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438
1438화 상당히 사나운 세계군
진양은 신수의 줄기 곳곳에 취령진을 새겼다.
그리고 신수에게 새로운 가지를 뻗도록 하여 가지로 도문과 부문을 형성하고 초대형 취령진을 만들어내도록 했다.
이것은 스스로를 지켜내는 방법이자 앞으로도 신수가 살아갈 수 있는 근본이다.
당장 신수를 노리는 사람이 없는 건 모두가 대영 신조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강자의 경우 신수의 일부를 재료로 써야 할 경우 직접 얘기하면 그만이다.
신수가 오랫동안 살아남기 위해선 단순히 대황의 힘을 빨아들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랬다간 언젠간 대황도 메말라버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타적인 부분을 조금 더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이다.
신수가 거대한 취령진을 이루며 힘을 끌어모으고, 본인이 가진 특성으로 끌어모은 힘을 부드럽게 만들어 생기와 영기를 한층 더 짙게 만든다면 이는 곧 모든 생명체들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모든 사람, 아니, 모든 생명체들이 본능적으로 신수를 보호하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신수도 안정적으로 생존하며 성장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진양은 이러한 내용들을 신수에게 며칠 동안이나 강조하며 이것이야말로 최상의 방법이라고 얘기했다.
때문에 신수는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할 정도로 세뇌되어버렸다.
녀석은 과감하게 자신의 핵심까지 진양이 들어올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고, 진양은 그곳에도 취령진을 새겼다.
마음 같아선 몰래 징표를 하나 남기고 싶었지만 결국엔 단념했다.
양심에 찔렸기 때문이다.
* * *
시간이 흐르며 새로운 가지가 자라났다.
자라난 가지들은 점차 취령진을 이루기 시작했다.
신수가 점점 더 많은 영기를 끌어들이고 있다는 게 호량에서조차 느껴질 정도였다.
통구주의 생기도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대략적으로 상황 정리가 끝나자 진양은 곧바로 다시 길을 떠났다.
신수의 뿌리를 따라 새로운 호량 조각으로 건너왔다.
그러나 예상 밖의 일이 벌어졌다.
허공 위에 수천 리 정도 되는 크기의 조각만이 둥둥 떠 있었던 것이다.
그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새까만 허공은 반짝이는 별빛마저도 뒤덮어버릴 정도였다.
진양은 조각을 연화시킨 뒤 다시 대황으로 돌아왔다.
이어서 신수와 연결된 조각 중 낮은 등급의 조각부터 차례대로 하나씩 돌아보기 시작했다.
물론 돌아보며 조각을 전부 연화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습득한 정보를 자료화하여 다시 조각의 등급을 매겼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은월계와 같은 수준의 세계라고 생각했던 곳이 사실은 수백 리 크기에 불과한 조각인 경우가 있었다.
어떤 조각은 한 태양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떠 있었다.
그곳에 서 있으면 눈부신 태양의 빛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고, 마치 세계 자체가 태양에 완전히 삼켜진 것처럼 강한 열기도 느낄 수 있었다.
뜨거운 열과 강렬한 빛이 반복하여 조각을 단련시킨 결과 거대한 구형의 쇳덩어리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진양은 분신을 남긴 채 다시 대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별도의 표식을 남기며 신수에게는 이곳에 있는 힘은 마음껏 빨아들여도 좋다고 얘기해 주었다.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관찰을 이어나가다 보니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점점 드러나게 되었다.
바로 처음에 자신이 매겼던 등급 중 일 할 정도가 잘못된 등급이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등급 평가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상당히 많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대부분의 호량 조각을 모두 살펴보았고.
이제 남은 건 가장 강력한 일 등급이 매겨진 일곱 개의 조각, 그리고 일부 이 등급의 조각들이었다.
여기부턴 조각을 살펴보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생명체가 나타나는 상황이 점점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다시 뿌리를 통해 새로운 세계에 도달하는 순간.
진양은 하늘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짙게 낀 먹구름 사이로 번개가 포효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마치 불청객을 배척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주변은 바닷물로 가득했다.
이곳에 있는 조각은 해저 깊은 곳에 가라앉아있었다.
주위엔 대량의 일원중수 외에도 짙은 영기가 존재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판단해 보자면 이곳에 생명체가 존재할 확률은 상당히 높다.
