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23
0222 사올라(2)
늦은 시간으로 인해 야영을 결정한 우리는 곧바로 안전한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물론, 오래 걸리지도 어렵지도 않았다.
“저쪽으로 조금만 가면 보금자리로 쓸만한 곳이 있소이다.”
야간 시력 하나는 끝내주는 부엉이인, 유부가 우리와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녀석이 잠깐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으로 야영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며 보게 된 이런저런 것들을 이야기해 주는 녀석을 데리고, 야영을 할 곳으로 이동했다.
거대하다고 해도 좋을 바위 덩어리가 중심에 있고, 그 주변으로 큼지막한 바위들이 많은 장소였다.
바위들이 바람을 막아주는데다, 주변으로 풀이나 식물도 많지 않아서 불을 피워 저녁을 해먹는 것도 가능해 보였다.
우리는 곧바로 자리를 잡고 야영을 준비했다.
나는 경호원들이 얇은 텐트와 모기장을 이용해 야영장을 꾸미는 모습을 보며, 콩콩이를 데리고 나섰다.
다름이 아니라 추가로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콩콩아, 이것들 좀 옮기자. 할 수 있지?”
“크흥.”
내 말에 콩콩이는 가소롭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며, 주변에 있던 커다란 바위를 들어 올렸다. 한 손에 하나씩, 바위를 들어 올린 녀석은 우리 야영장 주변을 더 둘러싸기 시작했다.
쿵- 쿵- 소리를 내며 바위들이 야영장 주변을 채웠고, 완벽하게 C자 형태로 야영장 주변을 감싸는 형태가 되었다.
“자, 밥부터 먹자!”
“바아아압!”
그리고, 야영장 조성을 마친 우리는 곧바로 저녁을 해결했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 가져왔던 음식들을 불에 익혀 먹는 것이었다. 역시 반조리 식품보다는 불에 굽거나 제대로 익혀 먹는 것이 더 맛있었다.
“사올라두 마니 머거!”
맛있는 식사를 마무리하고 이를 닦고 있으니, 소은이가 나뭇잎 같은 것들을 사올라들한테 내밀고 있었다.
“사올라만 전부 여덟 마리니까, 이름을 지어주긴 해야겠네.”
한두 마리도 아니고, 새끼까지 포함하여 여덟 마리나 되니 이름이 필요할 것 같았다. 사올라라고 부르면 성체 여섯 마리가 휙휙 고개를 들어 올리니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지을래!”
그리고, 사올라들의 이름을 지어야겠다는 소리를 하자마자 소은이가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이파리를 든 손을 들어 올린 탓에, 사올라들의 고개가 따라서 올라온 것은 덤이었다.
“소은이가 얘들 이름 지어줄 거야?”
“웅!”
“그래, 한 번 지어 봐.”
애초에 소은이를 보고 따라온 녀석들이나 다름없으니, 소은이가 이름을 지어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됐다.
“사올라……. 사올라……. 으으으음!”
소은이는 사올라들의 이름을 짓기 위해 잠시 동안 끙끙거리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동안 고민하던 소은이는 무언가 생각난 건지, 이내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사올라니까 사딸라!”
“푸흡!”
고민하는 소은이의 모습을 보며 물을 마시던 나는 그대로 물을 뿜어냈다. 다행히 소은이에게 물이 뿜어지지는 않았지만, 피워둔 모닥불이 순간 꺼질 뻔했다.
“사, 사딸라는 어디서 들은 거야?”
“뮤튜브! 사딸라! 땡큐!”
소은이의 말에 오래된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어릴 때 나온 드라마의 장면이었는데, 그게 소은이의 입에서 나올 줄은 몰랐다.
“얘는 사딸라! 쟤는 오딸라. 그 뒤로 육딸라 부터 구딸라까지! 애기들은 일센트랑 이센트!”
“……달러랑 센트는 유치원에서 배웠어?”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인 소은이는 벌써부터 이름이라고 알려주듯, 사올라들의 이름을 불러댔다. 사딸라 오딸라…….
그래도 사올라에 사딸라라고 하니 뭔가 라임은 있는 것 같아서 나름대로 입에 붙기 시작했다.
“이제 슬슬 잘까?”
저녁도 먹었고, 수건에 물만 묻혀 닦는 수준이지만 씻기도 했으니 우리는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모기 같은 날벌레들이 들어가지 않도록 모기장 텐트에 재빨리 들어갔다.
“소은아, 오늘은 귀마개 하고 잘까?”
“귀마개? 왜에?”
