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244
기수는 자신이 강시의 약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매들이 강시와 맞붙는 것은 그 이후의 일이었다.
기수는 셋으로 늘어난 적 사이를 민첩하게 오가며 장검으로 놈들의 혈도를 빠짐없이 전부 다 찔러보았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결론은 그들에겐 급소가 없다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눈을 찔러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설마 했는데….골치 아프군.’
강시들의 무공은 세 마리 각각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감당하기가 만만치는 않다는 점이었다.
자기는 무공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정 위험해지면 파천강기로 걸레를 만들어줄 생각을 하니까 마음이 불안하지 않지만, 사매들 정도만 되어도 검으로 뚫기 어려운 몸을 가진 마물을 상대하면서 패닉에 빠지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었다.
기수는 어떻게든 자신의 검만으로 해결해볼 작정이었다.
혈도가 없다면 팔다리를 자르는 게 방법이 될 수 있었다.
기수는 강시의 팔과 다리를 베어갔다.
그의 검은 도만큼 무겁기 때문에 베는 용도로도 얼마든지 쓸 수 있었다.
퍽! 소리와 함께 도끼로 나무를 찍었을 때처럼 V자 홈이 파이면서 암녹색 액체가 흘러나왔다. 그 액체에선 이전에 맡은 적 있는 약 냄새가 났다.
‘이것도 단단하긴 마찬가지네.’
기수는 조금 더 힘을 주어 한 놈의 다리를 잘라내는데 성공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많은 내력을 필요로 했다.
사매들은 고수지만 그것은 사람을 상대로 할 때의 얘기였다.
기본적으로 체중이 가볍고 팔 힘도 약한 여인의 몸으로 강시의 팔다리 서너 개쯤 자르고 나면 체력과 내공이 상당히 많이 소모될 것 같았다.
“크아아아….!”
더구나 다리를 잘린 놈은 나머지 다리와 두 팔로 여전히 덤벼들고 있었다.
놈은 다리가 하나가 되니까 깨끼발로 쿵쿵 뛰면서 다가왔다.
“이제야 영화에서 본 강시 스타일이 나오는군.”
기수는 내공을 끌어 올려 놈에게 균형을 잡아주었다.
그리고 자세가 낮아진 놈의 목을 힘껏 쳤다.
그러나 검 날이 반만 들어가다가 막혔다.
“아! 이 새끼들이 진짜 질기고 끈적거리네.”
이젠 기수도 살짝 화가 났다.
기수는 검이 박힌 놈에게 왼손을 겨냥한 후 파천강기를 세 차례, 총 15발 먹여주었다.
파파파파팍!…
녹색 액체가 튀고 놈은 뒤로 날아갔다.
검을 뽑은 기수는 나머지 두 명으로 실험을 계속했다.
그런데 날아갔던 놈이 다시 일어나서 다가왔다.
몸 여기저기에 반대편이 보일만큼 구멍이 뚫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움직였다.
기수는 파천강기의 효력이 기대 이하라는 사실에 당황했다.
‘이거 문제가 심각한데? 단정홍을 써볼까?’
혈도가 없는 놈들에게 통할까 싶었지만 그래도 모르는 일이라 붉은 구슬을 만들어 두 번째 놈의 몸에 밀어 넣었다.
안타깝게도 아무 효과가 없었다.
‘내가 이 정도면 사매들은 안 되겠는데…. 더구나 강시의 수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진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기수는 마지막으로 전통적인 좀비 제거방법인 헤드샷을 사용해보기로 하고 장검으로 세 번째 놈의 이마를 찔렀다.
처음엔 약간 스쳐 맞아서인지 검 날이 튕겼다.
‘씨발! 탱크 경사장갑이라도 되냐?’
두 번째는 좀 더 집중해서 찔렀고, 퍽! 소리와 함께 두개골에 구멍이 났다.
“크아아아…..!”
강시는 그 상태에서도 계속 움직였다.
“아! 진짜, 쫌.!…..”
검을 뽑은 기수는 부서진 두개골 위를 한 번 더 내리찍었다.
그러자 퍽! 소리와 함께 코 위로 모두가 부서져서 날아가 버렸다.
놈은 그 상태로도 계속 움직였다. 그러나 대가리가 있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갈피를 못 잡고 허우적거리기만 할 뿐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목표의 위치를 못 찾는 게 분명했다.
기수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래! 이거였어.”
그가 기뻐하는 것은 놈들의 머리가 단단했기 때문이었다.
혈도를 찌르거나 팔다리를 벨 때 검에 힘을 상당히 많이 줬음에도 불구하고 잘 되지 않았던 것은 놈들의 피부와 근육이 엄청나게 질기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가리는 단단했다.
그래서 빗맞으면 튕겨내지만, 제대로 맞추기만 하면 깰 수 있는 것이다.
