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402
0401 따라나와!(1)
“자, 이번 게임을 도와주실 분은 바로! 이 동물원에서 가장 사랑받는, 공주님인 신소은 양과 소은 양이 데려온 동물들입니다!”
“안녕하세요오!”
TV 화면에 나온 소은이는 해맑은 표정으로 손을 붕붕 흔들었다. 그리고, 그런 소은이의 곁에는 몇몇 동물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자, 이번에 할 게임은 바로 공주님과 동물들을 이겨라!입니다.”
그리고 다음 장면으로 나온 것은 내가 본 것과 달랐다. 소은이가 팬이라며 출연진들과 방방 뛰고 출연진들도 좋다고 방방 뛰면서 난리를 쳐댔는데, 그 모습이 싹 사라져 있었다. 서로 예쁘니 귀엽니 하면서 한참 시끄러웠기 때문에 덜어낸 것이었다.
“이번 게임의 상품은 바로 키위 사과 요거트 스무디입니다! 동물원 내에서 재배된 키위와 사과를 이용한 스무디죠.”
“이거 엄청 맛있어요!”
“진짜? 아, 그럼 꼭 이겨야겠는데?”
엄청 맛있다는 소은이의 증언에 출연진들이 투지를 불태웠다.
“이 맛있는 음료가 걸린 게임의 룰은, 소은 양과 동물들 가운데 있는 이 자그마한 공을 찾는 겁니다. 나이트 스톤이라고 아시죠?”
“나이트 스톤? 그게 뭔데요? 나 처음 들어.”
“야바위요.”
“……아, 진짜아아! 영식이 형, 너무 아저씨 같잖아!”
게임 하나 시작하는 것도 참 오래 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금세 정리가 됐고, 소은이와 함께하는 게임이 시작됐다.
“이 공을 가지고 있는 사람 혹은 동물을 찾으면 되는, 아주 간단한 게임이죠. 그럼 소은 양. 부탁할게요.”
“네에!”
소은이는 붉은색의 자그마한 공을 손에 쥐더니, 두 손을 등 뒤로 숨겼다. 그렇게 공이 어느 손엔 있는지 모르도록 감춘 소은이는 곁에 있던 네 마리의 라쿤들을 불렀다. 대포동 토실 부부와, 소포동 통실 부부였다.
그리고, 소은이는 공이 어느 라쿤에게 가는지 출연진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조심히 움직였다. 덕분에 출연진들은 공이 어느 라쿤에게 갔는지 전혀 모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아아악! 이걸 어떻게 맞춰!”
“어? 라쿤이 두 마리 밖에 안 보이……. 아, 아닌가? 어? 여섯 마리……?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야?”
TV 영상은 편집을 하면서 효과를 넣었는지, 아주 빠르게 움직이는 라쿤들에게 잔상이 남는 듯한 효과를 만들었다. 라쿤들이 마치 수십 마리로 늘어난 것 같은 모습이 보였다.
덕분에 영상으로 보면서도 공이 어디에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라쿤들이 저들끼리 이리저리 엉키면서 공을 전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잠시 동안 미친 듯이 움직이던 라쿤들은 얌전히 소은이의 앞에 자리를 잡았다.
“자아……. 과연 키위 사과 요거트 스무디가 걸린 공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소은이 양옆으로 자리한 네 마리의 라쿤들이 화면에 보였다.
출연진들은 그런 소은이와 라쿤들의 모습에 한참을 고민하더니, 꿈틀거리고 있는 소포동 녀석을 지목했다. 뭔가가 있으니까 꿈틀거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땡!”
하지만 안타깝게도 소포동에게는 붉은색의 공이 없었다. 녀석이 갖고 있던 건, 녀석이 좋아하는 자그마한 간식이었다. 그걸 먹으려고 눈치 보던 것을 오해한 것이었다.
붉은색의 공은 그냥 애초부터 소은이의 손바닥 안에 숨겨져, 한 번을 움직이지 않았다.
“아-! 안타깝네요! 키위 사과 요거트 스무디는 게임을 도와준 소은 양이 맛있게 먹도록 하겠습니다!”
