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night Flower RAW novel - Chapter 789
789화. 대체 무슨 관계가 있어요?
방으로 돌아온 구조팀은 곧장 머레이와 베니토를 이용해 제8 연구원 위치를 특정하는 방법을 토론하는 대신 앞으로의 계획부터 세웠다.
“머레이와 베니토는 언제라도 소환받을 수 있어요. 우리가 커닝미스에 갈 여유는 없을지도 몰라요.”
용여홍이 성건우를 힐긋 보며 말했다. 그럴 경우 성건우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 일은 나중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성건우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대꾸했다.
“제8 연구원이 이미 본부를 커닝미스로 옮겼을지도 모르지. 이 2가지 사항 순서는 어떻게 정해도 전 아무 상관없어요.”
장목화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계획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조정해야 하겠지만 지금 당장 바꿀 필요는 없어. 제8 연구원이 머레이와 베니토를 소환하는 대신 진 교수만 파견해 그들과 함께 모르와 비슷한 중개인을 찾게 할 수도 있잖아.”
이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면 구조팀에게는 게스트 보루에서 제8 연구원 교수급 인물을 잡을 기회가 생겼다. 그 정도의 고위급 인물이면 제8 연구원의 구체적인 위치를 알고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물론 그는 아직 교수 합동위원회 소속이 아니었으므로 장목화도 함부로 그가 제8 연구원 위치를 반드시 알고 있으리란 확신은 하지 못했다.
백새벽이 입술을 오므렸다.
“앞으로 며칠은 머레이와 베니토의 소식을 기다리면서 지티스가 작성한 명단에 남은 사람들을 계속해서 방문해봐야겠어요. 건우 아버지와 관련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수집해야죠.”
그 5인 중 아직 만나야 할 세 사람이 남아있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장목화가 말했다.
“사흘이 지나도 머레이와 베니토가 제8 연구원에서 이렇다 할 회신을 받지 못하면 우린 둘에 대한 비밀스러운 감시나 보호도 고려해야 해.
이건 제8 연구원에서 한 차례 심사를 진행하고 그들한테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연락을 취하려 한다는 뜻이니까.
지티스가 준 명단에 남은 3명 중 스미스는 아직 게스트 보루에 돌아오지 않았어. 우리는 스미스랑 충분한 우정을 쌓았으니 다시 돌아오기만 하면 분명히 찾아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거야.
하지만 현지 기사단 부단장인 이만과 사냥꾼 협회 회장 프란츠에 대해서는 지티스를 통해 직접 상응하는 답을 얻어야겠어.”
“예?”
용여홍이 놀란 듯 되물었다. 팀장이 이렇게 게으름을 피우려 할 줄은 미처 예상치 못한 모양이었다.
장목화가 웃었다.
“지티스의 정보력은 이미 확인됐어.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지? 그랜드 기사 금화 하나로 중요하고 확실한 답을 얻을 수 있다면 굳이 시간을 들이고 위험을 감수하며 이만과 프란츠를 만나러 갈 필요가 있을까? 얻은 답이 만족스럽지 않거나 의심스럽다면 그때 다시 시도해도 늦지 않아.”
용여홍은 장목화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지름길을 택하는 것 같은 느낌을 떨치지 못했다.
팀의 주관성과 능동성을 해치는 이 방법은 장기적으로 이용할 경우 그를 비롯한 팀원들은 점점 나태해지고, 해이해지고, 사고력도 잃을 것이었다.
‘그래도 지티스 같은 정보상을 만나고 싶다고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지.’
한동안 갈등하던 용여홍도 결국 이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이는 분명 가장 빠르고 편한 방법이었다.
“그럼 그랜드 기사 금화 2개가 필요하네요. 게다가 우리는 아직 지티스에게 2개를 빚지고 있기도 하고요.”
백새벽이 가장 큰 문제를 지적했다.
구조팀에 돈이 없다는 것이었다.
순간 방 안이 고요해졌다.
한참의 공백이 이어지던 중, 장목화가 먼저 입을 열었다.
“머레이와 베니토가 안전 가옥으로 이동한 것이 확인되면 지티스가 준 정보랑 우리가 파악한 정보를 예르가이라는 치안관에게 넘길 거야. 그러면 적어도 그랜드 기사 금화 하나는 벌 수 있어. 그 후 기회를 틈타 자료를 얻고 보리 불상 사건에 관한 단서를 찾아 현상금을 얻을 수 있을지 보자고.”
“어떤 자료요?”
성건우가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장목화가 미소를 지었다.
“때가 되면 알게 될 거야.”
