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131
제 1131화
“흠…….”
황보세가.
태생부터 남다른 무골을 타고난다.
더 크고, 더 단단한 뼈와 두터운 근육을 가진 것이 바로 무골인 이 강호에서.
황보세가는 어찌 보면 혈통부터가 강호 랜드 피라미드의 최상층을 차지하는 자들이었다.
일단 태어나서 열 중 여덟은 키가 팔 척에 달하고, 근육은 물 먹고 숨만 쉬어도 생겨난다고 할 정도로 남다른 면모를 지녔다.
천하장사가 대대로 자연 배출되는 이 집안은 그 체구와 체질에 맞는 무공까지 대대로 익히고 발전시켜 왔다.
힘?
근력?
황보세가를 제외하고서 감히 누가 힘을 논하느냐!
근육과 힘은 우리 황보세가다!
그리고.
‘이 내가 바로 황보세가의 가주 황보중헌이다!’
황보중헌은 주변을 쓸어 보면서 속으로 소리쳤다.
황보세가의 가주로서 현재 나이 65세!
노인임이 분명한 나이지만 그의 몸은 근육이 팽팽해서 젊은이들을 겉모습부터 압도하고 있다.
‘흐음……. 나만큼 대단한 놈이 있을 줄이야.’
그리고.
그의 눈은 한 명을 포착했다.
일광에게 망한 줄 알았던 철무문.
그 철무문의 전대 문주가 폐관 수련을 끝내고서 이 대회에 참전할 줄이야!
스스로를 철무문 전대 문주 흑정이라고 밝힌 구릿빛 피부의 근육 거한을 보는 황보중헌의 눈빛은 투쟁심으로 불타고 있었다.
저들 철무문이 마교의 무리라는 정보를 접하지 못했으니 황보중헌의 눈빛이 뜨거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후후후. 그러나 철무문의 전대 문주여. 그대는 내 상대가 안 될 것이다! 이 날을 위해서 나는 비장의 단약도 준비해 왔으니…….’
규정에 의하면.
비약이나 단약도 허용된다.
때문에.
황보중헌은 가문의 비전 단약을 가져왔다.
폭뢰환(爆雷丸).
벽력신공을 익힌 황보세가 무인의 잠력과 내공을 끌어다 증폭해 주는 비약!
벽력신공 전용의 비약이라서 그 효과는 더욱더 강력하다!
“황보세가의 황보중헌 님! 앞으로!”
운영위원이 와서 소리친다.
드디어 황보중헌의 순서가 도래한 것이다.
‘후우, 약 기운 제대로 오르는구만!’
이 대회는 일단 참가하는 데 의의가 있으며, 한번 참가만 하면 그 후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무공의 연원도 묻지 않는다.
그리되면 자칫 은원적인 문제가 되어 버릴 수 있으니까.
심지어 이런 단약을 먹어도 괜찮다!
강호에서는 모든 것이 실전적이어야 할 터.
만약 그저 애들 놀이 같은 대회였다면 이렇게 많은 강호인들이 참가하지 않았겠지.
와아아아아아!
경기장으로 나오니 수많은 이들이 황보중헌을 연호하며 소리를 지른다.
그가 생각했다.
‘오늘 우승할 수 있다면 내일 죽어도 좋다!’
조문도석사가의(朝聞道夕死可矣).
공자의 논어 이인편(里仁篇)에 나온 말로, 그 말 그대로 직역하면.
아침에 도(道)를 들을 수 있다면 밤에 죽어도 좋다는 뜻.
일견 간단해 보이는 말이지만 의외로 유학자마다 이 말에 대한 해석이 다 다르다.
허나.
강호인 황보중헌에게 이 말은 절박한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으로 들렸다.
그것도-
‘아주아주아주 절박한 일신우일신.’
아침에 매일 해가 뜨듯이.
매일매일 새롭게, 새롭게 정진해 간다는 말.
벽에 부딪혀 더는 나아갈 곳 없는 자들에게 가장 아픈 말이 아닐까.
새삼스러울 건 없다.
어차피 이런 마음으로 강호인들은 비무에 참전하지 않던가.
칼질 한 번에 한 줌 핏물이 된다고 하더라도.
무학에 대한 깨달음 한 번을 위해 몸을 던지지 않던가.
어찌 보면 강호인이야말로 공자의 말을 매일 실천하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다만, 이 대회는 상대의 피를 흘리지 않을 뿐이니.
‘걸어야 할 목숨은 이 몸뚱이뿐인가.’
