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398
397화. S.O.S (3)
은평구의 S-0148001 게이트.
그곳에 들어간 이들을 반긴 건 펑펑 내리는 눈과 끝없이 펼쳐진 설원이었다.
추위는 몸을 움직이는 데 큰 방해 요소였다.
그래서 같은 등급의 게이트라 해도 설원 지대에서의 피해가 더 컸다.
하지만 불평할 틈이 없었다.
설원 지대인 만큼 서둘러 그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괜히 베테랑이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그건 그들이 들어온 게이트의 마수들이, 예상을 뛰어넘었다는 것이다.
“아니! 왜 보스방에서나 볼 법한 아이스 골렘이 벌써 나오는 건데!”
“젠장! 불의 마법사! 서둘러!”
“네!”
그렇게 버티길 3일째.
어느새 그들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이미 가지고 온 스크롤도, 포션도 모두 소진한 상황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짐꾼들이 베테랑인 덕분에 식량만큼은 철저하게 챙겼다는 것이다.
그들은 마정석을 에너지로 하는 휴대용 전자레인지에 데운 말랑한 육포를 씹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거의 10시간 만에 가지는 휴식이었다.
“아, 마수에게 죽기 전에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아요.”
“나도 동감이다.”
“여기서 아이스 골렘이 더 나타나면 죽기 전에 미칠 것 같네요. 하하하.”
“내 말이…….”
애써 웃고 있지만, 상황은 별로 좋지 않았다.
통신을 담당한 각성자 협회 직원의 말에 의하면 인원이 더 투입될 수 없다고 한다.
원래 A급이었던 게이트가 S급으로 격상된 케이스라서 그런 듯하다고.
그러면서 미안하다고 했는데, 그 말을 전하는 직원은 너무 담담하게 말해서 그게 더 비통해 보였다.
어차피 죽을 거 자포자기하고 그냥 죽어 버릴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마수를 한 마리라도 더 처리해야 역류했을 때 게이트 밖으로 나가는 마수가 한 마리라도 더 적어지기 때문이었다.
이왕 죽을 것 한 마리라도 더 처리하고 죽자는 그런 마음인 것.
그때 통신 담당 직원이 얼른 통신기를 귀에 대었다.
“네! 잘 들립니다!”
각성자 협회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 연락에 헌터들은 담담히 그 모습을 지켜봤다.
마수들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한 통신일 테니까.
그런데, 통신 담당 직원의 눈이 커졌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그의 반응에 헌터들과 짐꾼들은 의아해했다.
구출하러 가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전할 때에도 담담하던 통신 담당 직원이었다.
그가 그렇게 격한 반응을 보인다면 뭔가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 직원이 알파 팀을 이끄는 팀장에게 통신기를 건네며 말했다.
“협회장님이십니다.”
“……!”
팀장은 얼른 통신기를 받아 귀에 꽂았다.
“네, 알파 팀 팀장입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알겠습니다. 그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버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팀장은 통신기를 다시 직원에게 돌려주었고, 팀원들과 짐꾼들에게 말했다.
“지금, 지원팀이 꾸려졌다고 한다. 늦어도 한 시간 이내에 게이트 안으로 들어온다고 한다.”
“네?”
“들어올 수 없다고 했잖아요?”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고 하네. 그리고 이신 헌터님도 오신다고 하고.”
“그, 그럼?”
“우, 우리 살 수 있는 거예요?”
그 말에 팀장이 대답했다.
“그건, 우리가 앞으로 얼마나 더 힘을 내어서 버티느냐에 달렸지.”
“그렇죠.”
“지원팀이 온다고 긴장 풀었다가는 죽는다. 그러니 긴장 풀지 말고 버텨라!”
“네!”
호기롭게 외친 그들은 재빨리 식사를 마치고 무기를 손에 쥐었다.
드드득-!
그때 눈 쌓인 땅이 갈라지며 10m 높이의 거인, 아이스 골렘이 나타났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이스 골렘이 두 마리가 더 추가되었고, 거기에 눈 속의 습격자 아이스 웜까지 나타났다.
