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slayer's Class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556
556화
성좌를 향해 명백한 도발이자 불경스러운 언행을 서슴없이 쏟아 내는 지크였다.
천사의 뒤에서 이를 지켜보는 사견궁의 주인은 그런 지크의 불손한 언행에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지크는 공중에 뜬 채 가만히 있는 천사를 보며 레바테인을 잡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나름대로 인내심을 발휘한다는 건가. 그렇다면 한 번 더 흔들어 주지.’
지크가 혼돈기를 머금은 검을 쥐고 천사를 향해 날아갔다.
콰콰콰콰콰!
그가 천사를 향해 레바테인을 거칠게 휘둘렀다.
콰콰쾅!
더는 보호막이 의미가 없었기에 천사는 반절만 남은 날개를 펼쳐 물리적으로 지크의 검을 막았다.
강력한 검격이 쏟아지자 반절이나마 남아 있던 날개 역시 버티지 못하고 금이 간 채 서서히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지크가 천사를 향해 다시 말했다.
“고작 이 정도가 천계의 성좌가 지닌 권능이라니. 마계의 더러운 악마 놈들의 권능만도 못하군.”
그러자 순간 천사의 눈에서 다시 빛이 일렁였다.
지이이이잉!
천사의 눈에서 지크를 향해 빛이 쏟아졌다.
도시의 반절을 날릴 만큼 대단한 위력이었지만,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었다.
그리고 지크는 이를 그대로 맞고 있을 만큼 어설프지 않았다.
그는 천사의 공격을 피한 뒤 곧장 검을 들고 그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퍼억!
지크의 검격이 천사의 옆구리에 정통으로 꽂혔다.
석상에 가까워 보이는 천사에게 통각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뭔가 타격이 있기는 한 듯 그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날개도 거의 허물어지고 몸 곳곳에 금이 가 처음 나타났을 때와는 달리 초라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지크는 거의 허물어져 가는 천사를 보며 고민하다가 이내 마무리를 위해 레바테인을 들었다.
‘추락한 성좌 놈들과는 달리 도발에 쉽게 걸려들지 않는…….’
그의 상념이 채 끝나기 전에 천사의 몸에서 강렬한 빛이 흘러나왔다.
우우우우우웅!
흘러나온 빛과 함께 너덜너덜해졌던 천사의 몸이 순식간에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동시에 몸에서 뿜어내는 기운이 아까와는 완전히 달라짐을 느낄 수 있었다.
쿠구구구!
사방으로 퍼지는 강력한 성좌의 기운에 지크의 표정이 변했다.
‘도발이 통했군.’
그는 위리놈 때처럼 사견궁의 주인을 도발해 성좌가 직접 화신에게 강림하도록 유도한 것이었다.
우우우우웅!
천사가 눈이 부셔서 제대로 쳐다보기도 힘들 정도로 찬란한 빛을 내뿜으며 지크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지크의 머릿속에 직접 성좌의 의지가 전달됐다.
[불경하고 하찮은 필멸자야.]현상계가 아닌 고유 영역이긴 했지만, 천계의 성좌가 직접 화신체에 강림하여 존재를 드러낸 것은 성좌의 시대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천사의 몸에 강림한 사견궁의 주인이 다시 말을 이었다.
[신을 모욕한 죄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다.]그 말과 함께 사견궁의 주인이 자신의 권능을 펼쳤다.
파지지지지직!
거대한 번개가 땅과 하늘을 연결하듯 솟구치며 또한 내리쳤다.
지크는 천사의 몸을 휘감은 거대한 번개의 창을 보면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것이 진정한 성좌의 힘인가.’
추락한 성좌들은 마계로 떨어지면서 본래의 신격이 훼손되어 권능 역시 약화되었다.
하지만 천계의 성좌들은 현상계에서 만들어진 카르마를 통해 본신의 힘을 키워 왔기에 성좌의 시대보다 더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크는 신성 도시 라오콘의 천지를 진동시키는 성좌의 힘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사견궁의 주인이 가진 힘이 빛의 마법의 근원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러며 사견궁의 기사였던 모르간 부폰이 헤르시온을 통해 성좌의 권능을 사용했던 것을 떠올렸다.
‘지금 저 힘에 비하면 헤르시온에 담겨 있던 권능은 그야말로 티끌만 한 것이었구나.’
천사에게 강림한 사견궁의 주인이 지크를 향해 날개를 촤악 펼쳤다.
두 쌍의 날개에서 빛이 발하더니 이내 그 자체가 전격으로 변했다.
그렇게 천사의 등에서 떠오른 네 개의 창.
전격으로 이루어진 창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영혼의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지워 주마.]파지지지지직!
땅과 하늘을 가르며 솟구친 전격의 힘이 깃든 네 개의 창이 지크를 향해 빠르게 날아들었다.
콰콰콰콰콰콰!
지크는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네 개의 창을 보며 검을 치켜들었다.
우우우우웅!
들어 올린 레바테인에 혼돈기의 힘이 깃들었다.
