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243
기수의 출현에 산채는 활기를 띄었다.
먼저 부하들이 환호성과 함께 그를 환영했고, 여섯 사매들은 눈 꼬리에 눈물까지 맺힌 상태로 달려 나와 그를 맞았다.
“궁주!”
“왜 이렇게 늦었어!”
기수도 그들과의 재회가 너무너무 반가웠다.
사매들은 가까이 다가와 바지가 피에 젖은 것을 보고는 다들 깜짝 놀랐다.
“거, 거기 왜 그래?”
“궁주! 무슨 일이야? 다쳤어?”
기수는 그녀들을 안심시켰다.
“난 괜찮아. 약간의 찰과상일 뿐이니까 다들 걱정할 것 없어.”
탁지연이 눈을 떼지 못하며 물었다.
“산 중턱에서 엄청난 화염이 일어나던데, 혹시 궁주님이 그렇게 하신 거예요?”
기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내가 아니면 그럴 사람이 누가 또 있겠어? 후후….”
“아! 역시….”
“놈들이 독연을 피워서 우리를 공격하려고 시도했는데, 내가 그 일 맡은 마왕과 교주의 장남 유지상을 죽이고 약을 전부 태워버렸지.”
사매들은 탄성을 토했다.
“독연이라면….우리 큰 일 날 뻔 했네.”
“그러게 말야. 넋 놓고 있다가 당할 뻔 했어.”
사매들은 일단 어기적거리는 기수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리고 기수의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고 하의를 실종시켰다.
“꺅! 이, 이게 뭐야?”
사매들 6명이 거의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기수의 중요한 부분이 피투성이였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탁지연의 지시에 따라 수건, 물, 붕대, 약을 가지고 와서 치료를 시작했다.
기수는 좀 부끄러웠지만 그녀들 손길에 치료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
“앗 따가워!”
“참으세요. 소독을 해야 하니까…”
“상황이 어때? 제대로 붙어 있긴 한 거지?”
탁지연이 대답했다.
“예. 다행히 상처가 깊지는 않아요.”
“아! 다행이다. 그런데 무슨 피가 그렇게 많이….”
거기 있는 거라고는 대부분이 피니까 외상이 생겼을 때 다른 근육부위보다 피가 많이 나오기는 했을 것이다. 특히나 피가 잔뜩 몰려 있는 상태였으니까…
조심스럽게 붕대 감기를 마친 탁지연이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기수는 큰 문제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다.
“하핫! 걱정 마. 이렇게 한 범인은 죽였으니까.”
“그게 아니라. 왜 거길 물렸냐고요!”
기수는 비로소 탁지연과 사매들의 표정이 걱정에서 분노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일부는 살기마저 품고 있었다.
“아! 그, 그러니까…. 그게….”
기수는 엉겁결에 변명을 생각해냈다.
“산에서 오줌을 누는데 갑자기 늑대가 튀어나와서 왕! 하고 물었어.”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변명인가.
사매들도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
“늑대라고요?”
“그, 그래… 정말 빠른 놈이었어.”
기수 입장에선 그냥 우기는 것 말고는 대책이 없었다.
“늑대 이빨은 아니었어요. 완전히 사람 이빨 자국이던데…”
“그럴 리가 있나….”
기수는 사매들 표정이 점점 험악해지는 것을 보고 더 감추기 어려움을 알았다.
‘남자한테 물렸다고 할까? 그럼 질투는 좀 덜할 텐데…’
하지만 그 생각은 곧 지워버렸다.
상상만 해도 몸이 오그라들었기 때문이다.
호모포비아 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그런 상황에 처하고 싶은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기수는 처음 의견을 끝까지 밀고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만난 늑대는 평상 시 사람이다가 보름달만 보면 늑대로 변하는 놈이었어. 그러니까 앞니가 사람 형태일 수도 있는 거지.”
사매들이 주먹 움켜쥐는 게 보였다.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욧!”
“아냐. 진짜야 내가 살던 곳에선 통하는 얘기라고.”
“흥! 그럼 그 괴물이 암늑대였어요? 숫늑대였어요?”
“늑대의 성별을 겉만 보고 어떻게 알아?”
“평상 시엔 사람이라면서요?”
“물 때는 늑대였다니까!”
“그럼 이빨은?”
“사랑해!”
말이 막힌 기수는 가까이 있는 탁지연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움켜쥔 주먹을 풀면서 다정하게 속삭였다. 그리고 춘매와 추매, 동매, 설매, 풍매의 손도 모두 잡아서 손가락을 하나하나 펴주었다.
잘 넘어가는 줄 알았는데 동매가 다시 물었다.
“도대체 두 달 동안 어디 가서 뭘 하다 이제 왔는지 얘기해 봐.”
“두 달이라니? 그, 그렇게 오래 됐나?”
“다른 여자 만났지?”
“그럴 리가 있나! 난 항상 너희들만 생각해. 나 믿지?”
