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261
260화 레오볼드는 실망했다
「티렌델의 골리앗은 강화형 벨리알급입니다. 코어의 과부하를 무릅쓰고 출력을 220E까지 상승시켰고 장갑판 전체를 리빙메탈로 교체했습니다. 반응성 또한 대폭 상승해 다른 벨리알급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아르마의 설명이 줄줄이 이어졌다.
사실 레오볼드에게 이런 설명은 별로 필요가 없다.
전투력의 격차가 현격하기 때문이다.
티렌델은 죽었다 깨어나도 레오볼드를 이길 수 없었다.
다만 이번 전투의 목적이 그를 이기는 것이 아니었기에 전략을 달리해야 했다.
아르마는 에테르 모델링 시뮬레이션을 돌리기 위해 방대한 데이터를 필요로 했다.
또한 티렌델과 골리앗 자체가 폭탄이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선 아슬아슬하게 출력을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요컨대 화약 옆에서 불장난을 해야 하는 사태가 온 것이다.
「티렌델에게 주입된 신격이 기폭제 역할을 하고 에테르 하트와 코어는 연료가 됩니다. 끌어들인 에테르를 순간적으로 기폭시키면 반경 5km가 증발합니다.」
다행히 아르마는 비행선 건에서 에테르석의 폭발 임계점을 완벽히 분석하는데 성공했다.
덕분에 실시간으로 레오볼드에게 에테르 임계점을 경고할 수 있게 되었다.
남은 것은 레오볼드가 에테르를 적당히 조절하면서 싸우는 것뿐이다.
‘나를 죽이려 달려드는 미친 엘프놈을 상대로 말이지.’
그는 임계점을 조절하기 위해 평소처럼 대검이 아니라 메이스를 들었다.
자칫 코어를 베어 버렸다간 아르마가 대처할 새도 없이 폭발할 수 있는 것이다.
‘녀석도 리빙메탈로 둘렀으니 잘 버티겠군. 두들겨 패는 맛이 있겠어.’
「방금 그 말을 직접 전하셨다면 티렌델이 항복하지 않을까요?」
‘저놈이? 어림도 없는 소리야.’
「준비 끝났습니다. 임계점에 도달한 후 폭발까지는 3.5초의 시간이 있으므로 최대한 빨리 도망가셔야 합니다.」
‘내가 또 도망에는 자신이 있지.’
만약을 위해 블랙 나이트의 다리 부분에 대출력 이온 추진기를 달아 놓았으므로 위급 시 빠르게 도망칠 수 있었다.
늘어난 중량에 이온 추진기의 추력까지 합치면 보통 파일럿은 제어하기조차 힘들겠지만 레오볼드에겐 일상적인 일이었다.
한편 벨리알급을 꺼내 탑승한 티렌델은 레오볼드가 거대한 메이스 형태의 무기를 들고 있자 어처구니없어 했다.
“뭐냐, 그 메이스는.”
“오늘은 기분이 안 좋아서 말이지. 널 두들겨 패주려고 이걸 들고 나왔어.”
“날 이전과 같이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희한한 걸 몸에 주입한 모양이군. 그런 걸 가지고 있다간 언제 폭발할지도 모른다고.”
신격을 받아들인 걸 눈치챈 건가.
하여튼 저 레오볼드란 인간은 도저히 좋게 바라보기가 힘들었다.
“마음에 안 드는군…….”
“뭐가?”
“꼭대기에 올라선 체하며 남을 가르치려 드는 네놈이 마음에 안 든단 말이다.”
“어쩌겠나? 그것이 운명인 것을.”
“네놈이 내게 죽는 것도 운명이겠지…….”
티렌델은 대검을 그에게 겨누었다.
그의 에테르 하트와 골리앗의 코어가 공명하며 무시무시한 출력을 뿜어냈다.
사방의 에테르가 떨리는 게 피부로 느껴질 정도였다.
‘발가드와 막상막하군. 알비온을 탄다면 좋은 승부가 되겠어.’
「폭발 임계점까지 75% 남았습니다. 티렌델의 에테르 출력은 3,500E를 넘어갑니다.」
레오볼드를 제외하곤 최고였다.
