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97
197화 도대체 누구지?
주위를 둘러보던 진양은 오히려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잘 됐군. 마침 후토재신묘법을 연마할 수 있는 좋은 기회야.”
순간 진양의 몸에서 짙은 산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어서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채 끊임없이 몰려드는 검은 모래 속으로 자진하여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대황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곳이라는 죽음의 사막 깊은 곳으로 가면 새까맣게 모래가 펼쳐진 곳이 있다.
그곳에선 새나 다른 동물, 식물 따위의 생물은 찾아볼 수 없었고, 일말의 수분조차 느낄 수가 없을 만큼 건조했다.
죽음의 사막은 환경 그 자체만으로도 수도사의 감각을 모두 마비시키고 길을 잃게 만든다.
비행은 오히려 감각을 한 단계 더 마비시키기 때문에 오히려 위험하다.
끊임없이 수도사 체내에 있는 수분을 증발시키는 무더운 날씨와 물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치명적인 환경이 만나 극한의 조화를 이루었다.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수도사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무진의 모래는 바로 이 검은 사막에 있는 모래를 말한다.
소문에 의하면 이곳은 한때 녹주(綠洲, 오아시스)가 있던 곳이라고 했다.
당시 이곳엔 강력한 신조가 건재하며 주변의 국가들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으나 그 영광은 오늘날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 높은 곳에서 무진의 모래가 떨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땅 위로 떨어진 무진의 모래는 땅의 기운과 닿는 순간 곧바로 검은 사막을 이루기 시작했고, 그렇게 신조 주위의 녹주를 전부 잠식하며 그곳에 살고 있는 생명체도 하나씩 삼켜가기 시작했다.
세월이 흐르며 검은 사막 주위로 새로운 사막이 형성되며 뻗어나가기 시작했고, 근처에 있던 다른 녹주들도 하나씩 삼켜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죽음의 사막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현재 진양은 무진의 모래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사방에서 느껴지는 무시무시한 압력이 엄청난 힘으로 몸을 짓눌러오고 있었다.
진양은 두 눈을 감은 채 숨을 고르고 정신을 집중했다.
온몸을 짓누르는 강력한 압력과 함께 몸이 연마되기 시작했고, 후토재신묘법의 수련도 빠르게 진행되어갔다.
무진의 모래는 땅의 힘을 빌려야만 끊임없이 진화를 이뤄낼 수 있다.
마침 진양의 몸속에는 땅의 기운이 매우 풍부했다.
땅의 기운이 서로 얽히며 무진의 모래와 하나가 된 덕분에 진양은 무진의 모래 압력만 견뎌내면 됐다.
무진의 모래는 사실 검은 모래알이기 때문에 초기의 압력만 버텨낸다면 그 이후로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순수한 토령의 기운이 서려 있는 강력한 압력은 오히려 큰 도움이 되었다.
진양의 마음은 평온했다.
혹여나 누군가 모래를 뚫고 들어와 자신을 공격할까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상대방이 진법을 사용했다는 건 곧 이를 제어할 능력이 없다는 뜻이다.
진법은 무진의 모래에 단순히 제한을 두는 효과가 전부였기에 진법을 설치한 사람은 감히 무진의 모래 안으로 발을 들일 수가 없다.
시간이 계속해서 흐를수록 진양의 후토재신묘법은 점점 더 강력해져 갔다. 그 경지도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그렇게 금세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진양에겐 이전보다 훨씬 더 묵직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황토색을 띠고 있는 기운은 진양의 몸 표면을 뒤덮으며 주위의 검은 모래를 조금씩 밀어내기 시작했다.
눈을 뜬 진양이 입을 벌리고 힘차게 숨을 들이키자 검은 모래에 서려 있던 땅의 기운이 전부 입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날카로운 소리를 뿜어내는 땅의 기운과 함께 검은 모래가 나뒹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래는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지막으로 남은 한 알의 모래가 진양의 손에 잡혔다.
