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ector Lee Saengmang Kim blooms at Moorim RAW novel - Chapter 156
156화
“이동식 소형 그늘막!”
제일 먼저 떠오른 아이템이었다. 용하의 머릿속에 이동식 소형 그늘막이 제일 먼저 떠오른 이유는 방주가 한번 움직이려면 베일을 늘어뜨린 커다란 시설물을 하인들을 대동해 들고 이동하는 게 불편해 보여서였다.
“이건 그냥, 내가 방주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다.”
그다음 떠오른 아이템은 이번 시간 여행의 핵심 아이템인 전동킥보드였다.
“이것으로 방주의 환심을 살 것이다. 그리고 무림을 제패할 것이다.”
용하는 머릿속에 그려지는 나름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니, 정확히 말해 결의를 다졌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시공간 이동체의 변신 트럭이 숨겨진 숲 앞에 섰다.
―멍멍!
유월이 숲을 보며 두어 차례 짖었다. 그리고는 용하를 올려다보며 꼬리를 거세게 흔들었다. 용하의 얼굴에 긴장감이 엿보였다.
“가자, 유월!”
용하가 보내는 사인에 유월은 즉각 반응을 보였다.
―멍멍!
유월은 쏜살같이 달려가 숲을 헤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용하는 날랜 동작으로 그 뒤에 따라붙었다.
“유월아! 숲이 이렇게 울창했느냐?”
―멍멍!
유월은 고개를 옆으로 뿌리치듯 흔들며 짖었다. 유월이 말하고자 하는 건 용하가 하는 말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의미였다.
“왜, 내가 하는 말이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구나? 그럼 그때는 이렇게 울창하지 않았는데, 그사이 풀들이 많이 자란 거야?”
―멍멍!
그제야 유월은 용하를 정면으로 올려다보며 꼬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음, 그랬구나. 좀 더 늦게 왔으면 못 찾을 뻔했네.”
―낑낑!
용하가 농담으로 한 말에 유월은 배를 땅바닥에 붙이고 납작 엎드렸다.
“이건 또 뭐람? 뭔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신호 같은데.”
유월이 용하에게 보여주는 행동은 시종일관 시무룩한 기색이었다.
“…혹시 속상해서 그러니?”
―멍!
그제야 유월은 상체를 일으키더니 용하를 향해 몇 차례 짖으며 꼬리를 흔들었다.
“아하, 우리 유월이 속상했구나? 뭐가 그렇게 속상했어? 못 찾을 뻔했다고 한 거 때문에?”
―멍멍!
“아, 역시 그것 때문이었구나.”
―멍멍!
“유월아, 그 말은 유월이 네가 못 찾을 뻔했다는 게 아니고, 내가 변신 트럭 숨겨둔 곳을 못 찾을 뻔했다는 뜻이었는데.”
―멍멍!
그제야 유월의 짖음이 평상시처럼 돌아왔다.
“좋아, 유월! 그럼 이번엔 시공간 이동체의 변신 트럭이 있는 곳까지 찾아 들어가 볼까?”
―멍멍!
용하는 유월을 살살 달래 시공간 이동체의 변신 트럭이 보이는 곳까지 들어갔다. 그사이 숲이 너무 울창해져 시공간 이동체의 변신 트럭을 숲에서 꺼낼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일단 오늘은 필요한 것만 가져가자.”
―삐욕!
용하는 리모컨을 눌러 트럭 문을 열었다. 혹 열리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기우였다. 트럭 문이 열리자 유월이 단번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용하가 겨우 손잡이를 잡고 오르는 걸 지켜보다 안절부절못했다.
―멍멍! 멍멍! 멍멍!
마치 응원이라도 하듯 계속 짖어대며 용기를 북돋웠다.
“유월! 걱정하지 마. 내가 못 올라가는 게 아니고, 이 차가 원래 이렇게 높아. 고속도로의 깡패, 불독이라고 불리는 차거든.”
―멍멍!
마치 용하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조금 전과 다른 톤으로 짖었다.
이윽고 차에 오른 용하는 제일 먼저 가져온 물건부터 확인했다. 그사이 혹시 자연 방전이라도 됐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시공간 이동체 내부가 진공상태로 보존돼 있었기 때문에 염려했던 일을 발생하지 않았다.
“효― 다행이다.”
그때 눈에 띄는 게 있었다. 다름 아닌 장애인용 전동차였다.
“저건 왜 가져온 거지?”
용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곧 이유를 알아냈다.
“아, 배터리 때문이었지?”