게다가 대량의 수도사들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었다.
생명체가 없다면 세계에 발을 들여도 천겁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도 뇌겁 정도는 애교로 봐줄 만했다.
진양은 뇌겁은 무시한 채 힘을 펼쳐 이곳에 있는 호량 조각을 완전히 연화시켰다.
연화를 마치고 나자 하늘에 몰려있던 먹구름에서 마침내 첫 번째 뇌겁이 만들어졌다.
노란 황금빛의 뇌겁이 마치 홍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수백 리나 이어진 뇌겁은 아래로 내려올수록 빠른 속도로 작아졌다.
뇌겁이 해수면에 닿을 즈음에는 겨우 몇 리에 불과할 정도였다.
해수면 위로 마치 거대한 검에 베인 것 같은 틈이 나타났다.
무려 수십 리에 이르는 거대한 틈이었다.
마침 그곳을 걸어가고 있던 진양은 그대로 뇌겁에 노출되었다.
진양은 뇌겁을 바라보며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경금신뇌(庚金神雷)군…….’
진양의 말이 끝나자마자 작은 비수의 크기로 줄어든 뇌겁이 진양의 머리로 날아들었다.
쨍-!
귀를 찌르는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진양의 머리가 흔들렸다.
진양은 허상을 남긴 채 눈 깜짝할 사이에 해저 아래로 날아가 버렸다.
경금신뇌는 진양의 몸에 명중하자마자 마치 물줄기처럼 진양의 체내로 파고들어 그의 모든 것을 파괴했다.
진양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머리가 아직도 멍했다.
그는 곧바로 힘을 운용하여 모든 뇌겁을 전부 해안 안으로 흘려보냈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하군. 조금만 더 강했다면 육신도 위험했을지 몰라. 아마 웬만한 도군이라면 세 방 정도면 골로 가고도 남았을 거야.
생각 이상으로 강한 세계군. 역시 신수가 힘을 빨아들이는 기준은 단순히 참고만 해야겠어. 맹신했다간 처참한 꼴을 당할지도.”
일단 뇌겁은 피할 수가 없다.
그저 몸으로 맞으며 버티는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길게 생각할 것도 없다.
그래도 그나마 뇌겁이 내린 게 다행이다.
천겁 중에선 비교적 온순한 녀석에 속했으니까.
적어도 소리 없이 다가와 뒤통수를 치거나 이상한 함정으로 사람을 괴롭게 만드는 천겁보다는 말이다.
진양은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보며 환한 미소와 함께 공손히 포권을 취했다.
“저는 진유덕이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오해가 있는 듯합니다.
전 단순히 사랑과 평화, 그리고 지식을 전하러 건너온 것뿐. 절대 약탈이나 살인 같은 걸 하려고 온 게 아닙니다.
그러니 이쯤에서 멈춰주시는 게 어떠실지요?”
그러나 대답 대신 두 번째 뇌겁이 날아왔다.
진양은 그대로 뇌겁이 자신의 몸으로 떨어지도록 내버려 두었다.
피하지도 않았고, 저항하지도 않았다.
그저 몸에 흘러든 뇌겁을 전부 해안에 집어넣었을 뿐이다.
‘이게 웬 떡이냐!’
호량 조각 사이의 연결고리가 한층 더 두터워지면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뇌겁의 힘도 한풀 꺾이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챙길 수 있을 때 열심히 챙겨두는 게 이득이었다.
진양을 향해 내리치는 뇌겁의 강도는 점점 더 강해졌다.
오행 뇌겁이 차례대로 내려온 다음에는 음양 뇌겁까지 내리쳤다.
진양의 살은 전부 떨어져 나갔고 남은 건 뼈대뿐이었다.
꽤 강력한 힘이었기 때문에 금단을 사용해야만 즉각적인 회복이 가능했다.
이미 도군의 힘으로 버틸 수 있는 한계치를 월등히 넘긴 수준의 힘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뇌겁은 점점 더 강력해졌다.
그리고 이곳 세계에 있는 고수들도 하나씩 진양이 뇌겁을 맞고 있는 곳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어느덧 여덟 번째 뇌겁이 진양을 향해 내리쳤다.
