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slayer's Class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15
215화
지크는 바뀐 화면을 살펴봤다.
놀랍게도 화면에는 지크가 있는 방이 그대로 옮겨져 있는 것처럼 자세하게 표기가 되어 있었다.
방의 구조와 배치된 가구의 정보, 벽의 재질까지 온갖 정보들이 나열돼서 떠올랐다.
“디펜스 영역을 구축한다는 게 이런 의미였구나.”
디펜스 영역으로 지정된 곳은 일반 맵보다 훨씬 자세하게 영역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가능했다.
지크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물건들을 움직여 봤다.
화면에는 곧바로 그 움직임이 반영됐다.
“만약 공성전에 이걸 쓸 수 있다고 하면 엄청 유리하겠는데.”
아가멤논 성 정도의 요새나 방호 기지를 디펜스 모드와 연동할 수 있다면 적들의 움직임은 물론 아군의 움직임까지 빠르게 파악할 수 있으니 전투를 훨씬 수월하게 이끌어 갈 수 있을 터였다.
지크는 전생에서 치렀던 전쟁들을 떠올렸다.
수세에 몰려서 성에 갇힌 채 제국군과 싸워야 했던 당시의 상황들은 막막하기 그지없었다.
‘그때 이런 능력이 있었다면 다들 안 죽고 살았을 테지.’
씁쓸한 기억이었다. 그래도 그가 다시 회귀를 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만약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면 이번에는 그때처럼 호락호락하게 당할 생각은 없었다.
그의 회귀로 미래가 바뀌어서 3차 대륙 전쟁이 아닌 다른 결과나 나올 수도 있었으니까.
지크는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전생의 끔찍한 전쟁이 벌어지지 않도록 아벨의 야욕을 철저하게 꺾어 놓을 생각이었다.
‘아벨과 나락 놈들을 막으면 최악의 상황까지는 일어나지 않겠지. 제일 좋은 건 아벨 놈을 먼저 죽이는 거지만…… 어설프게 건드렸다가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느니 일단은 칼리 누님을 앞세워 놈을 견제하고, 나는 강해지는 것에 집중하자.’
지크는 심기일전한 뒤 다시 설정 창을 켰다. 이번엔 카르마 포인트를 배분하기 위해서였다.
“어디 보자. 카르마 포인트가 6,834점이라. 그래도 꽤 모였네.”
지크는 우선 상급 관리자로 승급하면서 더 늘어난 인벤토리의 양을 늘리기로 했다.
중급 관리자는 제한이 500칸이었는데 상급 관리자는 그 두 배인 1,000칸까지 가능했다.
1포인트에 네 칸이 확장 가능했기에 125포인트를 소비해서 500칸을 더 늘릴 수 있었다.
“좋아, 이 정도면 충분히 쓸 수 있겠고. 남은 건 6,334점이니까.”
지크는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용족 스킬 4단계를 개방하자.”
용족 스킬 4단계를 해제하려면 3,000포인트가 필요했다.
하지만 칭호 고대 용인을 획득하면서 용족 스킬 해제 시 필요 포인트가 20% 절감됐다.
“개방에 2,400포인트라. 좋아 가 보자.”
지크는 용족 스킬 4단계를 해제했다.
“신체를 용족으로 변화하는 능력이라.”
용신체를 갖게 된 지크는 본능적으로 이 능력을 어떻게 쓰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손을 들어서 영력을 집중시켰다.
콰드득!
놀랍게도 지크의 손이 마치 용의 손처럼 변했다.
손톱이 길어지고 팔뚝에는 용처럼 비늘이 돋아났다.
지크가 변화한 손을 슬쩍 휘둘러 봤다.
그러니 벽에 용의 발톱이 할퀸 것 같은 자국이 났다.
“용린갑과 용의 발톱이 합쳐진 건가.”
히드라의 독도 신체 능력과 결합이 되면서 자유자재로 독을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체질이 변하면서 신체 기관에 능력이 결합 됐구나.”
이번에는 눈에 영력을 집중하니 용안이 이전과 달리 양쪽 모두에 나타났다.
용안으로 볼 수 있는 범위나 정보량이 이전보다 더 많아졌고, 과거를 읽어 낼 수 있는 용의 감각 역시 사용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웠다.
스킬로 쓸 때보다 능력을 훨씬 더 즉각적으로 쓸 수 있었기에 전투에 유용할 것 같았다.
그다음으로 지크는 변화한 용족 스킬을 확인했다.
용족 스킬(4단계 해제) : 폭식 (전문가) / 언령술 (숙련자) / 용의 숨결(숙련자) / 용전사(초보자+)
용신체의 영향으로 용의 숨결의 숙련도가 높아져 있었다.