그는 철환을 집어 들었다.
크기가 사람 머리통만 한 크기의 철로 된 공.
무게는 무려 오십 근(약 30kg)!!!!
본래 지구 별의 투포환 경기 철환 무게보다 네다섯 배는 더 무겁다!
그야 당연하다.
이들은 강호인이니까.
그리고 황보중헌이 자세를 잡는다.
오오오오!
그 자세가 마치 조각과도 같아 관객들이 모두 감탄을 한다.
그리고 그의 근육이 성이 난 듯 부풀어 오르는 순간!
와아아아아!
모두의 함성이 쓰나미가 되어 몰려오는 게 아닌가.
‘그래. 이 느낌, 이 느낌이다!’
황보중헌은 어째서 자신이 강호인으로 살아가는지 피부로 짜릿짜릿하게 느낀다.
사람들의 눈빛, 함성, 감동, 이 뭐라 말할 수 없는 열기까지.
보통 사람을 죽여야 오는 반응.
그의 황소 같은 근육이 꿈틀거리며 힘줄을 당겼고, 힘줄이 활시위가 되어 뼈를 당긴다.
내공이 단전부터 용솟음치며 잠력이 폭발하는 게 아닌가!
-황보중헌! 던지는 자세에서 다른 강호인과는 뭔가 다른 대단한 무학이 느껴진다! 황보세가의 절기인 것인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해설자가 목 놓아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던졌다!
쿠와아아아앙—!
포물선으로 날아가야 할 포환이 흡사 대포알처럼 직선으로 뻗어나가는 게 아닌가!
-강환! 강환인가아아아! 마치 기세가 강환 같구나!
우와아아아아!
들리는 말로는 경기장에 진법이 설치되어 있어서 경기장 안에 있는 사람은 인지 시간이 밖과 다르다고.
쉽게 말하면 경기장 안에 있는 사람은 평범하게 포환을 던지나.
경기장 밖에 있는 사람은 이 모든 과정을 약간 느린 동작으로 감상하고 있다는 것.
이거라면 양민들도 무인들의 동작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해설도 마찬가지.
황보중헌의 귀에는 엄청나게 빠르게 들리나 아마 밖에서는 제대로 들리리라.
그것 때문인지, 같은 무공도 이 진법 안에서는 위력이 다소 반감이 된다 하는데.
그것은 경기장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한다.
‘제갈세가는 제정신이 아니군.’
보통 진법을 사용할 때는 상대에게 환각을 주거나 같은 공간을 빙글빙글 돌게 하는 게 목적이다.
물론 ‘진식 안에서 잠깐 걸은 것 같은데 진법을 빠져나오니 이미 날이 밝았더라.’ 하는 진법도 존재한다.
그런 진법은 보통 외부인의 움직임을 지체시켜 막기 위해 있는 진법.
이런 진법 속에 들어가 노인들의 바둑을 구경하고 밖으로 나오니, 일주일이 지나 있다는 설화가 어느 지역이나 종종 있다.
설화에서는 보통 그 노인들의 정체가 신선이라고 나오는데, 무림맹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진짜 신선은 아니고.
보통 산에서 수련하는 이름 모를 도인이 만든 진법이라고.
성격도 더럽게 나빠서 곱게 빠져나갈 방법이 있는데도 돌아갈 길은 안 가르쳐주어 일주일을 허비시키는 것.
계산이 복잡하고 제약이 큰 진법이다 보니, 이 진법을 쓸 수 있는 풍수사는 많지 않다.
그리고 그 풍수사들 중 하나가 제갈세가의 두 놈.
그 두 놈은 그 원리를 이용하여 경기장을 만드는 미친놈들이다.
포환이 날아가고 날아가고 날아가서 도착한 곳은 무려 구십이 장 떨어진 지점!
쿠우웅!
-최고 기록 나왔다아아아아! 구십이 장 하고도 오 척(277.5m)! 최고 신기록입니다! 과연 황보세가다아아아!
우와아아아아앗!
뭘 모르는 어린아이들까지 놀라서 환호를 한다.
소리가 이상하게 들리고 동작이 빠르게 느껴진 것은 진법 때문.
그래도 강호인의 동체시력과 귀로 충분히 알아듣고도 남는다.
“훗!”
황보중헌은 수염을 손등으로 멋있게 쓸며 흑정을 바라보았다.
흑정.
“이놈이 감히-!”
과연 사파 찌그러기답게 분노를 참지 않는다.
