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God wants to live in peace RAW novel - Chapter 160
마신은 평화롭게 살고 싶다 160화
* * *
“오늘도 닭꼬치 맞으시죠?”
서준은 멋쩍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몇 개나 드릴까요?”
“두 개요. 근데 오늘은 평일인데도 나오셨네요?”
신성현은 주말에만 알바를 하고 평일에는 소방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시간대에 일하기로 한 알바가 인수인계 다 받고 이틀인가 하고 잠수를 탔나 보더라고요.”
“요새도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왜 없겠어요. 많죠. 여기가 보기에는 한가해 보일지 몰라도 은근히 손님들이 많거든요. 특히…….”
그때.
편의점 문이 열리며 술 냄새를 잔뜩 풍기는 아저씨가 들어왔다.
“담배 줘.”
“담배는 어떤 걸로 드릴까요?”
“아, 저거!”
신성현이 아저씨의 손을 따라 담배 진열장을 바라봤다. 하지만 아저씨가 말한 ‘저거’가 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담배 이름을 말씀해 주시겠어요?”
“아, 답답하긴. 던힐!”
“네, 던힐이요. 몇 mg짜리로 드릴까요?”
“6mg지 뭘 물어! 가뜩이나 속 쓰려 죽겠는데 편의점 알바가 사람 말귀까지 못 알아 처듣네. 에이, 씨.”
“죄송해요. 여기요.”
아저씨가 카드를 내밀었다. 계산을 마친 아저씨는 씩씩거리며 편의점을 나갔다. 그에 신성현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런 손님들이 꽤 많거든요. 쉬운 줄 알고 지원했다가 아니다 싶으니 금방 도망간 거죠. 그 덕에 저는 사장님 부탁 받고 나왔고요.”
“고생이 많으시네요.”
“고생은요. 아, 닭꼬치 여기요.”
닭꼬치를 받아 든 서준이 계산을 끝마치고 가게로 돌아왔다.
캉캉!
테이블 밑에서 쉬고 있던 역삼이가 냄새를 맡았는지 궁둥이를 흔들며 달려왔다.
“이거 달라고?”
캉!
기분 좋게 짖는 역삼이에 서준은 문득 서우가 하던 모습이 생각났다.
피식 웃은 서준이 손을 내밀었다.
“손.”
캉?
“손.”
역삼이는 이 인간이 뭘 잘못 먹었나, 하는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앞발을 내밀었다.
“옳지.”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닭꼬치를 뜯어서 주자, 역삼이가 허겁지겁 닭꼬치를 먹었다.
“잘 먹네.”
캉캉!
그러자 녀석은 더 달라고 짖어 댔다.
입맛을 다신 서준은 닭꼬치 한 개를 전부 덜어 녀석에게 줬다. 그리고 나머지 한 개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을 때.
딸랑!
이제 막 열 살이나 됐음직한 아이가 잔뜩 주눅 든 모습으로 들어왔다.
‘길이라도 잃어버렸나?’
그런 생각을 하며 서준이 아이에게 다가가 눈높이를 맞추며 말했다.
“어떻게 왔어요?”
“그게…….”
“네.”
“저기 밖에 써 있었는데.”
“밖에요?”
“네…… 밖에 계란 프라이 칠천 원이라고 써 있었는데 맞아요?”
서준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자 아이의 얼굴에 찰나지만 미소가 서렸다
“그럼 이걸로도 계산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아이의 얼굴에 맺힌 미소는 말 그대로 찰나에 불과했다.
아이가 다시 주눅 든 모습으로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카드였다.
알록달록한 색깔이 인상적인 카드.
카드의 앞면에는 ‘꿈나무 카드’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서준은 새삼 아이를 바라봤다. 지금이 11월이었다. 그런데도 아이는 얇은 긴팔 옷만 입고 있었다.
그마저도 언제 빨았는지 꼬질꼬질했고, 언제 씻었는지 카드를 내민 손에는 때가 잔뜩 껴 있었다.
“……안 되는 거죠?”
아이는 잘못한 것도 없건만 마치 죄인이라도 된 듯 어깨를 움츠렸다.
아차 싶었던 서준이 얼른 대답했다.
“안 되긴요. 당연히 되죠.”
“정말요?”
“그럼요.”
“다행이다.”
“편한 곳에 앉아서 기다릴래요?”
“네!”