“히히, 마시써!”
소은이는 스무디를 아주 맛있게 마시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출연진들은 한껏 부러워하며 제작진들을 성토하는 모습을 보였다. 은신술과 분신술을 동시에 쓰는 라쿤을 어떻게 이기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출연진들의 모습에도 제작진들은 눈썹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그저, 곧바로 다음 문제로 넘어갈 뿐이었다.
“자, 이번에 라운드에 걸린 상품은 바로! 당근 케이크입니다. 동물원의 초식 동물들이 환장한다는 그 당근을 이용해 만든 케이크인데, 당근이 가지는 당분이 한껏 증폭되어 무척 달달한 디저트입니다.”
“당근인데 달다고요? 내가 지금까지 먹은 당근 중에 달달한 건 하나도 없었는데. 영식이 형, 거짓말하는 거 아녜요?”
“그럴 줄 알고, 여러분께 당근을 한 조각씩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출연진들은 손가락만 하게 손질된 당근을 하나씩 맛을 보았다. 나와 은수가 심혈을 기울여 키우는 당근답게, 무척이나 맛이 좋았다. 출연진들도 그렇게 느꼈는지, 당근 케이크를 향한 투지를 불태웠다. 이건 꼭 먹어야 한다면서 말이다.
“이번 라운드의 게임은 타조를 이기면 됩니다.”
“타조요? 그 새 중에서 가장 큰 타조? 알이 윤지 얼굴만 한 그 타조? 사람도 태울 수 있다는 그 타조?”
“네, 그 타조요. 영어로는 오스트리치.”
타조와의 대결이라는 소리에 출연진들이 긴장하는 모습이 화면에 여실히 보였다. 타조를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이겨야 하나-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긴장은 피디의 말이 이어지자마자 눈 녹듯 사라졌다.
“타조와 할 대결은 바로 사칙연산 대결입니다.”
“사칙연산이면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말하는 거죠? 타조랑 게임이 되겠어요? 우리가 바로 이기는 거 아냐?”
“그렇게 생각하실 것 같아서 참고 영상을 하나 준비했습니다. 한 번 보실까요?”
TV 화면이 곧바로 바뀌더니, 우리 동물원의 타조인 왕눈이와 큰눈이가 소은이의 수학 숙제를 돕는 모습이 보여졌다. 십 단위와 백 단위의 숫자들을 몇 개나 곱하고 나누는 것이었는데, 소은이가 불러주는 대로 계산을 척척해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타조는 원래 바보 아냐? 뇌가 눈보다 작다는 소리도 들었는데.”
“이거 우리 지는 거 아냐? 나 저번 주에 다른 방송 촬영하면서 구구단 틀렸는데.”
그 영상을 확인한 출연진들은 한껏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정말 이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저희는 동물들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기 때문에, 이번에도 특별히 소은 양의 도움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출연진들이 긴장할수록 좋아하는 제작진들은 오히려 좋아 죽으면서 게임을 시작했다. 그래도 타조의 실력이 실력인 만큼, 약간의 어드벤티지를 주겠다고 했다.
“숫자는 최대 이십을 넘지 않을 거고, 계산 순서에 따른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서 곱하기만 나올 예정입니다. 추가로, 여러분들께 필기구도 지급하도록 하죠.”
출연진들의 앞에 새하얀 종이와 볼펜이 한 자루씩 놓였다. 그리고, 곧바로 문제가 출제됐다. 당연히 타조인 왕눈이에게 문제를 제출하기 위해서 소은이가 문제를 낭독해 주는 형식이었다.
다만, 여기에서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십삼 곱하기~ 이십 곱하기~ 오 곱하기~ 삼 곱하기~ 사!”
바로, 소은이가 문제를 아주 느긋하고 길게 읽었다는 것이었다.
왕눈이 녀석이 아주 뛰어난 계산 능력을 가졌는데, 그 모든 계산은 10초 내에 해야 했다. 그런데, 소은이가 문제를 아주 느긋하게 읽으면서 10초가 지나버렸다.
“무엇?”
덕분에 왕눈이 녀석은 머릿속이 초기화되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만오천육백!”