헌터들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듯했다.
헌터들은 다시 전투를 시작했다.
‘포션을…… 맞다! 포션을 다 써 버렸지!’
‘젠장! 스피드 업 스크롤은 진작에 다 써 버렸으니…….’
그렇게 간신히 마수들을 처리했지만, 지칠 대로 지친 그들은 설원 위에 드러누워 버렸다.
지원팀이 온다는 소식에 있는 힘, 없는 힘 다 끌어내어 버티고 있었지만, 이대로는…….
그때 숨어 있던 짐꾼들이 뭔가 속닥거리더니, 각자 품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걸 모아 짐꾼들을 이끄는 팀장이 알파팀장에게 내밀었다.
“이거, 드십시오.”
“이게 뭡니까?”
“파워 캔디라고, 저희 길드원들에게 지급되는 겁니다. 짐을 들고 가다가 너무 힘들어서 더는 못 가겠다고 싶을 때 먹으면 힘이 나더라고요.”
“저희 길드에서 최근에 지급되기 시작했는데, 인기가 무척 좋습니다.”
“하지만 너무 먹으면 그것에 의존하게 된다고 해서, 한 사람당 딱 1개씩만 지급됩니다.”
“일종의 비상약이죠.”
짐꾼들의 말에 헌터들은 깨달았다.
짐꾼들에게 최후의 보루와 같은 파워 캔디를 자신들을 위해 내주었다는 것을.
“그, 그럼 짐꾼분들은요?”
“저희는 괜찮습니다. 마수와 싸우는 헌터 여러분에게 더 필요할 것 같아서요.”
“저희는 아직 버틸 수 있습니다.”
그들의 말에 헌터들은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해 싸우죠.”
그들은 그 사탕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1분도 되지 않아 헌터들은 파워 캔디의 이름이 왜 파워 캔디인지 알 것 같았다.
힘이 나고 있었다.
게다가 피곤했던 것이 싹 사라지면서 몸이 가벼워졌다.
아까보다 추위도 훨씬 덜 느껴졌다.
‘어? 이거…… 1급 포션을 마셨을 때보다 더 효과가 좋은데?’
‘그럼 엄청 비쌀 텐데…….’
사실 그건 강소가 무척 싼 가격에 공급하고 있었지만, 그걸 모르는 헌터들은 저절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 귀한 것을, 그것도 하나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우리에게…….’
‘열심히 싸우자!’
‘우리는 몰라도 저들만큼은 살아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버티자!’
그렇게 굳게 결심했다.
지원팀이 올 때 가장 중요한 건 이동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길이 엇갈릴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자리에 머물러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문제가 있었다.
모여드는 마수의 개체 수가 더 많아진다는 것.
“으아악!”
“젠장! 아이스 골렘이 서로 합체할 수도 있었어?”
처리하지 못한 마수가 열 마리 이상이 되었을 때, 일이 일어났다.
열 마리의 골렘이 모였을 때 서로 합쳐지더니 약 30m 정도의 거대한 아이스 골렘이 되어 버린 것.
옛날부터 거대화는 상대방을 압살하기 위한 기본 사양이었다.
그 말은, 헌터들의 위기라는 뜻.
쿵! 쿵!
“쿠오오오!”
합쳐진 아이스 골렘이 육중한 다리를 움직일 때마다 헌터들뿐만 아니라 짐꾼들도 도망치기 바빴다.
‘더 이상은…… 안 되겠어.’
‘젠장!’
헌터들이 죽음을 직감할 때.
쌔애애액-!
저 멀리서 붉은 기운이 날아왔다.
그 기운에 그들을 위협하던 거대한 아이스 골렘이 반으로 쪼개졌다.
쿵-!
헌터들뿐만 아니라 짐꾼들도 넋이 나간 표정으로 반으로 쪼개져 산산조각이 나 버린 아이스 골렘을 바라볼 때 뒤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들 괜찮나?”
