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101
101화 2030년의 계획은
“저게 10만 달러로 되는 거였군.”
매킨리 대통령은 심란한 표정으로 책상 위에 다리를 올린 채 화면을 쳐다봤다.
옆 소파에는 나사 국장을 비롯해 험프리 보좌관 등 보좌진이 인물들이 할 말을 잃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
화면에선 세틀러호가 달 주위를 공전하며 찍은 영상이 나왔다.
분명 위성을 통해 송출하는 것일 텐데 영상의 해상도가 상당히 높다.
또 새로운 기술이라도 도입한 것일까?
“문라이트 프로젝트… 언론에서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후계자라고 주장했지만 이건 차원이 다르지 않나…….”
미국이 주도했다 취소된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도 달 기지와 여타 탐사 미션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헬륨3와 언옵테늄, 그리고 얼음을 채굴할 수 있는 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전혀 계획에 없었다.
무엇보다 제대로 훈련도 받지 않은 민간인 50명을 500만 달러에 달로 보내는 저 기술은 따라 하는 게 불가능했다.
“민주당에서도 이걸 분명히 보고 있을 텐데… 나사 예산 깎으라고 난리를 치겠군.”
나사 국장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안 그래도 최근 나사는 스타필드의 하수인이냐는 미국 언론의 비판을 받고 있었다.
우주 탐사, 개발의 주도권을 잃고 끌려다니기만 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민주당은 매킨리 대통령과 나사에 이렇게 물었다.
―대체 200억 달러는 어디 쓰이는가?
내역을 조목조목 따지면 나름 들어갈 만한 곳에 들어갔다는 걸 알 수 있겠지만 언론은 언제나 그렇듯 선동에 몰두했다.
심지어 한국 스타필드나 항우연의 예산을 갖다 붙이며 대통령과 공화당, 그리고 나사를 조롱하는 중이었다.
“당에서는 임기 말이니까 참으라고만 하고… 미칠 노릇이야.”
매킨리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1년.
이제 몇 개월만 지나면 대선 레이스에 들어가게 된다.
차기 대통령을 선출할 것이 분명한 민주당에선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한국을 다시 미국의 품에 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유지하겠지만, 하여튼 그들은 주한미군 재주둔을 시도하고 있었다.
“빼라고 할 땐 언제고 참 기가 막힌 작자들이야.”
매킨리 대통령은 블랙메탈로 이뤄졌음이 분명한 달 기지에서 시선을 돌렸다.
“봐도 답 안 나오는 건 이만 논의하기로 하지. 어차피 헬륨3나 언옵테늄은 우리도 공급받으니까. 그건 그렇고 민주당이 집권하면 압박이 어느 정도나 될 것 같소?”
보좌진이 하나둘씩 발언했다.
“최소한 지금과 같은 분위기는 아니겠죠. 상당히 험악해질 겁니다.”
“민주당은 러시아와 한국이 가까워지는 것을 극히 혐오합니다. 밀월관계를 끊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바로 옆에 써먹을 만한 친구들이 있지 않습니까?”
“일본? 그 친구들을 다시 키워서 한국에 간접적으로 대항하게 한다? 너무 나이브한 발상 아니오? 일본인의 45%는 한국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대답했는데.”
“그리고 55%는 한국을 응징해야 한다고 대답했죠. 헌법을 개정해 재무장에 나설 겁니다. GDP의 4%만 써도 엄청난 전력을 증강할 수 있습니다.”
“유 회장이 내놓은 것들은 확실히 대단합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대체제가 전혀 없는가 하면 아닙니다. 양국은 단교했습니다만 일본의 경제는 그럭저럭 버티고 있습니다.”
“하지만 핵융합 발전이 시작되면 분위기는 반전되겠지. 쓰시마 근해에 해상 플랜트를 세울 것이란 소리도 있지 않소?”
“해상자위대가 행정부에 압력을 넣어 취소 직전이라고 합니다.”
매킨리 대통령은 피식 웃었다.
“과거의 망령이 되살아나려 하는군.”
그것은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을 의미한다.
웃을 일이 아닌 게, 최근 일본은 신일본유신회라는 정당과 자위대를 중심으로 진지하게 과거로 돌아가자고 주장하고 있었다.