아이가 해맑게 미소 지으며 창가 쪽 테이블에 앉았다. 아이를 바라보던 서준의 입가에도 덩달아 미소가 피어올랐다.
주방으로 들어간 서준은 스팸 구이와 계란 프라이를 했다.
그리고 서비스라며 스팸과 함께 내주자 아이가 놀란 표정으로 꾸벅 인사를 했다.
“고맙습니다!”
먹기 편하게 자리를 비켜 줬다. 과연 자리를 비키자마자 아이는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 * *
“맛있는 거 사 주겠다더니 술집? 기대한 내가 바보지, 내가 바보야.”
이문익의 아내 정민정이 투덜거렸다.
사실 정민정은 화가 날 대로 난 상태였다.
이번 달에 이문익이 집에 들어온 날보다 안 들어온 날이 더 많았던 탓이다.
물론 이건 일 때문이니 이해는 한다.
하지만…….
‘어떻게 자기 딸 생일에도 안 들어올 수가 있냐고.’
설마 딸 생일에도 안 들어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약속을 안 했으면 말을 안 한다.
호언장담을 했었다. 그날 딸이 원하는 생일 선물을 갖고 일찍 들어오겠다고…….
일찍은커녕 그다음 날 들어왔다.
“아빠, 혹시 내 나이 까먹은 건 아니지?”
이번에는 그녀의 딸 이서연이었다.
“하하하. 우리 딸내미 농담도 잘해요. 딸내미 나이를 아빠가 왜 까먹어?”
“그럼 몇 살이게?”
“서연아, 자꾸 그러면 아빠 상처받아. 어떻게 된 아빠가 딸내미 나이도 모르겠니.”
“그래서 아빠 딸 이서연 몇 살?”
이문익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열일곱 살.”
“아빠!”
“여보!”
두 사람이 버럭 소리치자 이문익은 깜짝 놀랐다.
“왜?”
“나 열여덟이잖아!”
이문익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서, 서연이 네가 벌써 열여덟 살이라고? 대체 언제부터?”
“언제부터긴, 올해부터지!”
“아…… 하하하. 착각했네. 그래, 아빠가 착각했어. 맞아, 맞아. 열여덟이었지 참.”
눈을 샐쭉하게 치켜뜨는 이서연에 이문익이 헛기침을 터뜨렸다.
“아, 추워라. 얼른 들어가자.”
이문익이 가게로 들어가자 서준이 그를 반겼다.
“기자님?”
“그간 격조했습니다, 사장님.”
“그러게요. 오랜만이시네요.”
“일본에서 기삿거리를 한두 개 제공해 줘야죠.”
“많이 바쁘셨나 보군요.”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문익이 살짝 몸을 기울여 서준에게 속삭였다.
“딸 생일날에도 집에 못 들어갔지 뭡니까.”
“따님 생일에도요?”
“네. 오늘 그거 때문에 온 거니까 평소보다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그런 거라면 당연히 그래야죠.”
안도한 이문익이 뒤늦게 정민정과 이서연을 소개했다.
정민정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인사를 받았고, 이서연은…….
‘잘생겼다!’
빛이 나는 외모에 제대로 인사를 하지 못했다. 게다가…….
“어? 기자님!”
“하하. 역시 작은 사장님도 계셨군요. 오랜만입니다.”
“왜 이렇게 오랜만에 오셨어요.”
“죄송합니다. 하하하하.”
주방에서 나오는 연준에 이서연은 입을 떡 벌렸다.
하지만 거기서 끝은 아니었다.
“화장실 청소 다 끝냈으니 난 이만 교회 간다.”
시니컬하게 화장실에서 나온 박연까지!
‘꽃미남 식당?’
미소를 감추지 못한 이서연이었다.
그래, 아빠한텐 다 계획이 있었던 거다.
* * *
“형, 뭐 하게?”
연준이 주방 안으로 고개를 쓱 들이밀며 말했다.
“굴이랑 미역 있잖아. 굴 미역국 해 보려고.”
“아…… 이 기자님 따님이 생일이었다고 했지?”
“응.”
“괜찮네. 이 기자님도 좋아하시겠다.”
“하는 김에 우리도 먹게 넉넉히 할까?”
“좋지. 굴 미역국에 밥 말아서 김치 한 점 딱 올려 먹으면…… 크으.”
