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645
2화. 일어나지 않은 일 (2)
그들은 작전을 세웠고, 곧바로 움직였다.
두두두두두-!
곧 빅혼 카우 무리가 나타났고, 인간을 발견하자마자 맹렬한 기세로 돌진했다.
빅혼 카우 무리와 닿기 바로 직전!
팟-!
백은호가 사라졌다.
그의 능력은 순간이동이었으니까.
그 순간 빅혼 카우는 백은호 바로 뒤에 있던, 무너진 아파트 벽에 부딪혔다.
쿵-!
앞서 가던 빅혼 카우의 뒤를 따라 돌진하던 이들 역시 돌진하며 서로 엉켰다.
쿵-!
크아악!
우어억!
그렇게 빅혼 카우들이 정신없어하는 사이, 헌터들이 공격을 퍼부었다.
그때였다.
그 사이에서 빅혼 카우 한 마리가 빠져 나왔고 도끼를 들고 있던 한 여자를 향해 돌진했다.
이를 악물고 도끼를 던졌지만 빗나갔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피하지 못할 것을 직감한 것이다.
‘나는 여기까지인가……?’
팍-!
“……?”
도끼를 들고 있던 여자가 그 소리에 눈을 떴다.
빅혼 카우의 이마에 은빛 화살이 박혀 있었다.
화살이 얼마나 거세게 박혔는지 빅혼 카우가 뒤로 밀릴 정도였다.
“하앗-!”
그 사이 김지은이 불의 채찍을 꺼내 휘둘렀다.
털썩.
빅혼 카우가 쓰러지며 상황이 종료되었다.
“괜찮으세요?”
도끼를 들고 있던 여자가 자신에게 말을 건 여자를 보았다. 방금 화살을 날린 게 그녀였던지, 은빛 활을 들고 있었다.
“아, 네…….”
도끼를 들고 있던 여자는 백은호가 그녀를 성녀라고 불렀던 것을 기억했다.
“저는 유채영입니다. 저기, 당신은 성녀님이시죠?”
“모두 저를 그렇게 부르죠.”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성녀는 미소 지었다.
사실 그녀의 어머니와 함께 죽은 뱃속 여동생의 이름을 유채영이라고 지을 예정이었다.
그렇기에 그 이름이 그녀에게 남다르게 다가왔다.
“당신이, 성녀라고요?”
그런데 그녀가 성녀라는 말에 김지은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노려보았다.
서로 다른 에어리어에 있었기에 김지은과 유채영을 비롯한 이들은 성녀를 보는 것이 처음이었다.
김지은이 말을 이었다.
“소문은 들었어요. 모든 것을 꿰뚫어 보며 미래마저 볼 수 있는 여자가 있고, 영등포 에어리어의 사람들이 그 여자를 성녀라고 부른다는 것을요.”
“…….”
하지만 김지은은 말을 잇지 못했다. 성녀가 슬픈 표정으로 자신을 보았기 때문이다.
“뭐, 뭐예요? 그 표정은요?”
“…….”
“제가 무슨 말을 할지 아시나 보네요. 그럼 그 잘난 능력으로 제 생각을 읽고 대답 좀 해 주시죠?”
그 물음에 성녀가 입을 열었다.
“저는 제가 본 미래를 독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선택은 각자의 몫이죠. 그 선택으로 인한 슬픔은 남겨진 자의 몫이고요.”
김지은의 눈이 커졌다.
그녀는 성녀에게 “그런데 모든 미래를 보는 건 아닌가 보네요? 제 아버지의 죽음을 모르셨던 것을 보면요. 아셨다면 그렇게 죽게 내버려 두시지 않으셨을 거 아닌가요?”라고 말할 생각이었다.
성녀의 대답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그럼…….”
그랬다.
아버지가 세르핀이 군대를 이끌고 공격해 올 것을 알 수 있었던 건 성녀가 미래를 봤기 때문이다.
“제가 수십 수백 번 미래를 봤지만, 최대한으로 살릴 수 있는 인원은 11명. 그것도 2명에서 3명씩 조심스레 움직여야 했어요.”
