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ruction of the Fortress RAW novel - Chapter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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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十四章 돈명(沌鳴) (2)
지상에는 마군과 그의 졸개들이 있다.
지하에는 혈천성 비밀 분타가 존재하고, 그곳에 혈천성주를 비롯해서 회회문사 등이 있다.
세력으로 보면 서로 비슷하다.
유화아와 음악오귀가 혈천성의 부하들을 막아낼 수 있고, 혈천성주가 마군을 상대하면…… 이 싸움은 결판을 내보기 전에는 승산을 예측할 수 없다.
허나 이 싸움을 벌이면 반드시 이긴다.
유화아는 그렇게 확신했다.
혈천성주와 회회문사가 없어도 이긴다. 그래서 그녀는 피하지 않고 마군을 맞이할 생각이었다.
검왕이 지켜보고 있는 한, 이긴다.
그녀는 혈천성주에게 잡혀 있는 몸이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평온했다.
“외벽을 쳐줘.”
오귀가 그녀의 말을 알아듣고 즉시 오성(五星)의 위치에 섰다.
지금부터 그들의 임무는 외부로부터 전개되는 공격을 막아내는 것이다.
딱 한 번, 한 차례만 막으면 된다.
츠으으읏!
그들이 마신천강기를 피워올렸다.
유화아는 오성 가운데, 천중(天中)의 위치에서 투살진기를 끌어냈다.
그들은 앉지 않고 서 있다. 하지만 진기를 운행하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츠으읏! 츠읏!
그들은 혈천성주가 보건 말건 운공조식에 몰입했다. 그러다가 공격이 가해지면 즉시 대항하는 것이고.
일반적으로…… 여타의 공부는 운공조식을 취할 때 단 한 점 흐트러짐 없는 집중을 요구한다. 밖으로의 집중이 아니라 안으로의 집중, 진기의 운행에 대한 집중이다.
진기가 흐른다. 지켜본다.
진기가 혈토를 지나간다. 지켜본다.
일주천, 이주천, 소주천, 대주천…… 어떤 운공이든 안을 지켜봐야만 한다.
즉, 이런 상태에서는 외부 공격을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외부와 연결된 모든 신경을 일제히 차단해 버렸으니 칼이 날아와도 모른다.
진기를 함양시키는 운공조식은 이런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싸움을 하면서 끌어내는 진기는 안으로의 집중을 요구하지 않는다. 물론 그 역시 안으로의 집중을 요구하지만, 안보다는 바깥쪽을 더 많이 신경 쓴다.
그래서 싸움 중에 일으키는 진기, 운공은 진기 충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화아는 본격적인 운공조식을 취하고 있다.
오귀도 본격적으로 마신천강기를 운용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바깥도 본다. 외부에서 공격이 일어날 경우, 즉시 운공을 멈추고 대항할 수 있다.
마신천강기와 투살진기는 이원공(二元功)이다.
그들은 움직일 생각도 하지 않고, 걱정도 하지 않고, 지금이 아주 편안하다는 듯이 운공조식을 취했다.
“검왕은 살아있습니다.”
회회문사가 단정 지어 말했다.
유화아와 음악오귀는 분명히 검왕을 만났다. 그리고 그로부터 무공을 전수 받았다.
그들이 수련한 무공은 마공관에 있어야 할 무학이다.
검왕이 마공관의 마서를 탈취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검왕이 마공관의 마서를 탈취했다는 말은 앞뒤 정황만 살펴봐도 엉터리라는 걸 알 수 있다.
마서를 노린 마인들이 마공관에 들이쳤을 때, 마서는 아직 유출되지 않은 상태였다.
어느 누구도 남몰래 들어갈 수 없다.
누군가가 남몰래 들어갔다는 흔적도 발견되지 않는다.
그리고 마공관의 마서는 굉렬한 폭발과 함께 산산조각 났다.
검왕이 마공관의 마서를 탈취했다면 그가 마공관에 칩거하고 있던 지난 이 년 동안 이루어졌어야 하는데…… 검왕은 마공관주조차도 은신사실을 모를 정도로 침묵했다.
검왕은 마공관의 마서를 건드리지 않았다.
하지만 유화아와 음악오귀가 마공관의 마서를 수련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에게 무공을 전수한 사람이 틀림없이 검왕이라고 했다.
검왕은 살아있다.
“그게…… 가능한가? 사람이 그 상태로 살 수 있는 건가?”
진구량이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음혼차류환시사가 어떤 대법인가? 오직 죽은 사람에게만 펼치는 술법이다. 마지막 한 줌의 영혼마저 싹 끌어내어 소진시키는 죽음의 마법이다.