지크가 앞으로 쏘아져 나가며 네 개의 창을 향해 검격을 내질렀다.
콰콰콰콰콰!
혼돈기의 힘이 실린 검격이 날아드는 네 개의 창과 충돌을 일으켰다.
파지지지지직!
성좌의 권능이 담긴 전격과 성좌의 힘을 상쇄시키는 혼돈기가 부딪치자 강력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런데 이전과 달리 지크의 검격이 점차 밀리기 시작했다.
추락한 성좌들에게는 통했던 혼돈기였지만 진정한 성좌의 권능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콰콰콰콰콰!
이내 지크가 내지른 검격이 산산이 부서지면서 네 개의 창이 지크를 향해 내리꽂혔다.
파지지지지직!
사방에서 날아든 전격의 창들이 천뢰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거대한 빛의 전격을 만들어 냈다.
신성 도시 라오콘 전체를 집어삼킬 듯 거대한 전격의 기둥이 만들어졌다.
지크는 그 전격의 폭풍 속으로 휩쓸리고 말았다.
콰콰콰콰콰콰!
한 번 휩쓸리면 그 누구도 빠져나올 수 없어 보이는 곳에 지크가 갇히고 만 것이다.
천사의 몸에 강림한 사견궁의 주인은 이를 보며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하등한 미물 주제에 신을 모욕한 죄는 무겁고도 무겁다. 네놈은 죽지도 살지도 못한 채로 영혼이 소멸될 때까지 전격의 폭풍 속에서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천계의 성좌가 내린 진정한 천벌이었다.
사견궁의 주인은 잠깐 동안 고유 영역에 강림했는데도 상당한 카르마를 소비했음을 깨달았다.
벌도 내렸으니, 다시 천계로 돌아가려 할 때였다.
츠츠츠츠츠―
그는 전격의 폭풍 속에서 이질적인 기운이 일렁이는 것을 느꼈다.
사견궁의 주인이 그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조금 더 분명하게 폭풍 속에 존재하는 다른 흐름이 느껴졌다.
의아해하는 그때, 그곳에서 거대한 전격의 소용돌이가 사견궁의 주인을 향해 날아들었다.
콰콰콰콰콰!
갑작스러운 공격에 사견궁의 주인이 날개를 펴고 절대 방어막을 펼쳤다.
성좌의 힘이 깃든 절대 방어막은 천사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단단한 육각의 방어막이 펼쳐지자 전격의 소용돌이는 그에게 닿지 못하고 흩어졌다.
사견궁의 주인은 그 누구도 빠져나올 수 없는 전격의 폭풍 속에서 지크가 유유히 모습을 드러낸 것을 발견했다.
그가 이해 되지 않는다는 듯 온몸에서 빛을 내뿜으며 신어를 외쳤다.
[필멸자가 어찌 성좌의 권능에 대항할 수 있다는 것인가!]천계의 성좌들은 필멸자를 농장 안의 가축 정도로만 생각했다.
언제나 필멸자들은 성좌들의 유희 거리였고, 그들의 권능에 벌벌 떨며 자비를 구하는 존재일 뿐이었다.
그런 필멸자가 성좌를 모욕한 것도 모자라 심지어 그 권능에 도전을 해 왔으니, 그로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추락한 성좌들은 끊임없이 현상계에 개입할 기회를 노리며 필멸자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힘을 키우는지를 살폈다.
하지만 천계의 성좌들은 카르마를 착취하기만 할 뿐, 그들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필요한 것을 취하고, 이용 가치가 없어지면 지웠다가 다시 만들기를 반복하기만 할 뿐이었다.
지크는 성좌들의 그 안일한 틈을 노리려 했던 것이다.
전격의 폭풍에서 빠져나온 지크는 사견궁의 주인에게 말했다.
“천계의 성좌가 이정도밖에 안 되다니 실망스럽군.”
사견궁의 주인은 미물이라 여겼던 필멸자에게 이런 모욕을 당하게 된 것을 견디기가 힘들었다.
[네놈에게는 고통조차 사치다. 존재 자체를 여기서 지워 주마.]사견궁의 주인이 등 뒤의 날개를 활짝 펴고 손을 가슴 앞으로 모은 뒤 삼각형을 만들었다.
파지지지직!
사견궁의 주인이 만들어 낸 삼각형 모양의 손 안에서 거친 전격의 핵이 생성됐다.
가장 순수한 벼락의 기운이 한껏 응축되자 그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졌다.
지크는 사견궁의 주인에게서 느껴지는 심상치 않은 기운을 경계하면서, 조금 긴장한 채로 레바테인을 치켜들었다.
레바테인에서 혼돈기의 기운이 일렁였다.
지크는 사실 사견궁의 주인을 상대하면서 오만한 구원자의 힘이 완전히 흡수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만한 구원자의 힘을 흡수해 신격이 높아지면 사견궁의 주인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상보다 오만한 구원자의 봉인체를 흡수하는 데 시간이 더 걸렸다.
파지지지직!
지크가 레바테인을 쥔 손에 다시 한 번 힘을 줄 때, 라오콘의 땅에서 하얀빛을 담은 전격이 치솟아 오르며 사견궁의 주인에게 집중됐다.