그러고 보니, 김지은은 정찰을 위해 움직일 때 두세 명씩 짝을 지어서 움직이도록 명령을 받았다.
원래도 조심스레 움직였기에 그러려니 했는데 이제 보니 이유가 있었다.
방금 성녀의 대답으로 모든 의문이 풀렸다.
아마 아버지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자신들을 살린 것일 터.
성녀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김해철 수장님의 유언은, 저희 수장님이 전해 주실 겁니다.”
* * *
영등포 에어리어.
약 천여 명의 이들이 사는 이곳은 과거 영등포 지하상가가 있던 곳이다.
지금은 그 상가 하나하나가 모두 주거지역이었지만 말이다.
만약을 대비하여 워낙 튼튼하게 지어졌기 때문에 웜 계열의 마수만 조심한다면 가장 생존에 유리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이곳 영등포 에어리어의 수장이 머무는 공간이 있다.
영등포 에어리어의 수장은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용산 에어리어의 생존자들이 머물 곳은 마련되었습니까?”
“네. 기존의 상가 두 곳을 새로 보수하였습니다.”
“기존 주민과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잘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그래도 생각보단 마찰이 적을 겁니다. 아시잖습니까? 적룡 길드의 은혜를 입지 않은 이들이 없다는 것을요.”
“그건 그렇죠.”
“그럼 식량 수급 상황을 알아봐 주세요.”
“네.”
직원이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수장의 방에서 나갔다. 수장은 한숨을 내쉬며 일어나 자신의 책상 앞으로 갔다.
그리고 책상 앞에 서서 명패에 적힌 [각성자 협회장 성진호]라는 글자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성진호.
자신의 이름이었고, 자신이 물려받은 직함이었지만 그 글자가 그의 가슴을 아프게 찔러 대었다.
“영감님…… 짐이 너무 무겁습니다.”
전대 각성자 협회장 윤한종은, 대악마 루시퍼의 침공에 이길 수 없다는 판단에 큰 결단을 내렸다.
자신을 미끼로 내던진 것이다.
그리고 그 틈을 타 성진호는 살아남은 이들과 함께 이곳으로 피신했고 20년째 이 생활을 이어 가고 있었다.
이 명패는 윤한종이 미리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리고 이걸 그에게 주며 말했다.
“넌 잘해 낼 거다. 진호야.”
피신한 성진호는 이제 각성자 협회가 필요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생존자가 너무나도 적었기 때문이다.
성진호는 각성자 협회를 해산시켰고, 대신 새로운 조직을 짰다.
그 조직이 바로 영등포 에어리어 자경단이었다.
그리고 성진호의 공식적인 직함은 자경단장.
각성자 협회장이라는 직함은, 훗날 각성자 협회가 부활한다면 그때 다시 사용하기로 했다.
그도 알고 있었다.
지금 인류는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롭다는 것을.
다시는 각성자 협회장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힘들 거라는 것을.
하지만,
그래도 그런 희망이라도 있어야 현실을 살아갈 수 있기에 그리 말한 것뿐이다.
똑똑.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수장님. 성녀님과 구조팀이 용산 에어리어의 생존자를 구조하여 데리고 왔습니다.”
“들어오시라고 해요.”
“알겠습니다.”
* * *
영등포 에어리어에 도착한 성녀와 일행은 문 앞을 문 앞을 지키는 자들을 보았다.
하지만 그들은 그 누구의 인사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들이 진짜 본인들이라는 것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말을 섞지 않는 게 룰이다.
그 누구도 그것에 대해 서운하다고 하지 않았다.
적의 의태에 속아 소중한 이들을 잃은 경험이 너무나도 많았으니까.
“잠시, 확인하겠습니다.”
한 남자가 앞으로 나왔고 한 사람 한 사람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는 성녀와 같은 눈동자의 사제 능력을 각성했지만, A급이다.
그렇기에 미래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미래를 보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미래는 본다는 건 축복이 아닌 저주라는 것을 성녀를 통해 깨달았으니까.