음혼차류환시사는 절대로 산 사람에게 펼치지 않는다.
살아날 수 있는 가능성이 천 분의 일이라도 존재한다면 펼치지 않는다.
완벽하게 죽은 사람에게만 펼칠 수 있다.
검왕이 그랬다. 그는 죽었다. 그래서 음혼차류환시사를 펼쳤고…… 죽음 너머에서 말을 흘렸다.
그런데 그가 살아있다.
“불가능한 일이지만…… 확실히 살아있습니다.”
“불가능한 일이지만 살아있다. 재미있는 말이군.”
“마군이 이곳까지 찾아온 것은 검왕의 생사여부를 확인할 생각인 듯한데…… 그도 이미 검왕이 살아있다고 확신할 겁니다. 그래서 급히 서둘지 않는 것이고요.”
“검왕의 낯짝을 봐야겠어.”
“마군도 같은 생각입니다.”
“도대체 그놈이 노리는 게 뭐야? 무슨 목적으로 이 지랄을 하는 거냐고!”
“아직은 확신할 수 없습니다만…….”
“확신이고 나발이고 생각나는 거 있으면 무조건 말해봐.”
혈천성주는 폭급하게 말했다.
이곳에는 혈천성의 수하들이 있다. 거지가 있고, 호위가 있다.
그들은 냉정하고 침착한 혈천성주를 알지 못한다. 성질이 열화같은 혈천성주만 안다.
회회문사가 말했다.
“혈루마옥에서 사람이 나오겠지요.”
“혈루마옥?”
“혈루마옥 사람들이 저들을 공격한다면…… 그때 확신 있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음! 혈루마옥이 저들을 공격한다?”
“그럴 겁니다.”
“으음!”
혈천성주는 침음했다.
당금 무림에서 혈루마옥의 일장을 받아낼 사람은 없다.
검왕조차도 무너졌다. 십마를 장난감처럼 부러트린 검왕인데, 그도 죽음을 면치 못했다.
혈루마옥은 검증되지 않은 자는 내보내지 않는다.
그들이 말하는 검증이란…… 중원 무림에 나가면 어떤 자와 싸워도 이길 수 있는 초강자를 의미한다.
혈루마옥에는 그런 초강자가 많다.
예전의 그들이라면 저주를 받아서 마옥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초강자는 많지만 일정한 영역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는 불운한 사람들이다.
그런 곳에 초강자가 아무리 많다 한들 겁낼 게 없다.
헌데 언제부터인가…… 그들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미공자가 그렇고, 미공자를 쫓아다니던 시종도 그렇다.
그들은 저주를 풀었는가?
만약 그렇다면 무림은 혈겁에 휘감긴다. 들판에는 시신이 널브러져 있을 것이고, 강에는 핏물이 흐를 것이다. 시신이 쌓여서 산인지 땅인지 분간하기 힘들 게다.
혈루마옥은 중원을 내버려두지 않을 게다.
그런 사람들인데, 그런 강자들인데…… 그들이 중원 무림에 나와서 저들을 공격한다?
저들은 지금 자신의 공격도 막아내지 못한다.
“저들이 감당할 수 있나?”
“지금은…….”
회회문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걸 칠 성 이상 수련하면? 그러면 가능성이 있나?”
진구량이 운공조식 중인 여섯 명을 고갯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회회문사는 이번에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실, 유화아는 이미 투살진기를 칠 성으로 수련해냈다. 음악오귀만 육 성으로 일 성이 모자랄 뿐이다.
육 성과 칠 성!
이 차이는 별로 크지 않다.
약간의 깨달음이 더해진 것, 공부가 조금 더 능숙해진 것…… 그 정도에 불과하다.
장담하건대, 저들이 마신천강기를 칠 성으로 수련해내도 자신을 막지 못한다. 마군도 막지 못한다. 하물며 자신과 마군을 가볍게 제압할 수 있는 혈루마옥 무인을 무슨 수로 감당하겠다는 말인가. 검왕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
“검왕이…… 이렇게 큰 놈이었나?”
“은거하기 전과 다시 나온 그는 완전히 다른 인간입니다.”
“그렇지?”
“한 가지 궁금한 것은…….”
혈천성주가 회회문사를 쳐다봤다.
회회문사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검왕은 이렇게 심기가 깊은 자가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단순 명쾌한 쪽에 가깝죠. 하지만 지금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조차 짐작하기 힘듭니다.”
“음!”