“오늘 아빠가 경호원 아저씨들하고 운동하고 잘 거라서 그래. 시끄러우면 소은이가 잠을 잘 못 자잖아? 내일도 재미있게 놀 거면 일찍 자야 되는데.”
“구래! 내일 놀아야대!”
소은이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귀마개를 가져오더니 귀에 폭- 꽂아 넣고서 드러누웠다.
그리고, 드러누운 지 10초 정도가 지났을 때 코오오- 소리를 내며 잠에 빠져들었다.
“자는 건 진짜 빠르네…….”
내 딸이지만 10초 만에 잠드는 건 신기했다.
그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으니, 곁에 있던 누나가 나를 톡톡 건드렸다.
“위험한 거야?”
“아냐. 걱정하지 말고 애들이랑 같이 있어. 금방 올 거야. 오늘 피곤했을 건데, 먼저 자.”
내 말에 누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내가 오기 전에는 절대 먼저 잘 수 없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런 누나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볼을 가볍게 쓸어주었다.
“걱정 말고 쉬고 있어.”
나는 곧바로 텐트에서 빠져나왔다. 날벌레 한 마리 들어가지 못하게 재빨리 빠져나와 지퍼를 닫았다.
그리고, 텐트에서 빠져나온 나는 곧바로 이곳에서 경호원들을 총괄하고 있는 경호 팀장에게 다가갔다.
“왔나요?”
“아뇨. 아직은 올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팀장은 내 물음에 고개를 내저으며 대답했다.
다름이 아니라, 유부 녀석이 야영할 장소를 찾기 위해 주변을 날다가 수상쩍은 인간을 발견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누나가 걱정하고 있던 것도 그 수상한 인간 때문이었다.
“청호야.”
“콩콩이가 주변을 정비할 때 움직인 이후로는 딱히 움직임이 없슴다.”
“그래?”
나는 청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경호 팀장에게로 다시 시선을 옮겼다.
“이렇게 된 거, 끌어내죠.”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만…….”
“이대로 있는다고 안전하진 않으니, 얼른 해결하고 잠이나 자는 게 낫지 않겠어요?”
잠시 고민하던 경호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부와 청호가 파악하기로 수상쩍은 인간의 수는 세 명이었다. 그렇다면 끌어내서 수적 우위를 살려 빠르게 처리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을 바꾼 것이 분명했다.
“그럼 지금 바로 가서 제압하도록 하겠습니다.”
“직접 갈 이유가 있겠어요? 오라고 하면 되지. 나무들 사이에 숨은 것들을 찾으러 가는 것보단, 뻥 뚫린 곳으로 알아서 나오게 해야죠.”
당장이라도 튀어나가려는 팀장을 붙잡은 나는 근처에서 깃털을 고르고 있던 유부에게 시선을 옮겼다.
“유부야. 일 하나만 하자.”
“뭘 도와주면 되겠소이까?”
“세 명 있다고 했지? 그 인간들 머리에 꿀밤이나 한 번씩 먹여주자고.”
나는 유부의 발톱에 총 세 개의 열매들을 쥐여주었다. 손가락 한 마디만 한 크기였는데, 살짝 말랑말랑한 과육 안에 작고 단단한 씨앗이 있는 열매였다.
“그거 참 재미있겠소!”
유부 역시, 우리 일행을 노리는 듯한 수상쩍은 인간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지 내 지시에 반색했다.
녀석은 곧바로 세 개의 열매를 쥐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무소음 비행으로 스텔스 전투기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인 수리부엉이답게, 녀석은 소리 소문 없이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끄아아아악!”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쐐액- 하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자그마하고 말랑말랑한 열매라고, 하늘 높은 곳에서 떨어져내리는 충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말랑말랑한 탓에 심각한 부상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더라도, 큰 고통을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순식간에 한 대씩 얻어맞은 수상한 인간들은 자신들이 들켰음을 인정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곧바로 분노에 가득 찬 듯한 목소리로 무어라 외쳐댔다.
물론, 라오스의 언어인 라오어를 할 줄 모르는 내게는 조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었다.
“……가만두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래도 곁에 있던 통역사 덕분에 그 뜻을 알 수는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뜻을 함께 전해 들은 경호 팀장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겨우 세 명 밖에 안 되면서, 이렇게 자신 넘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으악! 칼, 칼! 칼 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는 금세 알 수 있었다. 얼굴에 열매의 과즙을 스킨로션처럼 촉촉하게 바르고 있던 세 인간들이 사이좋게 칼을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사람 팔뚝만 한 길이에, 날카로운 칼날을 자랑하는 정글도를 꺼내든 것이었다.
