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27
0326 만렙토끼즈
“토~끼즈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헬기를 타고 진화의 섬으로 가는 길. 소은이는 5일 만에 토끼즈를 다시 만난다는 것이 무척 즐거운지 동요까지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기분 좋은 흥얼거림을 들으며 빠르게 이동한 헬기는 차와 배로 이동한 것에 비해 배 이상 빠르게 움직였다.
순식간에 움직여, 섬에 따로 자그마하게 만들어둔 헬기 착륙장에 헬기가 내려앉았다.
“저는 그럼 주변에서 대기하다가, 내일 저녁에 다시 오도록 하겠습니다.”
“수고 좀 해줘요.”
“아저씨 안녀어어엉!”
소은이가 떠오르는 헬기를 향해 손을 붕붕 흔들어 주는 것을 잠시 바라보던 우리는 곧바로 토끼즈를 찾아 나섰다.
아니, 찾아 나서려 했다.
“왔샤?”
“안녕한거샤!”
헬기가 다가오는 소리에 주변까지 찾아왔다가, 우리가 내리는 것을 보고 토끼즈가 알아서 다가온 것이었다.
“와아아아앙! 토끼즈다아아아!”
그리고, 그 모습을 발견한 소은이는 냅다 달려가 토끼즈를 끌어안았다.
토끼즈 역시 소은이에게 안겨들며 서로 재회의 기쁨을 누렸다.
“소은아, 일단 아빠가 일기토 좀 확인할게.”
“웅!”
일기토의 건강 상태를 보겠다고 하니, 소은이가 잽싸게 일기토를 내게 내밀었다. 일기토의 건강이 회복된다면 동물원으로 돌아가, 매일매일 함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일기토를 품에 안고서, 녀석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오기 전에 수의사로부터 확인해야 할 부분 같은 것들을 전해 들은 상태였다.
털이 왕창 빠져, 땜빵이 생겨 있던 곳을 확인하니 새로운 털이 조금씩 자라나기 시작했다. 입 주변이나 귀의 상태도 제법 좋아진 것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털이 전체적으로 고르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보아, 건강이 완벽히 좋아진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많이 좋아진 것 같긴 하네. 어때, 여기서 지내는 동안 괜찮았어?”
“좋았샤. 그치만 애기가 없는 건 조금 심심했샤.”
활발 그 자체인 소은이와 자주 놀던 토끼즈로서는 조용하고 느긋한 섬의 생활이 좋으면서도 심심한 것이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적응을 잘 하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소은아. 엄마랑 토끼즈 털 빗어줄까?”
그리고, 일기토를 내려놓기 무섭게 누나가 아이들과 함께 빗을 쥐고 토끼즈의 털을 빗어주기 시작했다. 손길을 조심조심 신경 써야 하는 일기토는 누나가 맡고, 나머지 토끼들은 아이들이 맡은 것이었다.
그렇게 털이 아주 깔끔해진 토끼들은 고맙다는 듯이 누나와 아이들의 손을 열심히 핥았다. 토끼들의 애정표현이었다.
“얘두라, 섬에 있을 때 뭐 했어? 잘 놀아써?”
토끼즈의 털을 다 빗은 소은이는 토끼즈가 섬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해했다.
당연히 토끼즈는 그런 소은이의 물음에 아주 상세하게 답해주었다.
우리가 떠나간 직후, 토끼즈는 섬의 원주민이라고 할 수 있는 동물들과 인사를 나눴다. 덩치, 갈매기, 고라니 등등. 루돌프가 섬에서 우리 동물원으로 온 상황이었기에, 녀석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은 덕에 금세 친해졌다고 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소은이와 함께 있으며 더 친해지게 된 때지를 타고 섬을 일주하며 놀았다고 했다. 주로 때지와 많은 시간을 보낸 듯했다.
사이좋게 땅을 파서 맛있는 걸 찾아 먹기도 하고, 빨리 먹기 내기를 하기도 했다. 당연히 토끼즈만한 고구마도 한 입에 삼킬 것 같은 때지에게 토끼즈가 이길 수는 없었다. 결국, 녀석들은 맛있는 산딸기를 찾아줘야 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고 하니, 나는 녀석들의 건강이 회복되어가는 것이 확실하다고 여겼다.
자화자찬이나 다름없긴 하지만, 내 초능력의 영향으로 진화의 섬에서 자라나는 식물들은 절대 평범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더 거대한 크기, 더 좋은 맛, 더 풍부하고 효과가 확실한 영양분까지. 그러니 토끼즈의 건강이 점점 좋아지는 것이 당연했다.
“확실히 적응한 것 같아서 다행이네. 난 솔직히, 토끼즈가 여기 섬에 적응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했거든.”