“용의 숨결은 한 번에 소모되는 마나량이 너무 커서 제대로 써 보질 못했는데. 숙련도가 높아졌으니 이제 좀 쓸 만하겠구나.”
용아병은 스킬이 변해 용전사로 바뀌면서 숙련도가 다시 초보자로 바뀌었다.
“용전사는 20기까지 소환할 수 있고…….”
지크는 용전사 하나를 소환해 봤다.
스르륵!
용전사는 이전의 용아병보다 체격이 더 커지고 갑주도 단단해 보였다.
게다가 활을 쏘던 용아병들과 달리 용전사들은 투창용인 듯한 창과 석궁까지 장착하고 있었다.
지크는 용전사 20기에 호쉬가르에게서 받은 유령병 5기까지 총 25기를 소환하는 것이 가능했다.
“숫자는 줄었지만, 이전보다 전술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폭이 넓겠어.”
지크는 흡족한 마음으로 용전사 소환을 해제하고 용족 스킬 4단계의 스킬 목록을 확인했다.
―용족 스킬 4단계―
용의 날개(잠김 상태) / 용종 소환(잠김 상태)
스킬 5단계 해제 시 카르마 포인트 8,000점 필요
목록을 확인한 지크는 4단계 스킬의 설명을 읽어 봤다.
―용족 스킬 소개―
용의 날개 : 창공을 자유롭게 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한다.(해제 필요 포인트 2,000)
용종 소환 : 매개체를 통해 용종을 일시적으로 소환하는 것이 가능하다.(해제 필요 포인트 2,500)
“날 수 있는 능력에, 용종을 소환할 수 있다고?”
필요 포인트는 어마어마하지만, 상당히 탐나는 능력이었다.
특히나 공중을 날 수 있다는 건 전장에서 적의 허를 찌를 수 있는 큰 장점이 될 수 있었다.
“20%가 절감되면 1,600에다가 2,000점. 3,600포인트가 필요하네.”
4단계 개방에 쓰고 남은 포인트가 3,934점이었다.
힘들게 모은 포인트가 한 번에 날아가는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용족 스킬은 언제나 유용했기 때문에 지크는 3,600점을 투자하기로 했다.
“좋아. 둘 다 개방한다.”
지크는 과감하게 용의 날개와 용종 소환을 개방했다.
[용족 스킬 ‘용의 날개’를 개방합니다.] [용족 스킬 ‘용종 소환’을 개방합니다.]지크는 다시 용족 스킬 창을 띄워 봤다.
용족 스킬(4단계 해제) : 폭식(전문가) / 언령술(숙련자) / 용의 숨결(숙련자) / 용전사(초보자+) / 용의 날개(초보자) / 용종 소환(초보자)
“어디 한번 사용해 보자.”
지크가 망설임 없이 용의 날개 스킬을 사용했다.
그의 의지에 따라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호오?”
마치 손과 발을 움직이듯 편하게 공중에서 이리저리 선회하는 것이 가능했다.
어디까지 날아오를 수 있는지, 최대 속도는 얼마인지,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는 여러 가지로 시험해 봐야 할 것 같았다.
스킬을 해제한 지크는 다시 바닥에 안착했다.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좋아. 이 정도면 포인트 값하는군.”
용종 소환은 나중에 리치몬드에게 용종의 부속물을 얻어서 시험해 보기로 한 지크는 이번에는 탑에서 얻은 아이템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어디 보자.”
지크는 폭식으로 능력을 흡수할 만한 아이템들만 따로 분류해서 꺼내 놨다.
심령 제압의 능력이 있는 아넥시의 피리, 오르크 종족의 메달, 다크 엘프 종족의 메달, 샴발라의 목걸이, 로열 뱀파이어의 메달을 꺼냈다.
“일단 폭식할 만한 건 이 정도인가?”
레전드리 아티팩트인 솔로몬의 반지나 ‘끊임없는 투쟁의 심판자’의 힘이 담긴 뿔피리는 우선 가지고 있는 것이 나을 듯싶었다.
지크는 망설이지 않고 분류해 놓은 아이템들을 향해 폭식을 사용했다.
츠츠츠츠―
지크의 그림자가 일어나더니 아이템들을 모두 삼켰다.
그러더니 곧 메시지가 떠올랐다.
[액티브 스킬 ‘불협화음’이 ‘투쟁의 함성’과 결합해 ‘전투 함성[B급(초보자)]’으로 변화합니다.] [액티브 스킬 ‘길들이기[B급(초보자)]’를 획득합니다.] [스킬 심령 제압과 스킬 피의 안개, 스킬 진실의 눈이 결합해 새로운 스킬로 변화합니다.] [액티브 스킬 ‘혈안[S급(초보자)]을 획득합니다.’]지크는 새로 얻은 스킬의 정보를 확인했다.