게다가 그들이 꺼내든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내 주변에 강한 힘을 내는 동물들이 많다는 것을 미리 파악하고 온 건지, 마취총을 꺼내어 쏘는 것이었다. 주 목표는 콩콩이와 청호였다. 그 외에도 몇몇 경호원들에게 마취총이 명중됐다.
약이 담긴 주사기 같은 투사체가 콩콩이나 청호, 몇몇 경호원들의 피부에 박혀 있었다.
“……즉효성 마취총으로 저항할 수 있는 이들이 무력화되었으니 항복하라고 합니다.”
눈 깜빡하는 사이에 마취총을 명중시킨 인간들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날붙이를 들고, 강한 힘을 가진 동물들을 무력화 시켰으니 자신들이 유리한 줄 아는 것이었다.
“저놈들의 요구 사항이 뭐죠?”
“……사올라를 내놓으라고 합니다. 아마, 저들의 목적이 사올라 같습니다.”
사올라라는 말에 나는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있었다.
현재 전 세계에 몇 마리 없는, 심지어 포획된 상태로 살아 있는 개체는 단 한 마리도 없는 사올라였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희귀한 만큼 가치가 높은 사올라를 암거래 시장에 팔려고 하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네.”
사올라를 노리고 우리가 있는 곳까지 이렇게 따라왔다는 것에, 나는 어이가 가출하는 것이 느껴졌다.
겨우 정글도와 마취총 정도만 가지고 우리를 습격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애초에, 라오스에서 사올라의 밀렵을 위해 수많은 밀렵꾼들이 움직인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당연히 그에 관한 대비도 충분히 해둔 상태였다.
물론, 그 이전에 콩콩이와 청호에게 마취제가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더더욱 어이없게 만들고 있었다.
“크응.”
콩콩이는 팔뚝에 박혔던 마취탄을 대충 뽑아내어 마취탄의 주삿바늘 같은 것으로 이빨을 쑤시고 있었으며, 청호는 몸을 살짝 움직여 언제나 챙겨 입고 있는 군용 재킷 같은 하네스에 마취탄이 튕겨나가게 만든 상태였다.
그리고 경호원들이야 팔뚝에 잘못 맞은 막내 경호원이 쿨쿨 잠에 빠져들었지만, 다른 경호원들은 이미 보호구를 모두 착용하고 있는 상태라 마취탄이 박혀들어갈 수가 없었다.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이유인 마취탄이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것에, 밀렵꾼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뒤이어 펼쳐진 광경에, 그들의 표정은 더더욱 일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바로, 경호원들이 품에서 권총을 하나씩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라오스는 총기가 합법인 국가였다. 당연히 밀렵꾼들이 올 수도 있음에 대비해, 경호원들에게 총기를 챙겨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자동소총까지는 무리라고 해도, 권총 정도는 귀국 때 반납하는 조건으로 얼마든지 빌릴 수 있었다.
“가지고 있는 것들을 다 바닥에 버리고, 엎드리라고 전해줘요.”
내 말이 통역사를 거쳐 밀렵꾼들에게 전해졌고, 그들은 떨리는 모습으로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밀렵꾼들이 바닥에 엎드리자, 경호원들이 다가가 그들을 포박했다. 텐트를 고정할 때 쓰려고 챙겨두었던 로프였지만, 그 로프는 밀렵꾼들을 포박하고 나무에 고정해버리는 용도로 쓰였다.
동물들과 경호원들에게 그 밀렵꾼들을 감시하도록 만든 나는, 여전히 걱정하고 있을 누나에게 돌아갔다.
텐트로 돌아가니, 여전히 걱정스러워하고 있던 누나가 나를 반겼다.
“괜찮아?”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했잖아. 멀쩡해. 우리도 어서 자자. 은수는 아빠 위에서 잘까?”
“빠!”
나는 소은이가 어릴 때 그러했던 것처럼, 은수를 내 배 위에 올리고 자리에 드러누웠다.
누나는 그런 내 모습에 어이없다는 듯이 잠시 웃음을 터트렸으나, 바닥을 탁탁 두드리는 내 제스처에 따라 소은이를 사이에 두고 자리를 잡았다.
“잘 자.”
“너도.”
걱정을 하긴 했지만 내가 멀쩡히 돌아왔으니 다행이라고 여긴 건지, 누나도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나 역시, 배 위에서 느껴지는 은수의 따끈한 체온을 느끼며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