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il Returns to School Days RAW - chapter (173)
32. 정면 돌파 (5)
김현성이라니.
순간적으로 정지되었던 사고가 다시 작동하자, 김영철의 표정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이런- 개씨발새끼가 미쳤나! 너! 너 대체 무슨 생각이야! 그동안 내 덕에 재미를 봤잖아. 네가 어떤 짓을 하든 내가 전부 수습해 주었는데, 골든 서클도 아니고 대체 왜 네가 이 지랄이냐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골든 서클을 막아 주지 않은 것.
그건 백번 양보해서 능력 부족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어차피 다 끝난 인생인데, 굳이 이렇게까지 악의적으로 자신을 공격한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어찌 되었든.
한편이지 않았던가.
너무 답답해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제가 지금부터 어떤 한 학생의 이야기를 해 드릴게요.]“지금 무슨 개수작을…….”
[그냥 들어.]말을 툭 끊었다.
김영철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서늘한 음성에, 왠지 모르게 김현성의 말을 끝까지 들어야만 할 것 같았다.
[17살. 아직 중학생처럼 보이는 그 어린 나이에, 친구들의 괴롭힘을 받는 학생이 있었어. 때리고 괴롭히고, 방과 후에는 숙제 심부름까지.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다가 참지 못한 그 학생은,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선생님을 찾아갔어. 어른의 도움이 필요했으니까. 미성숙한 미성년자에게는, 어른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슈퍼맨처럼 보였으니까. 그런데 어떻게 되었을 것 같아?]“내, 내가 어떻게 알아?”
[넌 알았어야 했는데. 그 학생은 어른의 외면으로 죽어 버렸어. 괴롭힘은 계속되었고, 어느 날 옥상에서 떠밀리고 말았지. 그럼 지금부터 너에게 질문 하나 할게. 네가 만약 그 학생이라면. 네게 복수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자신을 죽음으로 밀어 넣은 선생님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아?]눈동자가 흔들렸다.
그제야 알았다.
김현성.
그에게 자신은 모르는 악의가 있다는 것을.
김영철이 황급히 말했다.
“미, 미안해. 내가 대체 어떤 학생을 죽음으로 밀어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부터라도 반성하고 회개하는 삶을 살게. 혹시 민성이인가? 걔가 전학 가고 잘못되었다는 소문을 들었던 것 같은데. 현성아. 내게 기회를 줘. 내 문제를 해결해 주면, 정말 네가 하라는 대로 전부 할게.”
황당한 상황이었다.
김현성은 전생을 말했다.
현생에는 이루어지지 않은 일이건만, 김영철은 얼마나 더럽게 살았기에 김현성과 비슷한 케이스를 바로 떠올렸다. 참 더러운 인간이었다. 이런 사람이 선생이라는 직함을 달고 학생들을 지도했으니, 세상은 썩어 문드러져 고약한 냄새를 풍겼다. 만약 김영철 주변에 단 한 사람이라도 잘못된 세상을 바로잡았다면, 김영철은 지금도 선생으로 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래서다.
과거로 돌아온 지금, 김현성은 전생을 잊지 못했다.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존재하는 한, 이 사회의 더러움을 모든 사람 앞에 전시하지 않는 한.
똑같이 반복될 일이기에.
[고마워. 내가 기억하는 그대로의 사람이라서.]진심으로 기뻤다.
예정대로.
김영철의 인생은 완전히 파멸할 것이다.
* * *
툭.
전화를 끊었다.
김영철이 뭐라 울부짖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더는 그와 대화를 주고받을 이유가 없었다.
“……오래도 참았네.”
과거로 돌아오고 지금까지.
약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김현성은 김영철의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분노가 불쑥불쑥 치밀었다.
인생의 밑바닥.
나락으로 떨어져 누구라도 도와주길 바라던 그때, 김영철은 선생으로서의 본분을 내던지고 마지막 희망마저 짓밟아 버렸다. 사실 처음에는 그를 이용하고 싶지도 않았다. 앞으로의 복수고 뭐고 김영철의 인생을 파멸시키고 싶었지만, 먼 미래를 위해 순간의 감정을 가까스로 참았다.
김영철이 자신을 보며 웃을 때.
김영철이 콩고물이라도 얻어 보려고 자신에게 아부할 때.
김영철이 명진건설에서 뒷돈을 받아 행복하게 산다는 이야기가 들려올 때.
매번.
매 순간.