―스킬 정보―
전투 함성 : 범위 안에 있는 적에게는 두려움을, 아군에게는 사기를 북돋아 준다. 아군의 상태 이상을 회복시킬 수도 있다.
―스킬 정보―
혈안 : 사라진 고대의 강력한 주술로 영혼을 꿰뚫어 보고 제압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피를 매개로 더 강한 구속력을 발휘할 수 있다.
지크는 혈안의 능력을 보고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고대의 주술이라고? 이 정도면 흑마법사나 사용할 법한 금기술이라고 봐야 하지 않나.”
스킬 등급이 S급이었기 때문에 그 능력을 엄청날 테지만 쓰는 데 살짝 부담이 가는 것도 사실이었다.
지크는 약간의 찝찝함을 느끼며, 우선 혈안 능력을 시험 삼아 써 보기로 했다.
스킬을 발동시키자 이전에 진실의 눈을 사용했을 때처럼 이마에 문양이 새겨졌다.
하지만 그때와 다르게 마치 피로 그려 놓은 듯한 눈의 모양이 이마에 새겨졌다.
우우우우웅!
이마에 새겨진 눈이 핏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더니 제3의 눈이 개안했다. 그로 인해 지크는 현상계와 영계를 겹쳐서 볼 수 있게 됐다.
“크윽.”
강력한 정신력을 가진 지크였지만 두 차원의 세계를 함께 보는 것은 그로서도 상당한 부담이 가는 일이었다.
마치 뇌가 타 버릴 것 같은 고통에 지크는 맹렬하게 힐링 팩터를 사용해야 했다.
뇌가 회복이 되고 겨우 혈안에 적응한 지크는 보이지 않았던 영계의 차원을 살펴볼 수 있었다.
현상계와는 달리 알록달록한 색을 나타내는 기운으로 가득 찬 영계는 전혀 다른 세상처럼 보였다.
‘이런 식으로 영혼의 세계를 꿰뚫어 보고 영혼을 제압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거구나.’
지크는 이전에 망령을 다루는 주술사를 잡을 때 고생했던 것이 떠올랐다. 혈안이 있다면 그런 고대 망령들을 다루는 것도 좀 더 수월해질 것 같았다.
지크가 혈안 스킬의 사용을 멈추자 이마에 새겨졌던 핏빛 문양이 사라졌다.
지크는 꽤 큰 피로감을 느끼며 숨을 골랐다.
“가진 스킬 중에서 제일 부담이 가는 것 같네.”
강력한 힘을 가진 만큼 조심해서 써야 할 필요가 있었다.
지크는 마지막으로 인벤토리에서 랜덤 박스를 꺼냈다.
탑을 정복하고 나서 마지막 보상으로 받은 또 하나의 등급 외 랜덤 박스였다.
이전 랜덤 박스에서는 레전드리 아티팩트인 ‘솔로몬의 반지’가 나왔는데 이번에는 무엇이 나올지 기대가 됐다.
“또 권능이 담긴 아이템이 나오면 좋겠다.”
지크는 바람을 중얼거리며 천천히 랜덤 박스를 열어 봤다.
그때 메시지가 떠올랐다.
[권능 요행이 발동합니다.] [요행의 영향으로 랜덤 박스의 결과값이 변화합니다.]‘요행이 발동했다고?’
이전처럼 무지갯빛이 박스 안에서 휘황찬란하게 튀어나왔다.
빛이 사그라든 후, 지크는 천천히 박스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를 확인했다.
“이게 뭐지?”
박스 안에서 나온 것은 다름 아닌 나침반이었다.
“나침반?”
권능 요행이 영향을 줬는데도 평범해 보이는 나침반이 나오자 지크는 살짝 당황했다.
그는 얼른 나침반의 정보를 확인했다.
―나침반 정보―
설명 : 사용자가 찾고자 하는 것을 찾을 수 있는 방향을 가리킨다.
고유권능 : 절대 탐색
특이 사항 : 사용자가 찾고자 하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전체론적 인과율을 감지해 방향을 지정한다. 단, 찾기로 결정한 것을 찾을 때까지는 다른 것을 찾을 수 없다.
“인과율을 감지해서 방향을 지정한다고?”
나침반이면서 고유 권능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비범한 아이템은 아닌 듯했다.
지크는 불현듯 뭔가를 떠올렸다.
‘이 나침반이라면 요정의 호수를 찾을 수 있을지도……?’
그때 지크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