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031
1031화 습득 능력과 상당히 비슷하다
왕백강은 북두성종을 대신하여 진법을 설치하고 대영의 군대를 가로막았다.
진양은 늘 하던 대로 왕백강에 대한 모든 정보를 수소문했다.
당시 왕백강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건 진양의 정보뿐만은 아니었다.
대영 신조의 조정에서도 왕백강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었다.
이어서 왕백강은 백기를 들고 진양을 따르기 시작했다.
정천사에선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었기에 더 이상 그에 대해 깊이 조사를 이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진양의 수하들은 멈추지 않았다.
다만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늘 하던 대로 조사를 이어갔을 뿐인데 마치 양파와 같이 까면 깔수록 더욱 많은 정보가 발견되었던 것이었다.
진양은 부재중이었고 조사를 멈추라는 명령도 내리지 않았으니 수하들은 계속해서 조사를 이어나갔다.
왕백강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수록 점점 더 많은 정보가 입수되었고, 동시에 꽤 많은 정보들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도 밝혀졌다.
여기서 이상한 점을 느낀 진피는 더욱 집중하여 파보기로 했다.
그리고 마침내 왕백강이 어디서 태어났는지까지 밝혀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엄청난 정보도 함께 밝히게 되었다.
바로 왕백강이 무려 천 년 전에 이미 죽었다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당시 죽은 왕백강의 초상화도 찾아냈다.
현재의 왕백강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지금 진양이 마주하고 있는 왕백강은 가짜였던 것이었다.
진피는 정보를 한층 더 확실하게 하기 위해 조사를 이어나갔고, 어디선가 죽은 왕백강을 실제로 본 적이 있다는 수도사를 찾아왔다.
하지만 가짜 왕백강의 정체에 대해선 아직까지 밝혀낸 바가 없었다.
천 년 전부터 자신의 신분을 속이기 시작한 자가 진양의 곁에 머물고 있으니 정보망의 책임자들은 죽을 맛이었다.
게다가 녀석은 어느새 진양에게도 점점 더 가까이 접근해오고 있었다.
왕백강과 만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진양은 외층 공간으로 떠나버렸고 연락이 끊어졌다.
그리고 왕백강은 깊은 잠에 빠졌다.
이 일들이 서로 관련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는 만큼 서로 관련이 있다고 가정하고 조사를 진행해야 했다.
혹여나 조금이라도 놓치는 부분이 생긴다면 이는 곧 큰 후환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진양이 대황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가장 먼저 진양의 손에 정보를 전달한 것이다.
진양은 두 번이나 더 정보를 처음부터 끝까지 살폈다.
그리고 자신의 수하들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진짜 왕백강은 천 년 전에 죽었다.
그리고 나타난 것이 현재 진양이 알고 있는 가짜 왕백강인 것이다.
왕백강이 장정의처럼 완벽한 위장술을 익히고 있거나 불사신황을 사용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닌 이상, 지금 눈앞에 있는 왕백강은 가짜가 분명하다.
진양은 수하들을 믿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이들은 매우 신중한 자들이다.
오랜 조사 끝에 왕백강이 이미 죽었다는 증거만 해도 무려 네 개나 알아냈다.
전부 빈틈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확실한 증거들이었다.
진양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예전 같았으면 크게 이상하다고 느낄 것도 없었다.
자신의 신분을 버리고 외모를 바꾸며 살아가는 경우는 결코 드문 경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중 가장 유명한 자가 한때 무려 백사십여 개의 이름으로 살아갔던 고수다.
심지어 진양조차도 그동안 여러 신분으로 갈아타 보았던 경험이 있다.
오래 산 사람일수록 많은 비밀을 지니고 있다.
어느 정도 실력을 가진 수도사들 중에 비밀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악의를 품고 있는 게 아닌 이상 진양은 함부로 남의 비밀을 들춰내진 않았다.
만약 진양이 계속해서 대황에 머물렀다면 아마 정천사와 같은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그저 그가 지금까지 어떤 스승을 따랐는지 정도만 조사하고 끝냈을 것이다.
애초에 그가 어떤 스승을 섬겼는지를 조사하려고 했던 것도 그가 어느 쪽으로 능숙한지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외층 공간에서 겪었던 일들, 그리고 눈앞에 쥐어진 정보들.
여기에 왕백강의 법상서에 적힌 수많은 이들의 이야기까지 더해지니 강한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원래는 곧바로 이도로 돌아갈 생각이었으나 마음이 바뀌었다.
우선은 북방 국경지대에 먼저 들러야 할 듯했다.
진양은 자신이 무사하다는 소식만 알리고 곧바로 북방 국경지대로 향했다.
그리고 도착하기 무섭게 왕백강을 찾아갔다.
잠에서 깨어난 그는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는데, 진양이 돌아왔다는 소식에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 대형, 드디어 오셨군요.”
왕백강이 웃으며 그를 맞이했다.
“네, 뭐.”
어딘가 이상했다.
그의 웃음은 진심에서 비롯된 웃음이었다.
특히 그건 진심으로 기뻐서 짓는 웃음이었다.
잠깐의 인사치레를 나눈 뒤.
진양이 화제를 돌리며 물었다.
“당신이 깨어났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곧바로 이곳으로 왔죠. 그런데 혹시 법상서에 새로운 이야기가 생기진 않았나요?”
왕백강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순간 아무런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왕백강은 한참 동안 침묵하고 나서야 법상서를 꺼냈다.