단점이라면 출력이 일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감정에 기복이라도 있는 것인지 출력이 들쭉날쭉했고 임계점도 언제 극단으로 치달을지 알 수 없었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미친놈이잖아? 이런 놈을 상대로 최대한 오래 버티라고?’
「더 좋은 데이터를 뽑아낼 수 있겠어요.」
‘젠장.’
투덜거림이 끝나자마자 티렌델의 대검에서 눈부신 에테르 블레이드가 뽑아졌다.
레오볼드가 선보인 것보다 컸지만 아쉽게도 형상이 일정하지 못했다.
출력이 너무 출렁이다 보니 영향을 미친 것이다.
“크고… 아름답지 않나? 이 에테르 블레이드로 네놈을 죽일 것이다.”
“거 말이 많은 놈이군. 싸울거면 지금이라도 덤비라고.”
“나는 전하와 내 부하들을 죽인 네놈을 용서할 수 없다…….”
“전쟁터에서 누굴 죽인 게 죄가 된다고? 죽을 각오도 하지 않고 전쟁터에 나왔나?”
“그렇다면 황녀 전하는!”
티렌델은 여전히 불안정한 에테르 블레이드를 들고 레오볼드의 바로 앞까지 왔다.
“전하를 죽인 건 전쟁터였나! 그분은 네놈이 최악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손을 내밀었는데! 네놈은 그 기대를 저버렸어!”
말이 많은 스타일이군.
레오볼드는 메이스에 에테르를 두르고 말했다.
“그 복수를 하려면 덤벼라. 황녀의 복수니까 날 실망시키진 않겠지?”
“으아아아!”
괴성과 함께 티렌델의 골리앗이 폭발적으로 쏘아져 들어왔다.
섀도우 스텝.
순간적으로 거리를 좁히는 저것은 엘프 특유의 기동법이다.
상대하는 자의 입장에서는 엘프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에테르를 이용해 도약한 것뿐이다.
찬란한 에테르 블레이드를 육중한 메이스가 가로막았다.
캉, 카카칵!
놀랍게도 모든 것을 잘라 버린다는 에테르 블레이드가 막혔다.
레오볼드의 에테르가 훨씬 질이 높았기 때문이다.
「과연. 순수한 힘의 에테르끼리의 대결이라면 보다 결집도가 높은 쪽이 우위군요.」
에테르에는 여러 종류가 존재한다.
엘드그라실이나 융합로 등이 받아들인 에테르는 힘, 공간, 정신, 에너지, 시간 등의 종류로 나눠진다.
어떤 에테르를 쓰느냐에 따라 마법의 종류도 바뀌는 것이다.
에테르 블레이드는 힘의 에테르의 결집이라고 할 수 있으며 결집도가 곧 파괴력이었다.
다시 말해 티렌델의 에테르 블레이드는 압도적으로 보이긴 하나 결집도에서 밀리므로 레오볼드의 메이스를 잘라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이놈, 이놈!”
티렌델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에테르 블레이드를 연속해서 내리쳤다.
비록 결집도에선 밀리지만 워낙 양이 많다 보니 메이스가 타격을 받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날카로운 금속 소리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고 그때마다 레오볼드는 수많은 보고를 들어야 했다.
「폭발 임계점까지 43% 남았습니다.」
「결집도가 낮지만 농도는 상당합니다. 힘과 관련된 신격이 확실한 것 같네요.」
「에테르 방정식의 미지수가 하나가 아니었군요. 모델링 시뮬레이션이 훨씬 짧아질 것 같네요.」
“죽어라!”
레오볼드가 반쯤 미쳐버린 티렌델과 싸우는 사이, 상공의 세틀러호에선 새로이 정립된 방정식을 기초로 한 시뮬레이션이 돌아가고 있었다.
그동안 아르마가 모은 데이터의 양은 상상을 초월해서 수억 개의 연산유닛을 동원하고도 모자랄 정도였다.
신격을 본격적으로 해방했는지 벨리알급이 거의 황금으로 감싸였다.