질긴 밧줄을 자르려면 여러 수십 번 칼날을 왕복해야 하지만, 항아리는 힘만 제대로 주면 한 번에 깰 수 있는 것과 비슷했다.
기수는 나머지 두 마리도 똑같은 방법으로 두개골을 날려버렸고, 놈들은 엉뚱한 곳에 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이 방법이 최선이군.”
그때, 기수는 검에서 흰 연기가 나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급히 검에 묻은 기분 나쁜 녹색 점액을 풀잎에 문질러 닦아 냈다. 화학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뭔가 강한 산성 액체임이 분명했다.
기수가 산채로 올라가자 보고 있던 사매들이 그를 반가이 맞았다.
“애썼어요. 몸도 성치 않은데…”
“머리만 부수면 되는 건가요?”
“일단 그렇기는 한데… 문제가 있어.”
“그게 뭔데요?”
“아주 정확하게, 힘차게 찌르지 않으면 부술 수 없어. 그리고 머리를 부순다고 해도 여전히 죽인 게 아냐. 게다가 체액이 몸에 닿으면 화상을 입게 될 거야.”
“아! 그, 그렇군요.”
사매들 모두 겁먹은 표정이었다. 기수가 그녀들에게 말했다.
“내가 상대할 때는 파천강기를 집중해서 쓰면 되니까 상관없지만, 방금 봤듯이 검으로 부수려면 가까이 접근해서 두 번 이상의 정타를 먹여야 하니까 쉬운 일이 아냐. 나 없이 너희들 단독으로는 놈들과 싸우지 마.”
그녀들의 실력이라면 이기지 못할 것도 없겠지만 체액이 몸에 튀어 백옥 같은 피부에 흉터라도 생기면 큰일이라 말리고 싶었다.
다행히 사매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기수는 아래쪽을 내려다봤다.
놈들은 계속 허공에 칼과 창을 휘두르다가 자기네들끼리 얽혀 싸우기 시작했다.
남은 감각기관이 촉각밖에 없으니까 적인지 아군인지도 모르고 그냥 살육본능을 발현하는 것이었다.
기수는 혀를 찼다.
“저것들 팀킬하고 자빠졌네.”
그런데 자기들끼리 싸우는 데도 창칼이 서로의 몸을 파고들지 못해서 걸레가 되려면 시간이 한참 걸릴 것 같았다.
기수는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쉰 후 중얼거렸다.
“저런 놈들을 도대체 몇 마리나 만든 거지?”
강시는 명으로 세기도, 개로 세기도 애매한 존재였다.
탁지연이 기수의 팔을 잡아끌었다.
“일단 놈들의 위협을 제거하는 방법은 찾아냈으니까 잠시 쉬세요.”
“쉬지 않아도 되는데…”
“붕대를 갈 시간이에요.”
“아! 그거라면….”
상처나 덧나면 안 되니까 치료는 게을리 할 수 없었다.
새 살이 솔솔 돋아나는 연고라도 하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연고 가진 사람을 아는데….’
신기하게도 주예림의 얼굴은 기억에서 잘 지워지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시간이 많이 지났어도 기억에 남는 얼굴들이 몇몇 있기는 했다.
방에 들어가 붕대를 풀어 보니 상태가 어제보다는 확실히 나아 보였다.
“완전히 다 나으려면 딱지가 앉고 저절로 떨어질 때까지 한 달쯤 걸릴 거예요.”
탁지연이 그렇게 말하자 사매들이 거의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서로의 반응에 까르르 웃기 시작했다.
기수도 그들과 함께 웃었다.
‘한 달이라고? 말도 안 돼.’
AV계에 입문한 이후로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참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30일은커녕 3일도 참은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출혈만 생기지 않는다면….’
오래 기다린 사매들을 한숨짓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흉터가 남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다.
‘서두르지는 말자. 괜히 시험해보려고 하지도 말고…’
소중한 부분이니까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기수는 웃고 있는 여섯 사매들을 보며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만약 남자로서 그녀들을 만족시켜주지 못한다면 나란 존재는 뭐가 되는 거지?’
전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꽃보다 아름다운 미녀가 6명이나 있는데 안지 못하는 몸이 되고 보니까 저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 남성기능에 문제가 생겨도 이들 6명이 나를 사랑해줄까?’
갑자기 기분이 묘해졌다.
다른 의문도 생겼다.
‘불구자가 아니라도, 단지 정력이 약해져서 6명을 모두 감당 못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래도 지금처럼 서로 의좋게 지낼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을 하니까 지금의 혈매궁은 오로지 자신의 존슨에 의해 지탱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 이제 좀 나가 줘. 밀린 잠을 자야겠어.”
기수는 일단 웃는 낯으로 사매들을 모두 내보냈다.
그리고 방에 혼자 남았다는 사실에 갑작스런 외로움을 느꼈다.
‘존슨이 없어도 날 안아줄 여자가 있을까?’