죽여 버리고 싶었다.
그래도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김영철의 미래가 언젠가는 파멸하리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골든 서클은 내 조력자랍시고 오대환과 김영철을 무너트린 성과에 기뻐하고 있겠지. 나로서는 오히려 좋은 일이야. 나는 골든 서클이라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이용해, 그동안 처리하고 싶었던 쓰레기들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 표면적으로는 내가 아니라 골든 서클의 소행으로 비추어질 이 일에, 대산의 분노는 골든 서클을 향하게 되겠지.’
차도살인(借刀殺人).
남의 손으로 일거양득을 이루었다.
골든 서클이 원하는 결과물을 내어 주면서, 동시에 오대환과 김영철을 처리했다.
골든 서클의 권력이라면 알아서 두 쓰레기를 나락으로 떨어트리겠지만, 김현성은 그 문제를 온전히 맡길 생각은 없었다. 와이프에게 불륜 자료를 보낸 것처럼. 몰래 그들을 매장하는 것에 힘을 보탤 것이다.
이대로 감옥에 들어가도록.
형을 모두 살고 나와도, 행복한 삶이 조금도 허락되지 않도록.
김현성은 백세시대라는 말이 참 좋았다.
‘난 너희가 최대한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 그 오랜 세월 동안, 내가 선사하는 고통을 죽을 때까지 경험할 수 있도록.’
오늘 밤은.
아무래도 악몽을 꾸지 않을 것 같았다.
* * *
그로부터 며칠.
상황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오대환과 김영철은 파면(罷免)이 결정되었고, 내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로는 재판을 받아 감옥살이하는 것이 확정적이라고 했다. 그동안 학교라는 공간에서 너무나도 많은 잘못을 저질렀기에. 아무리 초범이고 비싼 변호사를 고용한다고 한들,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물론.
골든 서클의 입김도 있었다.
그들이 대놓고 범죄자로 특정한 상황에, 둘의 사건을 맡을 정신 나간 변호사는 없었다.
그리고 고창범.
고창범은 혐의를 완전히 벗어 내지는 못했다.
그동안 경찰서에 들락거린 세월이 있어서, 어쭙잖은 변명으로는 무고하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검찰 앞.
고창범이 다시 한번 포토 라인 앞에 섰다.
“검찰의 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성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무혐의를 받아 내셨습니다. 상대 여성들을 무고죄로 고소할 예정입니까?”
“한 기업의 후계자라는 사람이, 폭행 문제로 처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세간에는 오너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많은데, 본인이 명진건설의 값어치를 떨어트린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까?”
질문이 빗발쳤다.
이번 조사.
김현성이 중요하게 생각한 포인트는 바로 성폭행이었다.
성폭행은 고창범의 평판을 나락으로 떨어트릴 수 있는 일이기에, 악착같이 그것만큼은 무혐의를 받아 내려고 노력했다. 불행 중 다행히도. 고창범은 생각보다 상당한 로맨티스트였다. 성폭행으로 고소한 여성들과 실제로 사귀었다는 정황 증거들이 남아 있었던 덕분에, 아무리 악의적으로 공격한다고 한들 성폭행 혐의로 엮어 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폭행 문제.
그건 대부분 처벌받았던 사건이었던 점을 언급해 죗값을 덜어 냈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게 해결할 수는 없었다. 쌍방이었다 해도 서로 치고받은 것은 분명하니까. 하지만 이미 시간이 제법 지난 사건이라는 점, 쌍방이라는 증거가 명확하다는 점, 그리고 몇몇 사건은 상대가 명진건설의 장남이라는 점을 이용해서 협박했다는 증거가 존재해서 역으로 반격할 수 있었다.
모두 철저히 대비한 덕분이었다.
김현성은 박종수를 고용한 시점부터, 자신의 주변 인물 중에 반드시 보호해야 하는 사람.
특히 고창범과 같이 흠집이 많은 사람이 공격받을 때를 미리 대비했고, 갑작스럽게 고소를 당했는데도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검찰 조사 결과 ‘집행 유예’ 정도로 가닥이 잡히는 상황. 일반 사람들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참담한 족쇄이지만, 골든 서클로서는 그리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었다.
만약 여론이 조금만 부정적이었다면.
타설 사고와 명진아파트 등으로 좋은 이미지를 확보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좋지 않은 상황에 놓였을지도 몰랐다.
기자들 앞.