란티스 백작령에서 레오볼드가 선보인 바로 그 힘이었다.
유감스럽게도 그것은 티렌델이 에테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즉 신격에 잡아먹히고 있는 것이다.
“네놈은… 네놈은……!”
티렌델은 분노에 미쳐 의식이 실시간으로 희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가슴 어디엔가 자리 잡은 괴물이 그를 먹어치우고 있었다.
‘그래, 좋다… 얼마든지 먹어치워라…….’
이기기만 한다면, 그래서 황녀의 복수를 할 수 있다면 죽어도 나쁘지 않은 결말이었다.
덕분에 신격의 모습이 튀어나왔다.
그것은 벨리알급을 집어삼킨 날개 없는 드래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르마가 급히 보고했다.
「신격이 판명되었습니다. 대전쟁 당시 신들이 만들었던 드래곤을 잡아먹는 드래곤 이터입니다.」
‘그래서 드래곤처럼 보이는 건가.’
레오볼드는 실망했다.
겨우 이런 녀석들이 신을 자처하고 있다니.
‘진정한 신은 하나뿐이다. 그걸 네놈에게 가르쳐 주마.’
본격적으로 에테르를 끌어올리자 블랙 나이트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이온 추진기를 분사한 게 아니었다.
공간을 조작하는 에테르의 힘으로 하늘을 날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본 티렌델은 의식이 먹히는 가운데에서도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하늘을 나는 골리앗이라니.
마법과 가장 거리가 먼 골리앗이 마법을 쓸 수 있다니.
* * *
“네놈은 대체…….”
티렌델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하늘을 나는 골리앗은 들어 본 적도 없었다.
대전쟁 당시에도 골리앗은 하늘을 날 수 없었다는 해석이 주류였다.
대신 강력한 대마법진을 통해 방어력을 높였고 수많은 특수능력으로 신격과 드래곤을 상대했다.
당시 골리앗의 출력은 지금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엘브랑데 내부에선 블랙 나이트라고 해도 상대가 안 될 거라는 평이 나오곤 했다.
그런 블랙 나이트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수백 년 동안 에테르를 연구했으면서 이 정도에 놀라나? 형편없군.”
“…네놈은 아무것도 모른다. 그 힘은 네놈을 삼키고 아스테라 전체를 파멸시킬 것이다.”
“그래서 적당한 힘만으로 싸우도록 억제한다 이거냐? 도대체가 형편없는 사상이군. 무한에 가까운 에테르를 그런 식으로 낭비한다니.”
“바로 그런 생각 때문에! 대전쟁이 일어난 거다!”
티렌델의 의식이 분노로 흐려지자 신격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이제 벨리알급은 2족 보행 골렘이 아니라 4족의 드래곤 형상으로 바뀌어 갔다.
대전쟁 당시 수많은 드래곤을 먹어치운 드래곤 이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너에게서 드래곤의 냄새가 난다…….
“드래곤 이터인가? 냄새가 좀 나긴 할 거야. 블루 드래곤을 데리고 있거든.”
―그럼 네놈을 먹어치운 다음 그놈을 찾으면 되겠군…….
“그게 가능할까? 되다 만 반쪽짜리 신 주제에.”
―너… 내 능력을 모르는구나!
드래곤 이터가 숨을 크게 들이쉬자 레오볼드는 그의 능력을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메이스에 맺힌 에테르가 사라지고 블랙 나이트가 휘청하더니 땅으로 추락한 것이다.
간신히 균형은 잡았지만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게 왜 이러지?’
「드래곤 이터는 주변의 에테르를 흡수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조심하세요.」
‘조심하는 선에서 끝낼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이거.’
오리하르콘이 에테르의 흔적을 감출 수 있다지만 이건 근본적으로 다른 능력이었다.
리빙메탈제 메이스로 아무리 두들겨 패봐야 저 괴물이 죽을 것 같진 않았다.
레오볼드는 슬쩍 하늘을 올려봤다가 드래곤 이터에게 고개를 돌렸다.
‘시도도 안 해보고 지원을 받을 순 없지. 데이터나 잘 뽑으라고.’