라오콘을 구성하는 모든 힘이 모여들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나의 세계 자체를 자신의 힘으로 사용하는 성좌의 권능은 현상계의 권능이나 악마의 권능과는 차원이 달랐다.
쿠구구구구구!
지크는 레바테인을 쥐고 혼돈기를 확장해 성좌의 힘에 의해 몰려오는 압박을 버텨 냈다.
그때 사견궁의 주인이 지크를 보며 천천히 수인을 맺은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참회하라. 죄인이여.]지이이이이이잉―
사견궁의 주인이 만들어 낸 삼각의 수인에서 강한 파동이 퍼져 나갔다.
동시에 지크는 자신이 어느샌가 사견궁의 주인의 손바닥 안에 갇혔다는 것을 깨달았다.
쿠구구구구!
주변을 살펴보니 위와 아래가 모두 사견궁 주인의 손바닥이었다.
‘어떻게 이런……?’
지크가 알던 모든 개념을 초월한 방식의 공격이었다.
순간 지크를 둘러싼 공간 자체가 가장 순수한 벼락의 기운으로 물들었다.
우우우우웅!
사견궁의 주인의 손에서 하얀빛이 터져 나왔다.
지크는 그 손바닥에 갇힌 채 사방에서 쏟아지는 성좌의 신뢰(神雷)에 휩쓸렸다.
파지지지지지직!
신이 내린 벼락은 불경함을 간직한 모든 것을 태우고, 정화하고자 한다.
사견궁의 주인은 지크를 손바닥 안에 가둔 채 본신의 힘을 끌어내 그의 영혼은 물론 존재의 흔적 자체를 지우려 했다.
차원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차원 서버인 아카식 코드에 그 기록이 남게 되어 있었는데, 성좌가 지닌 본신의 권능은 심지어 그 기록마저 지워 버릴 수 있었다.
애초에 필멸자는 상위 차원의 존재인 성좌에게 대항할 수 없는 것이 절대적인 법칙이었고, 이 법칙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은 아무도 없었다.
파지지지지직―
신뢰를 일으킨 사견궁의 주인은 자신에게 대항한 어리석은 미물의 존재와 그 흔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느끼고 이내 힘을 거두었다.
[필멸자가 감히 신에게 대항하다니. 아무래도 조만간 지상에 신벌을 내릴 필요가…….]그런데 그때였다.
파지지지지직―
분명 신뢰를 거두었는데 공간에 그 기운이 흩어지지 않고 남아 조그만 불꽃을 튀기고 있었다.
사견궁의 주인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그가 흩어지지 않은 기운을 향해 손을 뻗으려던 순간이었다.
촤아아악!
검격이 그의 손을 향해 날아왔다.
당황하기는 했으나 사견궁의 주인은 절대적인 힘을 가진 성좌였다.
저절로 절대 방어막이 형성되어 날아오는 검격을 막았다.
사견궁의 주인은 당연히 절대 방어막에 막혀 검격이 흩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촤아아아악―
하지만 날아온 검격은 절대 방어막을 뚫고 사견궁의 주인이 강림한 천사의 팔을 베어 버렸다.
[이럴 수가!]잘린 팔에서 마치 빛무리 같은 성혈이 뚝뚝 흘렀다.
천사의 몸에 깃든 성좌가 아픔을 느낄 리 없었다.
하지만 그는 필멸자의 공격이 자신의 화신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에 충격을 받아 그 자리에서 굳고 말았다.
오랜 시간 동안 차원의 질서와 절대적인 법칙을 지켜 온 수호자로서 필멸자의 공격이 그에게 닿았던 적은 단 한 번뿐이었다.
‘신살자 솔로몬…….’
솔로몬을 떠올린 사견궁의 주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지만 이내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와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견궁의 주인은 아주 잠깐이지만 솔로몬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 필멸자에게서 강한 불쾌감을 느꼈다.
그가 다시 기운을 일으켰다.
불쾌한 필멸자와 함께 아예 이 세계 자체를 지워 버릴 생각이었다.
사견궁의 주인이 다시 손을 모아 기운을 끌어 올리려 할 때였다.
쉐에에에에에에엑!
뭔가가 매우 빠른 속도로 그를 향해 날아왔다.
사견궁의 주인이 다시 방어막을 일으켰다.
방금 자신의 방어막이 뚫린 것을 보았으면서도, 피하기보다는 정면으로 막으려 한 것이었다.
아까보다 더 강한 절대 방어막이 펼쳐졌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한 줄기의 검은 빛이 방어막을 뚫고 성좌가 깃든 천사의 가슴 한가운데 정확히 꽂혔다.
퍼어어어억!
사견궁의 주인은 순간 영혼을 울리는 견딜 수 없는 고통에 자신도 모르게 괴성을 내질렀다.
고오오오오오!
혼돈기의 힘이 깃든 아다만티움으로 만들어진 창.
그것이 성좌가 깃든 화신체의 육신에 단단히 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