내게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누나는 토끼즈가 적응한 것 같다며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누나의 볼을 살짝 쓸어주고선, 아이들을 내려놓고 별장으로 향했다. 어차피 아이들은 토끼즈와 놀 것이 분명했으니 우리는 잠깐 휴식을 취하면 되는 것이었다.
해가 떨어질 때까지 토끼즈와 놀다가 배가 고플 때가 되어서 별장에 돌아온 아이들은 저녁도 토끼즈와 함께 먹었다.
“신소은.”
“머, 먹을게에…….”
도중에 자기 밥에 섞인 당근을 골라내어 토끼즈에게 주던 소은이가 누나에게 혼날 뻔한 일이 있었지만, 어떻게든 모두가 만족스럽게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토끼즈와 침대에서 뒤엉켜 잠에든 소은이는 다음 날에도 똑같은 모습을 보였다. 집에 가기 직전까지 토끼즈와 떨어지지 않고 열심히 노는 것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번에도 소은이는 토끼즈와의 이별이 아쉽다는 듯이 눈물을 한 방울 흘렸다. 월화수목금, 무려 5일 동안 토끼즈를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처음 헤어질 때보다는 덜했다. 몇 분 끌어안고 있다가 놔주고서 얌전히 헬기에 올라탔으니 말이다.
“다음 주에도 꼭 올 거지?”
“당연하지. 소은이가 토끼즈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확답을 해주니 소은이가 그제야 눈물을 슥- 닦으며 다시금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시간이 빠르게 흘러 다시금 주말이 찾아왔다. 방방 뛰는 소은이를 데리고 진화의 섬에 찾아온 우리는 다시금 똑같은 과정을 거쳤다.
토끼즈의 건강을 체크하고, 아이들이 즐겁게 놀고, 서글프게 헤어지는 것을 반복한 것이었다.
그렇게 매주 진화의 섬을 찾게 되니, 소은이도 어느덧 익숙해졌는지 이별을 하는 것에 더 이상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다름이 아니라, 조만간 토끼즈가 동물원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얻었기 때문이다.
특히, 토끼즈가 진화의 섬에 들어온 지 세 달 가량이 되었을 때는 토끼즈의 상태가 무척 좋아져 있었다.
“일기토 상태가 진짜 많이 괜찮아졌네?”
가장 건강이 나쁘던 일기토의 상태가 무척 호전되어 있었다. 땜빵은 완벽히 사라졌고, 너저분한 털들이 깨끗하게 변했다. 그 어디를 봐도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징후 같은 것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화상 진료지만 수의사도 그런 일기토의 모습을 보며 갓 성체가 된 녀석들 수준으로 건강하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
“많이 노력했샤!”
“뭘?”
“건강해져서 애기한테 돌아갈 거샤!”
“와!”
소은이는 일기토의 외침에 감동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나는 동시에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뭘 어떻게 노력했길래 수명의 한계에 달한 것 같던 녀석이 갓 성체가 된 수준으로 건강해질 수 있는 건지 의문이었다.
“어떻게 노력했는데?”
“덩치가 알려줬샤! 건강해지는 방법 말이샤!”
“덩치가?”
“덩치 덕분에 많이 건강해진 거샤!”
“……덩치한테 가보자.”
나는 곧바로 토끼즈를 데리고 덩치에게로 향했다. 소은이와 은수도 따라오려 했지만, 점심을 먹어야 한다는 이유로 누나에게 붙잡혔다. 아이들 밥은 절대 거르면 안 된다는 주의였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토끼즈와 덩치를 찾아 숲을 빠르게 이동한 나는 덩치가 사는 곳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벽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하고 있는 덩치를 볼 수 있었다.
“꾸헝!”
덩치의 기합소리와 함께, 콰앙-하고 무언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어 다가가니, 커다란 바위를 두드리고 있었다.
마치 무협지에 나오는 무술가들이 수련을 한답시고 바위를 두드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니 도대체 뭘 하고 있던 거야.”
“건강해지는 운동인 거샤!”
황당함에 혼잣말을 중얼거리니 토끼즈가 대답했다. 황당함을 조금도 해소해 주지 못했지만.
그런데, 그런 말소리를 들은 덩치 녀석이 몸을 돌렸다.
이전에 볼 때보다도 더욱 커진 덩치의 덩치는 ‘덩치’라는 이름에 걸맞은 덩치를 가지게 된 상태였다.
“덩치야, 뭐 하고 있는 거야?”
“수련한다! 건강! 장수! 강함!”
덩치는 자신의 건강함을 과시하듯, 몸에 힘을 불끈 주었다. 그러자, 털과 가죽으로 잘 드러나지 않던 녀석의 근육이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어디 보디빌딩 대회에 내놔도 만장일치로 1등에 오를 것 같은 근육들이 불끈불끈 솟아올랐다.
“…….”
그 모습에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니, 때지도 그렇고 왜 괴물이 되고 있는 거야.