계속 한국에 당하기만 하는 현 일본을 뿌리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걸 위해선 헌법 9조 개정과 재무장이 필수적이었다.
만약, 그게 현실화된다면 자위대는 공적을 인정받아 일본군으로 태어날 것이 분명했다.
다만, 일본의 재무장은 미국의 입장에선 그리 환영할 만한 일만은 아니었다.
최대의 적수인 중국이 몰락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도 태평양이 아닌 동유럽에 만족하는 현실에서 미국의 상대가 될 수 있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거슬리는 것이 있다면 한국.
그중에서도 유지하가 삐딱하게 나오는 것이 최근 미국 정계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러시아의 팽창은 그와의 전면적인 협력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이번 우크라이나전에 동원된 드론 숫자만 20만 대가 넘어요.
―푸틴 대통령은 승전 기념으로 국경선 주변에 승리의 도시를 세울 것이라 발언했습니다. 테라섬에 세워진 도시와 같은 종류를 말입니다.
―러시아 태평양 함대의 사령부와 잠수함 기지가 철수를 준비하고 있소. 아무래도 엄청난 땅을 약속한 것 같은데…….
―이거 이대로 놔둬도 되는 겁니까?
민주당 의원들은 마치 한입이라도 되는 듯 양국의 밀월관계에 불만을 쏟아냈다.
대체 뭘 어쩌라는 건지 모를 일이었다.
한국은 이제 미국의 영향력에서 거의 벗어난 국가였다.
러시아든 중국이든 독자적인 외교를 펼칠 권리가 있었고 중대한 협정 위반을 저지르지 않는 한 개입할 명분이 없었다.
매킨리 대통령이 화를 냈으면서도 공식적으로 경고하지 못하는 것은 한국의 위상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일본과 단칼에 단교한 걸 보면…….’
당장 미국과의 교류를 끊진 못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준비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이제 그가 외계인이니 하는 덜 떨어진 소리는 중요하지 않다. 누구의 편인가가 중요하지.’
어쩌면 이스라엘이나 일본을 넘어 파이브 아이즈에 버금가는 대접을 해야 할 필요도 있었다.
민주당은 앵글로색슨이 아니고 영어도 쓰지 않는다며 거절하겠지만.
인류연합이라는 변수도 있지만 아직 국제사회에서 의미 있는 존재감을 발휘하진 못하고 있었다.
애초에 UN 회원국도 아니고.
‘뭐든 간에 내 남은 임기 동안은 조용히 지내시오.’
하지만 그럴 위인이었다면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중국을 찢어서 만주를 갖겠다고 선언했다.
이제 민주당이 집권하기까지 1년 남았는데 분명히 무슨 수를 쓰려 할 것 같았다.
‘요즘 한국 전차들이 중국 땅을 자주 드나드는 게 그래서인가…….’
말로는 실수니 뭐니 하지만 그걸 믿어 줄 멍청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유지하가 만주에 눈독을 들인 것이다.
‘러시아에서 땅도 받아서 한국 왕조 역사상 최대의 영토를 자랑하지 않소? 제발 조용히 지냅시다.’
대체 어디까지가 한국의 영토인지는 많은 정보기관에서 조사하고 있었으나 한국에서 직접 발표하지 않는 한 알 길이 없었다.
그리고 매킨리 대통령의 이런 기원은 몇 시간 만에 깨어지고 말았다.
험프리 보좌관을 비롯한 측근 몇 명이 오벌 오피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대통령님, 한국이 전술핵과 맞먹는 뭔가를 터트린 것 같습니다. 지질조사국에서 강력한 지진파를 탐지했습니다. 북한지역 풍계리입니다.”
풍계리는 북한이 핵 실험을 할 때마다 계속 언급되었던 지명으로 현재는 폐쇄되었다.
매킨리 대통령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 친구는 내 혈압을 올려서 암살할 작정인가? 이번에는 또 뭐요? 북한의 핵무기는 전부 수거했지 않소?”
이만한 지진파를 낼 수 있는 것은 핵무기밖에 없고, 그건 미국과 IAEA가 2차 한국전쟁 때 직접 개입해서 모조리 수거한 후 폐기했다.