새까만 번개에선 짙은 죽음의 기운이 느껴졌다.
진양은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럴 것까진 없지 않습니까?
말씀드렸잖아요. 나쁜 짓을 하러 온 게 아니라 좋은 뜻으로 좋은 일을 하러 온 것뿐이라고요.
보세요. 지금까지 아무 저항도 없이 순순히 뇌겁을 맞기만 했잖아요. 이래도 못 믿으시는 겁니까?”
하지만 뇌겁과 대화가 통할 리 만무했다.
새까만 번개가 진양을 향해 내리쳤다.
그러나 육신은 멀쩡했다.
직접적으로 진양의 생기에 명중했기 때문이다.
생기의 힘을 월등히 뛰어넘는 위력에 의해 생기는 눈 깜짝할 사이에 소멸되어버렸다.
하지만 진양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저 뇌겁이 마음대로 날뛰도록 방치했다.
그다음에는 해안에 별도로 만들어둔 구획 안으로 뇌겁을 흘려보냈다.
진양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며 한숨을 푹 쉬었다.
“벌써 여덟 개째입니다. 이번엔 생기까지 아예 꺼져버렸다고요. 이 정도면 만족할 만도 하지 않습니까? 아예 절 죽이시려는 건 아니죠?
설령 절 완전히 소멸시킨다고 해도 결국은 망자의 세계로 가게 되어있다고요. 그러니 이만 고정하시죠.”
그러나 멈출 기미는 털끝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하늘엔 여전히 먹구름이 자욱했고, 이어서 새로운 힘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진양의 한숨이 한층 더 깊어졌다.
‘상당히 사나운 세계군.’
진양은 해안에 넣어두었던 각사향을 꺼내 들이마시며 생기에 다시 불을 붙였다.
그리고 마지막인 것으로 추정되는 뇌겁이 자신을 향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 * *
같은 시각.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노인은 숨을 내쉬기 무섭게 컥-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숨을 들이켰다.
적지 않게 놀란 듯한 모습이었다.
이어서 경악으로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게 바로 그 전설의 진양이란 말인가!”
* * *
수많은 세계 중 진양에 대한 전설이 가장 자자하게 퍼진 곳은 오직 한 곳.
바로 향계뿐이다.
세계에 의해 배척을 당하며 두 번이나 벼락을 맞을 만한 곳 역시 향계가 유일했다.
지난번에는 허상으로 나타난 것만으로도 향계의 천겁을 불러일으켰다.
마치 들어와선 안 될 곳에 들어온 자를 대하는 것처럼 사나운 모습이었다.
반면 이번에는 호량 조각을 통해 직접 이곳에 왔다.
비록 오래전에 버려진 길이긴 하지만 어쨌든 뒷길이 아닌 제대로 된 길로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향계는 조금도 진양을 허락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뇌겁을 떨어뜨려 진양의 생기를 소멸시킨 걸로도 모자랐는지 계속해서 사납게 진양을 거부하고 있었다.
진양은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저항 없이 맞아준 것만으로도 상대의 체면을 충분히 생각해 준 것 아닌가?
그런데 왜 밑도 끝도 없이 끝까지 자신을 밀어내려 한다는 말인가?
하늘엔 계속해서 엄청난 양의 힘이 쌓여가고 있었다.
진양은 팔짱을 낀 채 차가운 눈빛으로 그것을 바라보며, 곧이어 떨어질 마지막 뇌겁을 기다렸다.
사실 이런 뇌겁 따위로 진양을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단숨에 진양을 망자의 세계로 보내버릴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순간적으로 폭발을 일으키지 않는 이상 수만 년 동안 뇌겁을 반복해도 진양을 죽이는 건 불가능하다.
진양이 아무렇지 않게 뇌겁을 맞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천겁이라면 차라리 뇌겁이 낫다.
적어도 음흉하게 뒤에서 괴롭히는 것보단 정직하니까.
그때, 진양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위를 살폈다.
몰래 자신을 훔쳐보는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진 것이다.
다만 이곳에선 격렬한 힘의 파동이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에 역으로 그자를 꿰뚫어 보는 건 불가능했다.
일단은 혼란을 틈타 기습해올지도 모르는 적을 대비하는 게 우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