「드래곤 이터… 수많은 드래곤을 먹어치웠겠죠. 전투가 격렬할수록, 그리고 오래 끌수록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거예요.」
‘그거 나보고 고생하라는 소리지?’
안 그래도 폭발 임계점이 치솟는 와중에 에테르를 반쯤 봉인당한 상태로 드래곤 이터와 제대로 싸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골리앗은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이 메이스면 충분해. 죽을 때까지 두들겨 패주지.’
레오볼드가 전의를 가다듬자 드래곤 이터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 힘… 지금까지 먹어 본 적 없는 극상의 맛이로구나…….
“내 에테르를 먹은 거냐?”
―이해할 수 없겠지! 그것이 내가 가진 권능이다! 이제 네놈이 할 수 있는 거라곤 계속해서 에테르를 먹히다가 죽는 것뿐이다!
“그거야 해보면 알겠지. 덤벼라.”
―덤빌 필요는 없지.
순간 벨리알급에 씌워진 에테르 형상의 드래곤 이터가 씨익 웃는 것처럼 보였다.
곧이어 주둥이가 크게 벌어지더니 목구멍 안에 황금빛이 일렁거렸다.
「순수한 힘의 에테르입니다. 브레스! 피하세요!」
‘그걸 먼저 말해 주면 안 되겠어?’
레오볼드는 이온 추진기를 가동해 급하게 하늘로 뛰어올랐다.
―죽어라!
뒤늦게 에테르 브레스가 그가 있던 곳을 휩쓸었다.
쿠쿠쿵!
레오볼드의 에테르를 흡수한 덕분인지 지갈레온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땅거죽이 통째로 뒤집혔고 작은 폭풍이 일어났다.
심지어 브레스를 뿜어낸 드래곤 이터조차도 깜짝 놀란 듯했다.
―이 정도의 위력이라니… 네놈의 에테르는 정말 엄청나구나.
“그걸 이제 알았다니 늦군. 하여튼 브레스 구경 잘 했어. 이제부터 진짜로 싸워보자고.”
―에테르를 내게 빼앗기면서 말이냐? 네놈의 오만은 어디까지인지 모르겠구나!
레오볼드는 이온 추진기를 조작해 대지에 내려섰다.
그리고 저벅저벅 걸어가며 메이스를 녀석에게 들이댔다.
―무모한 놈! 에테르는 절대 무한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에테르를 빼앗기면서 싸운다는 건 일반적인 시선에서 보면 미친 짓이었다.
그러나 레오볼드는 인류가 각고의 노력을 통해 간신히 탄생시킨 기적의 사이커였다.
실시간으로 대량의 에테르를 뽑아내는 것쯤은 그에게 있어 손쉬운 일이었다.
―이, 이게 어찌된…….
드래곤 이터는 에테르를 흡수하고 있음에도 메이스에서 에테르가 사라지지 않는 것을 목격하고 당황했다.
에테르 하트의 출력이 얼마나 높으면 저런 게 가능할까?
마치 실시간으로 에테르를 생산하는 것처럼 보였다.
―네, 네놈은 신인가?
그가 그렇게 주춤거리고 있을 때, 레오볼드는 드디어 그의 앞에 도착했다.
“진정한 신은 하나뿐이야. 하여튼 넌 데이터를 위해서 좀 맞자.”
드래곤 이터의 눈이 부릅떠졌다.
―감히 누구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거냐!
그는 엄청난 기세를 일으키며 달려들었지만 메이스가 휘둘러지자마자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쾅!
육중한 메이스는 드래곤 이터의 주둥이를 날려 버리곤 에테르로 이루어진 육체까지 휘청거리게 했다.
드래곤 이터는 하마터면 의식을 티렌델에게 빼앗길 뻔했지만 간신히 참아냈다.
―제법이구나… 하지만 이건 몰랐을 거다. 이 에테르로 된 육체는 네놈에게서 나온다는걸!
다시 말해 레오볼드가 에테르를 쓰는 이상 드래곤 이터도 계속해서 재생한다는 소리였다.