고창범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동안 잘못했던 제 지난 과거를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앞으로 회개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것이며, 다시는 과거를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어리석었던 고창범이라는 인간이 아닌. 앞으로 명진건설을 이끌어 갈 후계자로서, 국민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이 자리에서 약속드리겠습니다.”
파파팟.
플래시가 미친 듯이 터졌다.
어느덧 고창범은 거물급 인사가 되었고, 이 자리에 몰려든 수많은 기자가 그를 증명했다.
자리를 옮겼다.
끝까지 따라붙는 기자들의 모습에, 고창범은 이제는 익숙해진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다.
* * *
고창범은 곧바로 김현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간신히 감옥에 들어가는 건 막았지만, 지금부터는 나도 함부로 움직이기는 힘들다고.]조사를 진행할 당시.
김영철이 물귀신 작전을 동원했다.
고창범을 같이 끌어내리려고 했지만, 다행히도 그동안 명진건설이 후원의 형태로 지원했기에 비리의 정황은 벗겨 낼 수 있었다. 물론 개인적으로 전달한 돈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고창범이 건넸다는 명확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기에, 김영철은 악만 쓸 뿐 성과를 얻어 내지는 못했다.
법이란 그랬다.
그동안 권력자들이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갈 수 있었듯이.
고창범은 명진건설로 얻은 이득을 그럴듯한 명분으로, 우연이라는 이유로 적당히 묻어 버렸다.
[사실 난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아. 오대환과 김영철은 그냥 살리는 게 좋은 거 아니었어? 그 녀석들의 죄가 특정되는 바람에, 너는 고소 문제도 그렇고 이제는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맞는 말이었다.
오대환과 김영철.
골든 서클이 그들을 처벌함으로써, 김현성은 이제 박민철과 관련한 고소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사라졌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것은 증인들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이었다. 그래야만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라도 생길 텐데, 김현성은 두 사람을 살리려고 조금도 노력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노력하는 듯한 뉘앙스만 풍겼다.
골든 서클이 지금의 성과에 충분히 만족하도록.
“그동안 제가 왜 아득바득 학교에 남으려고 한 줄 알아요?”
[그거야, 그래야 함부로 널 건드리지 못할 테니까. 그리고 골든 서클에 악영향도 끼칠 수 있고.]“절반은 맞는 말이에요. 그런 의도를 위해서 학교에 남으려고 한 것도 있지만, 정확히는 제가 골든 서클에 눈엣가시 같은 존재로 남아야만 배후를 특정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드디어 윤현민이라는 베일에 감추어졌던 존재를 알아낸 지금. 제가 굳이 학교에 남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순간.
전화기 너머 정적이 내려앉았다.
고창범도 이제 돌아가는 상황을 알았다.
학교에 남지 않는다는 것은, 김현성이 스스로 사지에 발을 들이는 것과 다름없었다.
[너,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 *
태양 그룹.
대한민국의 미래라 일컬어지는 한 집무실에서, 윤현민이 비서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사실상 김현성의 배경은 모두 잘라 낸 상태입니다. 오대환과 김영철을 처리하면서 천일과 대산은 더는 관여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고창범은 명진건설에 가해진 압력에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집행 유예 정도로 간신히 무마했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 상황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때는 여론도 명진건설을 외면할 테니까요. 그리고 이번 일로 김현성과 관련한 사람들에게, 김현성을 도와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충분한 경고가 되었을 겁니다.”
가장 중요한 배경.
천일과 대산.
명진건설.
둘 다 힘을 잃어버렸다.
김현성이 개인의 무력으로는 뛰어날지라도, 지금부터는 사회적으로 대항할 방법이 없었다.
윤현민이 말했다.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해. 김현성이 학교 밖을 벗어나면. 그때는 뒷말이 나오더라도 처리해.”
“알겠습니다.”
슥.
이만 물러 나갔다.
보고를 끝내고 나가려는데, 갑작스러운 메시지에 핸드폰을 확인했다.
순간.
비서의 표정이 굳었다.
윤현민을 돌아보며 다급히 말했다.
“조금 전에 이경철 국회의원의 셋째가 병원에 실려 갔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뭐?”
이경철의 셋째.
이경철 국회의원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고 표현하는 늦둥이.
윤현민이 싸늘한 표정으로 비서를 바라보았다.
“설마, 김현성이?”
본능적이었다.
지금의 이 상황.
왠지 모르게 김현성의 얼굴이 번뜩 떠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김현성의 소행임이 확인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