아무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아! 섭섭하네. 난 너희들에게 보다 더 뛰어난 무공을 선물하기 위해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황궁 비고에 다녀왔는데.”
“황궁 비고라고?”
사매들 모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 사부님과 사숙이 무공을 익히신 바로 그곳이지.”
“거, 거긴 어떻게 들어갔어?
“백시랑이 도와줬어. 이 일이 외부로 새어나가선 안 돼. 절대 비밀 지켜.”
“그건 걱정 마.”
사매들 5명이 탁지연 쪽을 봤다.
그녀들은 동창에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보안유지에 대한 기본 개념이 확실하게 자리 잡고 있지만 탁지연은 달랐기 때문이다.
탁지연이 그 불안을 알아차리고 대답했다.
“걱정 말아요. 비밀 지키는 거라면 나도 남들 못지않으니까.”
기수는 분위기가 바뀐 것을 보고 잽싸게 주도권을 잡아 나갔다.
“나 없는 동안 수련은 어떻게들 했어? 파천강기 다 익혔어?”
그러자 사매들이 기수의 시선을 피했다.
기수는 탁지연을 보고 물었다.
“시간은 충분했을 텐데 왜 반응들이 저렇지? 혹시 네가 잘 못 가르친 거 아냐?”
“아니에요! 전 최대한 자세히 가르쳐줬어요.”
춘매가 그녀를 두둔했다.
“탁매는 잘못 없어. 우리 노력이 부족했을 뿐이야.”
기수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혹시 기본 내공 운용법이 달라서 그런가?’
기수는 5명 각각에게 파천강기 운기를 어떻게 하는지 자세히 설명해보라고 시켰다. 모두들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을 보면 탁지연이 제대로 가르친 게 맞았다.
그런데 누구도 제대로 된 강기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나마 흉내라도 내는 추매, 설매가 가장 성공적이었고 춘매가 제일 처졌다.
‘내공 차이는 아니네.’
내공 차이였다면 예전에 탁지연이 익힌 건 설명할 수 없었다.
돌이켜보면 탁지연도 익히는데 꽤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던 게 기억났다.
‘그래. 두 달 만에 결과가 나오길 바라는 건 욕심일지도 몰라.’
내공이 고강하다고 다 되는 건 아니라는 생각에 약간은 겸손한 기분이 들면서, 무학에 더욱 정진하겠다는 각오도 생겼다.
탈백도를 누구라도 금방 배울 수 있는 스타일로 개량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공부가 깊어지면 파천강기도 조금은 더 쉽게 가르쳐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춘매가 변명처럼 얘기했다.
“사실, 우리가 연공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었어. 궁주는 없지, 적은 매일 몰려들지, 강시들은 숲을 헤집고 다니지… 그런데 마음 편히 연공할 수 있겠어?”
기수는 깜짝 놀랐다.
“강시가 왔다고? 어디에?”
“올라오면서 못 봤어?”
“아니. 전혀…”
“하긴 수가 많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낮이 되면 보일 거야.”
탁지연이 말했다.
“놈들에겐 기문진이 통하지 않아요.”
“무극환혼진이 뚫렸단 말야?”
그렇다면 심각한 문제였다.
“그건 아니고…. 놈들은 단지 높은 곳만 찾아 오르는 것 같아요. 지금은 다들 중턱의 언덕이나 바위에 올라서 있지만 시간이 더 지나거나 숫자가 더 늘어나면 산채까지 올라오는 놈도 생길 거예요.”
무조건 위로만 가라.
어쩌면 그것이 현재의 지형 상황에서 기문진을 뚫을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방법일 수 있었다. 강시가 인간과 다른 감각기관을 가졌다면 환영에 속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정말 돌파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혹시 그들과 싸워봤어?”
“아뇨. 괜히 그랬다가 길을 알려주기라도 할까봐…”
“잘했어. 날 밝으면 내가 직접 봐야겠군.”
화학무기를 쓰려고 한 걸 보면 강시는 거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게 분명했다.
사매들은 일단 기수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고 편히 쉬도록 했다.
기수는 수면 대신 운기조식으로 몸 상태를 조절했다.
그리고 날이 밝자 사매들과 함께 산채 밖으로 나갔다.
새 옷, 특히 헐렁한 바지를 입었지만 붕대 때문인지 약간 거치적거렸다.
‘종이컵이라도 하나 씌우면 좋겠는데.’
기수는 사매들에게서 나는 향기를 되도록 맡지 않고, 그녀들의 몸매도 되도록 보지 않으려고 애썼다.
괜히 아래쪽으로 피가 몰리면 엄청 아프고 아물던 상처가 터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 엄청 잘 듣는 금창약 가진 사람을 한 명 아는데…’
휘발성 메모리가 잘 작동하지 않는 것은 그녀가 가진 아이템 때문만은 아니었다.
‘헉! 피 몰리면 안 돼! 안 돼!’