그리고 한국에 대한 핵사찰은 지금도 이뤄지고 있었다.
모든 증거를 숨기며 핵무기를 만든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험프리 보좌관은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긁적였다.
“위력은 전술핵에 맞먹습니다만 대기권에서 방사능이 전혀 유출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폭발의 양상도 핵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아무래도 신형 폭약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유지하라는 그 친구가 골치 아픈 뭔가를 또 만들어 냈음이 분명해 보였다.
“Fuck.”
대통령이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말이었다.
* * *
2030년 새해 첫 불꽃놀이는 함경북도 풍계리에서 이뤄졌다.
기폭 스위치가 들어가는 순간 일대의 공기가 확 밀리더니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주변이 흔들렸다.
그리고 형언할 수 없는 폭음과 함께 불꽃이 피어오르더니 거대한 화구가 형성되었다.
배성민 비서실장은 그 광경을 보며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누가 봐도 저건 핵무기에 맞먹는 위력이었다.
하지만 보고서에는 분명히 신형 폭약이라고 되어 있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가?
유지하는 선글라스를 벗더니 덤덤히 얘기했다.
“신형 하프늄 폭약입니다. 예상대로의 파괴력이 나왔어요.”
궁금증을 참다못한 합참의장이 물었다.
“대통령님, 하프늄이라고 하시면 원자로 제어봉에 사용되는 그 원소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비슷하지만 좀 다릅니다. 이건 하프늄2라고 불러야겠죠. 1그램으로 TNT 환산 300kg과 맞먹는 파괴력을 낼 수 있습니다.”
그거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나오던 거 아니었나……?
배성민의 기억에는 분명히 그랬다.
과거 미국은 핵무기를 대체할 목적으로 하프늄 폭탄을 연구했다.
탄탈럼에 양성자를 쏘여 하프늄을 생산하는 계획이었는데 비용이 너무 높고 위력은 시원찮다는 이유로 폐기되었다.
다른 국가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고 그 후로는 시도조차 없었다.
그런데 유지하가 언급한 하프늄2는 기존의 하프늄과는 조금 다른 모양이었다.
그가 관료, 군인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번에 우리 연구진은 블랙메탈의 변형에 어떤 종류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에테르라는 이름이 붙었죠.”
얼마 전 플레이그 코어가 작동을 시작한 덕분에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각성자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
코어의 에테르 회로를 교체했기에 출력이 강력해져 원 역사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나타난 것이다.
현재 이들은 철저한 비밀 속에서 각국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마침내 유지하의 독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고 자축하는 곳도 있는 모양.
하지만 그런 것까지 철저하게 계획된 것이다.
어떻게든 에테르란 에너지를 인류에게 선보여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에테르…….”
“100년도 더 전에 빛의 매질로 잠깐 주목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이야 사장된 설입니다만.”
“대통령님, 정확히 그 에테르가 어떻게 하프늄과 연결되는 겁니까?”
역시 합참의장이 물었고 유지하는 간단하게 설명했다.
“우리는 연구 끝에 에테르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냈습니다. 이 에너지를 특수한 가속기를 통해 탄탈럼에 쏩니다. 그러면 하프늄2가 완성되죠. 이름만 그럴 뿐 원래 하프늄과는 관련이 없는 원소입니다.”
“아… 그렇군요…….”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설명이 워낙 간단해서 그런지 제대로 알아들은 사람은 없어 보였다.
하여튼 블랙메탈과 언옵테늄, 안트론에 이어 학생들이 공부할 게 또 생겼다는 점은 분명했다.
유지하는 장군들을 따로 불러 모았다.
“앞으로 대부분의 탄두는 이 하프늄2를 쓴다고 가정하고 작전계획을 수립하십시오. 거의 전술핵에 준하는 파괴력이 나올 겁니다.”
눈치를 보던 작전본부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통령님, 혹시 방사능은…….”
“방사능에 대해선 전혀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순간 군인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방사능이 없는 핵폭탄이 현실화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 NPT를 비준하고 있으며 IAEA를 탈퇴하지도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핵무기와 맞먹는 신형 폭약을 개발했다는 건 엄청난 전략적인 이점을 가져다준다.
