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401
0400 광고(3)
“꺄아아아아악! 오빠아아아악!”
동물원을 찾는 인플루언서, 연예인들이 많아지니 자연스럽게 입구에서 팬미팅이 열리고 있었다.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들키는 확률을 줄일 수 있는 내부와 다르게, 질서정연하게 천천히 입장하는 입구에서는 정체가 발각되기 무척 쉬웠기 때문이다.
입장을 대기하던 도중에 정체를 들켜서 난데없는 팬미팅이 벌어지기도 하면서 동물원의 입구는 거의 매일같이 소란이 일고 있었다.
그렇지만 좋아하는 인플루언서나 연예인을 발견한 팬들은 난동까지 부리지는 않았다. 제자리에서 파닥파닥 뛰다가 카메라를 드는 것이 전부였다. 괜히 새치기라도 했다간, 질서를 수호하는 까마귀 녀석들의 새똥 세례를 맞는 탓이었다.
“새치기하시면 새똥 맞으실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저희 동물원 측에서는 책임을 지지 않사오니, 차례를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직원들이 그러한 사실을 계속 방송하며 줄을 세우고 있었으니, 괜히 모험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우리 동물원에서는 새똥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은 장난이 아니라 명백한 경고였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러한 소란이 거의 매일 이어지는 상황에서, 더더욱 큰 소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오늘은 우리 동물원을 배경으로 예능의 촬영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여러 시즌 제작된 유명 예능이었다. 관련 소식이 퍼졌는지, 벌써부터 입구에는 대포 카메라라고 부르는 대형 카메라를 들고 있는 이들이 많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원래는 몰려드는 관람객들의 관람에 방해가 될 수 있는지라 방송 촬영 허가를 잘 해주지 않으려 했으나, 꽤나 유명한 예능의 촬영이라 허락을 해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러한 이유보다는 담당하는 피디와 가지고 있는 친분 탓이 조금 더 컸다.
“수환 씨. 진짜 고마워요.”
“에이, 아니에요. 전에 약속했잖아요? 동물원에서 촬영하는 거 도와주겠다고.”
지금 내 앞에 있는 피디는 이름이 잘 알려진 피디이자, 하루세끼를 총괄하던 피디였다. 하루세끼에 출연하던 당시에 나름대로 친분을 다져, 종종 연락을 주고받던 사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하루세끼에 출연했을 때, 우리 동물원에서 촬영을 하고 싶어 하면 얼마든지 허락을 해주겠다는 약속을 한 상황이기도 했다. 촬영을 허가해 준 이유가 이것이었다.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죠. 사실, 제가 아는 피디 중에 한 명이 장소 섭외에 실패했다고 해서 내심 걱정했거든요.”
“아, 저번에 왔던 협조 요청인가 보네요. 그건 주말 피크 시간에 찍는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거절했던 거예요. 관람객이 제일 많을 때 주변 통제도 하면서 촬영하려면 관람객들이 불편하잖아요.”
이번에 촬영을 허가해 준 것도 사실, 사람이 제일 없는 날짜인 수요일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긴 했다.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주말에 비하면 거의 10%가 채 안 되는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우주 게임센터는 우리 딸이 좋아하는 프로거든요.”
촬영하는 걸 구경하고 싶다고, 아침에 학교를 가지 않으려고 버티던 소은이를 겨우겨우 학교에 보낸 상태였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해 주니, 피디의 얼굴이 무언가를 의심하는 듯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설마, 딸바보라서 허락한 건 아니겠지?”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것 같았는데, 다 들렸다. 하지만 딱히 반응을 하지는 않았다. 소은이가 좋아한다는 것도 촬영 허가의 이유 중 하나인 것은 분명했으니까.
오히려 그렇게 생각해 주면, 부탁하기도 편했다.
“그래서 말인데, 촬영하는 걸 소은이가 구경해도 될까요? 지금은 학교에 있는데, 아마 학교를 마치고 바로 뛰어올 거예요.”
“얼마든지요. 아니면 이참에 잠깐 출연하는 건 어떨까요? 게임을 도와주는 형식이라던가…….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안 될 수도 있긴 하지만, 허락만 한다면 장면을 만들어 볼게요.”
“출연은 소은이의 의견을 물어보고 해야 할 것 같은데…….”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피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으니, 연예인들이 하나둘씩 도착하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 언니! 너무 예뻐요!”
“어머~ 고마워요!”
당연한 말이지만 유명 예능의 고정 출연자답게, 꽤나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입장 대기열과 매표 대기열에 서 있던 이들이 방방 뛰면서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였다.
어쨌거나, 그렇게 출연진들이 하나둘 도착하며 모두가 모였을 때, 촬영이 시작되었다.
“영식이 형! 여기 그 동물원이잖아요! 나 여기 진짜 와보고 싶었는데!”
“근데 왜 여기까지 온 거예요? 우리 원래 해외에서 주로 찍었잖아요. 혹시 제작비 없어요? 그래서 외국 못 나가?”