“아! 길드장님!”
그 남자는 적룡 길드의 길드장 김해철이었다.
직접 게이트로 들어온 길드장을 반기는 헌터들을 보며 짐꾼들은 내심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때였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딘가 들어 본 적이 있던 목소리에 짐꾼들을 뒤를 돌아보았다.
“아! 강소 씨?”
감탄이 나올 정도로 잘생긴 얼굴의 젊은 남자. 그는 강소였다.
짐꾼들은 강소를 알고 있었다.
그들을 게이트까지 데려다준 유순태와 함께 있던 사람이었으니까.
“임송규 길드장님께서 보내셨습니다.”
“그러셨군요.”
“솔직히 말하면 함께 오겠다고 하시는 것을 말리고 제가 대신 들어왔습니다.”
“잘하셨습니다.”
길드장이 직접 온 알파 팀이 부러웠지만 그건 헌터들 이야기였다.
짐꾼들은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했다.
임송규라고 해서 다른 짐꾼들보다 월등한 무력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니까.
만약 임송규가 직접 왔다가 뭔 일이라도 당하면 뒷일이 더 힘들었다.
“그리고 이거, 하나씩 드십시오.”
강소는 인벤토리에서 파워 캔디를 꺼내서 내밀었고, 짐꾼들은 사양하지 않고 하나씩 집어서 입에 넣었다.
그걸 본 헌터들 중 하나가 강소에게 다가왔다.
“험, 험험. 죄송합니다만?”
“……?”
“혹시 그 파워 캔디…… 남는 것 있으면 좀 얻을 수 있을까요? 염치가 없지만…….”
“여분이라면 있습니다.”
강소는 흔쾌히 파워 캔디를 건넸고, 그걸 본 다른 헌터들은 부럽다는 표정으로 보았다.
그걸 본 강소는 헌터들에게 다가갔고, 말했다.
“많이 있으니까, 가져가셔도 됩니다.”
“아! 감사합니다!”
이미 파워 캔디의 효능을 경험한 헌터들은 사양하지 않았다.
그걸 본 김해철이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몰라서 이런저런 포션을 가져왔는데, 헌터들이 파워 캔디라는 것에 환장해 있었으니까.
“대체 그 파워 캔디라는 게 뭔가?”
김해철의 물음에 강소가 그에게 하나 내밀며 말했다.
“길드장님도 하나 드셔 보십시오.”
김해철도 하나를 먹어 보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정도면 1급, 아니 특급 회복제의 효능인데?’
그때 이신이 말했다.
“다 쉬셨으면 마수들을 처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또다시 몰려들고 있습니다.”
그 말에 헌터들은 다시 손에 무기를 들었다.
그들의 눈빛은 아까와는 달랐다.
지금 그들의 눈에는 확실한 희망이 담겨 있었다.
.
.
.
레이드가 진행되는 동안, 강소는 잠시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의 목적은 왜 A급 게이트가 S급으로 바뀌었는지 그 원인을 찾는 것이었다.
그래서 겸사겸사 임송규를 만류하고 자신이 들어온 것이기도 했다.
그는 전에도 이런 상황이 일어났던 것에 대해서 기억하고 있었다.
꼬롱이가 도움을 청해서 들어갔었던 게이트.
그 게이트는 원래 C급 게이트였지만 B급 게이트에서나 나올 듀라한이 나왔었다.
게이트의 오러 파장은 C급이었지만.
강소가 볼 때 B급이나 C급이나 기운이 거기서 거기였기에 당시, 기계가 탐지하지 못한 듯했다.
하지만 A급과 S급은 제법 차이가 컸다.
‘그러고 보니, 거기서 자신의 머리를 들고 있던 놈을 처리하고 어둠의 족속의 기운이 담겨져 있던 보라색 구슬을 얻었지.’
그렇게 설원을 걷던 강소는 발을 멈추었고, 고개를 들어 어느 한 곳을 보았다.