입맛을 다시는 연준에 피식 웃은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넉넉히 할게. 기자님한테는 미역국 때문에 시간 좀 걸릴 수도 있다고 말씀드려.”
“알겠어.”
이문익 테이블에서 들어온 주문은 고추장 삼겹살 3인분이었다.
하지만 기왕이면 굴 미역국과 같이 내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이문익 테이블이 첫 손님이라 여유도 있고 말이다.
서준은 미역부터 불렸다. 10~15분 정도 푹 불려 준 다음 체에 받쳐 물기를 빼 준다.
물기가 빠진 미역은 가위로 먹기 좋게 잘라 준다. 먹을 때 편히 떠먹을 수 있도록.
서준은 달군 팬에 참기름을 두른 후, 불린 미역을 넣고 볶았다.
촤아아악!
치이익!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싶으면 국간장을 넣어 준다. 국간장은 한 큰술 정도면 된다.
그리고 부드러워질 때까지 마구마구 볶기.
아, 마구마구 볶더라도 으깨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미역이 부드러워졌다 싶으면 이제 물을 부어 한소끔 끓여 주자.
보글보글!
물이 끓기 시작하면 다진 마늘과 소금으로 간을 해 준다.
‘이 정도면 되겠네.’
약간 삼삼하지만 김치와 같이 먹는다면 간이 딱 맞을 터였다.
미역국은 사골국처럼 오래 끓일수록 좋다. 그래야 미역이 보들보들하고 감칠맛이 더 돋아난다.
아, 굴은 탱글한 식감 그대로 먹고 싶다면 맨 마지막에 넣어야 한다.
미리 넣어 버린다면 굴 특유의 탱글한 식감을 느낄 수 없을 테니까.
미역국은 중불로 맞춰 두고 고추장 삼겹살을 조리했다.
하도 많이 만들었기 때문인지 고추장 삼겹살은 순식간에 만들 수가 있었다.
고추장 삼겹살이 3분의 2 정도 익었을 때.
아직 끓고 있는 미역국에 굴을 넣어 줬다.
자, 이제 진짜 완성이다.
굴 미역국!
* * *
“어때?”
이문익이 고추장 삼겹살을 집는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신문사에 막 입사해서 처음으로 기사 초고를 작성해 데스크에 전달했을 때보다 더 떨리는 것 같았다.
“아직 먹지도 않았네요.”
“먹어 봐. 아마 까무러칠걸.”
“고추장 삼겹살 맛이 다 거기서 거기지, 과장은.”
이문익이 오버한다고 생각한 정민정은 피식 웃으며 삼겹살을 입에 넣었다.
오물오물 삼겹살을 씹는 그녀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했다.
“이거 왜 이렇게 맛있어?”
“그치? 진짜 맛있지?”
“진짜 맛있는 정도가 아닌데? 이게 어떻게 1인분에 2만 5천 원이란 거지?”
“크크. 거봐. 내가 괜히 데려온 게 아니라니까.”
정민정은 계속 감탄하면서 삼겹살을 집어 먹었다.
솔직히 말하면 자신이 해도 이런 고추장 삼겹살은 만들지 못할 것 같았다.
“서연아, 너도 얼른 먹어 봐.”
그녀가 삼겹살을 집어 이서연의 입에 넣어 줬다.
이서연의 반응도 정민정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우와!”
“어때, 우리 딸? 맛있지?”
“응! 이거 왜 이렇게 맛있어?”
“아빠가 말했잖아. 맛있을 거라고.”
이서연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이 정도로 맛있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잘생긴 오빠들만 있고.’
사춘기 딸이 갖는 풋풋한 감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문익은 맛있게 삼겹살을 먹는 아내와 딸에 괜히 뿌듯했다.
“여보, 삼겹살만 먹지 말고 미역국도 좀 먹어 봐. 나도 미역국은 처음인데 사장님 솜씨면 아마 이것도 엄청 맛있을걸.”
“맛있어 보이네. 근데 난 패스.”
“왜? 당신 미역국 좋아하…….”
이문익은 말을 하다 말았다.
결혼기념일은 물론이고 심지어 딸 생일까지 잊어버릴 만큼 일에 미쳐 사는 이문익이었지만, 2년 전 장모님이 돌아가신 사실까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아내는 장모님이 돌아가신 이후 2년 동안 미역국을 먹지 않았다.
직접적으로 물어보진 않았지만 짐작은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