그리고 그 옆에 소형 자가발전기도 보였다. 소형 자가발전기로 전동킥보드를 충전해 보려는 계산이었는데, 잭이 맞물리지 않았다. 그래서 충전 잭이 맞는 배터리를 찾다 보니 장애인용 전동차를 사게 됐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되었다. 게다가 다행이었던 건 전동킥보드와 장애인용 전동차의 배터리가 호환된다는 사실이었다.
“유월아, 우리 일 좀 하고 가자.”
―멍멍!
용하는 전기톱과 소형 태양광 축전 판을 꺼냈다. 우선 태양열이 작렬하는 광야 한쪽에 소형 태양광 축전 판을 설치했다. 그리고 전기톱으로 우거진 숲을 정리했다.
마음 같으면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시공간 이동체의 변신 트럭을 은폐하기에는 적절치 않아 보여 사람이 지나다닐 만큼만 정리했다.
부릉~ 부릉~
전기톱 엔진에 시동이 걸리고.
두두두두두두!
전기톱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자 유월이 몸을 움츠렸다.
“유월! 미안. 잠깐만 참아. 금방 끝낼게. 아니, 그럴 게 아니라, 어디 가서 좀 놀다가 전기톱 소리 안 들리면 그때 오는 건 어떨까?”
용하의 말을 찰떡같이 알아들었는지, 유월은 잠시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그럴 리 없다고들 생각하겠지만, 분명 유월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게 분명했다.
“유월! 내 걱정 하지 말고 가서 놀다 와.”
그제야 유월은 용하의 얼굴을 구석구석 핥으며 여운을 남기고는 저만치 달려갔다.
두두두두두두~
나뭇가지를 할퀴는 전기톱 소리가 머릿속을 뒤흔들었다.
그렇게 한 식경 남짓 시간이 흘렀을 때였다. 전기톱 돌아가는 소리로 시끄러웠던 광야에는 흙먼지 날리는 소리만 을씨년스럽게 들렸다.
―휘히히히히~잉…….
―멍멍! 멍멍!
전기톱 소리가 멈추자 멀리서 킁킁거리며 돌아다니던 유월이 반갑게 짖으며 달려왔다.
“유월아!”
용하도 반갑게 손 흔들어 주었다.
이윽고 유월이 용하 앞에 와서 조아리고 앉았을 때였다.
“유월아! 이제 개방으로 돌아가는 거야. 왔던 길로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데 할 수 있겠어?”
―멍멍! 멍멍!
짖는 소리가 맑고 투명한 게 자신 있다고 대답하는 듯했다.
“자, 그러면 이 그늘막은 유월이 등에 실어줄 테니까, 힘들어도 부탁 좀 할게.”
―멍멍!
유월은 용하의 말을 찰떡같이 알아듣고 등을 내주었다.
용하는 유월의 등에 그늘막을 싣고 꼼꼼하게 묶었다. 먼 길을 가려면 그렇게 해 두는 게, 그걸 짊어지고 가는 유월이 한결 편할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자, 그럼 출발해 볼까?”
―멍멍!
유월이 두어 차례 짖었을 때 용하는 전동킥보드에 올라 오른손잡이를 돌렸다.
―휘히히히힝~
―멍멍! 멍멍!
“그래, 가자! 유월.”
전동킥보드가 앞서가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유월이 앞질러 저만치 멀어져 갔다.
―멍멍! 멍멍!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든든했다. 유월이 용하 곁에 있는 한 더는 개방을 찾아 헤매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전동킥보드 최대 속도는 60km. 하지만 그건 21세기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에서 얘기다. 하지만 용하가 달리고 있는 이 길은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도로다. 게다가 군데군데 움푹움푹 파인 곳을 자칫 못 보고 그냥 지나갔다가는 전동킥보드와 함께 나자빠지고도 남았다. 그래서 밤이 다 돼서 거처에 도착했다.
“형님들! 죄송합니다. 걱정 많이 하셨죠?”
“그래 시공간 이동체의 변신 트럭은 잘 찾았느냐?”
용하는 본 인공이 제일 먼저 건넨 말이다.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장설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시공간 이동체의 변신 뭐?”
“에이 형님도 참, 뭘 애들이 하는 말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그러십니까? 격 떨어지게.”
“신경을 곤두세우긴 누가 신경을 곤두세웠다고. 난 그냥 들리니까 하는 소리야.”
“형님! 그냥 애들끼리 지나가는 소리로 한 거니까, 신경 쓰지 말고 주무세요.”
