숨을 내쉬며 안경을 벗어 책상 위에 던지고는 등을 뒤로 젖혔다.
적룡길드의 알파 팀이나 램프 포터 길드의 짐꾼들이나 모두 베테랑이니 생각보다 오래 버틸 수는 있을 터.
S급 게이트는 다른 게이트와 달리 헌터들이 추가로 투입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게 불가능했다.
똑똑.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눈을 들어 보니, 김명희가 그의 사무실 문 앞에 서 있었다.
“회의 준비 다 됐대. 가자.”
“그래.”
성진호는 마른세수를 하고 다시 안경을 고쳐 쓴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의 장소는 12층에 있는 2급 회의실이었다.
협회장 윤한종과 전략실장 강은혜를 비롯하여 모든 과장들이 모였지만 적룡길드장 김해철과 램프 포터 길드장 임송규도 자리했기 때문이다.
1급 회의실은 절대 외부인은 출입할 수 없었으니까.
그게 가장 영향력 있는 적룡길드장이라 해도 말이다.
“그럼 회의를 시작하지.”
윤한종의 말에 성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개요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틀 전 은평구에 A 급 게이트가 생성되었고, 정밀측정 결과 A급으로 판명되어 A-0148201 게이트라 명명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오후 4시 50분에 적룡길드 알파 팀과 램프 포터 길드의 짐꾼들이 레이드를 위해 게이트에 들어갔습니다. 그 명단은 나누어 드린 자료를 참고해 주십시오. 다시 이어서…….”
성진호의 브리핑이 이어질수록 모인 이들의 얼굴의 그늘은 짙어졌다.
“……이상입니다.”
윤한종이 말을 이었다.
“질문 있나?”
이에 김해철이 물었다.
“S급 게이트라고 하셨죠? S급 게이트는 몇 명이고 인력을 더 투입할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물론 그렇습니다만, 이번 케이스는 힘들 것 같습니다. 분명 S급 게이트고 또 통신 담당 직원의 말도 S급 게이트라고 했습니다만…….”
성진호가 말을 이었다.
“이상하게 입구가 막혀 버렸습니다. 아무래도 A급으로 생성되었다가 S급으로 격상되어서 그런 거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 말에 다른 과장이 말했다.
“그럼 역류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군.”
“그렇습니다.”
그 누구도 구출이란 단어를 입에 담지 않았다.
구출이란 단어가 소용없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즉, 이번 회의는 역류에 대비하기 위한 회의였다.
그리고 김해철과 임송규를 부른 이유는, 게이트에 들어가 있는 자들의 상황을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회의가 끝났다.
임송규는 주차장으로 내려왔고, 그들이 타고 온 빨간 경차에 탔다.
“오셨습니까?”
“그래. 미안하지만…… 잠시 산책이라도 하고 오겠나?”
“알겠습니다. 한 30분 정도 가볍게 돌아보고 오겠습니다.”
강소는 차에서 내렸다.
탁.
문이 닫히자마자 임송규는 울음을 터트렸다.
다른 짐꾼들도 특별하지만, 특히 두 A팀은 임송규와 오랜 시간 동고동락한 이들이었다.
그들이 확실하게 죽게 될 거라는 사실이 그를 비통하게 했다.
만약 그들을 살릴 방법이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터.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흐으윽! 끄읍!”
차에서 내려 길을 걷는 강소의 귀에 임송규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강소 역시 모든 사정을 알고 있었다.
아까 회의 중일 때, 강소 역시 기척을 숨기고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까 은평구의 게이트까지 함께 버스를 타고 이동했던 짐꾼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부인이 임신했다고 좋아하던 짐꾼도 있었다.
내년에 아이가 학교에 들어간다던 짐꾼도 있었다.
강소의 발걸음은 무의식적으로 은평구의 게이트로 향했다.
“아.”
고개를 들어 보니 어느새 그는 은평구의 A…… 아니, S-0148001게이트 앞이었다.
기척을 숨긴 그를, 게이트 주변의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강소는 손을 내밀어 게이트 입구에 손을 대 보았다.
툭.
뭔가 걸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의 손은 게이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는 즉시 그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멈칫했다.
‘혹시?’
게이트라는 것은 어비스의 왕의 권능으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 강소가 가지고 있는 공간의 열쇠에도 왕의 권능이 담겨 있었다.
‘혹시?’
강소는 인벤토리에서 공간의 열쇠를 꺼냈고, 그걸로 게이트의 입구를 살짝 건드렸다.
쨍-!
그 순간, 유리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고 그 앞을 막고 있던 투명한 뭔가가 깨져 버렸다.
그는 잠시 그곳에서 떨어져서, 이신에게 전화했다.
– 네, 형님.
“너 지금 어디냐?”
– 은탑에 있습니다.
이신 역시 오늘 회의에 참석했었다.
“지금 즉시, S-0148001 게이트로 와라.”
– 알겠습니다.
약 5분 후.
이신이 도착했다.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저 게이트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불렀다.”
“네?”
이신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가능합니까? 아까 성진호 과장이 불가능하다고 하던데?”
“방법을 찾았고, 시험해 보려고 너를 불렀다.”
강소의 말에 이신이 미소 지었다.
“제가 형님께 도움이 된다니! 이거 엄청 기쁜데요?”
“전에 동수의 축제 때 안 불렀다고 아직도 토라져 있는 것이냐?”
“아뇨. 형님 말대로 제가 갔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시간 없으니, 어서 시험해 보자.”
“네.”
이신은 강소와 게이트 앞으로 왔고, 조심스레 게이트를 향해 손을 뻗어 보았다.
“응?”
이신의 손이 자연스럽게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놀란 그가 얼른 손을 뺐다.
손에는 이상이 없었다. 단지, 설원 지형의 한기만이 느껴질 뿐.
이신이 말했다.
“지금 당장, 헌터들을 모으겠습니다.”
* * *
김해철은 아직 각성자 협회에 있었다.
짐꾼 길드장인 임송규와 달리 헌터 길드의 길드장인 그는 다른 협의할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번 S급 게이트가 역류하면 몇 명이나 지원해야 하는지 등등 말이다.
차가운 설원에서 죽어 갈 헌터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팠지만, 그는 길드장이었다.
해야 할 일은 해야 했다.
“그러면 그렇게…….”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그건 윤한종의 전화였다.
“아, 미안하네.”
“아닙니다.”
“음?”
윤한종은 발신자 번호를 확인하고는 의아한 얼굴을 했다. 아까 급한 일이 있다고 어디론가 사라졌던 이신의 전화였으니까.
“왜 전화했…….”
– 영감님! 지금 즉시 회의를 소집해야 해요! 지금 게이트에 들어갈 수 있어요! 확실한 거니까 묻지 말고 바로 진행해 주세요!
그는 이신의 말에 눈이 커졌다.
이신은 결코 허튼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지금 즉시 인원 투입에 대한 회의를 소집하마.”
윤한종이 전화를 끊고, 김해철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회의를 다시 해야겠네.”
“무슨 일 있습니까?”
“S-0148001 게이트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고 하네. 그래서 그 안에 들어갈 헌터들을 소집해야 하네.”
“그러면…….”
김해철이 말을 이었다.
“그곳에 저도 들어가겠습니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39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