반경 백 장 내의 범위에 커다란 구덩이가 만들어졌다.
원래 구덩이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었던 진흙은 깨끗이 사라져 있었고, 구덩이의 가장자리엔 얇은 광막이 씌워져 구덩이를 뒤덮고 있었다.
광막 너머로 현천성종의 하늘 순찰용 보수가 멀리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곳부터 큰길까지는 어림잡아 수십 리는 떨어져 있는 듯했다.
즉, 누군가 길목에 함정을 파놓은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옥련을 끌던 인마들도 아마 정신을 지배당하여 함정이 있는 곳으로 진양을 데려왔을 것이다.
진양은 손가락으로 모래를 굴리며 흥미롭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겨우 한 알의 모래에 불과한데 반경 백 장이나 되는 땅을 삼켜버리다니.
진양은 하마터면 생매장을 당할 뻔했다.
만약 모래가 몇 알만 더 있었다면 아마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이 정도 압력이라면 단단한 바위도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무진의 모래, 대황에선 매우 진귀한 보물로 취급되는 물건이다.
근데 누가 이런 물건을 이곳에 가져다 놨단 말인가?
아마 호량 전체를 뒤진다 해도 같은 물건은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진양은 구덩이 가장자리로 다가가 광막을 향해 손을 뻗었다.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단단함이 느껴졌다.
상대는 아마도 처음부터 진양을 이곳에 영원히 파묻어버릴 생각이었던 것이 분명하다.
광막은 가장 순수한 곤진(困陣, 사람을 가두는 진법)으로 내부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가둬버릴 수 있는 진법이기도 하다.
일종의 이중 안전장치를 설치해 둔 것이나 마찬가지다.
모래 속에서 운 좋게 살아남는다고 하더라도 광막을 빠져나오지 못하게 말이다.
진양은 오른손을 들어 주먹을 꽉 쥐었다.
주먹에서 번갯불이 튀어 오르며 강렬한 파괴의 기운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콰과광-!
광막과 주먹이 맞부딪히며 천지를 뒤흔드는 듯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순간 광막 위로 부문으로 얽힌 빛이 번쩍이며 광막으로 전해진 힘들은 전부 외부로 흘러나가 버렸다.
주먹에 맞은 광막은 흠집 하나 없이 깔끔했다.
진양은 광막에 새겨진 부문을 천천히 훑어보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이건 현천성종의 곤룡보진(困龍寶陣)이야. 진법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할 텐데. 도대체 누가 이런 걸 여기에 설치한 거지?”
무엇보다 어째서 현천성종이 자신을 노리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럴 일이 없기 때문이다.
‘설마 현재의 형국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너무 쉽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어렵게 만들려는 것인가?’
어떻게 된 영문인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었으나, 현천성종의 사람들이 벌인 짓이 결코 아니라는 점은 확실했다.
곤룡보진은 아주 오랜 고대부터 전해져 내려온 진법이었다. 본래는 강력한 괴수나 요괴들을 가둘 때 사용하던 진법이다.
절정에 이른 곤룡보진은 심지어 진룡까지도 봉인이 가능하다고 한다.
진법 설치 난이도가 높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필요한 재료 역시 반드시 진룡의 몸에서 얻은 재료여야만 했다.
물론 차선책으로 다른 재료를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마저도 반드시 진룡의 핏줄을 이어받은 후손에게 얻은 재료만 써야 한다.
진룡의 핏줄을 이어받은 후손이 가진 재료라니.
성년이 된 자에게서 얻은 재료 하나만으로도 호량 전체를 휩쓸고도 남을 정도로 엄청난 힘을 지닌 재료다.
때문에 무진의 모래보다도 훨씬 더 진귀하게 여겨지는 보물이다.
‘그래서 더 이해되지 않는단 말이지.’
이렇게까지 막대한 자원을 낭비해 가면서 진양을 죽여야 할 이유가 뭐가 있단 말인가?
한낱 삼원 수도사에 불과한 진양이다.