혼자서 그런 악전고투를 하면서 임시 전망대 위로 올라가 보니 과연 언덕 위에 우뚝 서있는 강시가 내려다 보였다.
얼핏 보기엔 상태가 별로 나빠 보이지 않았다.
신체기관도 멀쩡하게 다 붙어 있었고 옷까지 제대로 차려입어서 좀비영화에 출연하는 너덜거리는 시체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피부가 암갈색이고, 눈동자가 희뿌연 것 말고는 그냥 산 사람이라도 해도 믿을 것 같았다.
“저런 놈들이 얼마나 있는 거지?”
탁지연이 대답했다.
“우리가 파악한 수만 8명이에요.”
“보이지 않는 곳에 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군.”
“맞아요.”
“일단 적의 능력을 정확히 알아야 대처방법도 세울 수 있겠지. 내가 가볼 테니까 너희들은 여기서 기다려.”
“괜찮겠어요?”
사매들이 전부 한 곳을 쳐다봤다.
기수는 헛기침을 하고 다리를 살짝 오므렸다.
“걱정하지 마. 살 좀 찢어졌다고 해서 내 무공이 저하된 건 아니니까.”
기수는 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가볍게 도약하여 언덕을 향해 날아갔다.
중간에 두 번 나뭇가지를 밟긴 했지만 거의 새처럼 날아가는 수준이라 사매들도 걱정을 더는 표정이었다.
기수는 강시와 30미터쯤 되는 위치에 내려섰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10미터까지 접근하여 숲 뒤에서 놈을 관찰했다.
가까이에서 보니 피부에 기름칠 한 것처럼 윤기가 흐르고 있었는데 딱딱하고 무표정한 얼굴에 눈동자만 번뜩거리는 게 좀 오싹한 느낌이었다.
‘’일월신교 진영에 호중만이 있나 찾아볼 걸.‘
그가 있는 줄 알았다면 파천강기 한 방으로 소서시의 원수도 갚아주고 강시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강시의 전투력을 확인해 볼 생각으로 그에게 다가가려는데 강시가 먼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몸을 날려 다가왔다.
‘흠… 이 정도 거리에서 사람의 기척을 느낄 수 있군.’
기문진 안으로 헤집고 들어오는 괴물이 반경 10미터 이상의 탐지거리를 가졌다는 것은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전투력을 좀 볼까?”
기수는 장검을 뽑아 강시가 휘두르는 칼을 막았다.
쨍! 소리와 함께 손목에 강한 충격이 전해져 왔다.
“뭐야! 이 새끼. 왜 이렇게 세?”
강시와 겨루는 게 처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번에 만났던 놈들은 일종의 시제품, 미완성품이었다는 사실을 확연히 알 수 있었다. 지금 덤비는 놈은 움직임이 빠르고, 힘차고, 유연해서 시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기수는 놈의 공격을 쳐낸 후 기회를 보아 장검으로 목을 찔렀다.
그러나 그 순간, 놈의 칼이 목을 베어 왔다.
“젠장!”
이미 죽은 시체. 천돌혈을 정확히 찔렀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공격을 해오니 동귀어진보다 더 껄끄러운 상대라고 할 수 있었다.
기수는 놈의 칼을 쳐내고 다시 다른 요혈을 찔렀다.
결과는 마찬가지. 급소건 아니건 강시는 전혀 타격을 받지 않았다.
‘왜 이렇게 질기지?’
검이 잘 박히지 않는 것도 이상했다.
마치 케블러 방탄복 안에 세라믹 플레이트라도 넣은 것처럼 피부를 뚫고 들어갈수록 저항력이 커지면서 벽에 막히는 느낌이었다.
“크아아아……!”
갑자기 강시가 울부짖었다.
“이게 미쳤나? 왜 이래?”
그것은 아파서 비명을 지르는 것이 아니었다.
괴성에 화답하듯 가까이에서 두 개의 다른 괴성이 들려왔다.
그리고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강시 둘이 추가로 모습을 드러냈다.
동료의 부름에 화답한 것이다.
“젠장! 이놈들….”
그들에겐 기문진이 소용없다는 사실이 마음에 안 들었다.
나타난 두 놈 중 하나는 뚱뚱했고, 하나는 키가 컸다.
그리고 무기도 뚱뚱한 놈은 대도, 키 큰 놈은 창을 들고 있었다.
“아무 시체나 강시를 만드는 게 아니라 살아생전에 무공을 익혔던 자들이 그 대상인 모양이군…”
몸과 무공을 고스란히 재사용하는 것 같았다.
무공은 같더라도 몸 전체가 방패가 되었으니 전투력은 더욱 향상될 게 분명했다.
기수는 일단 전망대 쪽으로 손짓을 했다.
괜히 나서지 말라는 의미였다.
강시들에게 사람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는 이상 사매들은 접근하지 않는 게 바른 선택이라고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