“언니, 여기 안에 북극곰이랑 불곰의 혼혈인 곰도 있다던데, 보고 싶지 않아? 엄청 귀여울 거 같아!”
“진짜? 나 곰 완전 좋아하는데!”
그리고, 촬영이 시작되자마자 무척이나 시끄러워졌다. 온갖 이야기들을 하면서 촬영을 하는 건지, 수다를 떠는 건지 모를 정도였다.
“여러분? 조금만 진정하고, 세계관 설명부터 좀…….”
“지영아, 여기에 랩 잘 하는 앵무새 있다고 하던데 랩 배틀 가능해?”
“당연히 가능하지! 내가 인간이 가진 힘을 보여줄게!”
“……우리 최소한 동물한테 승부욕 불태우지 말자.”
피디가 한숨을 아주 길게 내쉬는 모습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세계관 설명 같은 것들을 해주기 시작했다.
동물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과거의 동물원이라는 이야기를 시작해서 온갖 설정들을 마구 늘어놓는 것이었다. 물론, 출연진들은 그게 뭐냐- 억지 아니냐- 그냥 여기 말하는 거잖아- 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여러분들 요즘 TV로 광고 보시나요? 어떤 광고에서는 저 입구를 지나면 과거로 돌아가는 듯한 연출이 나오고 있죠. 그래서, 저희도 옷장 타임머신이 아니라 공식 타임머신인 저 입구를 통과할 겁니다.”
“와아아악! 그 쪽팔리는 짓 이제 더 이상 안 해도 되는 거죠? 영식이 형이 이제 좀 뭘 아시네!”
“아니이, 그게 그렇게 부끄러웠어?”
“영식이 형이 한 번 해볼래요?”
“자, 그래서! 과거로 가는 만큼, 과거에 어울리는 옷을 입어야겠죠? 여기 저희가 미리 준비한 네 벌의 옷이 있습니다.”
피디는 대답을 회피하듯, 근처로 손짓했다. 그러자, 미리 준비 중이던 행거가 드르륵- 소리를 내며 카메라 화면 안으로 들어갔다. 그 행거에는 네 벌의 옷이 걸려 있었는데, 우리 동물원에서 대여하는 옷이었다.
귀부인이 입었을 것 같은 풍성한 드레스,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여성용 정장 느낌의 투피스와 망토처럼 두를 수 있는 스카프, 단아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느낌의 개량 한복.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무하마드가 입고 있는 것과 동일한 삼베 적삼이었다.
“영식이 형. 한 벌이 조금 이상한데요?”
“간단한 게임을 해서 옷을 고를 거예요. 모두가 예쁜 옷, 좋은 옷을 입으면 재미가 없잖아요?”
피디는 정말 간단한 게임을 통해 옷을 고르도록 시켰다. 그런데 의외로 가장 선호 받지 못할 것 같던 삼베 적삼이 먼저 선택됐다. 활동적으로 움직이기 좋다는 것이 이유였는데, 그래서인지 풍성한 드레스가 가장 마지막으로 선택됐다.
아무튼, 그렇게 옷을 선택한 이들은 곧바로 동물원 내부로 이동해, 마차를 타면서 각종 게임들을 즐겼다.
중간중간 동물들과 놀면서 하는 게임을 하기도 하고, 각종 상품 같은 것들을 걸고 게임을 하기도 했다. 마루나 뿌우뿌우, 콩콩이가 운행하는 놀이 기구를 탑승하는 것도 빠지지 않았다.
그렇게 동물원을 누비다가, 휴식도 할 겸 카페로 이동했다. 물론, 출연진들은 카페를 보며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마구 찍어대기 시작했다. 옷도 갖춰 입었겠다,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카페에서 무언가를 먹거나 마실 수가 없었다. 그 모든 것들은 게임을 통해서 주어지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자, 동물원을 계속 돌아다닌다고 목이 마르시죠?”
“빨리 게임부터 해요. 어차피 그냥 줄 거 아니잖아요.”
“다 주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게임을 해서 통과를 하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아아악!”
애초부터 다 줄 생각이 없었음이 뻔히 보였지만, 출연진들은 정말 아까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저게 프로인가 싶었다.
“이번에 준비된 게임은 여러분이 무척 좋아하는 인물 퀴즈!”
“미리 사과드리겠습니다. 제가 틀리는 건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당황해서 그러는 거라는 거, 꼭 좀 알아주세요.”
“아니, 벌써부터 틀릴 준비하지 말라고오!”
“뭐해? 언니도 빨리 와서 미리 사과해야지.”
“그래, 미영아 너도 사과부터 하고 시작하자.”
게임 하나를 시작하는 것도 무척이나 소란스러웠다.
그래도 웃음이 지어지는 소란스러움을 잠자코 바라보고 있으니, 곧바로 게임이 시작됐다.