인공은 천연덕스럽게 얼버무렸다. 그때였다. 장설의 눈길이 구석진 곳에 놓여 있는, 용하가 가져다 놓은 그늘막과 전동킥보드로 향했다.
“시공간 이동체의 변신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저것들은 다 무엇이냐?”
“형님! 그것도 그냥 애들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니 신경 쓰시지 말고 주무시라니까요.”
“밤이 깊었는데, 그러는 네 녀석은 왜 여태 안 자는 것이냐?”
“형님! 저는 용하와 잠시 얘기를 좀 나눌 게 있어서 그러니, 먼저 주무십시오.”
“나 빼고 무슨 할 말이 있어서 그래?”
“형님하고는 상관없는 얘기라서 그럽니다. 그러니까 제발 좀 주무십시오.”
“얘기는 내일 하기로 하고 인공 형님도 좀 주무십시오. 저 대신 볼모로 잡혀있느라 두 분 다 적잖이 피곤하셨을 텐데.”
“그러게나 말이다. 해가 저물어도 안 오길래 사실 신경이 좀 쓰였는데, 다행히도 개방에서 그 문제로 추궁하는 자는 없었어.”
“다행입니다. 그나저나 형님! 저거면 거래가 되겠죠?”
용하의 눈길이 그늘막과 전동킥보드 쪽으로 흘렀고, 인공의 시선이 바로 뒤따랐다.
“생각대로 담판이 지어지면 다행인데, 만약 그렇지 않으면 다른 대안은 있는 것이냐?”
“이번 거래는 무조건 성사된다고 믿기 때문에, 대안 같은 건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고기도 먹어본 놈한테 미끼로 쓰이는 거지. 고기 맛도 모르는 놈한테 어찌 미끼로 쓰일 수 있겠느냐?”
인공의 말에 조금은 신경이 쓰였다. 그의 말에 일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늘 염려했던 바로 그것, 말발이 통해야 약발이 먹힌다는 사실.
“형님! 생각한 대로 안 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어찌 그리 장담하느냐?”
“21세기를 산 저도 전동킥보드나 전동휠을 처음 봤을 때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14세기 사람이, 바퀴로 굴러가는 거라고는 우마차밖에 못 본 여기 사람들이, 제가 가져온 21세기 첨단문물을 탐내지 않는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죠.”
“하긴 나도 처음 봤을 때 두 눈이 의심스러웠으니까.”
“그러니까 이 게임은 이미 이긴 거로 생각하고 편히 주무십시오.”
“알았다. 난 용하 너만 믿을게.”
다음 날 아침.
용하는 그날의 일정을 알리러 온 무사에게 구리동전 100문이 든 주머니를 건네며 은밀하게 부탁했다.
“이거 몇 푼 안 되지만, 이걸 받고 방주 대인과 독대를 할 기회를 주시오.”
독대라는 말에 무사는 조금은 부담스러웠던지 선뜻 100문이 든 주머니를 받지 못했다.
“아, 이건 그냥 받아 두시오. 독대할 기회가 만들어지면 다행이지만,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누구를 탓하거나 다시 달라고 하지 않을 것이니 받아 두시오.”
“아, 정말이오? 만약 독대에 실패해도 뱉어내거나 하지 않아도 된단 말이오?”
“대신 내가 좀 아쉬워서 부탁하는 것이니 최선을 다해주시오.”
“아, 그야 여부가 있겠소. 그런데 뭐라고 하면서 독대를 요청한다고 하면 좋겠소?”
“음, 서천서역국에서 진귀한 물건을 좀 가져왔다고 하면 좋을 것 같소.”
그 순간 무사의 눈길이 흘깃 구석진 곳에 놓인 그늘막과 전동킥보드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는 기색이더니, 곧 조금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겠소. 내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었으니, 염려하지 말고 기다리시오.”
뜻밖에 너무 쉽게 일이 풀리는 것 같아 오히려 불안했다. 개방의 일원은 금전적으로 욕심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돈의 마력 또한 통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예상치 않게 객잔의 점소이보다 더 쉽게 돈에 매수되는 걸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다녀오겠소.”
무사는 외마디 인사말을 남긴 채 빠르게 방주의 궁이 있는 방향으로 사라졌다.
무사가 돌아올 때까지 용하는 방주를 설득할 준비를 했다. 다름 아닌 피칭 연습이었다.
“방주 대인! 이것은 휴대용 소형 그늘막으로, 효과는 같지만 지금 사용하시는 것보다 훨씬 간편하게 이동하실 수 있으니 한번 이용해 보심이 어떠하실는지요.”
용하는 같은 말을 하염없이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