끝이 없는 싸움은 누구도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레오볼드가 한 것은 다시 메이스를 휘두르는 것뿐이었다.
쾅!
메이스에 맺힌 에테르가 드래곤 이터의 형체와 부딪치면서 폭발을 일으켰다.
그는 멀리 나가떨어지며 재빨리 수복을 시작했다.
―멍청한 놈! 그렇게 공격해 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왜 모르나! 나를 지탱하는 건 바로 네놈이란 말이다!
드래곤 이터가 달려들었다.
그가 흡수한 에테르는 곧바로 마법으로 변환되어 블랙 나이트에게 쏘아졌다.
골리앗 자체는 큰 타격을 입지 않았으나 땅이 흔들리는 것까진 막을 수 없었다.
드래곤 이터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이놈!
그가 달려들며 육박전이 시작되었다.
메이스를 휘두를 틈 따위는 없었다.
순수한 육체 대 육체의 싸움.
블랙 나이트가 주먹을 쳐올리자 드래곤 이터의 턱이 하늘로 치솟았다.
드래곤 이터의 꼬리가 휘둘러지자 블랙 나이트가 나가떨어졌다.
당연하지만 손해 보는 것은 레오볼드였다.
상대는 계속 손해를 복구하는 데 비해 리빙메탈의 복원력은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드래곤 이터는 온갖 마법을 동원했고 권능까지 써댔다.
대전쟁 당시에 그가 흡수한 신과 드래곤의 것이었다.
―휘청거리는 것이 꼴사납구나!
대폭발이 일어나며 블랙 나이트가 나가떨어졌다.
「폭발 임계점까지 17% 남았습니다.」
「정신의 에테르에 관련된 데이터를 획득했습니다. 최대 두 달로 예정되었던 시뮬레이션이 3주로 짧아졌습니다.」
둘 사이의 공간에 들어찬 에테르 농도가 짙어지면서 폭발 위험이 상승했다.
그럼에도 레오볼드는 벌떡 일어나 드래곤 이터에게 달려들었다.
―그 고물 골리앗으로는 안 된다고 말하지 않았나!
드래곤 이터는 블랙 나이트의 공격을 몸으로 버티며 공격해 들어갔다.
에테르가 깃든 발톱으로 할퀴자 리빙메탈 장갑판이 걸레짝으로 변했다.
거기에 지근거리 브레스가 뿜어졌다.
레오볼드는 황급히 방패를 전개해 막았으나 폭발하는 것만큼은 막을 수 없었다.
쿠쾅!
방패가 너덜너덜해지며 블랙 나이트가 수십 미터 밖으로 튕겨졌다.
드래곤 이터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권능을 행사했다.
대전쟁 당시 흡수한 어떤 이름 모를 신격의 것이었다.
순간 아공간이 골리앗을 집어삼켰다.
레오볼드는 에테르 차원이란 것을 처음 경험했다.
아무것도 없는 무의 세계였다.
‘텔레포트에 이용되는 게 이건가.’
「워프게이트와 동일한 파장이 관측되었습니다. 공간의 에테르 분석을 시작하겠습니다.」
에테르에 대한 비밀이 차례차례 풀려가고 있었다.
세틀러호에 설치된 양자컴퓨터가 에테르 모델링을 분석을 위한 시뮬레이션을 시작했다.
최초 504를 표시했던 것이 실시간으로 줄어가고 있었다.
시뮬레이션이 시작되면서 에테르의 본질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에테르 모델링 완성까지 270시간 남았습니다. 조금만 더 힘내주세요, 마스터.」
‘버티라고 해도 그냥 가만히 있는 것뿐인데…….’
무슨 대단한 권능을 쓰나 싶었는데 아공간 감옥에 가둬둔 것뿐이라니 실망의 연속이었다.
‘아스테라의 신들은 이것밖에 안 되나?’
이 무한한 에너지를 가지고 이 정도밖에 쓰지 못한다면 그거야말로 비효율의 극치였다.
그리고 레오볼드는 비효율을 플레이그 이상으로 싫어한다.
‘아르마, 여기서 어설트 아머를 호출하면 어떻게 되지?’