성녀는 그 각성자 옆에 서 있는 남자를 보았다.
그의 이름은 박형우.
성녀보다 한 살 더 많은 헌터이다.
한쪽 얼굴이 불에 탄 듯 일그러진 박형우의 눈은 공허했다.
그는 어릴 때 시력을 잃었다고 했다.
성녀가 그의 눈을 볼 때면, 그가 눈을 잃었을 때의 상황을 볼 수 있었다.
“으아아앙!”
“아이야! 괜찮니? 펜스에서 장난치면 안 된…… 이런!”
“형우야!”
“무슨 일이죠? 제 아들이 왜?”
“펜스에서 장난치다가 넘어가는 것을 보고 달려왔는데, 선인장 가시에 눈이 찔린 듯합니다. 어서 119를 부르세요!”
“아아아앙! 아파! 으아앙!”
선인장 가시가 하필이면 눈동자에 박혔고, 그렇게 박형우는 시력을 잃었다.
M그룹 회장의 손자이기에 돈 걱정 없이 의사나 힐러를 부를 수 있었지만, 선인장 가시가 문제였다.
가시의 신경독으로 인해 시신경이 영구 손상된 것.
그리고 얼마 후 전 세계에 재앙이 찾아왔다. [잔혹한 봄]이라 명명된 재앙이다.
꽃이 피지 않는 봄은 곧 식량 상황을 최악으로 치닫게 했다.
식품 회사들의 악몽이 시작된 것이다.
박형우의 집안의 주력은 식품산업이었기에, M그룹은 빠르게 몰락하기 시작했다.
그 후 대악마 루시퍼가 침공하고 박형우는 각성했다.
그의 능력은 [소리 감별사].
그게 박형우가 영등포 에어리어의 입구 앞에 서 있는 이유였다.
그는 소리로 피아식별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박형우가 말했다.
“이상 없음.”
옆의 남자 역시 말했다.
“이상 없음.”
그제야 문 앞을 지키던 이들이 성녀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어서 오십시오. 성녀님.”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성녀님.”
“은호! 이 녀석! 안 죽고 돌아왔네?”
“아! 진짜! 아저씨!”
반갑게 맞아 주는 이들을 보며 뒤에 서 있던 김지은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그들을 맞아 줄 집도, 사람도 없었으니까.
그때 성녀가 김지은을 불렀다.
“김지은 헌터님.”
“네.”
“이제 이곳이 김지은 헌터님과 여러분들의 집이에요. 집에 오신 것을 환영해요.”
“감…….”
김지은은 목이 메었다.
“감사합니다. 성녀님.”
백은호가 말했다.
“자자, 그럼 어서 들어갑시다.”
그때 뒤에서 박형우가 성녀를 불렀다.
“성녀님.”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고, 박형우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많이 했습니다.”
“고마워요.”
“제가 드릴 수 있는 게 이런 말뿐이라서 죄송합니다.”
“그런 말 한마디가 저에게는 소중해요. 고마워요.”
성녀는 박형우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눈에 보였으니까.
하지만 자신은 답을 해 줄 수 없는 사랑이었다.
영등포 에어리어 안에 들어가자 그들은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던 이를 만날 수 있었다.
그의 이름은 권호.
그는 인간이 아닌, 호랑이 영물이다.
사람들은 권호가 호랑이 영물이라는 것을 대악마 루시퍼의 침공으로 알게 되었다.
권호의 작은 아버지인 권평이 가문의 보물을 손에 넣기 위해서 블랙맨과 손을 잡았다.
그로 인해 권호 역시 블랙맨의 하수인 역할을 해야 했지만, 그는 이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대악마 루시퍼의 침공을 기회 삼아 인간 쪽 진영에 합류한 것이다.
그리고 현재 권호는 영등포 에어리어의 수장이자 자경단장인 성진호의 비서이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딱 할 말만 했다.
“자경단장님께서 뵙자고 하십니다.”
“알겠습니다.”
.
.
.
성녀와 일행이 자경단장실 앞에 도착하자, 그 앞에 서 있는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모두 자경단장의 호위이다.