* * *
다음 날 오전, 게네바를 통해 머레이와 베니토가 보낸 전보를 받은 구조팀은 지프에 올라 게스트 보루의 치안소로 향했다.
치안소는 보루 안에 자리해 있었다. 외벽과 메인 건물인 탑 사이였다.
곧이어 구조팀은 치안관 예르가이를 만났다.
먼저 짙은 파란색 제복 차림의 예르가이가 구조팀을 몇 번 훑어내렸다.
“무슨 수확이라도 있었습니까?”
“네. 그 저격수의 생김새를 탐문했습니다.”
장목화가 초상화를 꺼냈다. 그녀의 말에는 정말로 거짓이 없었다.
초상화를 받아든 예르가이는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 틈을 타 장목화가 자신들이 했던 일을 알렸다.
“그 저격수가 마지막으로 나타난 곳은 모르가 살던 블록이었습니다. 모르와 같은 아파트에서 살았던 것으로 의심됩니다.
저희는 그 구역에서 목격자 몇 명을 찾고 전기 안전 위원회 직원으로 위장해 집 하나하나 다 방문하고 검사했습니다. 하지만 목표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음, 몇몇 집은 거주자가 없는지 문을 열어주지 않기도 했고요.”
예르가이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지금 바로 인력을 조직해 조사하도록 하죠. 만약 당신들 정보가 유효한 것으로 확인되면 그랜드 기사 금화 하나를 보수로 받게 될 겁니다.”
장목화는 대답 대신 화제를 돌렸다.
“치안관님, 혹시 여기서 자료를 좀 복사해갈 수 있을까요?”
예르가이가 경계심을 보였다.
“어떤 자료 말입니까?”
장목화는 무해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최근 두 달간 게스트 보루에서 발생한 모든 분쟁, 형사 사건, 정신병원 입원 기록, 사망자 자료요. 만약 보안 등급이 높은 사항이라면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만 알려주셔도 됩니다.”
“그건 안 됩니다.”
예르가이는 본능적으로 거절하려 했다.
하지만 장목화는 이에 낙담하지 않고 웃으며 설명했다.
“치안관님, 저희는 비밀을 알아내려는 게 아니라 최근 두 달 동안 게스트 보루에 발생한 이상 현상을 대략적으로나마 파악하고 이를 통해 보리 불상에 관한 단서를 얻고자 하는 겁니다.”
“보리 불상 실종 사건이요?”
예르가이가 약간 의아함을 느낀 듯 반문했다. 그제야 마주한 이 사람들이 진짜 유적 사냥꾼 팀이라는 게 떠오르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장목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그것에 대한 조사가 거의 정체된 상태거든요. 다른 부분을 파보며 단서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보려 합니다.”
“그게 최근 두 달간의 분쟁, 형사 사건, 사망자, 정신병원 입원 기록과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기억력이 상당히 좋은 예르가이는 장목화가 방금 전 했던 요구를 그대로 읊었다. 순서만 조금 바뀌었을 뿐이었다.
‘맞아, 맞아.’
용여홍도 속으로 그에게 동조했다. 그 역시 같은 의문을 갖고 있었다.
이내 장목화가 미소를 지었다.
“비밀입니다. 치안관님, 저희가 조금 전 제공한 정보의 가치가 그랜드 기사 금화 하나에 그치지는 않을 겁니다. 이미 보수를 받은 상황에서 별도의 자료를 좀 요청하는 게 과한 요구는 아닐 텐데요? 게다가 그 자료들이 기밀 사항인 것도 아닐 테고요.”
그녀는 ‘이미 보수를 받은 상황’을 특히 강조했다.
구세계의 각종 자료를 읽었을 뿐만 아니라 처세술에 능한 장목화는 뇌물을 먹이는 데에도 방법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나올 경우 오히려 상반된 효과를 불러일으키기 쉬웠다.
예르가이는 흠칫 놀랐다. 상대가 말실수한 게 아닌가 의심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곧 장목화의 말뜻을 알아차리고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말했다.
“확실히 합리적인 요구이긴 한 것 같군요. 지금 바로 상응하는 자료를 신청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복사 비용은 스스로 부담하셔야 할 겁니다.”
“문제없죠.”
장목화가 환하게 웃었다.
예르가이가 응접실에서 나가자 용여홍이 목소리를 잔뜩 낮춰 물었다.
“팀장님, 저자가 거절하면 어떡하려고 그랬어요? 화이트 기사단은 소박함을 숭상하는 세력이잖아요. 어지간해서는 뇌물을 받지 않으려 할 텐데.”