그러나, 황당함을 극복하지 못하는 나와 다르게, 토끼즈는 익숙하다는 듯이 덩치에게 다가갔다.
“싸부, 오늘도 많이 가르쳐달라는 거샤!”
“알았다! 우리, 같이 수련한다! 건강은 수련에서 나온다! 건강함은 곧 강함이다! 자, 따라 하는 거다!”
덩치 녀석은 제 발만 한 수준의 토끼즈를 내려다보더니, 곧바로 시연을 보이듯 바위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콰앙 소리가 울리며 바위에서 자잘한 조각들이 떨어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본 토끼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비슷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사슴과의 동물들이 뒷발차기를 하듯이 바위를 걷어차는 녀석도 있었고, 몸을 들어 올린 상태로 앞발을 마구 휘두르기도 하는 것이었다.
인간의 기준으로 보면 하찮기 그지없는 행동이었지만 그 행동이 만들어내는 결과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후두둑- 하며, 자그마한 돌멩이들이 바닥으로 떨어져내리는 것이었다. 마치 덩치가 그러한 것처럼 말이다.
“음! 훌륭하다! 너희들은 이제 모두 건강하다!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다!”
“고마운 거샤!”
토끼즈는 자신들을 위해 몸을 낮춰 얼굴을 바닥으로 내리는 덩치에게 몸을 비벼댔다. 녀석들의 애정표현 중 하나였다.
“우리 이제 건강한 거샤! 애기랑 같이 동물원으로 돌아갈 수 있샤!”
“…….”
내게 다가와 동물원으로 돌아갈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해졌다고, 온몸에 힘을 주며 어필하는 토끼즈였다.
복슬복슬하고 말랑말랑할 것 같던 토끼즈가 어째서인지, 아주 딴딴하게 느껴졌다.
너네, 건강해진 게 아니라 강해진 거 같은데…….
나는 입안에 맴도는 말을 삼키며, 토끼즈를 데리고 별장으로 향했다. 별장으로 돌아간 나는 곧바로 아이들에게 토끼즈와 함께 집으로 갈 것임을 알려주었다.
“와아아아아!”
“뺘아아아!”
소은이와 은수는 쥐고 있던 숟가락마저 내팽개칠 정도로 기쁨을 토로했다.
“신소은! 신은수! 누가 숟가락 던지랬니!”
물론, 누나의 호통이 따르는 것은 덤이었다.
혼이 났음에도 아이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는 토끼즈가 섬에 있는 다른 동물들과 작별 인사를 나눌 수 있게 해준 다음, 동물원으로 복귀했다.
“오, 토끼즈! 돌아왔구나!”
당연한 말이지만 동물원의 동물들은 오랜만에 귀환한 토끼즈를 무척이나 반겨주었다. 특히, 자신을 괴롭게 하지 않는 토끼들을 무척 좋아하던 호돌이가 토끼즈를 반겼다.
지금이야 그러지 않는다고는 해도 포동이들은 매번 밥을 훔쳐 가는 놈들이었고, 남캣은 툭하면 와서 냥냥펀치를 날리는 놈이었다. 그런 녀석들과 다르게, 토끼즈는 만나면 반갑다고 인사도 해주고 밥을 뺏어가지도 않았으니 좋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반가움의 표시는 토끼즈에게 귀찮음을 만들어냈다. 자꾸 들러붙는 것은 물론, 그루밍을 하려고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호랑이의 날카로운 돌기가 가득한 혓바닥은 토끼즈에게 좋은 그루밍이 되지 못했다.
“귀찮게 하지 말라는 거샤!”
결국, 호돌이 녀석은 토끼즈에게 혼쭐이 나게 되었다.
“크허엉!”
일기토의 뒷발차기에 얻어맞은 녀석은 마치 강아지가 깨갱거리는 듯한 울음소리를 토해내며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진짜 건강해진 게 아니라, 강해진 거 맞는 거 같은데.”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고서 훌쩍이는 호돌이를 달래주었다. 토끼즈가 변했다며 낑낑 울어대는 녀석에게 맛있는 닭고기를 먹여주며 달랬다.
“반가운 건 알겠지만, 네가 조금 심하긴 했어. 토끼즈랑 네 덩치 차이가 있는데, 그렇게 들러붙으면 토끼즈한테는 위협적일 수 있잖아? 나중에 귀찮게 해서 미안하다고 해. 그럼 토끼즈도 때려서 미안하다고 할 거야.”
닭고기를 오도독 씹어 먹던 호돌이는 내 말대로 토끼즈에게 사과했고, 토끼즈에게 사과받았다.
그리고, 토끼즈는 호돌이와 무척 가깝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였다. 호돌이의 머리와 등에 올라탄 채로 노는 모습을 자주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녀석들에겐 단순히 친하게 노는 것에 지나지 않았지만,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은 호돌이가 토끼즈에게 패배해 탈것이 되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