철무문 놈들은 폭삭 망해서 죄다 관에 끌려가 재판을 받고 중죄인들은 단전이 다 폐쇄되었다고 했는데, 이놈은 왜 멀쩡한지 모르겠다.
‘그중에 어찌저찌 피해 간 놈이 있는 모양이지.’
거기다가 진천희에게 원한이 뼛속까지 사무쳐야 정상 아닌가?
황보세가 역시 백린의각과 반목했던 적이야 있긴 했다.
살수도 보내 봤다.
하지만 놈은 죽기는커녕 더욱 강력해졌고.
한때 연합했던 모용세가도 그 짝이 되어버렸으니.
황보세가는 표면적으로는 백린의각과 사업교류도 하고 있는 상태.
자잘한 부분까지 따지기 시작하면 애초에 무림맹이든 오륜회든 만들어질 수가 없을 터.
허나, 철무문은 좀 다르다.
물리적인 몰살은…… 아니더라도 사법적인 몰살(?)이 한 번 있지 않았나.
뇌가 얼마나 깨끗하면 여기 와서 경기를 하고 있단 말인가.
‘아, 설마 죽인 놈이 없어서……?’
모르겠다. 이놈 속을.
어쨌거나 묘하게 사파답지 않게 무공에 깊이가 있어 보이는 느낌이 들어서 경계 대상이다.
-흑정 무인! 준비 자세 돌입합니다!
흑정은 포환을 잡는다.
그러더니 한 바퀴 텅하고 돌리더니 어깨에 딱 올려놓는다.
그 순간.
스스스스-
마기가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사파에 이런 마기가?!’
멀리서 보면 구분이 안 가겠지만 같은 경기장에 서 있는 황보중헌은 알아볼 수 있었다.
‘이건 흡사 마교의 마공 같지 않나?’
설마 경기 시작 전에 일광 진천희가 이놈을 보고 놀란 이유가 그것인가?
그 순간.
흑정의 몸에 근육이 부풀어 오르고, 또 부풀어 오른다.
우드득, 우득-
무복을 찢어버릴 것처럼 부풀어 오르더니 흑정이 외쳤다.
“으랴아아아앗!”
던졌다!
놈의 포환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속도로 공기를 가르며 날아간다.
포환이 만들어낸 공기가 황보중헌의 뺨을 날카롭게 베어버릴 정도.
대체 얼마나 신묘한 무학이 담겨 있는지 순간, 황보중헌의 머리가 굳는다.
쿠우우웅!
-아니이이잇! 무시무시한 대기록입니다아아아아! 백일 장 하고도 삼 척!!!(303.9m)
그 모습에 흑정이 흡사 성성이처럼 뛰어오르며 양팔을 흔들었다.
“우호! 우호오오!”
독특한 승리 자세에 관객들이 더욱 열광한다.
“멋있다아아아!”
“흑정? 모르던 무인인데에에?!”
“우와아아아! 완전 빠질 것 같아!”
황보중헌을 외치던 사람들이 흑정을 외치기 시작했다.
까득-
황보중헌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자. 이제 2차 투척 들어갑니다! 철무문에서 먼저 합니다!
흑정.
그가 아까와 같은 자세로 먼저 던졌다.
-구십구 장 오 척—! 아까보다는 적은 기록이군요. 그래도 훌륭합니다. 흑정 무인!
“우오! 우오! 우호오오오!”
다시 성성이 같은 자세를 보여 주자 사람들은 자지러지듯 소리를 질렀다.
가끔 무인들 중에 그런 놈들이 있다.
주변 시선을 잡아끌고, 분위기를 자신 쪽으로 만드는 놈들이.
단순해 강해서 그런 것뿐만 아니라 그 특유의 타고난 결 같은 게 있다.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운이 이런 느낌이다.
어딜 가나 주변인들을 자연스럽게 장악하는 자.
반면 황보중헌은 저자를 보면 볼수록 기분이 비장해지는 것을 느낀다.
‘이놈. 철무문. 마기를 보아하니 마공을 익혔는가!’
분명 원수일 백린의각에 왜 왔는가 생각해 보니 의문이 좀 풀리는 느낌이다.
‘보통 세가라면 원한을 잊지 않고 반드시 죽이러 올 터. 마교라면 조금 다르지. 분명 천마의 명을 받고 왔을 터이다.’
마교는 그 어떤 경우에도 천마의 명이 우선이다.
거기다 엄연히 말해 진천희가 직접 죽인 가문 사람도 없으니 더더욱 거침이 없었을 터.