장목화가 빙그레 웃었다.
“거절한다면 잘못했다고 납죽 엎드리는 수밖에 없지. 그래야 우리 관계도 계속 유지될 테니까. 근데 난 거절당할 확률은 높지 않으리라 생각했어. 예르가이는 평범한 치안관일 뿐이야. 직계가 기사 종자 정도에 불과하다고.
또 그는 거의 40살이 다 됐지. 어마어마한 공을 세우지 않는 이상 죽기 전에 정식 기사가 되긴 힘들어. 자식들을 종자 계급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가족들을 돈을 최대한 많이 모을 방법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는 거야.
게다가 우리는 그 사람한테 범법행위가 아니라 약간 융통성을 발휘해주기를 바랐을 뿐이잖아.”
실질적인 직위와 후대의 출발선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화이트 기사단의 기사라는 계급은 굉장히 귀했다. 어느 종자의 경험이 많다는 이유로 그에게 안정적인 기사의 작위를 부여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이런 방면에서 반고 바이오와 굉장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반고 바이오에서는 직원이 순서와 규정에 따라 일하기만 해도 최소 2번의 승급을 할 수 있고 퇴직 시 1번 더 승급해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기사 정신은 다 어디로 간 건지…….”
성건우가 실망한 듯한 표정을 드러냈다.
장목화는 바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금 구세계 파괴는 차치하고 혼란의 시대로부터도 벌써 50년이 다 돼 가. 계급이 굳어지고, 유동성이 떨어지고, 상하 귀천을 꼼꼼하게 따지는 이런 곳에선 급이 낮은 종자는 물론 중간층인 기사들도 승급의 희망 따윈 없어. 이 상황에 기사 정신을 존중하고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모두한테 정신을 논할 수 있는 특정한 때가 있고 언제라도 특정한 이들에게 정신을 논할 수 있지만, 언제라도 모두에게 정신을 논하는 건 객관적으로 불가능해. 이 세상의 첫 번째 성질은 결국 물질이니까. 사실 구호만 부르짖는 것보다 약간 이득을 주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잖아.”
그녀는 구세계의 유명한 문장을 인용해 말했다.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성건우가 부정했다.
‘그래, 뭐. 숭고한 정신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하겠지.’
용여홍이 다음 말을 추측하던 그때, 성건우가 본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각성자가 있는데 어떻게 세상의 첫 번째 성질이 물질이라고 확신해요?”
물리 과학자가 아닌 장목화는 순간 할 말이 없어졌다.
그 순간, 백새벽이 예르가이가 방금 했던 질문을 반복했다.
“그 자료들과 보리 불상이 대체 무슨 관계가 있어요?”
장목화는 성건우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웃었다.
“전에 그 고행승이 보리 불상을 가지고 게스트 보루로 피난 왔으리라 추측하고 그 사실도 기본적으로 확인했었잖아? 아직은 그 사람이 피살당한 건지, 자연사한 건지 모르니까 그중 하나를 택해 깊이 파고드는 수밖에 없어.
정말로 병사한 거면, 그러니까 직접 제강로 아래로 걸어가서 죽은 거라면 그 보리 불상은 어떻게 처리했을까?”
고민하던 백새벽이 답했다.
“파괴하거나, 숨기거나, 믿을 만한 사람에게 넘겼겠죠.”
뒤이어 제도 선사 성건우는 다른 가능성을 제기했다.
“아무 데나 던져버렸을지도요. 시체 옆에 두는 것보다 연이 닿은 사람이 가져가게 하는 편이 나을 테니까요.”
장목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가능성 있어. 파괴했다면 더는 누구도 그걸 찾을 수 없지. 반면 숨겼거나 게스트 보루 내 누군가에게 넘겼다면 그렇게나 중시 받는 보리 불상은 수시로 이상 현상을 유발했을 거야.
그리고 그건 이미 3년 전 일이야. 만약 보리 불상이 정말로 게스트 보루 누군가의 손에 들어갔다면 그 사람은 과연 그걸 누구에게도 발각당하거나 감지당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상응하는 임무가 공포된 후, 누군가 그 사람을 찾아가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다 결국 살해당해서 입을 다물게 되지는 않았을까?”
용여홍도 이제야 깨달음을 얻었다.
“팀장님이 최근 두 달간 게스트 보루에서 발생한 분쟁, 형사 사건, 정신병원 입원 기록, 사망자 명단을 요구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네요⋯⋯.”
어쩌면 그런 기록 속에 조각상 보유자가 그 상황을 알고 있는 사람을 처리한 사건이 포함되어 있을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