“과거에는 검왕에게 지혜를 빌려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귀선부.”
“그렇죠. 하지만 이번에는…… 마군이 저희와 같은 생각인 걸 보면 귀선부 쪽도 아니고요.”
“누군가가 검왕에게 지혜를 빌려주고 있다?”
“틀림없습니다.”
“검성도 아니고, 귀선부도 아니고…… 적벽검문!”
혈천성주가 벌떡 일어섰다.
검왕은 적벽검문 출신이다. 하지만 그는 검성에서 협명을 쌓았다. 마를 무찔렀다.
당금 중원 무림에서 그와 적벽검문을 연결시키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오히려 검왕이 검성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검왕’ 하면 ‘검성’, ‘검성’ 하면 ‘검왕’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적벽검문 사람들은 성씨까지 바꿀 정도로 끈끈한 사제지간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제자는 단순한 제자가 아니고 아들이요, 딸이다.
서로 연락을 하지 않아도,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들은 한 마음으로 묶여 있다.
“이것 역시 나중에 말씀드릴 것인데, 적벽검문이 개입했다고 판단됩니다.”
“적벽검문이 혈루마옥을 겨냥했다?”
“혈루마옥이 적벽검문을 겨냥했을 수도 있습니다.”
“음!”
혈천성주는 다시 침음했다.
당금 무림에서 그래도 거대한 세력이라면 당연히 검성과 혈천성을 꼽는다.
혈루마옥이 패권세력을 노렸다면 두 군데 중 한 곳이어야 한다.
적벽검문은 패권세력이 아니다.
무공 가능성으로 논하자면 적벽검문을 능가할 문파가 없지만…… 그것뿐이다. 그들은 무공을 탐구하고 발전시킨다. 새로운 무공을 창안한다. 하지만 그것으로 세력을 불릴 생각도 없고, 무림을 재패할 야욕도 없다.
그들은 제자를 양성한 후, 무림에 내놓는다.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재목을 제공한다.
적벽검문의 역할은 여기서 그친다.
검왕은 적벽검문 사람이다. 적벽검문에서 무공을 수련했다. 그리고 그는 검성에서 검을 잡았다. 검성을 위해서 마인들을 제거했다. 협명을 얻었다.
검왕이 검성에서 활약하는 동안 적벽검문은 일체 침묵했다.
검왕에게 어떠한 연통도 넣지 않았다. 부탁 같은 것은 더더욱 하지 않았고, 간섭도 일절 하지 않는다. 하다못해 사부가 제자의 얼굴이나 보겠다고 방문하는 일조차 삼갔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 일어날 모든 가능성을 조심했던 것이다.
이것이 적벽검문의 원칙이다.
만약 검왕의 배후에 적벽검문이 존재한다면…… 이는 적벽검문의 원칙을 깨는 것이다.
회회문사의 말대로 적벽검문과 혈루마옥의 전면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혈루마옥이 적벽검문을 건드렸던, 그 반대이든 두 문파 간에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혈천성주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성주님, 어디 가시려고?”
“마군을 만나야겠다.”
진구량은 회회문사의 말도 듣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끄르르르르릉!
수레 돌리는 소리가 묵직하게 울리더니 대장간 벽 한쪽이 통째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아! 여기 이런 곳이.”
“하하! 이제 기어 나오는 건가?”
백살마창과 좌수비마가 빠르게 지쳐갔다. 하지만 그들은 달려갈 때보다 더욱 빠르게 물러섰다.
“훗!”
그들은 경악성을 토해냈다.
밀실 문을 밀치고 나선 사람, 그는 바로 혈천성주다.
“마군, 이야기 좀 하자.”
혈천성주는 밀실 문을 밀치고 나서자마자 다른 사람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어둠 한구석에 대고 말했다.
“모셔라.”
어둠 속에서 일갈이 들려왔다.
그러자 좌수비마가 급히 옆으로 물러서서 길을 터줬다.
“자식들…… 썩은 물을 먹고 자란 놈들이 맑은 척하기는. 검성에 몸담으니 좋더냐? 그래 봤자 어둠 속에서 귀신 장난 하는 것밖에 더 있어? 너흰 썩은 물이 어울려.”
혈천성주가 옆으로 물러선 좌수비마의 볼을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
좌수비마는 고개를 숙일 뿐, 대답하지 않았다.
마군의 수하들, 그들은 그 누구도 혈천성주를 마주 쳐다보지 못했다.
혈천성주가 마군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다짜고짜 말했다.
“검왕이 살아있으면 어쩌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