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522
1522화 단념하자
“망자의 세계에 있는 사람들 중 일부를 꿈 세계로 데리고 와도 괜찮죠? 직접 나서거나 손을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일을 모두 마친다고 해도 꿈 세계에 속한 세계는 여전히 몽사 대인의 것이니까요. 계속해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지내시면 돼요.”
“그건 상관없어요. 단지…….”
몽사는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하다가 이내 입을 다물어버렸다.
“단지 뭐요?”
“별거 아니에요.
사실 이런 건 제게 말씀해 주시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제게 물어볼 필요도 없고요. 같은 길을 걷고 있지만 어떤 방면으로는 이미 당신이 저를 능가한 수준인걸요.
전 사실 당신의 추측이 맞는지 틀렸는지 판단할 수 있답니다.”
“하하, 전문가가 눈앞에 계신데. 당연히 가르침을 받아야죠.”
진양의 말은 전부 진심이었다.
꿈이라는 도를 놓고 따지면 몽사를 따라올 만한 사람은 없다.
그러니 최강자인 몽사에게 의견을 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몽사의 말대로 추측이 틀리지 않다면 일단은 전부 안정기에 들어선 셈이다.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왔다.
‘십방 대제, 감히 머릿수로 밀어붙이시겠다? 그것도 이 몸과?’
현재 대황에는 봉호도군이 단 하나뿐이다.
뿐만 아니라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전반적으로 열세에 처해있는 상황이고, 이러한 차이는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애초에 대황 하나만 십방계와 전투를 벌인다고 했던 적인 없었기 때문이다.
도군이라면 이미 무더기로 준비되어있다.
심지어 봉호도군조차 양손으로도 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동원할 수 있다.
도군의 귀재들, 과거 태일에게 원한을 품었던 숙적들, 게다가 시간이 흐르면 인간 십이사의 본존도 여럿 동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진곤도 동원이 가능하다.
시간만 충분하다면 상상도 하지 못할 엄청난 존재까지도 불러올 수 있다.
설령 지원군이 오직 십방계에서만 모습을 드러낸다고 해도 상관없다.
그걸로도 이미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건 기다림뿐.
천천히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복제 십방계와 십방계의 융합이 끝나는 그 순간, 모든 정세는 순식간에 역전될 것이다.
그전까지는 마음껏 날뛰도록 놔둘 생각이었다.
현세의 사람들 중 그를 꺾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점만큼은 진양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건 진양도 마찬가지다.
지금 가진 신통력으로는 확실하게 승패를 가를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어쩌면 아직은 부족할지도 모른다.
전반적으로 조금씩 모자란 상황이다.
때문에 진양은 현세에 살고 있지 않은 사람을 끌어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되도록이면 동시에 강림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말이다.
사실 망자의 세계에 있는 거물들을 몰래 산 자의 세계로 데리고 오는 방안도 고려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망자의 세계가 허락하지 않는 것도 문제였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천겁이다.
진양이 부활했을 때도 무시무시한 천겁이 내릴 징조를 보였던 적이 있다.
다만 진양은 수많은 대황 사람들의 도움과 본인의 사기적인 능력을 통해 간신히 넘길 수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흑옥 신문을 통해 망자의 세계로 향하는 길을 뚫으며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다른 거물급 인물들까지 이런 대우를 받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일단 처음 산 자의 세계로 건너오게 되면 반드시 천겁을 맞이하게 되어있다.
실체를 가진 천겁이라면 웬만한 강자들 모두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무형 천겁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십방 대제와 싸우는 건 대놓고 적에게 자신의 목을 갖다 바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심지어 재수 없으면 진양에게도 불똥이 튈 수도 있다.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이렇게 된 이상 힘을 빌려온다 하더라도 규칙에 알맞은 방법을 써야 할 듯했다.
일단 거물들을 데려오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적을 데려오는 건 가능하다.
아예 세계 통째를 가져오는 것도 가능하다.
망자의 세계의 영역 안이라면 얼마든 망자의 세계에 속한 사람들을 데리고 올 수 있다.
망자의 세계에 망자들이 있는 것이니 규칙상으로도 문제가 될 만한 건 없다.
이것이 바로 진양의 계획.
그리고 계획 중 가장 중요한 일환이 바로 몽사인 것이다.
꽤 많은 부분에서 반드시 몽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막상 사람들을 데리고 왔는데 몽사가 거부 반응을 보인다면 그땐 모든 게 말짱 도루묵이다.
물론 당장의 상황만 보면 몽사가 발목을 잡을 일은 없다.
하지만 그래도 미리 언급 정도는 해두는 것이 예의 아니겠는가?
몽사가 발목을 잡는 건 둘째로 쳐도, 두 사람의 우정에는 금이 가면 안 되는 법이니 말이다.
몽사는 다소 어안이 벙벙한 듯한 표정이었다.
아주 잠깐 생각해 보았을 뿐인데도 이런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 있었던 일들에 대한 기억을 모두 잘라주세요. 그냥 모르는 일로 하고 싶어요.”
“아뇨, 그럴 것 없습니다. 어차피 알고 계셔야 할 일이거든요. 게다가 제 입장에서도 반드시 알려드려야 할 내용입니다.”