「공간이 겹쳐지며 상쇄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 또한 좋은 데이터겠네요.」
‘잘은 모르겠지만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다 이거지? 알았어.’
레오볼드는 에테르 하트를 가동시켜 어설트 아머가 보관되어 있는 아공간을 열었다.
아공간에서 아공간을 열면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대답이 나왔다.
에테르 차원이 박살 나며 블랙 나이트와 어설트 아머가 한꺼번에 통상 차원으로 튀어나왔다.
드래곤 이터는 여유롭게 있다가 깜짝 놀랐다.
…―뭐, 뭐냐 그건.
“지금부터 너를 두들겨 패줄 무기지.”
―그래 봐야 에테르를 기반으로 하는 이상 나를 막진 못한다!
“그거 유감이네. 이 녀석은 에테르를 기반으로 하는 게 아냐.”
―뭐라고?
어설트 아머엔 에테르 수신기가 탑재되어 있지만 그건 기능의 일부분에 불과할 뿐이었다.
이온 추진기와 하프늄2 미사일, 레일건이 탑재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시비리 전투위성의 지원을 받는 게 가능했다.
‘아르마, 위성의 모든 출력을 공격용 무기로 돌려. 얼마나 버티는가 보자고.’
「모드를 공격으로 변경. 전투지원을 시작하겠습니다.」
시비리 위성은 공격 모드로 전환한 후 이온 캐논을 발사했다.
그것은 비행선을 공격한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위력을 자랑했다.
대기권을 뚫고 내려온 빛의 기둥이 리플렉터 비트에 반사되었고 그대로 드래곤 이터를 향해 뿜어졌다.
그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빛에 당황했다.
―이건 반칙이야!
초고온, 초고압의 하전입자가 에테르 형상을 찢어발겼다.
공기가 폭발하며 드래곤 이터의 형체를 날려버렸지만 그는 기적적으로 의식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게 끝은 아니었다.
어설트 아머에서 암 유닛이 튀어나오더니 레일건 포신으로 변해 초당 수십 발이나 되는 속도로 탄자를 쏟아붓기 시작했다.
콰콰쾅!
에테르 형체 표면에서 작은 폭발이 일어나며 드래곤 이터가 나뒹굴었다.
―그, 그만, 그마안!
이러는 사이에도 아르마의 분석은 계속되고 있었다.
드래곤 이터가 공격을 회피하기 위해 쓴 수많은 마법과 권능이 그녀의 데이터에 입력되었다.
최초 504로 표시되었던 시간이 300, 200으로 줄더니 급기야 한 자리 수로 줄어들었다.
그것은 에테르 모델링 시뮬레이션이 완성 단계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최대 2달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드래곤 이터와의 전투로 인해 획기적으로 단축된 것이다.
두들겨 맞다 못해 궁지에 몰린 드래곤 이터는 모든 힘을 짜내 대마법을 시전했다.
그것은 대전쟁 이후 한 번도 쓰이지 않았던 타임 스톱이었다.
둘이 차지하고 있던 공간에 이질적인 에테르 역장이 펼쳐지더니 어설트 아머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드래곤 이터는 간신히 숨을 돌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네놈도 이 마법에는 별수 없구나!
시간의 흐름을 관장하는 신격을 먹어치운 것이 이렇게 돌아올 줄이야.
하지만 그가 간과한 게 하나 있었다.
블랙 나이트와 레오볼드는 멈췄지만 그를 지원하는 아르마는 여전히 분석을 계속하고 있었다는 걸 말이다.
마침 부족했던 시간의 에테르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가 그녀에게 흘러들어갔다.
그리고 시뮬레이션에 필요한 시간이 1로 줄어들더니 0으로 변했다.
「모델링 시뮬레이션 완료. 에테르 해석이 완전히 끝났습니다.」
시비리 위성에서 한 줄기 에테르가 역장이 펼쳐진 지대를 향해 발사되었다.
역장이 걷히며 타임 스톱 마법이 중단되었다.
드래곤 이터는 웃고 있다가 어설트 아머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기겁했다.
―마, 말도 안 돼…….
“실망이군, 드래곤 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