그 질문에 여러 얼굴들이 떠올랐지만 마지막으로 남은 한 얼굴은 탁지연 뿐이었다.
그녀와는 공동의 목표를 두고 오랜 시간 함께 노력한 기억들이 있고, 또 홍안산 동굴에서 첫날밤을 치르기 전까지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동침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었다.
정으로 따지면 사부와 제자, 혹은 오누이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보니 이미 섹스에 눈을 뜬 이상, 그것 없이 관계가 지속되지는 않을 것 같기도 했다.
“에휴……!”
침상에 걸터앉은 기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널리 미녀들을 이롭게 하겠다!
이 한 몸, 절세가인들을 위해 불사르리라!
그런 다짐들로 자신만만하던 자신이 단지 존슨에 붕대 하나 감았다고 이렇게 의기소침해지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기수는 양손으로 자기 뺨을 찰싹! 때렸다.
‘야! 정신 차려. 지금 산채에 위험이 닥쳤는데 무슨 말도 안 되는 감상에 젖어 있는 거야? 좀 쉬고 나서 적진에 다시 침투해보자. 호중만을 찾아서!’
그게 가장 자기다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평소와 달리 운기조식 하고 싶은 의욕은 생기지 않아서 그냥 이불을 감고 잠들어 버렸다.
얼마나 잤을까.
구수한 냄새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을 깨어 보니 사매들이 음식접시를 탁자에 늘어놓고 있었다.
“궁주! 미안해. 좀 시끄러웠지?”
“아, 아냐…. 안 그래도 일어나려고 했어.”
“함께 식사를 하려고 전부 이리 가지고 왔어.”
“잘 됐네. 안 그래도 배가 고프던 참인데…”
기수는 그녀들과 함께 앉아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사매들은 각자 음식 접시를 기수 앞으로 내밀며 권했다.
“이건 내가 만든 거야. 어떤가 평가해 줘.”
“이건 내 요리.”
기수는 모두 맛을 보았다.
“짜다. 사랑이 식었나?”
아직도 기분이 멜랑꼬리 해서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다.
“그럴 리가 있어? 내 입엔 맞던데…궁주 원래 짜고 매운 거 좋아했잖아?”
“하핫! 농담이야, 농담. 아주 맛있어.”
“그럼 그렇지. 호호호!…”
기수는 괜히 자기 때문에 분위기 망치기 싫어서 밝은 얼굴로 대화에 적극 끼어들었다. 화제는 소소한 것들이었다. 음식 조리법과 양념, 재료부터 시작해서 화장과 옷, 재미있게 읽은 책에 이르기까지 한참을 떠들다 보니 어느새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
기수가 배를 만지며 말했다.
“계속 얘기했더니 다시 배가 고프네.”
“우리 함께 요리할까?”
“좋아! 가자.”
기수는 사매들과 함께 주방으로 갔다.
그리고 평소와는 전혀 다른 충만감을 느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화.
그것은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화를 나누기엔 시간이 너무나 아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붕대에 가로막히다 보니 기수나 사매들 모두 섹스에 대한 욕심을 완전히 접게 되었고, 그것이 긴 대화로 이어졌다.
주방에서 7명이나 북적거리니까 몸과 몸이 닿을 일도 많았다.
그러나 누구도 성적인 시도는 하지 않았다. 한두 번 습관적으로 사매들의 손이 다가오다가도 흠칫하여 물러서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녀들은 탁지연의 눈치를 봤다.
탁지연이 현 상황에 대해 주의사항을 하달한 모양이었다.
기수 역시 아래쪽에 혈류가 증대되면 상처가 덧날 수 있기 때문에 눈앞에 따듯하고 말랑말랑한 몸들이 얼쩡거려도 절대 손을 뻗지 않았다.
그렇게 긴 대화를 나누면서 기수는 예전과 비교할 수 없는 편안함과 따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예전의 관계가 뜨거웠다면 지금은 따듯한 느낌. 그것은 남과 여라는 생리학적 구분을 벗어나서 사람 대 사람 사이의 정 같은 것이었다.
‘아! 우리도 이런 사이가 될 수 있구나.’
잠들기 전에 혼자 우울했던 게 우습게 여겨졌다.
사매들이 자기는 수컷으로만 생각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바로 자기가 그녀들을 암컷으로만 생각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였던 것이다.
‘내가 사매들을 여자로만 보니까 남자로서의 위기감을 느꼈던 거야. 사매들을 인간으로 보고 대우했어야 하는데 말이지.’
기수는 뭔가 크게 깨달은 느낌이었다.
만약 존슨에 이상이 없었다면 어제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사매들과 뒹굴었을 텐데, 그랬다면 지금과 같은 이런 감정들, 사매들을 여자가 아닌 사람으로 대하는 이런 기분은 느끼지 못했을 것이었다.
‘한빙왕 땡큐!’
자신에게 끔찍한 테러를 자행한 여인에게 감사인사가 나올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