기껏해야 귀원 최고봉에 오른 수도사를 죽이기 위해 이런 말도 안 되는 돈을 쏟아붓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만한 가치가 없다.
진양은 눈을 감은 채 깊은 생각에 빠졌다.
여러 번 생각해 보았지만, 여전히 현천성종 사람의 짓은 아닌 듯했다.
그러나 상대는 진양을 흔적도 없이 그야말로 증발시켜버리려고 했던 게 분명하다.
하지만 곤룡보진은 현천성종 내에서도 극소수만이 사용할 수 있는 진법인데, 도대체 외부인이 어떻게 곤룡보진을 사용할 줄 안단 말인가?
한참을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진양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우선은 생각을 떨쳐내기로 했다.
대략적인 날짜를 계산해 보니 오늘은 생신 연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그러니 한시라도 빨리 이곳에서 나가야만 했다.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아마 다시 호양보종을 손에 넣는 건 쉽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곤룡보진을 타파해야 할지도 큰 문제였다.
진양은 계속해서 변화하는 진법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나 변화하는 속도가 너무나도 빨랐기에 진법을 파악하는 건 불가능했다.
아무래도 지금 가지고 있는 진법 지식으로 단시간 내에 돌파하는 건 비현실적인 방법인 듯했다.
이렇게 된 이상 강제로 진법을 파괴하고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진양은 땅을 파 내려가기 시작했다.
단단한 바위층을 드러내자 강철보다 더 단단한 광막이 나타났다.
이곳은 구형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공간이었던 것이다.
유심히 공간을 살피던 진양은 검은 솥을 꺼낸 뒤 바닥에 내려놓았다.
이어서 마음속으로 ‘커져라’라고 외치자 솥은 순식간에 몸집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백 장 정도 크기가 되었을 때부턴 더 이상 커지지 않았다.
아마도 광막에 갇혀 한계에 부딪힌 탓인 듯했다.
광막 위로 부문이 흐르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며 검은 솥의 힘을 억제했다.
그렇게 잠깐을 시도해 보았으나 광막에는 작은 흠집조차 일어나지 않았다.
“크아아아!”
검은 솥에 있던 기혈유충은 늘 그렇듯 미친개처럼 날뛰고 있었는데, 검은 솥이나 광막 할 것 없이 입이 닿는 곳이라면 전부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대며 물어뜯었다.
순간 무언가 떠오른 진양이 마음속으로 ‘작아져라’라고 외치자 솥은 어느새 다시 작은 크기로 줄어들었다.
이어서 작아진 솥을 들어 광막에 가져다 대자 기혈유충은 또다시 난동을 부리며 광막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끼이익- 끼익-!
손톱으로 유리를 긁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터져 나왔다.
기혈유충의 힘으로 광막을 부수는 건 무리인 듯했다.
그러나 광막에 흐르던 힘은 황백색의 빛으로 변하여 끊임없이 기혈유충에게 삼켜지고 있었다.
그렇게 첫 번째 부문도 박살 난 상태로 기혈유충에게 삼켜졌다.
‘오호?’
진양의 눈빛이 반짝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곤룡보진의 힘은 기혈유충에게 계속해서 흡수되고 있었다.
진양은 검은 솥의 바닥을 잡은 채 광막에 가져다 대며 곤룡보진을 계속해서 유심히 살폈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강력한 진법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는 결코 흔한 기회가 아니었다.
한 시진쯤 지나자 갑자기 손을 타고 느껴지던 힘이 약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어서 광막 전체가 박살 나며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진양은 솥뚜껑을 덮은 뒤 재빨리 구덩이의 중앙으로 향했다.
대략 세 뼘 정도 파고 내려가 보니 일 장 정도 되는 반짝이는 뼈가 묻혀있었다.
유리와 같은 광택을 가진 반투명한 뼈는 대략 일 장 정도 되는 길이와 한 뼘 정도 되는 굵기였다.
이것은 용족 후예의 것이 분명했다.