그들 중 두 명의 남자가 앞으로 한 걸음 나왔고, 한 남자가 말했다.
“잠시 인증절차를 거치겠습니다.”
“그러세요.”
그 남자는 선글라스를 벗고, 성녀의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그 남자 역시 눈동자의 사제 능력을 각성한 자이다.
현재 영등포 에어리어의 수장을 담당하고 있는 자경단장은 무척이나 중요한 인물이다.
이 영등포 에어리어의 구심점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자경단장을 만나기 위해서는 영등포 에어리어에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검색 절차를 거쳐야 했다.
“1차 검색이 끝났습니다.”
“그럼 2차 검색을 하겠습니다. 손을 주십시오.”
그리 말한 자는 이연곤이라는 이름의 헌터이다.
과거 각성자 협회 지원 1과 1팀장이었던 그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자이다.
그리고 그의 능력을 동원해서 2차 검색을 하는 건, 그만큼 어둠의 족속의 의태가 놀랍도록 교묘했기 때문이다.
물론 성녀는 보는 것만으로도 그 의태를 꿰뚫어 볼 수 있었지만, 성녀를 전면에 내세우는 건 위험했다.
이연곤은 한 사람 한 사람 손을 잡고, 그 사람이 본인이 맞는지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성녀가 자신의 손을 내밀며 말했다.
“죄송해요.”
“괜찮습니다.”
사이코메트리는 개인의 기억을 보는 일.
무뎌질 대로 무뎌진 이연곤에게 개인의 기억들은 별로 영향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성녀의 기억은 달랐다. 그 자체로 상당한 부담이 되었다.
그렇기에 성녀가 미안하다고 한 것이다.
“…….”
주룩.
이연곤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녀의 기억은 너무나도 아팠다.
그런 아픔을 묵묵히 견디면서, 미래를 보는 것을 멈추지 않는 성녀가 안쓰러웠다.
스윽.
이연곤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통과하셔도 됩니다.”
성녀와 백은호 그리고 김지은 일행은 자경단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성녀가 안으로 들어가자 50대 중후반의 남자가 그녀를 맞이했다.
영등포 에어리어의 수장, 성진호 자경단장이다.
“반겨 주셔서 감사해요.”
“앉으십시오.”
그들은 낡은 소파에 앉았다.
구멍 난 곳을 가죽으로 덧댄 낡은 소파였지만 이 정도면 최고급이었다.
모든 물자가 부족한 시대였으니까.
“차 한 잔 드릴까요?”
“주시면 감사하죠.”
백은호의 말에 성진호가 직접 옆에 놓인 주전자에 물통의 물을 옮겨 담았다.
그리고 마정석 렌지 위에 올려 물을 끓였다.
물은 금방 끓었다.
성진호는 렌지를 끄고 주머니에서 은줄에 매여 있는 엄지손가락 정도 크기의 아티펙트를 꺼내 살짝 담갔다.
해독 및 살균과 항바이러스 등의 기능이 있는 아티펙트로, 생존을 위한 필수 아이템이다.
사방에 널린 것이 마수였기에 마정석 렌지에 사용하는 마정석을 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깨끗하고 맑은 물을 구하는 건 무척이나 어려웠다.
그렇기에 간이정수기로 거른 물을 끓여 이렇게 아티펙트로 처리한 후 마셔야만 했다.
이를 정수처리 한다고 했는데, 정수 처리하지 않은 물을 마시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컵 주시겠습니까?”
“네.”
성진호의 말에 그들은 각자 자신의 인벤토리에서 컵을 꺼내어 내밀었다.
물도 부족하고 세제 역시 부족하니 설거지 역시 뽀득뽀득하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컵과 식기 등은 각자가 가지고 다녔다.
쪼로로록.
컵에 물이 따라지고, 성진호는 병을 꺼냈다. 그걸 본 김지은과 다른 이들의 눈이 커졌다.
“설마 그거…… 설탕인가요?”
무림에서 온 배달부 외전 1부 – 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