“아……! 정답!”
덕분에 출연진들이 느긋하게 계산을 마치고 당근 케이크에 포크를 꽂을 수 있었다.
당연하지만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조금 전에 키위 사과 요거트 스무디를 먹은 탓에, 소은이는 출연진이 문제를 맞히지 못하면 당근 케이크를 자기가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당근을 선호하지 않는 소은이가 나름대로 꾀를 낸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자기가 당근 케이크를 먹지 않으려고 말이다.
그래서 지금 TV 화면에는 내가 소은이의 볼을 잡고 주욱 늘리는 모습과, 뒤이어 출연진들이 고마워하면서 소은이를 예뻐하는 모습이 보이는 중이었다.
“또 재방송 보는 거야?”
그런데, 그렇게 TV를 보고 있으니, 누나가 다가왔다.
“소은이 나온 거잖아. TV를 켜니까 소은이 얼굴이 바로 보이는데…… 안 볼 수가 없더라?”
“이 딸바보를 어떻게 해야 좋을까? 응?”
내게 다가온 누나는 웃으며 내 볼을 살짝 꼬집었다.
꼬집힌 느낌이 살짝 남은 볼을 문지르며 누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근데 무슨 일 있어? 아까 영지가 새로 만든 디저트 시식한다면서 갔잖아.”
“응. 영지한테 가려고 했는데 도중에 연락이 와서. 조금 급한 일 같아서, 시식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왔지.”
“연락?”
연락이라는 말에 의아함을 가득 담아 누나를 바라보니, 누나는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태블릿까지 가져와서 아주 자세하게 말이다.
“일단, 연락이 온 곳은 문화재청이야.”
“문화재청? 거기랑 나랑 엮일 게……. 아, 천연기념물 문제인가.”
문화재청이라는 이름 때문에 단순히 문화재 관련된 부분 업무만 할 것 같지만, 천연기념물에 해당하는 동물들의 관리는 문화재청에서 하는 것이었다. 천연기념물인 동물들을 일종의 문화재로 보는 것이었다.
“맞아. 거기에 독도 문제도 조금 있고 해서, 문화재청에서 네 도움을 받고 싶대.”
“독도? 어……. 거기도 희귀 동식물들이 잔뜩 있긴 하지.”
독도에는 여러 생물 관련 학자들이 좋아 죽는 동식물들이 가득했다. 그런 것들을 보존하기 위함이라면 연락한 이유로는 충분했다.
“거기 말고도 마라도에도 문제가 했다는데, 일단 내용은 직접 볼래?”
“어.”
누나가 내미는 태블릿을 받아, 그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읽은 나는 약간의 곤란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다름이 아니라, 문화재청에서 요구하는 것이 내게는 꽤나 난처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보자면 동식물을 보호하는 것은 맞는데, 그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쥐를 어떻게 다 처리해달라는 거지?”
바로, 쥐가 문제였기에 쥐를 처리해 달라는 것이었다.
독도와 마라도 모두 희귀 동물들이 많은 편이었는데, 그 모두가 쥐로 인해서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인 상태였다. 먹이를 빼앗기는 것은 기본이고, 새끼가 공격을 받거나 알을 깨서 먹어버리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그 문제인 쥐를 처리해야 하는데, 거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내가 쥐들을 죽이도록 하는 것은 무척이나 큰 부담이 되는 일이었다. 어떤 말이 나올지 예상할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특정 종을 보호한다는 명분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다 죽이는 것은 부담이었다.
다른 방법으로는 동물원에서 키우거나, 분양을 보내는 방법이 있는데 과연 가능할까 걱정이었다. 쥐라는 생물은 몇몇 특별한 종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좋은 인식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전염병을 옮기거나 곡식을 갉아먹는 등의 피해를 주는 동물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대놓고 서식지가 완전히 파괴되기 직전이라고 하는데 그런 이유로 무시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일단 어떤 방법으로든 문제를 해결할 필요성이 있을 것 같았다.
겸사겸사 몇 종의 천연기념물들도 우리 동물원에 들여놓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다.
방법은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하고, 일단 도움을 요청한 문화재청과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