안트론도 있으니 원한다면 상대방의 핵무기를 봉쇄하면서 이쪽은 핵무기나 다름없는 미사일을 날릴 수 있는 것이다.
다만 현 상태로선 주변에 한국의 상대가 될 만한 국가가 없었다.
중맹은 반쯤 주저앉은 상태이며 일본은 뭔가 활활 타오르고 있지만 미국이 핵무장을 용인할 가능성은 적었다.
러시아? 농담 삼아 한국과 동맹 상태라고 해도 부정할 수 없었다.
이게 염려되어서인지 미국은 최근 Link-16의 암호체계에 조건을 걸기 시작했다.
아침마다 위성에서 전파해 주는 암호를 취급하는 인가자 수를 대폭 줄인 것이다.
그런 간단한 조치만으로도 F-35 등 전투기의 운용이 상당히 제한된다.
시동도 못 건다는 건 농담이지만 하여튼 한국군은 여러모로 미국에 종속되어 있었다.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러시아와 무인 전투기 개발에 들어간 지 꽤 되었는데 미국은 여기에 자국의 기술이 들어갔는지 의심했다.
아직까지 큰 견제는 없지만 전력화가 다가오면 본격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기 시작할 것이다.
하여튼 한국과 신라그룹에서는 미국 종속적인 현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아붓고 있었고, 그게 속속 가시화되는 중이었다.
곧 스타필드에서 쏘아 올리기 시작할 GPS 위성 시스템이 거기에 속한다.
유지하는 군인들을 돌려보내고 비서실장을 비롯한 관료들을 불렀다.
“앞으론 공사에도 이 하프늄2 폭약을 쓸 겁니다. 평지가 많은 북한에는 쓸 일이 없겠지만 메가시티 사우스는 꼭 필요하겠죠.”
중장비를 동원해서 산을 조금씩 깎아내는 게 아니라 하프늄 폭약으로 날려 버리는 것이다.
충격은 블랙메탈 방벽으로 흡수할 것이므로 큰 문제는 없었다.
유지하가 이 구상을 설명하자 모두의 눈에 의혹이 떠올랐다.
이런 식의 공사는 들어 보지도 못했다.
테라섬에는 산이라도 없지, 한반도 남부는 전부 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걸 폭약으로 날려 버린다는 건…….
배성민 비서실장이 급히 말했다.
“대통령님, 구상하신 메가시티 사우스를 건설하기 위해선 굉장히 넓은 평지가 필요합니다. 하프늄2도 엄청나게 필요할 겁니다.”
“필요한 만큼은 공급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유지하가 이렇게 말하는데 감히 토를 달 수 있는 관료는 존재하지 않았다.
권위적이라는 게 아니라 팩트로 털릴 게 뻔하니 말을 못 하는 것이다.
유지하의 말에 대한 가치는 실무진이 자료를 열심히 분석해서 현장에 적용했을 때에야 비로소 나온다.
인공지능이 예측한 것일 수도 있지만 즉석에서 답이 튀어나오는 걸 보면 애매하다.
하여튼 관료들도 돌아가고 이제 배성민 비서실장만 남았다.
그는 아르마를 제외하고 첫 번째로 유지하가 신뢰하는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대통령을 어색해했으나 그의 재집권 과정을 지켜본 결과 가장 열성스러운 팬이 되었다.
물론, 그에게도 정체와 목적에 대한 것은 비밀이었다.
그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대통령님, 최근 이런 말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뭔가 영토가 늘어나긴 한 것 같은데 실체가 없다, 확실히 밝혀 줬으면 좋겠다 하고…….”
“글쎄요, 논의가 오간 건 맞지만 확실한 건 아닙니다.”
두 독재자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한 거니 확정된 거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걸 정식으로 공표하기에는 일렀다.
러시아의 준비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이 반대파를 숙청하는 데 시간을 오래 썼지만 실제 땅 양도에는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한반도의 20배가 넘는 땅을 넘겨주는데 거기에 사는 주민들이며 시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일단 캄차카반도 주민들의 집단이주가 시작되었고 연해주도 시동을 건 상태였다.
최소 몇 년은 걸릴 예정이니 비서실장에게 대략 알려 줄 필요는 있었다.