진양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했다.
자신이 몽사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저는 아무도 믿을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배신자 때문은 아닙니다. 혹여나 정보가 새어나갈까 봐 그런 거죠.
몽사 대인을 믿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대인께서는 꿈 세계를 빠져나갈 일이 없으니 정보가 새 나갈 일도 없겠죠. 대인께서 직접 정보를 흘리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대인의 기억 속에서 정보를 빼가진 못할 겁니다.
만약 대인이 저와 반대편인 입장이시라면 결말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먼저 알려드리나 나중에 알려드리나 크게 다를 건 없는 거죠.”
“그냥 잘라주세요.”
몽사는 여전히 확고했다.
“제 기억을 자른 다음 제 세계로 가서 그곳의 일부도 잘라주세요.”
“알겠습니다.”
진양은 군말 없이 몽사와 함께 몽사의 세계로 향했다.
그는 일단 몽사의 일부 기억을 자른 뒤, 몽사의 분부대로 그녀의 세계에 있는 동일한 기록 부분을 잘라냈다.
그런데 기억을 자르려다가 자신도 모르게 그만 이성을 잃고 날뛰는 몽사의 모습을 봐버리고 말았다.
맹세코 고의로 훔쳐본 건 아니었다.
새하얀 꽃 사이에 눈에 띌 정도로 새까만 꽃이 있다면 당연히 눈이 가지 않겠는가?
시선을 주지 않으려고 해도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마치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것처럼 이성마저 혼란스러워졌다.
‘이게 무슨 소리야? 십이사가 열한 명뿐이라니?’
진양의 첫 반응은 몽사와 똑같았다.
우선은 손가락을 펼쳐 하나씩 세어보았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벌써 수십 번도 넘게 같은 생각을 반복했다.
그동안 영원불변의 진리처럼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던 생각이 뿌리째로 흔들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마치 있어야 할 것이 없어진 것처럼 허전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그 허전한 자리를 대신 채워주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진양이 기억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진양은 곧바로 부정했다.
진양은 흑검의 소유자다.
‘기억’과 관련된 도리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이건 단순한 망각이 아니다.
진양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끌어 허전함 자체를 의식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분명 눈앞에 무언가 놓여있지만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리면 의식하지 못하게 되는 것과 같은 현상이었다.
모종의 힘으로 사람의 주의를 돌려 의식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
이것은 망각과는 다르다.
진양이 수련한 것과도 크게 다르다.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안도의 한숨인지, 아니면 유감이 섞인 한숨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일단 진양은 열두 번째 인물과는 아무 관련이 없을 것이다.
비록 비슷한 힘을 부리고 있긴 하지만 정확한 차이를 따지면 하늘과 땅 차이였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정상급 고수로 환생한다.
진양 역시 예전에는 자신이 부군이 환생한 존재가 아닐까 의심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부군이 나타나며 단순한 착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눈앞에 나타난 의문의 열두 번째 인물도 마찬가지다.
비록 무형의 힘은 진양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끌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이건 진양이 열두 번째 인물이 환생한 존재라서 그런 게 아니다.
단순히 자신의 힘으로도 충분히 버텨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세 가지의 선천지물, 강력한 도기, 강력한 기반, 여기에 진양에게 작용하는 힘과 비슷한 능력을 가진 흑검, 그리고 사자결까지.
이 모든 요소들을 종합해 보면 굳이 망자의 세계의 도움 없이도 충분히 버텨낼 수 있었다.
이런 힘은 결코 아무 기척 없이 강제로 진양의 주의를 돌릴 수 없다.
오히려 은연중에 더욱 뚜렷하게 느끼게 될 뿐이었다.
마치 누군가 계속해서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어딘가 이상하다고 말을 해 주는 것처럼 말이다.
잊으려도 해도 결코 잊을 수가 없다.
열두 번째 십이사는 마치 미세한 작은 틈과도 같았다.
의식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눈을 뗄 수 없게 된다.
때문에 열두 번째 십이사와 관련된 것들도 다른 사람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여러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진양은 어느덧 훨씬 더 많은 틈을 발견했다.
이렇게 찾아낸 두 번째 층의 틈을 따라 생각하며 더 깊은 곳으로 향하려던 순간.
진양은 여기서 멈추기로 했다.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마치 이대로 계속해서 훔쳐보는 게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을 걷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힘도 없던 시절 영제를 만났을 때 느꼈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렬한 느낌의 위험이었다.
그래서 여기서 과감하게 생각을 멈췄다.
일단 은연중에 열두 번째 인물이 아주 오랜 과거에 완전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방금 느꼈던 것들을 생각해 보니, 어째서 극도로 위험하다는 느낌이 든 건지 알 것 같았다.
계속해서 검증을 하는 것은 곧 열두 번째 십이사의 길을 따라 걷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단념하자. 내가 그렇게까지 호기심에 집착하는 놈도 아니고 말이야.’
진양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하며, 몽사 세계에 남아있는 기억들을 순차적으로 지워갔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깨달은 몽사가 이성을 잃고 날뛰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여 일부러 그녀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