“첫 라운드는 가볍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걸고 해보겠습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애초에 줄 생각이었는지, 문제는 아주 쉬웠다. 출연진들은 한 번도 막히지 않고 문제의 정답을 맞혔고, 덕분에 그들의 앞에는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한 잔씩 놓였다.
“그런데 카페에 와서 커피만 먹기에는 조금 아쉽잖아요? 여기 동물원에 있는 카페에는 아주 특별한 디저트들이 있으니, 그걸 걸고 게임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카페에서는 일종의 특별 메뉴로, 하루에 몇 개씩만 파는 메뉴들이 존재했다.
대부분 우리 집 화단이나 밭에서 키워지는 작물들을 이용한 디저트였는데, 작물들의 맛이 워낙 좋다 보니 디저트도 무척이나 맛있는 편이었다. 건강에도 좋은 것은 두말할 것도 없었고.
“이번 라운드에 걸린 디저트는 바로 딸기 타르트입니다. 여러분도 여기 동물원의 주인을 잘 아시죠? 그분께서 직접 기른 딸기로 만들어낸 타르트입니다. 아까 하나 슬쩍 먹어봤는데, 진짜 지금까지 먹어본 모든 딸기들은 딸기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영식이 형이 저렇게 말할 정도면 엄청 맛있다는 건데?”
“나 딸기 엄청 좋아하는데! 언니들, 우리 이거 꼭 맞춰야 해!”
딱 봐도 맛있어 보이는 디저트가 앞에 놓이니, 출연진들이 눈에 불을 켜고 문제를 맞히려 했다.
유명한 연예인, 가수, 인플루언서들의 얼굴이 계속 등장했고, 출연진들은 열심히 정답을 맞혀 나갔다. 그런데, 마지막 문제로 나온 인물이 꽤나 의외였다. 내게 아주아주 익숙한 인물이 나왔기 때문이다.
“시, 시, 시, 시, 시……신소은!”
“때……! 아!”
“와! 언니 살았어! 이거 못 맞췄으면 동물원에서 바로 도망쳐야 했을걸? 맹수랑 즐기는 술래잡기를 할 뻔했잖아.”
바로, 우리 소은이가 문제로 나온 것이었다. 안 그래도 내 뮤튜브 채널로 유명해진 소은인데, 요즘엔 광고로 TV에도 나오고 있어서 더더욱 유명해진 상태였다. 그래서 인물 퀴즈의 문제로 나온 것 같았다.
피디는 소은이를 모를 거라고 생각했던 건지, 무척이나 아쉽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결국 딸기 타르트는 출연진들의 입속으로 사라지게 됐고, 피디는 계속해서 디저트를 걸고 게임을 이어갔다.
자연구역에서 기르는 블루베리를 곁들인 아이스크림 크로플, 방울토마토 탕후루, 여러 과일들이 가득한 빙수 등등. 여러 디저트들이 보상인 게임이 이어진 것이었다.
도중에 학교를 마치고 달려온 소은이가 게임에 참여한 일도 있었다. 한입만 찬스를 소은이와 게임을 해서 이기면 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덕분에 소은이는 좋아하는 연예인들을 봐서 무척 좋아하고 있었고, 나는 동물원의 홍보가 아주 제대로 되고 있었기에 무척 좋아했다.
거의 우리 동물원의 홍보 특집을 하는 듯한 촬영이 끝나고 해당 분량이 방영됐을 때, 우리 동물원은 아주 큰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TV 광고를 한 것보다도 더 큰 효과를 보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애초부터 내 목적이라 할 수 있던, 개화기 복장을 유행시킨다는 목적 역시 어느 정도 이룰 수가 있었다.
하나같이 유명한 출연진들이 그 복장들을 입고 있는 모습이 방영되며, 그들의 팬부터 시작해서 옷이 조금씩 유행처럼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었다.
특히, 노출이 없음에도 꽤나 아름답게 보였기 때문인지, 오히려 그런 옷을 선호하는 이들까지 생겨나고 있었다.
덕분에, 나는 애초에 원하던 목적을 이룰 수 있었다. 바로, 누나와 소은이에게 아주 단아한 옷을 입힌다는 목적을 말이다.
“나 오늘 이거 입고 학교 갈래!”
소은이는 무려 학교를 갈 때 입으려 했고.
“수환아, 어때? 이상하게 보이진 않지?”
누나는 은근슬쩍 옷을 챙겨 입고 내 반응을 궁금해하기도 했다.
소은이와 누나 둘 다 개화기 스타일의 옷을 나쁘게 보지 않는 것이었다. 오히려 괜찮게 여기는 듯한 모습에, 나는 무척 흡족함을 느꼈다.
동물원이 아주 거하게 홍보가 되어 관람객이 늘어난 것보다도, 누나와 소은이가 개화기 스타일의 복장을 선호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더더욱 만족스러웠다.
“와아! 싹 났다아!”
그리고, 그런 것에는 딱히 관심이 없던 은수는 식물 재배기에서 기르던 식물의 싹이 튼 것에 기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