“여기부터, 여기까지입니다.”
유지하의 손가락이 지도상에 선을 주욱 긋자 배성민 비서실장이 눈을 의심했다.
선은 한반도 북부에서 시작되어 북극에 가까운 동시베리아 해에까지 닿았다.
“이건 정말 엄청난 땅이로군요…….”
절로 신음 소리가 나오게 하는 넓이다.
자세한 건 계산해 봐야 알겠지만 얼추 봐도 한반도의 몇 십 배나 된다.
“그런데 모양이 다소 이상하지요? 여기가 문제입니다.”
유지하의 손가락이 만주를 짚었다.
확실히 그랬다.
만주까지 포함하고 보니 비로소 전체 땅이 균형적으로 보였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조만간 몽골 대통령이 방한하지요? 그때 경제협력 이야기가 나올 겁니다.”
몽골과의 협력은 어제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지만 이번에는 규모가 상당해서 꽤 중요한 사안이 오갈 것 같았다.
만약 유지하의 만주 흡수가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몽골과도 국경선을 마주하게 된다.
―어쩌면 한국이 몽골과 평화적으로 통일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건 망상이 아니라 몽골에서도 꽤나 진지하게 나오는 주제였다.
한국은 별로 관심이 없는 듯했지만, 몽골은 한국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수도 울란바토르에 가보면 여기가 한국인지 아닌지 의심이 되는 지역이 꽤 있다.
배성민 비서실장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역사의 가운데에 자신이 있다는 점에 감사했다.
유지하가 강조했다.
“약소국 대통령이라고 해서 의전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알겠습니까?”
“명심하겠습니다.”
글쎄, 국내에 의전이라고 할 만한 게 있어야 말이지.
미국 대통령마저도 그렇게 대접하는 판국에…….
배성민 비서실장까지 돌아갔고 유지하는 홀로 관측실에 남았다.
“아르마. 1년 안에 움직여야 돼.”
「4개월 안에 준비가 끝납니다.」
미국 민주당이 정권을 잡기 전에 만주를 흡수해야 한다.
국내에선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지만 최근 미국에서는 한국이 미쳤다는 반응이 많이 나오고 있었다.
―러시아에게서 그만한 땅을 양도받으려면 대체 뭘 줘야 하는가?
―전면적인 경제, 군사협력을 약속했을 것이다. 모스크바 인근의 핵융합 플랜트에 매스 드라이버가 곧 설치된다는 정보가 있다.
―미국은 언제까지 러시아와 한국의 밀월관계를 지켜만 볼 것인가?
현재 미국 정계는 매킨리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에 취임할 민주당 대통령은 전임처럼 유지하에게 끌려다니지 않으리란 기대를 걸고.
민주당 후보 몇을 죽일 수는 있지만 별 의미는 없었다.
미국의 추세 자체가 민주당이라서 누가 나와도 당선되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민주주의의 장점 중 하나겠지.
그리고 민주당이 나서도 직접적인 대결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르마는 민주당이 일본을 부추길 것이라 예측했다.
「일본은 결국 헌법을 개정하고 보통국가가 되겠지만 민주국가는 아닐 겁니다. 유신회가 자위대와 너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거든요.」
「현재 재계에서는 해상 핵융합 플랜트 문제로 해상자위대와 갈등을 겪고 있는데 여기에서 트집을 잡아 군사력을 동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뒤는 아마…….」
현시점에서 봤을 때 일본의 군국주의화는 거의 필연이었다.
한국이 일본의 핵 보유를 방해했다는 증오심과 단교를 당했다는 황당함이 섞여 그들을 극단적인 방향으로 몰고 간 것이다.
물론, 일본 내부의 반대세력도 그리 만만치는 않을 것이나 힘은 유신회와 자위대가 갖고 있었다.
의회는 적당히 구성하겠지만 과거처럼 민주적인 절차를 밟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야 나쁠 거 없지.”
얌전하게 있는 게 가장 좋지만 일본 정도의 국력을 가지고 그럴 리는 없다.
한국이 팽창을 계속하는 이상 언제든 붙어야만 하는 상대였다.
유지하는 새해 계획을 세우고 관측실에서 나왔다.
경호원들이 그의 주위를 에워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