‘그러나 나 황보중헌. 황보세가의 명예를 걸고! 강호의 역사를 걸고 여기서 지지 않는다!’
후우-
황보중헌의 머리카락이 의념으로 작게 흔들렸다.
그것은 황보중헌 자신도 모르는 변화.
“여기서 나는. 모든 것을 불태운다!”
고작 마교 놈에게 힘으로 지면 선조께서 이를 뭐라 하시겠나.
화륵!
잠혈폭뢰공.
그는 그 순간, 선천진기를 태우기 시작했다.
모든 잠력을 한 번에 끌어올린다.
‘오늘 이기지 못하면 죽겠다.’
오늘 이길 수 있다면 내일 죽어도 좋다는 말이, 이제는 바뀐다.
그것은 공자의 조문도석사가의(朝聞道夕死可矣)도.
상나라 탕왕의 절박한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도 아니다.
사생결단(死生決斷)-!
‘이기지 못하면 차라리 죽겠다.’
우우우우—!
순간 무시무시한 기운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는 그 상태로 철환을 집어 들었다.
선천진기까지 태우기 시작했기 때문일까.
옛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래. 과거 사천당가의 친우에게 들은 말이 있었지.’
암기술의 요체.
투환을 한 손으로 쥔 채로.
한쪽 다리를 학처럼 들어 올린다.
그때 그 녀석의 조언을 기억한 덕분인가. 그는 처음 하는데도 매끄럽기 그지없는 자세가 나왔고.
“가라아아아아아앗!”
그의 삶과 죽음, 인생, 잠재력을 일순간 태운 무언가가 철환이 되어 날아간다.
그 속도는 마치 시공간을 잡아먹은 듯 빨랐고, 빨랐고, 빨랐다.
“던졌다!”
해설자도 같이 외쳤다.
-태운 것은 투기인가, 인생인가! 무인 황보중헌의 무학이 날아간다. 쭉쭉 날아가고 있다! 닿는가, 닿는가! 승리에 닿을 수 있을 것인가–!
쿠우우웅!
마침내 포환의 긴 여정이 멈춘다.
찰나이나 영겁의 시간.
“…….”
황보중헌은 본다.
자신의 궤적을……!
그래도 마침내.
-백… 백십오 장 오 처어어어어억(346.5m)!!!!! 황보세가의 가주 황보중헌 대협이 인세를 초월한 기록을 세웠습니다아아아앗!!!!
그 순간 황보중헌의 머리카락이 희게 세는 것을 모두가 보았다.
-설마 진짜로 선천진기까지 끌어다 썼단 말인가! 이 승부를 위해! 과연 강호인이다! 대협이다! 불꽃처럼 타오르는 인생이여어어!
황보중헌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더니 이윽고 손을 치켜올렸다.
와아아아아아아아!
그의 간단한 행동.
그저 간단한 움직임에도 감동이 있었다.
그것은 삶을 태웠기 때문이었다.
이 한 번에 모든 것을 걸었기 때문이었다.
-황보중헌 대협! 금위락(金位珞-금메달)입니다! 금위락! 금위락을 황보세가에서 차지합니다!
“이 미친놈이 이딴 경기에 선천진기까지 태워?”
흑정이 분노한 듯 땅을 쿵쿵 찼다.
옆에 선 무인들이 말리자, ‘으랴압!’ 하고 한 방에 날리고는 쿵쿵 떠난다.
-아! 은위락 철무문주가 퇴장합니다! 화가 많이 난 모양이군요! 아, 심판이 1차 경고를 했습니다. 무력을 사용했기 때문이군요. 하지만 다행히 다친 사람이 없어 1차로 끝낸 모양입니다.
황보중헌.
그 순간, 그의 거구가 매미 허물처럼 쓰러지기 시작했다.
-화, 황보중헌! 황보중헌? 쓰러졌습니다! 쓰러지셨습니다아!
백발의 머리.
선천진기를 쓴 터라 이제 그는 평범한 노인과도 같아 보였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보았느냐, 딸아! 아들아! 이 애비가 해냈다!’
마교를 이겼다.
더는 선조께 부끄럽지 않다.
이제 모든 것을 이루었으니.
사생결단(死生決斷).
내일 죽어도 좋으리라!
하지만 그 모습을 의원은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미, 미친 선천진기! 고작 올림픽……. 아니, 무술 대회에서 선천진기를 써!?’
경악하는 진천희 옆에서 스승 제갈린은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좋은 경기구나.”
……한 놈 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