“확실히 그렇긴 합니다만.”
그는 한 번 더 머뭇거리고 나서야 진양에게 책을 건네주었다.
다만 표정은 방금 전에 비해 훨씬 밝았다.
마치 마음이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약속대로라면 새로운 이야기가 생길 때마다 진양에게 법상서를 보여줘야 한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은 약속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번에 망설일 수밖에 없었던 건 이번에 새로 생긴 이야기 때문이다.
법상서를 펼쳐 든 진양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망설였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새로 쓰인 이야기의 주인공은 추격수라는 이름을 가진 이족이었다.
외층 공간의 추격수.
이 세상에 외층 공간에 살면서 추격수라는 이름을 가진 존재는 단 하나뿐이다.
주인공은 어렸을 때 종족 내 최후의 한 사람이 되었다.
이때부터 그는 원래 있던 이름이 아닌 자신의 종족의 이름인 추격수로 불리게 되었다.
뒤로 갈수록 분명 진양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올 것이다.
추격수를 죽인 건 진양이니까.
잠깐 내용을 살펴본 진양은 계속해서 읽는 대신 조용히 고개를 들어 왕백강을 쳐다보았다.
마음속이 복잡해졌다.
이야기 속에 나온 사람들이 실존 인물이라는 건 이전부터 확신하고 있던 사실이다.
물론 이름이나 호칭 등은 다소 실제와 상이할 수도 있으나 주인공이 겪었던 일들은 전부 사실일 것이다.
다만 이번에 새로 나타난 이야기의 주인공이 추격수일 것이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진양은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첩자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외층 공간에서부터 많은 생각을 했었다.
대황으로 돌아와 오지도에서의 일을 겪고 나니 그가 생각보다 많은 걸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기도 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맨 처음 의심했던 건 돌연 실종되었던 순목이다.
그는 장정의가 지난 백여 년 동안 겪었던 일들에 대한 기억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진양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그러다 문득 자신도 모르게 고정된 사고방식에 빠져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목은 비록 진양을 적대시하고 있었지만 원한을 진 건 아니었다.
복수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었고 복수할 가능성도 매우 낮았다.
오히려 자신의 이익 혹은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일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
진양은 의심 가는 사람의 명단을 따로 추려보았다.
사고방식을 바꿔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추려졌다.
단순히 능력만 두고 생각한다면 이러한 일을 할 수 있으면서도 많은 걸 알고 있는 사람이 꽤 되었던 것이었다.
당연하지만 왕백강도 이 명단에 포함되어있었다.
자신의 법상서에 다른 사람의 모든 인생이 나타나도록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든 무언가를 알고 있는 사람의 인생이 왕백강의 법상서에 나타나게 된다면 왕백강은 직접 움직이지 않고도 수많은 사실들을 알아낼 수 있다.
진양은 지금까지도 이러한 점을 확신하고 있었다.
게다가 법상서에 기록된 개개인의 인생의 기록이 결코 단순히 문자로 쓰인 기록으로 볼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진양은 법상서에서 보았던 모든 이야기를 따로 베껴놓았다.
문자로 써 내려간 이야기라면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들어간 특징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하나의 얘기라면 모를 수도 있지만 여러 편의 이야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즐겨 사용하는 표현이나 단어 같은 걸 높은 확률로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법상서에 남겨진 문자 기록이 자동으로 생성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신할 만한 증거가 상당량 발견되었다.
설령 이것이 자동으로 생성된 것이라고 해도 발견된 증거는 곧 누군가의 습관 혹은 필력 등의 기조와도 연관이 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인 습관이 반복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왕백강을 주시하기 시작한 건 그의 능력이 진양의 습득 능력과 상당히 비슷했기 때문이다.
습득 능력은 사용 범위도 넓고 제약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죽은 시신이라면 사람이나 이족 구분할 것 없이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습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그 수도 적고 정확성도 떨어졌다.
게다가 무작위성이 상당히 강했다.
아무런 쓸모 있는 정보를 얻지 못할 수도 있고 절세의 경전을 얻을 수도 있는 것이다.
반면 왕백강의 법상서는 진양의 추측에 따르면 매우 큰 제약을 가졌을 것이다.
아마 원하는 목표를 정하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즉, 이야기에 나타나는 주인공이 누가 될지는 순전히 무작위라는 것이다.
다만 개수는 적지만 법상서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매우 상세한 정보다.
한 사람의 인생이 세세하게 적혀있는 것이다.
이 두 능력의 유일한 공통점, 그것은 바로 죽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단 당장 확인한 정보만으로 보면 그렇다.
왕백강의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 중 살아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단순히 이론만 놓고 본다면 왕백강은 원한다면 진양에 대해 매우 자세히 알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예전까지만 해도 왕백강을 강하게 의심하진 않았다.
그러나 현재 눈앞에 나타난 왕백강이 가짜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법상서에 추격수라는 새로운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모른척하려고 해도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
“혹시 제게 하고 싶은 말이라고 있는 건가요?’
진양은 우선 책을 내려놓으며 그에게 물었다.
왕백강은 한숨을 푹 쉬며 법상서를 가리켰다.
“일단 내용부터 읽고 오시지요.”
“좋습니다.”
진양은 계속해서 책을 펼치고 내용을 읽어내려갔다.
추격수의 이야기는 법상서에 적힌 다른 이야기에 비해 상당히 그 내용이 긴 편이었다.
별다른 수식 없이 쓰인 글로, 추격수의 일생에 대해 대략적으로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