‘저곳이군!’
어느 설산.
그 안에서 느껴지는 건 어둠의 족속의 기운이었다.
그는 재빨리 그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가 마주한 건 상반신은 여자에 하반신은 뱀인 마수였다.
“크르릉.”
아니, 마수라고 하기에는 좀 이상했다. 강소는 그 상반신의 여자가 누군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느껴 본 기운이다 싶었는데, 역시였다.
“너는…… 아스모데인가?”
강소의 말에 그녀의 눈빛이 변했다.
그리고 말을 못 하는 것 같았던 그녀의 입이 열렸다.
“너, 너는…… 윽!”
그녀의 눈동자에 이지가 돌아왔다.
“나, 나는…….”
그녀는 움찔했고,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자조적으로 말했다.
“예상은 했지만, 진짜 마수가 되었구나.”
“어떻게 된 일이지? 너는 분명 이상한 검으로 너 스스로를 찔렀고 그대로 사라졌다.”
“그랬지.”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생각이 나네. 나는 왕에게 불려 갔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궁을 받았어. 하지만 말하지 않았지.”
“어째서지?”
“나는 왕이 진짜 원하고 있는 게 뭔지 알고 있거든.”
그녀는 히죽 웃었다.
“그런데 누구 좋으라고 너에 대해서 말하겠어?”
“그로 인해 마수가 되었는데도?”
“말했잖아. 예상했다고.”
“서열이 낮은데, 어떻게 알고 있었다는 거지?”
그녀보다 서열이 높은 자들도 어둠의 족속들을 마수로 재활용한다는 것은 모르던 사실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공간을 가르는 검’을 물려준 어머니에게 들었으니까.”
그녀는 말을 이었다.
“어머니가 말했어. 왕을 조심하라고. 왕은 결국 우리 모두를 전부 먹어치울 거라고. 그래서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다가 알게 되었지.”
“아무튼, 그래서 나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는 거군.”
“맞아. 그러니까 나를 한빙지옥에 보내더라? 너 때문에 이런 꼴이지만, 뭐 원망하지는 않아.”
그녀는 생각보다 쿨했다.
“언제고 왕은 나를 처리했을 테니까. 왕이 나에게 노리는 것이 있었거든.”
그녀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여기서 이렇게 널 만나는 것도 운명인가 보네. 재회한 기념으로 선물을 하나 줄게.”
그녀는 스르르 몸을 움직였다.
뱀의 하반신이 미끄러지듯 다가와 강소의 몸을 감았고, 그녀의 입술이 그의 귓가에 닿았다.
“…….”
그녀는 작게 속삭였고, 그 말을 들은 강소가 되물었다.
“진심인가?”
“진심이야.”
“그렇군.”
그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너는 다른 이들에 비해서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군. 다른 이들은 마수가 되기 전의 일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던데.”
“그게 우리 가문의 특성이거든. 우리는 정수에 기억을 담아 두지 않아.”
그녀는 다시 스르르 미끄러져, 있던 곳으로 되돌아왔다.
“그럼 이제 끝을 내줘.”
그 말에 강소는 손을 들었고, 그녀는 눈을 감았다.
슥-!
그의 손짓에 그녀의 목이 떨어졌고,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의 발치에 보라색 마정석 하나가 굴러 왔다.
그걸 주워 든 강소의 눈이 싸늘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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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0148001 게이트가 클리어되었다.
이 사건은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다.
임송규의 집에서 TV를 보던 유순태가 말했다.
“수고했어. 네 덕분이야.”
짧은 말이었지만 그 안에 모든 감정이 다 함축되어 있었다.
“도울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건 진심이었다.
“오늘 램프 포터 길드에서 기념으로 회식을 한다고, 오라는데? 너도 갈래?”
“메뉴가 뭐냐?”
“어, 갈비찜.”
그 말에 강소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가자.”
유순태가 웃으며 말했다.
“야! 지금 아침이야.”
무림에서 온 배달부 39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